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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다. 마치 소년이 그러하듯이. 그렇게 가만이 들여다본다. 말과 행동처럼 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다른 표현 방식을 가진 소년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난, 체스를 모른다. 그러므로 내가 이해한 소년이 정말 그였을지 확신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의 과묵함이, 조용히 틀어앉아 자신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던 그가, 마음에 든다.
병원 옥상에서 자라 너무나 커져버려 더이상 땅으로 내려올 수 없게 되어버린 코끼리 인디라를, 소년은 사랑한다. 혹은 집과 집 사이의 너무나 작은 틈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믿을 수 없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를, 소년은 정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소녀 미라와 인디라가 그의 친구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 붙어있어 의술의 힘을 빌어 자신의 정강이 피부를 떼어내 입술에 새로운 피부를 이식할 수밖에 없었던 그로서는 처음부터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이들을 자연스레 자신의 것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만나게 된 회송 버스의 마스터.
"서두르지 마라, 꼬마야. 그 말과 목소리 톤은 일평생 소년의 경구가 되고 등대가 되고 지주가 될 운명이었다."...34p "소년은 너무나도 작고 빛이 희미해, 본인도 그 빛이 자신의 어디에 존재하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남자는 체스라는 바다에 소년을 풀어놓고, 그가 스스로 발하는 빛만을 의지해 그 어떤 깊은 해구나 차가운 해류에도 겁먹지 않고 그 무엇과도 비할 길 없는 궤적을 그릴 수 있게 인도했다."...44p
처음부터 닫혀있었던 입은, 소년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소년이 체스를 만나게 되었을 때, 말의 움직임과 상대편의 반응에 따라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여러가지 길이 보였을 때 느꼈을 환희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소설을 읽다보면 울컥, 슬픔이 밀려온다. 어딘가에 갇혀 움직일 수 없는 이들을 소중히 여긴 소년이 리틀 알레힌을 선택했을 때, 더 나은 길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스스로 침잠하고 스스로 성장을 멈춘 그이기에 리틀 알레힌의 자리야말로 소년의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였다는 듯이.
체스를 모르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소년이 창조해 낸 수많은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때로 누군가에게 말하고 행동하며 내가 아님을 인식했을 때 느껴지는 당황스러움을 알고있기에 나는 정말로 나 자신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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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것에서 아름다운 감동을 찾아낼 줄 아는 소설가이다. 그녀는 내게는 따분하기 그지없는 숫자를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면 놀랍게도 음악이고, 시이고,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해주었다. 그 책이 바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수의 세계에서 매혹적인 의미를 찾았던 것처럼 그녀는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로 체스의 세계에 그 신비로운 마법을 불어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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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었다. 이 작가님의 수많은 저작 중에서 읽은 책이 그 책 하나뿐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이유 외에도 지금까지도 깊이 깊이 뇌리에 새겨져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워낙에 수학이라면 어렷을 적부터 치를 떠는 통에 널리 퍼져 있던 입소문에도 불구하도 좀처럼 손에 집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러다 겨우 용기를 내어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까지 겁을 냈던 게 바보 같이 느껴질 정도로 책을 읽고 난 후의 감동이 무척이나 마음을 울렸었다. 그 뒤로 오가와 요코라면 무조건 그 작품을 떠올리게 됐달까.
하지만 얼마 전에 출간된 이 책,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를 발견하고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체스엔 문외한인 내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자꾸 눈길이 가면서도 주저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수학 공포증을 물리쳐 주었던 예전 기억을 되살리며 이 책을 통해서도 기억에 남을만 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품었다.
다 읽고 난 지금, 꽤 특이하고 독특한 작품이었단 생각이 든다. 주인공부터가 기억에서 절대 잊히지 않을 듯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태어났을 당시 받은 수술 후유증으로 입술의 이식 받은 피부에서는 굵고 억센 정강이 털이 자라나 있고 키는 11살 당시 그대로인 것이다. 그리고 백화점 옥상에서 평생을 살다간 코끼리 인디라,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벽에 들어갔다가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괴담으로 아이들 사이에 회자되었던 소녀 미라, 200kg이 넘는 거구로 폐기된 버스 안에서 생활하는 스승과 그의 고양이 폰. 주인공의 친구들도 모두 꽤나 인상 깊이 남을 독특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가족 외의 타인과 융화되지 못하고 자신만의 공상 속에서만 살아가던 주인공 소년은 '체스'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거대했던 스승의 죽음으로 '커지는 것은 비극'이란 신념을 갖게 된다. 체스가 그의 일상이 되고 인생이 되면서 그 안에 있는 공상 또한 점점 커져간다. 주인공이 가진 공상에 대한 묘사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체스'란 현실적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마치 꿈 속을 헤메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가 흐른다. 한편 체스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고 더렵히는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돌연 현실로 되돌려 놓기도 한다.
