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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모든 장과 문장에서는 쓸쓸함이 느껴진다. 화자가 서술하는 모든 대상은 화자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고, 심지어 묘사하는 상황조차도 딴 사람의 일인 것 마냥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책의 모든 부분에서 화자가 느끼고 있는 엷지만 분명한 감정이, 밝게 타오르진 않지만 타다 남은 불과도 같다고 묘사된 그 감정이 분명하게 흐르고 있다.
바람의 옷의 화자는 극단적이다. 한국의 전후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미국으로, 아일랜드로, 프랑스로, 영국으로 세상을 떠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가계를 타고 흐르는 분위기, 풍비박산이 난 가정에서 아이였던 그녀가 느꼈을 존재의 무제, 여러 남자들을 거쳐 보내면서 고민해보았을 외로움과 상실의 문제를 어떤 사람들이 동시에 다루어야만 했을까. 물론 이 땅에 그런 사람도 있을 법하지만, 극단적이다. 공감하기 어려운 경험과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들의 마음 안에 공통적인 무엇인가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모든 소설가들은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혹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를테면, 용과 싸우는 기사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당함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는 것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았을까
모든 것이 허망하고, 꿈 속의 일, 소설이나 연극 속의 일과 같은 가운데, 그녀에게 분명한 것은 갈망이다.
도무지 어느 땅에서, 혹은 어떤 사람과 연을 잇고,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일이 그녀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의 자식과 그녀의 관계는 참담할 따름이다. 마땅히 다른 소설에서는 중심이야깃거리로 사용될법한 아이의 존재는 아주 지나치듯이 짧게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더더욱 분명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게 실존하고 있을 무엇인가에 대한 갈망이다. 소설 속에서 인용하고 있는 루카복음에서는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 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그녀의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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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은 소설을 읽고 있는 우리 독자, 모두의 질문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발붙이고,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곳이 단단한 현실임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이면,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에서나 , 달이 창에 비치는 방 안에서, 아무와도 나눌 수 없을 것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 모두는 어느 순간인가, ‘바람의 옷’에 등장하는 그녀와 그가 매일매일을 분투해야 했던 대상인 허무함과 외로움을, 그리고 갈망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아마도 문제가 풀리지는 않겠지만, 그 문제를 더욱 또렷하게 직시할 수 있도록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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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옷>은 김정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로, 주인공인 ‘나’가 1940년대 후반 이 땅에서 태어나 70여 년을 살아온 장면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한 여성의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책 가장 앞부분의 소설 <바람의 옷>을 쓴 김정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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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내게 화를 내거나 나를 모른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나에게 귀를 기울이기로했다. 내가 하는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짙은 핏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막막한 느낌이 차오르자 나는 늘 하던 방식대로 내가 있던 곳을 떠났다. 내가 맺은 모든 관계에서 단일한 나라는 사람은 없었다. 매듭이 있는채로 풀지 못한 숱한 갈등, 그리워해야할것을 그리워하지 않은 죄책감, 애도하지 않은 채로 그냥 보내버린 죽음들, 그리고 이렇게 모든걸 어질러 놓은 자신을 만나게 되는 쓰라림이 기다리고있을뿐이었다. 나는 내 삶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 삶의 밖에서 그것들을 바라보고 싶었다.
