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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동네 도서관이 신설한지 얼마 안 되었는지 시설은 좋은데 장서가 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서 슬프다. 이사 전 싹 반납하고 왔는데, 강의 듣느라 필요한 책이 있어 다시 안산에 가서 빌려오면서 마침 들어온 희망도서들과 위시리스트에 있던 책들을 잔뜩 빌려왔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 마음이 두둑해졌다!!
학술서적과 논문들을 읽고 있는 일상이라 머리를 식힐 책이 필요하다. 지난 겨울에 작은 책방에 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책마다 이 책 저자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그가 이 책을 쓸 당시까지 근무했던 교토 게이분샤 이치조지점은 규모는 작은 책방처럼 작지는 않은 모양이나, 일찌감치 일본 서점들과는 다른 독특한 길을 모색하고 꾸준히 새로운 기획을 시도해서 명성을 얻은 듯해보인다. 전반적으로 저자가 그러한 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시대에 젊어서부터 서점을 기획하는 일에 헌신할 수 있었던 패기 자체도 그렇다. 또한 이 책 기획 의도에 드러나듯 지속 가능한 서점을 위해 마을 거리, 골목의 독특한 작은 가게들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갖춘 점이 그렇다.
저자는 게이분샤 이치조지점에서 했던 실험을 연표로 제시하는 등 게이분샤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 서점이 자리한 거리에서 특별한 가치관을 지향하며 꾸준히 작은 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는 분들 이야기와 가게 모습을 소개하며 작은 책방이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핵심은 작은 가게들이 상생해야 한다는 점에 있는 듯하다. 실제로 저자는 게이분샤 이치조지점을 주축으로 다양한 협업과 행사를 기획, 운영해왔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난립하는 이 시대에도 작은 가게를 운영하려는 자영업자들이 공유할 만한 공감대가 있을 테다. 교토 특유 독특함도 이런 시도를 가능하게 만드는데 한몫한다. 유적이 있는 이 지역은 제조업보다는 관광 산업과 자영업 위주이다. 특히 서점이 자리한 거리는 대학가로서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저자는 책에서 내내 소비자가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질문한다.
일단 이 책에서 미셸 푸코나 하루키 이름을 만나다니 반가웠다!! 몇 년 만에 공부를 하러 대학에 돌아가 몸소 느끼고 있는 문제 의식을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어 공감했다. 책 전반에서 최근에 흥미롭게 본 영화 "소공녀"가 떠올랐다.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 외 잉여로운 '기호품'에 대해 당대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그 물품들을 다루는 가게들의 생사나 운영 방식이 결정될 테다. 현대는 기호품을 다루는 이들에게 별로 좋은 시대가 아닌 듯하다, 특히 작은 가게들에게는. 기호품을 불필요하게 여기는 자세는 바로 모든 분야를 수치화, 계산하여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에서 나오는 듯하다. 나는 국립 사범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최근 강의실 풍경이 불과 몇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경험하며 때마다 놀란다. 저자가 말하는 낭만적인 학문 분야인 '철학'을 공부하는 강의실에서조차 효율적인 임고 공부를 위해 '써머리'하는 발제와 논의 방식이 퍼져 있어서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요즘이다. 주도적인 분위기에 균열을 내며 영화 "소공녀" 주인공 미소처럼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당당하게 추구하며 살 수 있을까. 저자는 교토 대학가 거리에서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듯하다.
또 이 책을 읽으며 반가웠던 이름은 일본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였다. 작은 책방 생존 의미에 대해 '맵 러버와 맵 헤이터' 비유를 끌어와 설득력 있게 논하고 있어서 공감했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교토에 살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께 용돈을 받으면 책방 '산가쓰쇼보'로 달려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책등만 자주 접해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저자가 서점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한 줌밖에 안 되는 지식이 그렇게 '연결된' 데서 느낀 감격은 앞으로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18쪽. 라고 증언하는 지점이 의미 있게 여겨졌다. 서점 기획자인 저자는 그러한 좋은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산가쓰쇼보'는 3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산가쓰쇼보를 운영하는 시시도 교이치의 인터뷰 발언을 보아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공감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서점들이 따라왔던 관행처럼 총판이 팔릴만한 책 목록을 뽑아 서점에 일방적으로 입고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일찌감치 좋은 책을 골라 잘 배치해온 산가쓰쇼보나 게이분샤 이치조지점과 같은 색깔을 지향하는 작은 책방들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 말처럼 필요하거나 읽고자 하는 책이 확실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해서 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고 편리하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고 있을 때 오프라인 서점에서 우연히 다른 책을 만나 다음 독서로 연결시키는 경험을 통해 '매끄러운' 방식이 아니라 다소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우며 거친 방식으로, 생각지 못한 계기로 깊이 배울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배움의 공동체가 추구하는 신념처럼 배울 때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 독서에 적용하자면 우연히 만난 책들을 통해 생각지 못하게 배움을 연결해 나갈 수 있다. 나는 체계적인 방식을 편하게 여기는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선천적 지리중추 결핍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맵 헤이터'처럼 살고 있다. 여행에서는 그렇게 해서 우연히 밟는 장소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렀을 때는 그렇게 해서 좋은 책을 만나곤 한다. 이런 맥락에서 도서관이나 서점이라는 장소가 참 좋다.
