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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권 장사 부부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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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 무수한 사람들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 이 책은 특히 더 그렇다. 옛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들은 학자가 기록을 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가 그림책 글로 다시 쓰고, 화가가 그림을 더했으니 말이다. 옛이야기꾼은 김한유 어르신으로 종로 탑골공원 최고 인기 이야기꾼이었다고 한다. 김한유 어르신이 지은 옛이야기를 듣고 신동흔 교수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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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 무수한 사람들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 이 책은 특히 더 그렇다. 옛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들은 학자가 기록을 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가 그림책 글로 다시 쓰고, 화가가 그림을 더했으니 말이다. 옛이야기꾼은 김한유 어르신으로 종로 탑골공원 최고 인기 이야기꾼이었다고 한다. 김한유 어르신이 지은 옛이야기를 듣고 신동흔 교수가 받아 기록했다. 옛이야기꾼이 돌아가시고 십 년이 훌쩍 지나 작가 김기정이 맞춤하게 쓴 글에 김홍모 화가의 그림이 더해졌다.

 

암행어사가 옆에 쪼글쪼글한 늙은이만 한 명 달랑 달고 남대문을 나선다. 어사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길 따라간다. 어디까지 갔느냐 하면, 산 고개고개 넘으니 또 고개 밑이다. 어찌나 험한지 길은 한 뼘 안 보이고 오도 가도 못하게 생긴다. 해는 지는데, 어둑한 데서 누런 불빛이 왔다 갔다 한다. 호랭이다. 어사는 굴속에 숨어 호랑이랑 며칠을 실랑이한다. 그랬더니 굶어 죽게 생겼다. 앉아서 죽느니 길이나 찾아보자 나서지만 며칠 굶은 탓에 눈앞이 빙글빙글하고 다리는 후덜덜 떨려 픽 쓰러진다. 그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지나가가 어사 일행을 본다. 며느리는 안절부절못한다.

 

마침 며느리는 사흘 전에 아이를 낳았답니다.

그런데 그만 아이가 죽었어요. 젖가슴이 탱탱 불었죠.

어차피 아이는 죽었고 산 사람은 살리고 보자 했던 거예요.

그래서예요. 며느리가 젖을 짜서 두 사람한테 줍니다그려.

 

시어머니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며느리는 젖을 주고 쏜살같이 내려간다. 다 죽다 살아난 어사는 이제 간신히 기운을 차린다. 고마운 마음에 두 여인네를 따라가 본다. 두 여인이 들어간 오두막을 숨어서 지켜보는데 어깨너비가 서너 발이 되는 사내가 들어온다. 어머니는 버선발로 나가며 며느리가 거지 둘에게 젖을 먹였다고 고자질을 한다. 사내가 눈을 부라리더니 마누라를 때려죽이겠다고 하며 지게 작대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어사가 마음을 졸이고 지켜보는데 사내가 부인을 아랫목에 앉혀 놓더니 큰절을 한다. 젖이야 짜서 버리면 그만이지만 다 죽게 생긴 사람을 살렸으니 장하다는 것이다. 다만 어머니가 화를 내니 작대기로 이불을 때리면 죽는 시늉을 하라고 한다. 어사가 이 모습을 보고 느낀 바가 커 임금한테 상소를 올린다.

 

홍대권 장사 통이 참 크다. 아내 또한 장사의 큰 통과 잘 어울린다. 시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외간 남자한테 젖을 주는 게 얼마나 어렵고 부끄러운 일이었을까. 그러나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그 무엇보다 컸다. 사람을 살린 뒤에야 부끄러움이 밀려들어 쏜살같이 자리를 피했다. 며느리가 젖으로 사람을 살린 덕분에 어사가 장사를 보게 되고 임금의 부름을 받게 된다. 임금이 내는 몇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하지만 홍 장사에게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들 식구들한테 남은 것은 행복 뿐이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20.06.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