어쩌면 어떤 소리를 듣고 또 어떤 장면을 보고 또 어떤 냄새를 맡고 우리가 더올리는건 아픔자체보다 아픔의 기억으로 남은것, 슬픔 자체보다 슬픔의 기억으로 남은건지도 모른다. 스물넷의 나에게 그는 아픔이고 슬픔이었고 이제 나이가 든 나에게 그는 아픔의 기억이자 슬픔의 기억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참으로 이상하게도 기억된 아픔은 그때의 아픔보다 더 둔중하게 아프고 기억된 슬픔은 그때의 슬픔보다 더 한스럽게 슬프다. 아마도 그 아픔이나 슬픔의 기억이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의 아픔과 슬픔을 같이 얹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내게 돌아오지 않겠다는 아이가 낸 생채기를 안고 돌아온 내 나라에서 내 낸 생채기를 안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묻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나라를 떠나 어디로 가고 있는것일까? 나는 담담하게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나는 늘 내가 살아야 할 거처를 내 나라에 한정시키지 않게됐을까? 무엇이 나를 세상 이곳저곳을 떠돌게 했을까? 내가 이렇게 동양과 서양, 옛것과 새것 사이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헤매는 데는 어떤 모순도 아무렇지 않게 껴안는 어머니의 원칙없는 수용력을 직간접으로 물려받은점도 없지 않을것이다. 어머니는 보통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정신적 물리적 부조화를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높은 구두에 타이트스커트를 입고도 손에 든 물건이 무거우면 머리에 이었고 다른사람들의 비행은 못참아하면서 자신은 더한 비행도 아무렇지 않게 저릴렀다. 항상 눈앞의 필요가 최우선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두사람이 한국에 있는것이 아니라 국외자로 남의 땅에 살고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세금을 내고 이곳 시민으로 살아도 이곳 사람들에게 규와 나는 그들의 주목이나 지탄의 대상이 될 만큼의 관심도 받을수없는 국외자였다. 그러나 또 그 점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질문과 의심의 눈초리가 면제되었다. 눈에 눈물이 고이면 가만히 바라보거나 손을 잡아주고 무언가로 흥분해 마구 말을 쏟아내면 그냥 들으며 고개만 끄덕여 줄수 있었다. 수많은 일을 겪고 젊은 시절을 넘긴뒤, 아무 연고도 없는 남의 땅에서 규와는 그런 관계가 쉽게 유지 되었다. 이렇게 쉬운일이 그리도 어려워 여러변 뒤틀리고 꼬였던 것인지 참 알수없는 일이었다.
전에도 그랬던것처럼 아이도 규도 그리고 그들에 대한 내 사랑도 시간에 맡겨두자. 내가 먼저 건드려 피지도 않은채 떨어지는 꽃이 되게 해서는 안되겠지. 바람이든, 햇빛이든, 빗물이든 슷로 받고, 제가 나온 가지에서 제 마음대로 자라게 그냥 두는거지. 나는 해가 지는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통증이 있는 것 같은 가슴에 손을 갖다 대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래, 뭐든 시간의 호주머니에 잘 넣어 두면 묵은 포도주처럼 익어 있겠지.'
우리네 인생은 큰길이 나 있는 신작로로도 지나가고 아주 소소한 우회로로도 통하지요. 그 소소하고 좁은 우회로에는 크지도 않고 대단치도 않은 작은 비밀들이 꽃잎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답니다. 놀라운 일은 그 꽃잎들이 드러나 보일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많다는 거예요. 그 꽃잎 중 하나를 내가 주워 전해주었나 보군요. 그런게 우리 삶이 주는 우연의 선물이고 인연이라고도 하는 거겠지요.
아버지는 그에게 바람 같은 존재였다. 불어닥쳐 가까이 있으면 항상 그를 그 바람에 흔들리게 해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고 지나가고 나면 전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사람이었다. 언제 불어와 언제 사라지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늘 별말이 없었고 특별히 그를 데리고 어디로 가거나 같이 놀아 준 기억도 거의 없었다. 그는 어릴 적 그런 아버지가 어렵고 싫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는 그를 꽤 먼 놀이터에 데려가 놀게 하고는 한참 유심히 지켜보다가 어디론가 가 버렸다. 낯선 놀이터에 버려진 그는 해 질 녘에 돌아온 아버지를 보며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문 기억이 있다. 그에 대한 아버지의 이런 불확실한 태도는 그 또한 헤매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가 책을 읽듯 그녀를 읽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는 아주 신기하게도 자신의 삶을 산다기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읽으려고만 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의 삶에서 이상한게 읽히면 책을 읽으며 그렇게 하듯 밑줄을 그어 놓으려 했다. 다른 사람의 삶에 쳐진 밑줄 긋기가 자신의 삶에 등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 모르는것 같았다. 대안 현실에서 현실감을 찾으며 헤매는 그에게 지금 그의 앞에 놓인 현실로 돌아오라고 하고 싶었다. 자신의 삶을 살게 해주고싶었다. 제대로 살지 않으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물위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마냥 허우적거릴게 아니라 깊은 곳까지 가라앉았다가 발로 바닥을 쳐야 하는것임을 일러 주어야 할것같았다.