특이한 외모에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체스의 바다에 깊이 빠져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이 헤엄쳤던 그의 인생은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서 왜 이리 씁쓸하고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자신이 가진 독특하고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깊은 어둠 속에서만 웅크리고 있었던 그의 모습이 내 눈에는 아직도 쓸쓸하게 비친다.
처음에 체스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걱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체스를 미리 한 번이라도 해봤더라면 좀 더 이 작품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에게 깊이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기묘하고도 독특했던 수많은 이미지들은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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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일에 조바심을 내고, 아파하며 살아왔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나게 태어났을까? 정말이지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괴로워하며 절망에 빠졌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오가와 요코의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를 읽고 기다림의 미학, 절제된 침묵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참고 기다려 줄 수 있는 것. 그것의 아름다움. 나는 이 책을 통해 각박한 나의 일상, 아픔 가득한, 불평,불만 가득한 나의 일상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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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는 그저 단순하게 주인공의 성장소설이라고만 생각했다. 그것도 주인공을 도와주는 것이 고양이와 코끼리라고 그냥 생각해버린 채 읽기 시작했는데,단숨에 책을 읽어버렸다. 주로 일본소설하면 연애소설이나 장르소설로만 생각했었는데,의외로 이 작품은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여기에 더 추가하자면 체스를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라고나 할까? 체스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마치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로 묘사한 작가의 문체와 스토리에 색다른 일본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일본소설임에도 주인공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일본의 느낌이 강하게 나지 않아서 조금 더 이 작품이 환상적이고 오묘한 느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나오는 체스 기보에 대한 설명은 체스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기보를 본 적 없이 그저 체스를 오락으로만 즐긴 나로서는 약간 복잡하고 헷갈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체스의 기초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작가의 자세한 설명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설명으로 시작하는데,시작부터 주인공의 고난을 암시하는 듯 주인공이 본 주변 상황이 좋은 쪽으로 묘사되지 않고,또한 주인공의 얼굴에 수술을 한 것으로 묘사되는 입술 부분과 그 입술에 난 털로 인해 매번 친구들에게 불려와 가위로 잘려야 하는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전혀 반항 한 번 하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지는데,그들 곁에 있는 폐버스에서 체스를 두는 마스터,벽과 벽 사이에 끼여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소녀 미라,너무 커져서 옥상에 내려오지 못하게 된 코끼리 등 작가는 하나같이 약간은 부족한 존재들을 등장시키며 주인공과 비슷한 존재(몸이 커져서 좁은 공간에 갇혀버린)로 묘사하고 있는데,그 속에서 주인공이 그들과 동화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을 통해 성장소설의 묘미를 살려내고 있다. 또한 그들을 체스판 위의 체스들로 묘사함으로써 자신이 곧 체스판 위의 체스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체스를 통해 자신이 체스 안에서 몸과 마음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작품의 마지막은 내가 원한 결과와 다른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주인공에게는 체스를 하다가 죽을 수 있는 행복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주인공이 체스를 배우기 시작한 중간에 큰 비극이 찾아오기도 했지만,주인공은 그것을 아주 슬기롭게 극복해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과정을 아름다운 문체와 작가만의 독특한 체스 기보 수식을 통해 표현해냈다. 최근에 스토리에만 집중한 특정 장르의 책들을 읽다보니 이런 류의 성장소설에는 잘 손이 가지 않게 되었는데,오랜만에 재미 뿐 아니라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읽게 되어서 마음이 따뜻했다. 왠지 막장이 없는 착하고 순수한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다른 작품인 <박사가 사랑한 수식>도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단,체스 장면에 대한 설명에서 글만 아니라 그림 설명이 나왔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2011/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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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작품을 제일 처음 만난 게 된 건 <미나의 행진>으로 였다. 사실 그땐 작가가 누구였는지도 모르고 그저 누군가의 재미있다는 글 한줄에 책을 읽게 되었는데, 포치코라는 하마의 등에 타고 학교를 오가는 미나와 토모코 두 소녀의 소소한 비밀일기와도 같은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제목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빌려왔는데, 초반의 몇 페이지 읽고 별로 흥미가 잃지 않아 그대로 반납. '이게 뭐가 재미있다는 거지??'라는 의문만 잔뜩 품게 되었는데, 우연히 다시 읽게 된 책은 루트와 박사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수식들과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어 정말이지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정도였다. 만약 내가 다시 책을 읽어볼 생각을 안했더라면, 그때도 그 책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더라면 아마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의 이름과 책들은 내 머리속에서 지워져 버렸을 것이다.
