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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산문집] 내가 고전읽기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
"[연암 산문집] 내가 고전읽기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 내용보기
연암 박지원. 학창시절 국어문제집에 그의 이름과 작품, 암기 포인트등을 열심히 적었던 기억이 난다. <양반전>은 몰락해가는 조선사회를 풍자하고 <허생전>은 실학사상이나 이용후생에 대한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라느니 하는 식의 것들을 아무런 이해나 의심 없이 외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국어 수업을 진행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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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학창시절 국어문제집에 그의 이름과 작품, 암기 포인트등을 열심히 적었던 기억이 난다. <양반전>은 몰락해가는 조선사회를 풍자하고 <허생전>은 실학사상이나 이용후생에 대한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라느니 하는 식의 것들을 아무런 이해나 의심 없이 외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국어 수업을 진행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작품에 드러나는 주제나 사상, 작가의 의도를 달달 외우라고 했으니 그걸 시키는 놈이나 따라하는 놈이나 참 매한가지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든다.

 

만약, 국어 시간이 매주 한 권씩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면 세상을 대하는 아이들의 눈과 마음이 조금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에 이르렀지만, 얼마 전 읽었던 박지원의 <연암 산문집>은 과거 고생스럽게 공부했던 고전문학의 맛을 새롭게 알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사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곱게만 자라고 아직 사회의 쓴맛, 단맛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학창시절에 이런 작품들을 읽고 잘못된 사회를 풍자하느니, 세태를 꼬집고 있느니 하는 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세월이 흘러 지나간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0여 년 전 읽었던 책과 10년이 흘러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 작품에서 느껴지는 여운과 작가의 의도가 너무도 확연히 차이가 나고 세상을 향한 노여움이나 비판의 소리가 더욱 매섭게 들리기 때문이다. 작년에 다시 읽었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정말 최고였다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이번에 읽은 고전은 지식을 만드는 지식 ‘지만지’ 출판사에서 나온 <연암 산문집>으로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연암집>에서 총 52편의 글을 골라 해설해 놓은 책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박지원이라는 인물을 두루 알게 해주는 엑기스같은 작품으로 보여 진다. 특히 고전인데다 어려운 문장과 뜻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각 작품 끝에 실린 옮긴이의 해설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작품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도록 이끌어 준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총 4개의 소제목 - 사이에서 생각하기, 문장가의 마음, 생활의 발견, 현실과 사회 -을 두고 선별된 각각의 글들이 같은 주제로 연결되어 있어 연암의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점도 신선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독서의 가장 큰 수확은 짧은 몇 편의 글을 접하면서도 왜 연암이 최고의 글쟁이라고 칭송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글을 잘 쓰는 자는 병법을 아는 걸까? 비유하자면 글자는 군사고, 글의 뜻은 장수다.

제목은 적국이고, 고사(故事)를 끌어들이는 것은 싸움터의 보루다. 글자를 묶어 구절을 만들고 구절을 모아 문장을 이루는 일은 대오를 이루어 진을 치는 것과 같다. 운(韻)에 맞춰 소리를 내고 문채로 빛을 내는 것은 징과 북을 울리고 깃발을 날리는 것과 같다. 조응(照應)은 봉화고, 비유는 유격병이다. 억양반복(抑揚反覆)은 맞붙어 싸워 모조리 죽이는 것이고, 글의 첫머리에 제목의 의미를 밝히는 파제(破題)를 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은 성벽에 먼저 올라 적을 사로잡는 것이고, 여운을 남기는 것은 군대를 정도해 개선하는 것이다....<중략>

 

그러므로 글을 쓰는 자는 그 걱정이 항상 스스로 길을 잃고 요령(要領)을 얻지 못한 데 있다. 무릇 길을 잃어버리면 한 글자도 써 내려가기가 어려워 붓방아만 찧게 되고,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면 겹겹으로 두르고 쌓아도 오히려 허술함이 있을까 걱정된다...<중략>

 

진실로 말이 간단하더라도 요령을 잡게 되면 이소가 눈 오는 밤에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채성을 함락한 것과 같고, 한마디 말로 핵심을 뽑아낸다면 조귀 장수가 단 세 차례 북을 울려 관문을 빼앗은 것과 같다. 글을 쓰는 방법은 이와 같아야 지극하다 할 것이다.