내아버지와 어머니는 길을 잃게 만드는 격변의 시대를 살았어요. 시대와 역사가 준 화난이었지요. 그런데 나는 왜 길을 잃었는지, 왜 집없는 아이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집을 소유하는건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을 들일수있는 집이 돼야하는거죠. 집에는 살아있는 생명이 깃들어야 좋은 집이에요. 이곳으로 돌아와 내가 만든 집에 들인 것들은 모두 죽은 영혼들이에요.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어 죽은 영혼이 깃든 물건들에 집착했나 봐요. 그것들에 생명을 불어 넣기에는 이제 힘이 부치네요. 내 집에는 누군가가 쓰던것, 누군가가 깃들었다 사라져버린, 그런것만 가득하지요. 이즈막에 와서 너무 격하게 공감하는 쓸데없는 고감력이 생겼는지 이제 그 물건들에 깃든 죽은 영혼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이제 그만 그 시간의 웅덩이에 빠져 있는 것들을 모두 빼내줄때가 됐지 싶어요.
공감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또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게 와서 닿았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렇게 말을 걸며 다가온 이야기가 불러내는 애정과 연민이 그곳으로 가까이 가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또 다른 시선의 힘이 뻗어 나간 상상력이라는 것이 보태지면 내가 바로 다른 누군가가 되어 그 다른 누군가의 슬픔과 기쁨, 절망과 고통까지 껴안는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 변화는 아주 미묘하게 다가와 나를 다시 만들고 결국 나의 아주 깊은 곳을 건드려 나를 이전에 내가 알지 못하던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알게도고 그것이 고리가 되어 또 다른 고리로 이어지는 인연이라는것은 알수없는 경로로 우리에게 닿는다. -본문 中
김정 이라는 소설가의 책은 처음인듯하다.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중 끌리는 책을 읽거나, 한번 끌린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의 작품만 골라읽어, 낯선작가. 김정, 이 작가 참 독특하다. 무심코, 이책은 어떤책인가, 한두장 넘기다 이틀만에 다 읽어버린 책, 흡입력도, 내용도 좋다. 약간 몽환적이라고해야하나, 난 그랬다. 불운한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미국,프랑스와 독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방황하는 주인공이야기와 우연히 찾은 서울의 골동품점에서 오래된 물건을 고치려 만난 젊은 남자에게서 학창시절 친구 혜주와 겹치는 이야기.
난생 처음본사람과 미국행을 결정하고, 방황하고,이별하고, 또다른 남자를 만나고 배신당하고, 다시 사랑하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소설이지만, 난 이런 류의 소설이 좋다. 외롭고, 슬프지만, 차분해지는 책. 읽는내, 오롯 혼자인 주인공이 마음에 쓰여 그녀와 함께 하고싶었다. 조용히 그녀옆에서 그녀를 바라봤다. 김정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겠다. 끌린다 이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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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어째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을 연이어 두권이나 읽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일! 데미안에 이어 이번 김정의 소설은 조만간 가게될 영국이나 남프랑스가 배경이 되기도 해서 어째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사실 요즘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런면에 있어 참 절묘한 타이밍의 독서가 아닐 수 없다. 김정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같은 이 소설! 주인공은 바람의 옷을 걸친듯 이리저리 부표처럼 흔들리며 내내 방황하게 된다. 현재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드문드문 과거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자신이 자라온 성장 과정을 마치 책을 읽는 독자가 돌이켜 보듯 추억하게 만드는 소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만 했던 주인공이 한국을 떠나 더블린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아일랜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며 평온한 삶을 살아내는듯 하지만 어느순간 파국에 이르게 되고 걸국 남편과 아이를 떠나게 되고 만다. '그래, 뭐든 시간의 호주머니에 잘 넣어 두면 묵은 포도주처럼 익어 있겠지' 자신의 삶이 어째서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하지 못한지를 주인공은 과거의 자신의 삶에서 이유를 찾으려 하는듯 옛시절을 추억한다. 엄마의 재혼으로 잠시 집을 떠나 낯선 곳에 머물러야했던 일, 언니와도 잠시 이별했던 때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언니에 대한 생각, 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어느날 찾아온 아버지에 대한 기억,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가 장례를 치뤘던 일등등 그녀의 오래묵은 옛이야기들이 현재의 삶이 평탄치 않은 이유라는 듯이 펼쳐지게 된다. 타국에서 방황하던 삶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주인공은 낯설지 않은 화방을 발견하고 자신의 소장품을 수선하는 일을 맡기게 된다. 그리고는 함화방을 꾸려나가는 남자와 주인공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된다. 