비록 두권밖에 읽지는 못했지만 두권 모두 내 마음속에 좋은 여운과 느낌들을 남겨줬고,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도 오가와 요코의 작품이라 무조건 읽고 싶었다. 하마를 타고 다니는 소녀, 소년과 수식으로 대화하던 박사에 이어 어떤 주인공이 어떤 특별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줄지 사뭇 궁금해 졌다. 이번에는 한 소년과 체스가 그 주인공이다. 입술이 붙은 채로 태어났던 소년은 수술을 받고 정강이의 피부를 이식해 솜털이 자라는 입술을 가져서 그런지 몰라도 유독 과묵했다. 소년은 백화점 옥상에서 몸집이 커져 내려올 수 없게 된 코끼리 인디라와 집 벽과 벽 사이에 끼어 있는 소녀 미라를 상상 속 친구로 삼아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러다 소년은 우연히 멈춰진 버스에서 살고 있던 거대한 몸집을 지닌 마스터를 만나 체스를 배우게 된다. 한 대국에서는 리틀 알레힌이라는 이름을 얻고, 그 후에는 자동인형속에 작은 몸을 숨기고 계속 체스를 두게 된다.
커지는 것을 비극이라 여기며 스스로 몸이 성장하는 것을 멈추었지만, 체스와 함께 마음이 조금씩은 아주 조금씩은 성장해 가던 리틀 알레힌의 이야기는 특별하게 또한 잔잔하고도 소소하게 다가왔다. 리틀 알레힌이 마스터와 체스를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체스를 두며 주위 사람들과 엮어가는 이야기는 마음이 아련하고 애잔하게도 만들지만 따뜻한 느낌이 맴돌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8x8 작은 흑백의 체스판 앞에 있는 그는 가장 자유로워보였고, 가장 그 다웠다. 하고 싶은 말들은 모두 체스판 위에 있다는 듯이 체스판 위에서 말들로 시를 그리고 음악을 연주한다. 진심으로 체스를 생각하고 말의 소리를 들으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간다. 리틀 알레힌이 두는 체스는 참 오묘하고 심원한 바다와 같은 심오하고도 아름다운 경기로 묘사되어 있어서 나조차도 그가 두는 체스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체스를 둔 많은 사람들이 리틀 알레힌과의 대전을 생애 최고의 게임이라 단언하는 그 아름다운 체스의 궤적을 말이다.
체스와 리틀 알레힌의 조화가 썩 잘 어울려서 괜히 체스에 호기심이 일게 만들기도 하는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제목이 참 인상적인데다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보니 리틀 알레힌의 체스를 가장 잘 표현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내가 체스에 대해서 제대로 알았더라면 리틀 알레힌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체스의 운율들을 더 잘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다. 이번에도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조금 더 몽환적이고, 신비로웠던 이야기~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지 작가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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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공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심으로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린 시절 나도 체스를 배운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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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면서 더불어 하나 더 얻게 된 잇점이, 혼자 책을 읽을 때면 모르고 지나쳤을 좋은 책들을, 책까페 등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통해 놓치지 않고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책들 중에는 작가의 유명세때문에 작가이름만 보고도 열광하기도 하고, 그 전작이 뛰어나 열광하기도 하고, 혹은 나는 몰랐지만 외국에서 유명한 수상작품이라 읽을 가치와 재미가 있다고 해서 열광하기도 하는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이다. 나는 오가와 요코 작가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작가의 이름을 듣고도, 처음 보는 작가라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까페의 사람들이 박사가사랑한 수식의 저자라며 흥분하는 모습에 제목만 들어봤을뿐, 영화도 소설도 보지 못했던 나는 큰 감흥이 없었다가, 사람들의 열기에 조금씩 동요되기 시작했다. 그래? 그 이름만으로도 그렇게 괜찮은 작품이라는 거야? 