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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이 책은 약간은 속은 듯한 마음으로 빌린 책이다. 도서관에 있는 10여 권의 보리출판사의 만화들을 보니 대부분 어두운 내용들이었다. 이 책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었지만, 낭만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결혼식은 아무튼 축복받는 일이고, 더구나 언니의 결혼식이라니……. 정겨운 사연을 기대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느낀 점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이희재 작가의 『간판스타』가 떠올랐다. 이 책은 모처럼 읽은 단편 만화집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간판스타』였는데, 현대사의 상처와 함께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청춘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책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이 작품이 한국 만화 중에 문제작으로 꼽히는 걸작이라는 글을 읽고 이희재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특히 표제작인 「간판스타」는 순진한 시골 처녀가 도시로 상경한 후 유흥업소에 종사하면서 그곳의 간판스타가 되었다는 내용을 그녀를 찾아간 고향의 연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사라져가는 고향의 모습이 변하는 인심 등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친구 언니의 결혼식』에는 아홉 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표제작보다 첫 작품으로 나오는 「미친 선생님」이 더 인상에 남았다. 예전에는 그런 미친 교사가 학교마다 있었는데, 혹시 나를 '미친 선생님'으로 보는 제자는 없었을까, 싶어서 뜨끔했다.
둘째, 세상은 고해(苦海), 괴로움의 바다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아홉 편의 작품 중에서 행복한 결말은 한 편도 없었다. 첫 작품인 「미친 선생님」에서 그 미친 선생은 마지막까지 아무런 응징을 받지 않았으며, 두 번째 작품인 「3학년 6반 가래」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가래는 마지막까지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두 작품의 작중 화자인 '나'도 가해의 원인을 제공했거나 동조자 또는 방관자였다는 것이다. 작가는 혹시 어린 날의 그런 체험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쓰지는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비록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지는 못했을망정, 자신의 잘못을 고백이라도 하지 않았던가.
셋째, 낚시에 걸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표제작인 「친구 언니의 결혼식」에는 친구 언니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친구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고향까지 갔던 작중 화자가 다른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 참석도 못 한 것이다. 그러니 친구 언니는커녕 결혼식 장면도 없다. 다른 의미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는 있지만, 낭만적인 내용을 기대하고 이 책을 펼친 나는 아무튼 '낚시에 걸린 '셈이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작중화자(남성이다. 그런데 왜 '친구 누나'가 아니고, '친구 언니'인지는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설명은 생략한다.)가 그날 저녁 잠자리에 누워서 토하는 독백이 묘한 여운을 준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자자. 갈 걸 그랬나.(160쪽)"
그러면서 작중화자는 눈물을 닦으며, 이런 지문이 이어진다. '그날 밤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161쪽)'
인생이란 것이 다 그런 것이 아니겠나. 선악(善惡)이나 시비(是非)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착하게만 옳게만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래도 이렇게 눈물이라도 흘린다는 것이 다행이다.
넷째, 어쩔 수 없이 현실 정치를 떠올렸다. 작품과는 전혀 관계없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그런 생각이 났다는 의미이다.
'어느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 어느 전 장관을 매도하면서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동생과 오촌 조카의 의혹까지 파헤치면서 그 전 장관이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가 비리투성이인 것으로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각종 막말과 기행을 토하는 본인을 비롯하여 장모님과 배우자의 처신은 조국 전 장관 가족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지명한 고위공직자 중에서 존경할 만한 인물은커녕 파렴치범들이 많은 듯하고…….
그래도 누구는 가족이 감옥에 가면서 가정이 파탄이 나다시피 하고, 누구는 권력을 차지하면서 국민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은 깨끗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지금까지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고 정확한 진실은 모른다. 인생이란 꼭 선(善 : 착함)과 시(是 : 옳음)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길게 보면 역사에서는 사필귀정(사필귀정)과 파사현정(破邪顯正)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독자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이런 시각의 작품들이 많아질수록 결국 그날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9편의 작품 모두 흥미진진하고,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만큼 가독성이 좋다. 중학생 이상이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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