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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볼, 샘 킨, 피터 앳킨스, 휴 앨더시 윌리엄스, 그리고 에릭 셰리.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주기율표에 대한 책을 쓴 이들이란 점이다(내가 읽은 한에 있어서). 『일곱 원소 이야기』를 비롯한 많은 주기율표에 관한 책의 서문을 쓴 故 올리버 색스도 비슷한 책을 썼고, 프리모 레비도 『주기율표』란 책을 썼다. 물론 내용은 좀 다르지만. 주기율표란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란 얘기다. 지금도 약 서른 개쯤은 외우고 있는 게 주기율표인데, 화학에 접근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란 얘기이기도 하고, 파내고 파내도 더 파낼 게 있다는 얘기도 된다. 주기율표에 관한 가장 간략하게 말하는 역사는, 1869년에 멘델레예프가 창의적인 발상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멘델레예프는 당시까지 알려진 원소들을 원자량 순서로 배열하면서 비슷한 성질을 갖는 것을 모아 표로 만들었고, 빈 칸을 남겨두면서 그게 발견될 것이며 어떤 성질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그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놀라움과 함께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는 게 주기율표에 관한 신화적인 역사다. 그러나 에릭 셰리를 비롯한 주기율표에 관한 책을 쓴 이들은 모두 실은 멘델레예프만의 독자적인 작업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멘델레예프 전에 비슷한 시도를 한 이들이 있으며, 나중에 멘델레예프와 그 저작권을 싸고 다툼을 벌인 이도 있었다(에릭 셰리는 멘델레예프까지 최소 여섯 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주기율표에 관해 발표를 했으며, 그 맨 마지막이 멘델레예프라고 한다. 물론 멘델레예프의 것이 가장 결정적이긴 했다). 지금의 주기율표는 멘델레예프의 것은 아니다. 이후 모즐리라는 천재적 청년이 원자량이 아닌 원자번호(더 정확하게는 양성자 수)에 따라 배열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형태의 주기율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모즐리는 스물 여섯의 나이로 제1차 세계대전 때 사망한다). 그런데 모즐리가 1913년 새로운 주기율표를 발표할 때, 그때까지 알려진 92번, 즉 우라늄까지의 원소 중 비어 있는 칸이 일곱 개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일곱 개의 빈칸을 채운 과학자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 일곱 개의 원소는 최종 발견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프로트악티늄(91번), 하프늄(72번), 레늄(75번), 테크네튬(43번), 프랑슘(87번), 아스타틴(85번), 프로메튬(61번). 물론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는 118개 이상이다(이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너머의 것을 발견했다는 보고는 있지만 아직 분명한 인정을 받지 못한 게 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라늄 이전 것과 이후 것이 다른 이유는, 이전 것들이 모즐리의 발표 이전에 알려진 것이었다는 것 외에도 그것들이 모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반해, 그 이후의 것들은 모두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기서 다루는 일곱 개의 원소는 우리에게 낯설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그것들을 늦게 찾아낸 이유도 되는 게, 그것들이 매우 드물고, 또 일부는 인공적으로 합성되어 발견된 것이기도 하며, 반감기가 매우 짧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 자체가 그렇게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그 이야기들을 종합해봐야 흥미롭고, 새겨봐야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은 과학에서 발견의 의미, 과학에서 우선권의 의미 등에 관한 것들이다. 흔히 과학에서 발견이라는 게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고 보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것을 발견한 걸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 발견 여부와 발견의 시기 등이 매우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따라서 누가 과연 맨 처음 찾아냈는지도 달라진다. 거기에는 분명한 과학적 기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때에 따라서 매우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기도 하고, 과학적이든, 아니면 사회적이든, 나아가 국가적인 권력의 크기가 결정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일곱 개의 원소를 통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물론 지금 받아들여지는 발견자는 있지만, 과연 그들이 맨 처음 발견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 중이기도 한 걸 보면 참 쉽지 않은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건 이 주기율표에 관한 것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란 걸 대부분의 과학자들, 과학사가들은 인정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주기율표, 나아가 화학에 관한 책으로 더 가치가 있다. 저자가 맨 마지막 문장으로 쓰고 있듯이 “주기율표는 여전히 유효성을 굳게 지키고 있는”데, 그건 이 주기율표만 잘 이해하더라도 화학과 화학의 물질에 대해 상당 부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아직도 외우고 있는 30번까지의 주기율표가 그래도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디다 써야 할 지 모르는 지식은 아니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