그렇게 시작한 이 책은 서서히 나를 젖어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을 다 덮은 지금 나는 올해의 명작 중 한 권으로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제목과 신간 소개글을 읽어도 전혀 감이 안 왔고, 게다가 체스는 전혀 문외한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수있을지가 읽기전부터 고민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소 평범하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소개에 처음에는 좀 놀라기도 했고,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내 아이의 외로움의 감정이 내 안의 것인양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나 책 등을 접할때 작품성이 뛰어나다보면 상업적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지 못한 내게는 작가의 시도가 너무 난해하거나 무모해 보일때가 많았다. 어려워보여야 예술이라 굳게 믿는 사람들인양 그들을 멀리하기도 했다. 난 쉬운게 좋아라면서 말이다. 작품성이 뛰어난 글이라도 있는 그대로 와닿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재미를 포기하고 자신만의 세계와 소수를 이해시키는 작고 높은 공간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한 상업적 재미로만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나같은 사람이 외면할정도로 재미없는 책도 아니다. 그게 참 오묘하고도 신기했다. 사실 난 평범을 벗어난 기이함을 사랑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심하게 뚱뚱하고, 너무 작고, 입술이 붙어 태어나고 등등 등장인물들의 특징은 영화나 이미지로 그려지기에 아름다울 소재는 아니었다. 작가가 집착한 주인공의 입술과 그 위의 털이라던지, 수영장에서 죽은 운전기사의 털이라던지 하는 부분은 자꾸 연상되면서 불편해지기도 했지만 그게 소설의 전부가 아닌지라 곧 소년이 말하고자 하는 체스의 세계로 빠져들수있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게 하는 것.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운 시를 쓰는 체스의 명기사. 체스로 시를 쓰고, 우주를 논할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이긴 해도 소년 리틀 알레힌의 불행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생애와 체스의 심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시각에서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단숨에 읽었어도 너무 재미났을 이소설을.. 생활을 하는 짬짬이 쪼개 읽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금방 집중해서 그 다음, 그 다음을 힘들이지 않고 바로바로 연결해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묘하게 따뜻해지기도 했다. 리틀 알레힌이 미라와 체스로 편지를 주고 받고, 그 아름다운 사랑앞에선 나도 모르게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감히 내가 뭐라고 단언짓기가 어렵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작품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받아들이기에 너무 거리감 있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었다. 어른들의 동화란 이런 것일까 싶게 만드는 이런 작가가 천재구나 싶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표현력이 부족해 마음 속 감동을 제대로 옮겨담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입술이 붙은채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 입을 가르고, 정강이 피부를 이식해 바로 입술을 만들어냈지만 그 이후 소년의 입술에는 정강이와 같은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소년은 유독 말수가 적었고, 다른 아이들과 달리 독특한 자기만의 사고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그가 좋아한 것은 백화점 옥상에서 덩치가 커져 내려가지 못한채 평생을 보내야했던 코끼리 인디라와 너무나 좁은 벽 사이에 갇혀 죽은 소녀의 미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구로 삼고 대화한 것이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찾아간 버스 독신자 숙소에서 마스터를 만나 자신의 전생애와 연결짓고, 또 미라를 실존인물로 만나게 해준 체스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에게 체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모두 가르쳐준 마스터가 늘어난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게 되자, 세상은 그의 시체를 존중하는 대신 기사화하면서 놀림감으로 삼았다. 소년은 그후 커진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갇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고 몸집이 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다가 스스로 성장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체스의 인형안에 갇혀 스스로 체스의 운명이 된 어느 소년의 이야기인 것이다.