 

- 본문 <글쓰기의 요령 중> -

 

글을 쓰는 것을 치열한 전투행위와 같다고 비유한 그의 생각이 참으로 탁월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노련함이 있다 싶다.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다고 느끼는 요즘의 나는 아무래도 이 요령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훌륭한 미사여구를 사용한 글이라 한들 명확한 주제가 없으면 유능한 지휘관이 없는 군대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가끔 어떤 이의 글을 읽다보면 참 좋은 명문장과 아름다운 문체가 시선을 끌고 있음에도 다 읽고 나면 도대체 주제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어떤 경우는 내 앎의 깊이가 얕다보니 그럴 수 있지만, 또 다른 경우는 연암이 지적한 것처럼 주제의식이 불분명하여 좋지 않은 글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문장과 뛰어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 해도 ‘이치를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글쓰기의 가장 큰 핵심이 아닐까싶다.

 

이렇듯 이 책에 실린 각각의 글들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연암만의 관점, 글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깨달음, 사물에 대한 독특한 해석등이 연암 박지원이라는 역사속의 인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한 지식인의 자세와 삶에 대한 통찰을 배우기에도 충분했다. 한 마디로 옆에 두고 다시 읽어도 좋을 멋진 책이다.

아, 이러니 내가 어찌 고전읽기를 그만 둘 수 있으랴!!!

s*****m 2012.01.1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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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에 대한 작은 재조명 - 연암 산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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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정한 의미의 진보적 아이콘과의 만남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결과적 업적을 고려해본다면 사실 그에게 남은것은 '열하일기'와 그를 비롯한 기타 글들이 전부일 것이다. 실제 과거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치적 위치를 얻은것도 아니었으며, 정사에 뛰어들어 이권을 다투던 입장도 아니었다. 스스로 참정권을 얻었던 서양 고대 사회와는 다른 조선 후기 사회에서 사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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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정한 의미의 진보적 아이콘과의 만남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결과적 업적을 고려해본다면 사실 그에게 남은것은 '열하일기'와 그를 비롯한 기타 글들이 전부일 것이다. 실제 과거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치적 위치를 얻은것도 아니었으며, 정사에 뛰어들어 이권을 다투던 입장도 아니었다. 스스로 참정권을 얻었던 서양 고대 사회와는 다른 조선 후기 사회에서 사상가라는 입장은 매우 유약한 위치였다. 물론 그 당시 성리학의 현실성을 생각해본다면 연암이 주창해온 사상이 더욱 현실적이지만, 성리학 자체가 추구하는 목표와 정치적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대다수의 권력가들과는 판이한 행로를 보였다.
 그러나 연암은 대한민국 역사 가운데 그 존재에 있어서 절실했던 인물로 평가 되고 있다. 정치, 사회 그리고 문학에 이르기 까지 근대로의 과도기 시점에서 연암의 존재는 필연적이었던 것이지만, 파급력은 굉장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문체반정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위축될 수 밖에 없었던 연암의 행보로 미뤄보면, 연암이 남긴 글들을 통해서 당시 지식인들의 사고적 변화와 확대가 단순히 대변된 것이라 볼 수 도 있겠지만, 그가 마주한 세계와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어떤 목적이든 다방면으로 남긴 그의 글들은 당신 개혁진보세력의 대표성을 생각할 수 있다.
  지만지의 '연암 산문집'은 다른 관련 산문집과는 달리 방대한 양의 글들을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현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들에 대한 핵심적 주제들로 연암을 소개 하고 있다. 더욱이 진보냐 보수냐로 나뉜 대한민국의 정치적 현실 앞에서 연암은 조선후기 사회의 진보적 아이콘으로 진정한 의미의 개혁정치 혹은 사회적 사상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친구란 한 공간안에서 함께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관계로 강조하였으나, 세월의 벽앞에서 그와 한 공간에 존재 하지 못하는 우리는 그 대신 같은 사상적 고뇌라는 소통 공간을 통해 그의 글을 매개로 그와 교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 연암에 대한 작은 재조명

  연암에 대해서는 단순히 조선후기 실학자로 배우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성향이 매우 크게 각인 된다. 이것은 정치적 성향만 각인 되었기에 상당히 정치가적 느낌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제도권 교육에서 적지 않은 연암의 글들을 배우지만 교육 환경 속에서 배우는 글은 언제나 교훈적 가치를 부여시키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연암은 이상적 정치가의 면모를 드러낸다. 국사나 문학안에서 적지 않게 마주하면서도 인간 박지원에 대해서는 그 인식이 매우 부족한것이 아닐까.
  산문집에서는 연암 박지원의 다양한 측면을 드러낸다. 철학자 박지원, 문학가 박지원, 사상가 박지원 그리고 인간 박지원 네 가지 측면의 연암이 존재한다. 언제나 그의 사상적인 부분을 강조해 왔던 해석과 교육을 통해 간과하고만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가 살아온 시기에 만나온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과 이별, 새로운 광경을 통해 얻은 감상까지 의외로 글 속에서 연암은 매우 자유로운 인간으로 보여진다. 
  물론 전작품을 아울러 보게 되면 더욱 자세하게 연암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겠지만, 엮은이 나름의 소신이 돋보이는 분류로 독자들은 연암 박지원에 대해 작게나마 재조명 해 볼 수 있을것이다. 재조명이라는 것이 새로운 개념 정의의 뉘앙스를 지니지만, 이 안에서는 의외의 연암을 통해 교훈적 처세와 사상적 가르침 이외의 문학적, 일상적 인물로의 새로운 측면을 환기 시킬 수 있다.

