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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찜'에 대한 저자의 사랑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나 역시 강아지를 좋아한다. 중학교 1학년 때였던가, '럭키'라는 얼룩무늬 똥개가 우리집에 왔다. 녀석은 처음 엄마의 품을 떠나서인지, 밤새도록 낑낑대며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 나는 녀석이 혹시 잘못될까 싶어 밤새도록 곁을 지켰고, 그 이후에도 한동안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오곤 했다. 그렇게 녀석없인 한시도 못살것처럼 굴던 내가, 녀석을 떠나보내고 내내 눈물짓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녀석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시작했다. 망각의 잔인함이란... 그런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하기. 비슷한 무렵, 옆집에 살던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된. 녀석의 애완견은 '빌'이라는 이름의 덩치 큰 강아지로, 우리집 강아지 '럭키'를 비롯한 온 동네 개들을 괴롭히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빌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 빌이 요즘 안보여, 빌 어디갔어?" 엄마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무뚝뚝한 아버지를 쳐다보시더니 말했다. "여보, 당신 팬티 물어뜯던 우리 옆집에 빌 기억나죠?"
가족. 애완견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시간의 자취를 따라 늘상 비슷한 색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처음 애완견을 식구로 맞이한 순간의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맑은 색도, 세월의 흔적이 덧입혀지다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탁한 색으로 변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길거리나 헌옷 수거함, 혹은 지하철이나 마트의 물품보관함에서 주인의 마음만큼이나 새까맣게 변해버린 유기견들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런지. 그래도 다행이다. 쓰린 속을 달래는 따뜻한 책이 있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