여담인데 민음사 같은 대형 출판사에서 만든 책에서 이런 오류를 발견했다. 좋아하는 일본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 이름을 '가미오카 신이치'라고 번역했다. 누군가 한자를 잘못 써서 발생한 문제인 듯. 이 책에 써 있는 책은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http://blog.yes24.com/document/3880032 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한국에서 번역 출간했다. 고유명사인 유명 생물학자 이름을 틀렸으니 혹시 개정하게 되면 꼭 고쳐야할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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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0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호리에 아쓰시 정문주 옮김 민음사 2018.2.2. 우리 서점 바로 뒤편으로 가벼운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찻집 ‘쓰바메’가 들어섰다. 그 전까지 서점 주변에는 책을 들고 가 잠시 쉴 수 있는 가게가 없었기 때문에 손님들에게는 귀중한 휴식처가 되었다. (44쪽) 싸기만 하면 좋다는 생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주체는 경제가 아니라 문화의 힘이 아닐까? (112쪽) 작은 서점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책이나 안 팔리는 책이나 판매 부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 “팔릴지 말지를 모를 때는(사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팔고 싶은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133쪽) 가게라는 공간은 그저 번성하고 유명해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장소를 개방하고 그곳에 모이는 손님에게 무언가 길을 제시하는 것도 가게가 제공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157쪽) 마을가게 한 곳이 마을을 바꿉니다. 아름다운 가게 한 곳으로 아름답게 바꾸고, 안 아름다운 가게 한 곳으로 안 아름답게 바꿀 테지요. 옷가게라 하더라도 어떤 옷가게인가에 따라서 마을결이 바뀝니다. 술가게라 할 적에도 어떤 술가게인가에 따라서 마을결이 바뀌어요. 무엇을 다루느냐보다는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서 기운이 사뭇 다르기 마련입니다. 골목마을에 자동차가 붐빈다면 골목다운 멋이 흐르기 어렵겠지요. 시골마을에 농기계하고 농약이 춤춘다면 시골스러운 숨이 흐르기 어려울 테고요.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헤아릴 때입니다. 어떤 살림을 바라고, 어떤 삶길로 나아갈 적에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를 느껴야지 싶습니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호리에 아쓰시/정문주 옮김, 민음사, 2018)는 작은 책집을 비롯해서 작은 가게로 마을결이 차츰 새롭게 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커다란 책집이나 가게가 아닌 작은 책집이나 가게로 바꾸어 내는 숨결을 이야기해요. 뭔가 큰돈으로 뚝딱질을 하지 않고도 바꿀 수 있는, 아니 사람 손길로 차근차근 가다듬을 적에 비로소 상냥하게 바꾸어 내는 새로운 기운을 밝힙니다. 마을에 냇물이 싱그럽게 흘러서 이 싱그러운 냇물을 길어다가 마실 수 있을 적하고, 못을 파고 물을 가둔 뒤에 시멘트랑 플라스틱을 써서 수돗물을 쓸 적하고 물맛이 얼마나 다를까요? 어떤 물을 어떻게 마시는 살림인 마을로 나아갈 적에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전기를 쓸 적에도 어떤 전기를 어떻게 쓸 적에 마을이 살아날 만한지를 살필 노릇입니다. 작은 책 하나는 모든 실마리를 풀어 주지 않습니다. 작은 책 하나는 작은 가게 하나로 마을이 천천히 거듭나던 모습을 수수하게 풀어냅니다. 체험시설이나 학습도구나 관광단지를 굳이 목돈을 들여서 올려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벼슬아치뿐 아니라 마을사람 스스로 이 대목을 읽어내는 날에 비로소 마을길이 바뀌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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