주인공은 그가 분명 누군가를 닮아 있어 그에게 도움을 주려하고 남자는 어딘지 기이한 느낌을 주는 여자의 등장을 의아해하며 자신이 중단했던 글쓰기를 재개하게 된다. 어느새 서로를 읽어내고 있는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두사람. 서로가 점점 가까워지는가 싶었지만 점 점 멀어지고 만다. 또다시 파리에 머물게 된 주인공은 함화방의 그남자가 익숙했던 이유를 깨닫게 되는데 그를 존재하게 만든 친구를 떠올리게 되고 그녀의 삶을 대필하듯 써내려가게 된다. 김정의 장편소설 바람의 옷을 읽다보면 메모하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자주 등장한다. 김정의 소설속 나와 그, 그리고 그를 통해 기억해 낸 친구 혜주의 이야기는 모두 자신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나는 지금 어떤 바람의 옷을 입고 흔들리고 있는걸까?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삶, 나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간들이 시간의 호주머니에서 익어갈때쯤 어느순간 하나씩 꺼내어 보면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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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하염없이 바라보다, 집어 들었다. 큰아이는 38도 열감기에 둘째아이는 이유도 모르게 화장실에서 몇 시간째 앉아 있다. 다 읽으려면 며칠 걸릴까 고민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펼치고 마지막까지 읽은 후 덮었다. 중간에 화장실에 앉아 있는 둘째에게 딸기를 챙겨주고 태권도장 다녀온 첫째에겐 따뜻하게 전기장판을 켜주고 이부자리를 봐주었다.
작가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영국에 갔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인공 삶도 그렇다. 한국에서 미국을 거처 영국, 프랑스에서 마무리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설명할 수 있을까. 읽으면서 혹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가 싶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주변 누군가의 삶을 재구성한건 아닐까 했다. 어떻든간에 차분히 가라앉게 만들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하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덮고 나면, 마음을 날카로운 칼로 한 장 한 장 저민듯이 아려오는 소설이다. 인물들 삶이 그랬다. 지금 내 눈 앞에 고민들은 정말 우주의 먼지 정도 되는구나 싶게 만들었다.
주인공은 6.25때 부산 피난 시절, 국제시장을 기억한다. 대여섯 살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칠십중반 정도일 것이다. 딸 셋 집안 아버지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떨어져 살다 영영 같이 살기 힘들게 되었다. 엄마는 재혼했고, 자매들과 떨어져 살게 되었다. 큰 언니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바람에 맏딸이 되었다. 어떠한 인연으로 미국으로 떠나 공부를 하게 된다. 원래 유학 목적지는 더블린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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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 장편소설 바람의 옷>
![]() 처음 만나게 되는 작가의 작품은 늘 기대감에 넘쳐서 보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긴장감도 갖게 되는 것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갖는 긴장감과 기대감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 만나게 된 김정 작가의 작품 <바람의 옷>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자아에 대한 고민을 가장 치열하게 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내 경우는 청소년시기였던 거 같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그리고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참 많은 책을 읽고 고민을 하고 대화를 했던 거 같다. 답이 없음에도 부룩하고 도돌이표를 되돌아옴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반드시 통과의례인 듯 거쳐갔던 고민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중년이 된 지금, 과거의 그 고민이 풀렸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김정 장편소설 <바람의 옷>의 주인공은 바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여인이 홀연히 떠난 모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흔적을 찾아간다. 모든 사람들에게 과거를 되돌아 본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정서를 건드리게 되는데 주인공은 그 보다 더한 사연으로 자신의 과거를 더듬으며 자아를 찾고자 한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찾고 싶은 것은 자아라고 하기 보다는 위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고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그만큼의 상처를 주고 살았던 인생, 특히나 모국이 아닌 타국에서 살았기에 더더욱 외로움과 자아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으리라 생각된다.