3. 효과적 분류와 번역

  사실 연암 박지원의 글들을 번역, 해석한 다양한 연암 전집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대다수 연암 작품에 대한 폭넓은 소개, 그리고 학술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연구 분석한 전집들이 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다. 언급했지만, 요근래에는 제도권 국어 교육에서도 연암의 글들은 적지않게 다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만지의 '연암 산문집'은 차별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사이에서 생각하기', '문장가의 마음', '생활의 발견', '현실과 사회' 라는 네가지 테마로 분류되어 있다. 시기적 순차에 따른 분류보다는 과감히 주제에 따른 분류를 택한 것이다. 이런 전체적 맥락에서 역자와 편집의 목표는 보다 연암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렵지 않게 접근 할 수 있는 인간 박지원을 어필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더욱이 그 번역에 있어서도 과감하게 현대적 문체를 차용하였기 때문에 늘 경직된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연암의 사상적 교훈에 대해서도 부담 없이 공감 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본다. 책의 소개란에서도 밝히는 내용이지만 각주를 대폭 줄인 점도 매우 인상 깊다. 상당히 과감한 결정인데, 단어나 구절들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문맥 상에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번역 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양의 주석은 지나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것은 곧 현대어 해석에 대한 신뢰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욱이 그 신뢰의 부응하듯 작품의 번역은 현대적 감각에 맞게 세련되었다.

YES마니아 : 로얄 k***4 2011.12.21.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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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암의 산문 속 뜻을 파해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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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과 나의 관계는 조금 특이하다. 수업 시간 중 팀과제로 선정 받은 '『열하일기』와 현대여행기의 비교'의 조사 및 레포트 작성을 통해 박지원이 어떤 사람이고, 그의 작품이 어떻고, 그의 문제가 어떤지에 대해 알게 되어 납득과 싫증을 동시에 맛보았다. 허나 대학교 내에서 진행하는 레포트 평가 대회에서 상을 수상한 뒤로는 조금 애틋(?)한 마음이 생겼다. 확실히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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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과 나의 관계는 조금 특이하다. 수업 시간 중 팀과제로 선정 받은 '『열하일기』와 현대여행기의 비교'의 조사 및 레포트 작성을 통해 박지원이 어떤 사람이고, 그의 작품이 어떻고, 그의 문제가 어떤지에 대해 알게 되어 납득과 싫증을 동시에 맛보았다. 허나 대학교 내에서 진행하는 레포트 평가 대회에서 상을 수상한 뒤로는 조금 애틋(?)한 마음이 생겼다. 확실히 조금 알기 시작하니 박연암에 대해 궁금증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요 그가 쓴 글이란 글은 죄 모아다가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거짓이 아니다. 박지원의 문체는 상당히 독특하다. 그것을 단편적으로 살필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열하일기』다. 당시 기행문에서는 날짜별로 나뉘어 기록하는 편년체와 인물, 사건 장소 등의 항목별로 분류하여 기록하는 기사체가 주로 사용되었는데 박지원은 날짜 순서대로 기록하되 항목별로도 분류한 독특한 문체, 전기체傳記體로 집필하였다. 그의 문체가 독특하다고 일컬어 지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한문소설 특유의 성향인 숨은 뜻을 독자 스스로가 캐도록 유도하게끔 하는데다 세상의 잘못을 따지고 진실을 추구하는 비판·창작문학의 구현으로 문체반정 당시, '연암체'라고 불리어질 정도로 독특했던 그의 문체는 문제시 되기도 하였으나 후일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정도 되면 박연암의 글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열하일기』 조사 당시 구입해 읽었던 책은 박연암의 문체라기 보다는 현대적인 문체에 더욱 가까웠던지라 훨씬 읽기가 수월했던 반면, 연암체에 대한 갈증은 해소할 수 없었다. 한문문학 번역의 중요함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 그렇다보니 박연암의 문체를 고스란히 맛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던차에 지만지인에 신청해 받게 된 『연암 산문집』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스스로가 한문을 음독하여 뜻풀이를 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지라 번역된 글에 의지해 읽을 수밖에 없는데 한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적을 보여주시는 박수밀 선생님의 번역이라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연암체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닌 저절로 생각하게 되는 글

