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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관심이 있어 여러 서적을 읽곤 하는데 그 중 로마사는 중국사와 더불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 생각한다. 몇 개월 전 운좋게 <리비우스 로마사 3권>의 서평단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번역본이 출간됐음을 알게 됐고 <리비우스 로마사 3권>을 재밌게 읽은 기억을 떠올리며 <리비우스 로마사 1권>을 읽게 됐다.
<리비우스 로마사 1권>은 시기적으로는 기원전 753년 로마 건국으로부터 기원전 390년 갈리아의 침공으로 로마가 함락된 해까지의 로마사를 다룬다. 로마 건국에 얽힌 신화로 시작해 로마 왕정을 거쳐간 7인의 왕의 공과를 논하고 이어지는 공화정 아래의 로마를 서술하고 있다.
로마의 시조인 로물루스는 로마에 터를 잡고 자신의 이름을 따 로마라고 명명한 후 주변지역을 정복해 영토를 넓히고 인구를 유입시켰다. 로물루스가 37년에 걸친 오랜 통치를 마친 왕좌는 누마에게 계승되었으며 누마는 43년이란 긴 시간동안 로마의 안정화, 특히 종교와 규범의 확립에 힘을 쏟았다. 툴루스, 안쿠스, 타르퀴니우스, 세르비우스,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로 이어진 로마 왕정은 244년동안 지속되었으며 마지막 왕인 타르퀴니우스와 그의 아내 툴리아 그리고 그의 아들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의 타락과 악행으로 막을 내린다.
왕정을 대체할 정체로 대두된 것은 공화정이다. 원로원과 민회 그리고 집정관으로 구성된 로마 공화정은 절대 권력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 시스템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민중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로마의 시민권은 확대되었으며 민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격조건도 완화되었다. 귀족, 기사, 평민이 서로의 이권을 위한 투쟁을 거듭하면서 정치권력은 점진적으로, 때에 따라서는 급진적으로 변화되었다.
잦은 전쟁을 수행하느라 가정을 돌보고 농사에 치중할 시간을 갖지 못했던 평민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미비했으며 전쟁의 승리로 기대할 수 있는 전리품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용사에게 남겨진 것은 국가의 감사와 보답 대신 노예나 빚쟁이로 전락해야 하는 처지인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세르빌리우스나 발레리우스 등의 귀족들은 평민들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부채를 탕감해주고 경작지를 배분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원로원 강경파와 채권자의 압력에 의해 달성할 수 없었다. 평민들은 광장에 모여 처우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으며 군역을 거부하거나 탈영하여 사보타주 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결국 평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상설기구, 즉 호민관이 기원전 494년 설립되어 평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권력을 행사했다. 큰 흐름을 보자면 잦은 전쟁으로 평온한 날이 없었던 로마에게 있어 군역을 담당할 수 있는 시민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입김이 세졌으며 위정자들은 점차 시민의 눈치를 더 보게 됐다.
이런 변화는 로마가 보다 민주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겪은 것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중우정치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변모이기도 했다. 초창기 로마 시민들이 공유했던 '로마'를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은 점차 퇴색되었고 각자의 잇속을 따라 움직이는 '보통 사람'으로 바뀌어가는 양상이었다. 갈리아가 로마를 점령하던 시기, 카피톨리움 언덕에서 발휘되었던 로마인의 불굴의 의지처럼 숭고한 정신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로마의 민중은 누군가가 깨우쳐주거나 위협하지 않을 때는 희생을 줄이고 평안을 좆는 '보통의 사람'으로 바뀌고 있었다. 공화정 초기에 숭상되었던 호라티우스 코클레스의 용기도 무키우스 스카이볼라의 기상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리비우스 로마사 1권>은 로마가 소도시로 시작해 주변지역(알바, 사비니움, 에트루리아 등)을 복속하면서 세를 확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전쟁과 로마 내부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마치 소설을 읽어내려가듯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된 그의 문체(역자의 능력)는 로마사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체와 더불어 <리비우스 로마사>는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 각종 설화 등도 같이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더하고 역사서가 주는 딱딱함을 탈피하고 있는데, 이것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나 나관중의 <삼국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평안함을 생각나게 한다.
로마사에 대한 넓은 이해를 얻고자 같은 시기를 다룬 여러 책을 읽고 있는데 <리비우스 로마사>를 통해 그간에 읽었던 여러 책들을 복습하는 기분을 느꼈다. 로마사를 다루는 다양한 책들을 읽어나갈수록 (큰 맥락은 비슷할 수 있겠지만) 역사적 사실은 하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역사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한 권의 책을 맹신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기도 한다.
<리비우스 로마사 1권>은 현재 읽고 있는 톰 홀랜드의 <페르시아 전쟁>과 겹치는 시기가 많아 유럽과 아시아의 역사를 같이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얻고 있다.
* <리비우스 로마사>는 재밌고 유익한 책이라는 점에서 100점 만점을 주고 싶지만 지도(이미지)가 배제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로마사를 읽는데 이해를 더할 수 있는 지도가 별책으로 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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