몸은 자랐지만 피터팬처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던 소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 있었다. 리틀 알레힌 인형의 소유주였던 노파 영양, '서두르지 마라 꼬마야.' 평생 그의 귀에 울리는 다정한 목소리를 남긴 마스터, 소년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딸을 잃고 헹주를 단 한번도 빨지않고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소년의 할머니, 그리고 마음의 친구에서 현실의 친구로 다가온 놀라운 미라, 그가 진심으로 따랐으며 그녀 또한 소년을 진심으로 아꼈던 간호부장까지도.. 안타까운 이야기면서도 체스로 쓰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사랑과 우주 이야기를 펼쳐보였던 리틀 알레힌의 기적, 이 책은 한동안 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그런 책이 되리라는 굳은 믿음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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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바다에 푹 빠져들다. 리틀 알레힌의 전설. 첫 장을 넘기면 체스판이 그려져 있다. 가로, 세로 8칸으로 a부터 h까지, 1부터 8까지 각 칸마다 고유의 번호를 매길 수 있다. 첫 장이 주는 의미는 크다. 처음에는 의식 못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가서는 다시금 첫 장을 들춰보게 된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처음 보여준 첫 장을 위한 것이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제목만 봤을 때는 전혀 상상이 안 가는 모습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런 소설이 참 좋다. 처음부터 확 끌어당기는 강렬한 신비로움이 있다. 리틀 알레힌의 전설이라고 해야하나? 체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신비한 소년처럼 체스의 매력에 점점 끌리는 이야기다. 일곱 살의 한 소년이 등장한다. 또래보다는 과묵한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수술로 입술을 가르고 정강이 피부를 이식해서 소년의 입술에는 솜털이 자란다. 소년은 할머니와 남동생, 셋이서 백화점에 자주 간다. 할머니와 동생이 백화점 구경을 하는 동안 소년은 백화점 옥상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옥상 한 구석에 서 있는 팻말에는 옥상에 살았던 코끼리 인디라에 대해 적혀 있다. 백화점 오픈 기념으로 잠시 대여했던 아기 코끼리가 너무 금세 커버리는 바람에 다시는 땅으로 내려갈 수 없었다고. 한 때 옥상에 살았던 코끼리 인디라와 집 담벼락 사이 어둠에 갇힌 소녀 미라가 소년의 친구다. 어느 날 우연히 버스를 개조해서 살고 있는 마스터를 만나 체스를 배우게 된다. 체스를 가르쳐주고 소년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었던 마스터가 거대한 몸으로 버스에 갇혀 죽자, 열한 살 소년은 더 이상의 성장을 거부한다. 그 뒤 소년은 체스클럽에서 자동 체스인형 '리틀 알레힌'에 숨어 체스를 두게 된다. 이럴수가. 체스 실력이 뛰어난 소년이 자신의 존재를 숨길 줄은 몰랐다. 원래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체스를 통해서 세상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체스는 소년을 깊고 깊은 심연 속으로 데리고 간 것 같다. 소년에게 체스는 아름다운 시와 같다. 소년은 체스를 배울 때부터 승부를 가르는 치열함보다는 각각의 말들이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아름다움에 반한다. 체스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소년의 삶이 너무도 생경하면서도 낯익은 건 왜일까. 세월이 흘러도 소년의 몸 그대로 사는 소년이 체스인형 속에 들어가 체스만 두는 이야기. 소년처럼 체스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 인생이란 무엇인지. 커진다는 건 정말 비극일까.
킹(K): 궁지에 몰리면 절대로 안 되는 장로. 모든 방향으로 한 칸씩, 사려깊게. 퀸(Q): 가로, 세로, 대각선,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최강의 자유, 그 상징. 비숍(B):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고독한 현자. 코끼리의 후손. 나이트(N): 적과 아군을 부메랑 모양으로 뛰어넘어 나아가는 페가수스. 룩(R): 종횡으로 돌진하는 전차. 폰: 절대로 후퇴하지 않는 작은 용사.
“오른쪽 밑 구석이 백이에요. 틀리면 안 돼요.”(49p) "마스터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폰이야. 고양이한테 폰이라고 이름을 지어줬을 정도니까 말이지. 사랑스러운 막내가 폰이야. 가치는 낮지만 숫자는 제일 많아. 마스터가 들면 손안에 속 숨어버릴 정도로 쪼그맣고, 비숍이랑 나이트처럼 정교하게 조각된 것도 아니고, 그냥 동그란 볼에 머리를 얹었을 뿐인, 말하자면 우리랑 같은 어린애야. 그 증거로, 폰은 눈앞에 있는 상대편 말을 잡을 수 없고, 자기 혼자선 메이트도 못해. 하지만 한 발짝, 한 발짝 전진하거든. 후퇴는 안 하고. 어린애가 성장하는 거랑 마찬가지야.“ (51p) “체스판에 있으면 비행기 같은 걸 탈 때보다 훨씬, 훨씬 먼 데까지 여행할 수 있어.” (53p)
......체스 노트 쓰는 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왜 폰은 생략해요?” 소년은 몸을 앞으로 내밀고 물었다. “폰은 체스의 생명이거든. 일일이 기호로 나타내지 않아도 폰은 폰이다. 안 그러냐?”(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