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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된 1만 시간동안의 남미를 읽고나서 작가의 블로그도 기웃거리는 팬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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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은 14개월이다. 남미에 이어 아시아 투어를 감행한 것은 주로 여행경비 탓이기도 하다. 중국부터 시작해서 중앙아시아로 진입하는 루트다. 동행자는 일본 베낭여행가 카즈마(28세)다. 중국 여행을 잘 하려면 일단 다리가 튼튼해야 하고 식당의 소음이나 화장실 악취에 강해야 한다. 저자는 저렴하면 만사 OK인 여행가인지라 중국에서도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어를 못 한다는 것도 중국 여행에선 장점이 된다. 분명 사기꾼과 기만적인 상술에 대한 반감을 크게 억제하는 기능을 했을 것이다. 만약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가뜩이나 열 받기 쉽고 상처 받기 쉬운 저자 성격에 화병이 나 한 달도 못 버텼을 것이다. 영어 하나만으로 중국의 무덤덤함과 '교양머리'를 그럭저럭 버틴 저자를 보면서 베낭족 특유의 용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저자가 어두컴컴한 중국 밤거리를 나홀로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 싶지만 말이다. 과연 그럴 용기가 있을까?
"억지로라도 즐겁겠다는 의지, 생의 최고의 순간이 지금이어야 한다는 귀여운 강박. 그게 여행의 힘이 아닐까? "(206쪽)
내가 보기에 저자의 이런 천진난만한 생각이 중국 여행지의 터무니없는 바가지와 돈독 오른 사기꾼들로 점철된 '교양 제로의 공간'을 만드는 제1요인이다. 여행지의 관행적인 추태에 면역이 되면 이제 좋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저자의 마음에 들었던 곳은 계림의 양숴와 운남의 리장이다. 양숴는 '양삭감칭갑계림'이라는 명성답게 베낭여행자의 집결지라 한다. 리장이 베낭족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옥룡설산, 매리설산, 호도협 등 유명 트레킹 코스를 손쉽게 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 역할 때문이다. 저자는 리장을 사랑하는 이유로 묵었던 숙소 '가든 인'과 별천지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전망, 좋은 사람 세 가지를 언급한다. 대리의 얼하이 호수 주변은 "많이 먹고 많이 걷고 많이 마실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평하고 숙소로는 제이드 에뮤와 릴리패드를 추천한다. 의외로 저자에게 "오래 있을수록 살고 싶어지는" 중국의 도시는 사천의 청두였다.
여행길에 동행자가 있으면 자잘한 감정적인 다툼은 피할 수 없다. 이제나 저제나 홀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다지지만 카즈마 눈치를 보던 차에, 카즈마는 그만 엉성한 엉덩이 종기 수술의 여파로 일본에 돌아가고 만다. 돌파리 의사란 뜻을 지닌 '몽고대부'는 몽고에만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리장에도 있다. 솔직히 중국에서 병원 신세를 지고 싶어하는 해외여행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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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에 관련된 책을 고르는 기준은 1. 쉽고 가독성이 좋은 것. 2.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들려주는 것. 3. 생생한 사진 자료가 많은 것. 정도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책은 전에 읽었던 [3650일, 하드코어 세계 일주]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다. 저자가 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재벌 2세라서 여행하는 게 아니라. 없는 형편에 돈을 쪼개가며 생고생하는 이야기는 '관광'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답답하고 심심하고 여행 가고 싶을 때 읽으면 같이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1만 시간 동안의 남미부터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순서를 몰라서 아시아부터 읽었다. 다음은 남미부터 정주행 하다가 다시 아시아로 돌아와서 2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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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다. 가난한 여행자는 하루 꼬박 기차를 달려 상하이에 도착한다. 그 모습이 성에꽃에 나온 한 장면 같았을 것 같다. 성에꽃 -최두석
새벽 시내 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정열의 숨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니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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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도시를 보면서 예전의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된다. 국수 한 그릇만큼만 자존심을 팔고 싶었던 한 젊은이의 사연이 가슴 아프다. 그건 남 얘기가 아닌 과거의 우리 얘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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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외국인에 관한 편견도 버리게 해준다. 직접 겪어보지도 않고 잘 모르면서 사람들은 단순한 편견으로 결론을 내리고 그걸 철썩같이 믿어버리곤 한다. 그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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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공평할 뿐이다. 역지사지의 마인드는 강자가 될수록 더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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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삶의 혼합. 여행이 사는 일이고 사는 일이 여행인 사람. 언젠가부터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가의 삶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던 한때, 나도 쉽게 꿈꿔 본 적은 있다. 내 게으름을 알고 금방 접었지만.