세상에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은 많다. 너무 많아 발에 채이다 못해 온 몸이 묻힐 정도다. 그에 반해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은 많지 않다. 생각이 너무나도 부족한 요즘, '생각하게 하는 글'의 중요성을 인지한 몇몇 작가들이 관점이 비틀린 책을 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글은 언제나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단지 글을 읽고 생각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글 중에서도 저절로 생각하게 되는 글이 있다. 바로 박연암의 글이 그렇다.

 

고전의 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고전을 즐겨 읽는 사람은 지혜롭다. 그리고 인자하다. 대부분이 그렇다. 고전을 읽고 그것을 통해 사고하고 배운 지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고전을 읽기 어렵다, 어렵다 하는 것은 그것이 한문문학이기 때문이고, 한문문학은 주제를 까발리며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속내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글에 숨은 속뜻을 캐내도록 유도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보여지는 정보에 급급해하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전읽기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 박연암의 글은 으뜸이다.

 

처음 글을 읽자마자 속뜻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고전을 꽤나 읽은 사람임에 틀림 없다. 대게는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할게 분명하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사실 한 번 읽고 속뜻을 알아차리기란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게 있다. 바로 풀이다. 박연암의 산문이 끝나는 다음 페이지에는 반드시 풀이가 있다. 그곳에 적인 속뜻과 의중을 눈으로 읽고 나면, '그래서 이렇게 말 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정말 기가막힌 곳에서 기가막히게 비틀어 놓았다. 풀이를 읽고 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해하지 못한 내가 어리석게 느껴져 다시 곱씹으며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내가 느낀대로 적어보기'였다.

 

글을 한 번만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으니 언어영역을 다시 공부 하는 것처럼 읽고, 또 읽고. 글의 속뜻을 어느 정도 이해 할 때까지 읽기를 반복했다. 어느 정도 감이 잡히면 공감가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가장 핵심으로 여겨지는 부분을 한데 묶어 그 옆에 내가 유추한 속뜻을 적고 풀이에 적힌 속뜻과 맞는지 비교해보았다. '그건 공부가 아닙니까?'하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공부라고 할 수 없다. 문학은 공부한다고 익혀지는게 아니다. 내 생각이 그렇다. 그냥 읽히는 것이고 느껴지는 것이며 새겨지는 것이다. 특히나 박연암의 글은 마음과 머리 속에 차례로 새겨진다. 마음에 한 번, 머리에 한 번. 처음엔 생각 없이 글을 읽다가도,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으면 다시 읽고, 뭔가 알듯 말듯한 간지러운 느낌에 집중해서 한 번 더 읽게 되고, 궁금해서 또 한 번 읽게 되고. 그런 식으로 계속 읽어가다 보면 어느 정도 박연암이 말하고자 했던 속뜻을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알아내지 못한 부분은 풀이를 읽고 보충하면 된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읽으려거든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한 『연암 산문집』은 몇 권이나 될까?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네이버 책에 연암집으로 검색해본 결과 44건이 떴지만 실상 '연암집'이란 이름을 가진 번역서는 5권이 채 넘지 않고, 연암 산문집으로 검색되는 책도 그리 많지 않다. 박지원의 산문집이 제대로 번역된 책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되도록이면 내가 활동하는 지만지인에서 제공 받은 『연암 산문집』이 그 주인공이었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그렇다고 말하긴 내 양심상 힘들다. 내가 지식을만든지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바로 거두절미 본문만 덩그러니 내 놓는 것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쓰여진 온전한 글을 읽어도 머리를 갸웃거릴 판인데 전주 없이 시작된 간주는 쌩뚱맞다. 처음이 있어야 끝도 있는 것이지 처음도 끝도 없이 중간만 덩그러니 나와 있는 모양이 우습기도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편집을 해놨나, 싶기도 하다.

 

시간이 부족해서 정말 중요한 부분만(박연암이 세상 잘못을 꼬집어 비판하는 부분) 읽고 교훈을 얻고 싶거나, 가볍게 박연암의 산문을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출판한 『연암 산문집』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나처럼 보다 심층적으로 박연암의 시문과 산문 전부를 접하고 싶거나, 연암체를 확실히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이라면 다른 버전의 책들을 권하고 싶다.

 

 

 +  이 책은 '지만지인'으로 활동하며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제공 받은 것입니다. 

b*****l 2012.01.26.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