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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불안을 다루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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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그의 대표작 <날개>에서 매춘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불안'하면 떠오르는 학문은? 단연 '정신분석학'이다. 그렇다면 예전에 어설프게 읽은 정신분석학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어 이 소설을 읽어보는 일도 가능할 것 같다.     ‘나’는 아내 외에 다른 어떤 타자들과도 교류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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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그의 대표작 <날개>에서 매춘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불안'하면 떠오르는 학문은? 단연 '정신분석학'이다. 그렇다면 예전에 어설프게 읽은 정신분석학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어 이 소설을 읽어보는 일도 가능할 것 같다.

 

  ‘나’는 아내 외에 다른 어떤 타자들과도 교류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내는 ‘나’에 대한 전능한 타자라고 할 수 있을까? ‘나’가 살고 있는 집은 누구라도 주인의 허락 없이도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이다. ‘나’는 남편 모르게 매춘을 하는 아내를 보며 자신에 대한 모멸감을 갖게 된다. 그러한 모멸감은 아내가 자기에게 주는 식사를 ‘밥’이 아닌 ‘모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는 주인공이 마치 자신이 사육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아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밀실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나’는 현실에 맞서 행동할 용기도 능력도 없는 존재다. ‘나’는 돈 때문에 바람을 피고, 매춘 행위를 하는 아내를 무기력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타자인 아내와 어떤 교감도 이루지 못하는 일상이 나로 하여금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희석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현실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져 자신이 아내의 손님 혹은 사육당하는 존재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러던 중에 ‘나’는 내객들이 아내에게, 아내가 자신에게 돈을 놓고가는 행위를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행위와 쾌감의 관련성에 대해 천착한다. ‘나’는 아내가 주는 돈으로 외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밀실 속에서 지속되는 일상에 대해 공허해 하고 외출하고 싶은 ‘나’의 욕망을 드러난 것처럼 보인다. ‘나’는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그러한 방식으로나마 표현하게 된 것이 아닐까. ‘나’는 돈을 쓰려고 하지만 그 시도는 좌절된다. 그러니까 ‘나’라는 존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도구인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 만큼 주변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아내가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 바로 이 불안 때문에 ‘나’는 내객이 아내에게 돈을 쥐어주는 행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자아 존재를 찾고자 시도한다. 이는 주인공이 자기 아내가 자기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욕망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억지 자기위안에도 ‘나’의 불안과 초조함은 더욱 증폭되어 갈 뿐이다. ‘나’는 아내의 방에서 자기 위해 그 돈을 아내의 손에 쥐어주고 그곳에서 잔다. ‘나’는 아내란 존재가 자신만의 온전한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남편인 ‘나’가 내객들의 돈을 주는 행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상에서 아내에게 희미해진 자아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다.

 

  주인공은 아내가 자신을 기르고 있는 것 같은 행위를 수긍하고 심지어 때로는 그것에 대해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편으로서의 불안정한 지위에 대해 불안을 드러낸다. 이는 주인공이 아랫방에서 아내와 남자가 벌이는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행위로 나타난다. ‘나’는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자신의 방에 거주하면서 아내의 배반행위에 대해 무심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아내를 엿듣고 관찰한다. 이는 주체인 ‘나’가 느끼는 대타자인 아내로부터의 거세에 대한 두려움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아내의 향락에 대한 불안이 표출된 것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외출하고 나서도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는가 하면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곳으로 도피하려고 한다. 삶과 그 주변의 공간에 대한 부적응과 이로 인한 존재감의 상실 역시 ‘나’의 내적 불안을 구성하는 요소다. 사실 ‘나’는 자신도 아내에게 존재감 있는 주체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싶어 한다. 이것은 아내에게 돈을 쥐어주고 싶은 욕망으로 나타나지만, ‘나’의 수중에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와 같은 방법은 지속될 수 없다.

 

  아내와의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에서 느끼는 극도의 불안감은 결국 아내가 자신을 살해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형상화된다. 감기가 심하게 걸린 주인공에게 아내가 알약 네 알을 주는데, ‘나’는 아스피린으로 여기고 먹고는 몇날며칠 잠을 자게 된다. 그리고 깨어나 화장대 밑에서 아달린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나’는 또한 잠든 사이에 이웃에 불이 난 일을 회상하며 그것도 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음을 인식한다. 즉 아내가 자신을 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자신이 외출을 했다가 자정 이전에 집에 들어오면 안 되는데, 자정 이전에 들어와서 아내가 방에서 하고 있는 일을 목격하게 된 것에 대한 저항감 때문에 아내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나’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안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타자인 아내의 억압은 주인공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삶에 대한 어떤 기대나 희망도 상실하게 한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을 미쓰꼬시 옥상으로 이끌고, 그곳에서 날개가 돋았으면 하는 소망을 피력한다. 주인공이 날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자아의 존재를 느끼고자 하는 ‘나’의 처절함이 배어난다. 그리고 이것은 몸을 내어던지는 행위의 제스처 또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나’는 끝내 타자인 아내와의 소통에 대해 좌절을 느끼고, 죽음을 최후의 안식처로 상상하는 것이다. 이처럼 <날개>의 ‘나’는 자신의 의식을 얼마간 마비시키고 아내가 하고 있는 일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자신을 속인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한 남자의 고백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w***********r 2014.10.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