작가는 수다맨이다. 스스로 그렇다고 한다. 또 스스로 찌질하다고도 하고 소심하기도 하고 대범하기도 하다고 끝없이 궁시렁대는데, 그게 읽는 재미가 있다. 어느 한쪽에서 아주, 완벽히,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질투심을 줄여 주니까.
이 책은 주로 중국 여행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낭여행에 관심이 없다. 이제는 돈 모자라게 갖고 다니면서 어렵게 여행하고 싶지는 않다. 우아하고 편한 여행이 아니라면 이렇게 책으로 읽는 여행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는 상태이고, 게으른 내 육체와 소심한 내 정신을 더 이상 단련시키는 일은 안 하고 싶은 거다. 힘든 일은 상상만으로 겪을 것이고, 현실은 소박하고 평온하게, 그게 내 지침이니까.
작가처럼 떠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어딘가로 가고 싶기는 하다. 여권을 잃어버려서(집 안 어딘가에 있기는 할 텐데,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 슬픔)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새로 여권을 발급받을 만큼의 간절함은 없고.
이 책을 읽고 아시아 2-3권과 남미 1-3권도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것으로 만족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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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중국 기행서적이 붐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 마치 지금 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사람들은 비행기와 배에 몸을 실었다. 단체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배낭여행객들도 많았다. 마침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무렵인지라 여러 개의 커뮤니티에는 경쟁하듯 이들이 현지에서, 혹은 귀국한 뒤 정신을 가다듬고 정련해낸 뒤의 글들이 올라왔다. 무수한 클릭과 이들의 글을 보고 여행 정보를 얻어 그 뒤를 따르는 배낭여행객들 때문에 이들의 생생한 고생담을 읽어보는 건 상당히 재미난 일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다. 정말 거짓말처럼 중국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취를 감추었다. 온라인에 올라온 글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내주던 출판사들도 이젠 지쳤는지 더 이상 중국행 기행문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 기행작가로 이름난 박민우는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를 펴냈다. 작년 가을에 나온 책이긴 하지만 아직 까지는 체온이 느껴질 정도의 시간적 거리감뿐이라 내처 읽기 시작했다. 독특한 일본인 친구 카즈마와 함께한 중국 여행길에서 사실 중국이 목적지가 아닌 이유로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 경원시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경유지로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 그러다가 다른 백패커들의 열광을 하는 서남부 몇몇 곳만 돌아보려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이런 현상은 여행기가 집중적으로 올라오던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비 한족문화권에서의 여행에 집착하던 그들, 예를 들어 계림의 양삭, 운남의 대리, 여강, 샹그리라, 그리고 티벳과 신장. 대부분 서양 배낭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곳들이었다. 아마도 최고의 여행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열심히 그들의 발자취만 따라갔을 뿐 한국인의 시각으로 된 여행기는 찾기 어려워졌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책은 산동성 청도로 들어가 중원땅을 관통하고 역시 계림의 양삭과 사천과 운남일대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여행지에서 현지인과의 에피소드, 소동, 그리고 일본인 친구와의 헤어짐을 다루고 있다.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우스개 소리도 적지 않아서 현학적인 자세로 일관하기 마련인 기행문에서 코믹한 소설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아시아를 돌아보는 세 권 중 첫 번째 이야기다. 그가 목표로 하는 서아시아까지의 일정을 다 읽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그가 뿜어내는 웃음이 있는(비록 여정은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여행기록을 일독하고 싶다. 물론 중국과 관련이 없지 않은 나로서도 그가 부럽다. 하루가 멀다하고 예전 모습을 벗어버리는 중인 그곳의 이야기가 더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조만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