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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설 제작의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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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못지 않은, 1980년대를 대변하는 키워드로, 나는 주저없이 '시드니 셀던'을 꼽고 싶다. 그의 등장 이전에도 대중 문학이란, 자기의 분명한 영역을 안팎에 확인시키며 왕성한 활력을 분출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문학이란 탈을 쓰고서, 혹은 예술이란 이름을 걸고서, 그냥 대놓고 상업성에 목을 내놓기엔. 그 작가들, 제조업자들의 심중 일단에 일말의 망설임이란 게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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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코' 못지 않은, 1980년대를 대변하는 키워드로, 나는 주저없이 '시드니 셀던'을 꼽고 싶다. 그의 등장 이전에도 대중 문학이란, 자기의 분명한 영역을 안팎에 확인시키며 왕성한 활력을 분출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문학이란 탈을 쓰고서, 혹은 예술이란 이름을 걸고서, 그냥 대놓고 상업성에 목을 내놓기엔. 그 작가들, 제조업자들의 심중 일단에 일말의 망설임이란 게 있었다. 그 망설임이 빚은 액세서리적 문자 장식이란, 심층의 구조로 파고 들어 가 보면 그 한계가 뻔히 드러나는 회칠한 무덤에 불과한 것으로 설령 판명되더라도, 보는 이에게 부실한 외관의 뻔뻔스런 노출로 최소한 감각적 충격은 주지 말아야 한다는, '매너 갖춤'의 마음가짐으로 행하는 '화떡'에 가까웠지, 등 치고 간 내어먹는 식의 사기적 옥상옥의 구축은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그런 통속 장르는 각양의 츤데레적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었기에, 품격 있는 안목으로부터 백안시당할 사생아일지언정, 보는 즉시 파문하여 퇴거시키기엔 다소 주저하게 되는, 제 2의 파생적 망설임을 독자에게 전이하기도 했던 것.


셀던 이후, 책방에서 파는 아이템은, 이제 '책'과, '활자인쇄물의 형태를 한 확실한 오락거리', 둘로 확실히 나뉘게 되었다. 셀던은 이미 글을 수단으로 하는 생산의 분야에서 자기 입지를 젊은 날부터 확고히 다진 입장이었기에, 굳이 소중한 재능을 매명에 동원할 만큼 절박한 입장도 아니었고, 혹여 재능의 결핍에서 오는 열등의식과 상실감을 다른 것(금전 취득 따위)으로부터 보상을 받아야만 할 내적 동기라면 (그 자신이 상당한 재주꾼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였던지라) 더더욱 없었다. 오히려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그가 양산하다시피한 이 불가사의한 통속물들은, 말 그대로 대중의 인기와 돈만을 노리고 쓴 '제품'들이었기에, 익히 그를 알던 입장에서도 다소 당혹하게 되고, 종래 그를 전혀 모르던 축에서라면 일련의 뻔뻔스러운 그 베스트셀러들을 거치며, 일체의 군더더기와 괜한 내숭을 제거해 버린 채 오로지 재미와 충격 선사만을 위해 질주하는 그 놀라운 곡예 솜씨를 날것으로 확인한 후에는, 문예적 재능이 이런 식으로 타락 혹은 진화할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의 발견에 더더욱 경악하게 된다.

셀던의 페이지터너들은 통속, 대중영합, 장르물이라는 편협한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너무도 정교한 손에 의해 고안된 상업적 계산의 산물이라서, 문예 비평의 전통적 프레임이 아닌, 마케팅적 분석이나 기계공학적 시약을 처방해야 그 마성의 본질이 드러날 것만 같다. 그가 당시에 발표했던 그 많은 활자물들은, 일시적 현상이나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확실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또 그 배후에는 단순한 감정적 동요에 머물지 않은, 독자의 지적 영역에 미친 거대 충격파가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원색적으로 드러낸 말초 영역에의 호소, 본격적으로 표방하고 나선 상업성의 구호에 가려 그 다른 차원의 카타르시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지금껏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 깊이 없음, 이 천박함, 이 속보임, 이 대놓고 막장인 스토리들에 대체 무엇이 있었기에, 그 시대 근 10년 간의 독자들이 고작 오락물의 수작에 그리도 큰 폭으로 놀아났던 것일까? 더 영리해지긴 했으나 절대 그 아비의 전철을 벗어나질 못하는, 댄 브라운과 더글라스 케네디 같은 숱한 적자 혹은 서자를 끊임 없이 양산하는 그 비전의 내력은 무엇일까? 해답은 셀던이 생전에 피운 잔재주와 '한방격' 테크닉, 클리셰와 자기 패러디가 모두 들어있다시피한 이 작품의 정독 과정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 CBS에서 TV 시리즈로 제작하여 국내에서도 부랴부랴 수입, KBS에서 방영하기도 했던 각색물( '앤더슨의 테이프[숀 코너리 주연]'중 좀도둑의 누나로 나온 다이언 캐넌이 이 드라마에서 캐서린으로 열연)이 있으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풍부한 에피소드의 등장과 정신 없는 반전 따위의 소설적 장치들이란, 그 발현 방향이 무엇이든 순수 형태의 재능, 천재성에 대한 새삼스러운 외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s****o 2012.12.18. 신고 공감 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