'늘 그랬지만 발가벗은 나에게 아무도 옷을 입히려 하지 않았다. 내가 내 옷을 찾아 입어야 했다. 그것도 늘 누군가가 입던, 낡은, 오래된, 시간이 쌓인 옷을 입었다. 그런 옷들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나 스스로도 나를 나로 보지 않게 했다. 그 옷을 입었던 원래의 주인이 된 듯 나는 나를 드러내지 않고 그 옷에 나를 맞춤으로써 그 옷의 원래 주인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애매하고도 모호한 나로 만들었다'
외국에 살면서 동양인으로 느꼈던 외로움과 상실감이 많았겠지만 또한 누구나 갖는 문제이기도 하다. 김정 소설 <바람의 옷>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회고를 통해 우리도 지나친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바람의 옷, 누구나 벌거벗은 외로움을 느끼면서 자시느이 옷을 찾아입어가지만 간혹 누군가에 따뜻한 옷을 입었는지도 바라볼 마음의 여유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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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옷을 입은 채 방황하는 세 남녀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소설 《바람의 옷》. 자극적인 소재와 화법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담담하게 걸어가는 듯한 클래식한 한국 소설입니다. 소용돌이치다 이내 잠잠해지는 그것이 매번 반복되는 내 안의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소 혼란스럽습니다만. 고흐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텍스트는 이리저리 흩날리는 꽃잎처럼 정처 없이, 하지만 고혹적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1940년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굴곡을 한 여인의 인생에 빚 대며 사무치게 외롭고 절망적인 자신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는데요. 어머니에 대한 분노, 아버지에 대한 원망, 신부님에 대한 감동, 일찍 가버린 경경과의 관계, 고든과의 열정 없는 결혼, 바람처럼 스친 규와의 인연, 그리고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토해내며 1장은 화자의 불우한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물 흐르듯 흘러 써냅니다. A Posse ad Esse 가능에서 현실로 신부님에게 이끌려 더블린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는 시작, 화자는 바람의 옷에 휘감기어 서양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삶을 살 거란 어떤 예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미국, 더블린, 아비뇽, 에든버러, 런던, 파리, 피렌체를 지나 한국의 '함 화방'으로 이어집니다. 2장은 화자가 우연히 들린 골동품점이자 화방에 자신의 물건을 맡기면서 시작되는데요. 이 화방의 남성 또한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이곳에 간신히 몸을 맡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둘은 다른 듯 비슷한 이끌림으로 서로를 묘하게 탐미합니다. 주로 젊은 남성이 뜻밖의 장소에서 정신이 나간 듯한 여인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3인칭으로 쓰여 독자들도 함께 관찰하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3장은 여인과 젊은 남성의 삶이 오버랩되며 어릴 적 친구 '혜주'의 인생을 연결합니다. 집 없이 바람처럼 겉도는 여자와 태어날 때부터 집을 가지고 있어 한 번도 뺏겨 본 적 없는 남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아를 찾아 헤맬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여인이 상상한 혜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람만이 얼굴을 갖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장소나 공간 역시 나름의 얼굴을 가진다. 그 공간이 품고 있는 잊어버릴 수 없는 얼굴은 오랫동안 다른 종류의 얼굴로 기억 속에 저장된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그곳의 모습이, 그 얼굴이 바뀌어도 보통은 처음 본 그 얼굴로 그곳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 p. 111 이렇게 정착지를 찾아 떠돌던 여인은 살아 숨 쉬는 집에 생명력을 넣고자 미친 듯이 물건을 수집하지만, 전소되어 파괴 된 집을 마주하게 되죠. 책은 감추기와 드러내기를 반복한 '펜티멘토'적인 화법으로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옵니다. 죽음이 곁에 가까이 있음을 애써 모른척하는 인생의 굴레를 보고 있는 듯합니다. 비록 그 삶이 녹록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 인정하는 일. 우리 삶이 쉽지도 어렵지도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 마치 시시포스 같아 서글퍼집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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