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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1 인생의 봄날은 한번뿐인가? 나해철 시집 [꽃길 삼만리]
"003-1 인생의 봄날은 한번뿐인가? 나해철 시집 [꽃길 삼만리]" 내용보기
아마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어느 일간지에 남도를 여행하면서 도자기를 빚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글을 시인이 연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굳이 검색해서 찾아보지는 않겠다. 병원 일도 힘드실 텐데,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다니시는구나, 했는데, 아마도 이 시집은 그 무렵에 쓴 시들이 주인공인 시집인가 보다. 끊일지 않고 시를 쓰고 있음에 대해 우선 반갑고 부럽고 그렇다. 봄은 꽃의
"003-1 인생의 봄날은 한번뿐인가? 나해철 시집 [꽃길 삼만리]" 내용보기

아마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어느 일간지에 남도를 여행하면서 도자기를 빚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글을 시인이 연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굳이 검색해서 찾아보지는 않겠다. 병원 일도 힘드실 텐데,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다니시는구나, 했는데, 아마도 이 시집은 그 무렵에 쓴 시들이 주인공인 시집인가 보다. 끊일지 않고 시를 쓰고 있음에 대해 우선 반갑고 부럽고 그렇다. 봄은 꽃의 계절이다. 그야말로 제목들만 봐도 화사한 꽃잔치다. 그러나 꽃은 어디에서도 피어나고, 어쩌면 우리의 눈길이 그리 반갑지 않을 것이다. 꽃들의 입장에서는, 환경 파괴로 벌들이 사라지고, 수분이 안 되어서 올 농사 걱정이라고 말씀하시는 배농사 짓는 선생님 얘기를 들으면 안타깝지만, 꽃은 나무와 풀 스스로의 종을 보존하기 위한 가장 화려한 데시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인간들이 꽃이 어쩌고 하는 것이 그리 반가울리가 없다. 그러므로 꽃길은 사람의 길이다. 그리고 꽃길은 사랑의 길(꽃 자체가 전술이라는 점에서-궁극의 전략인 사랑(수정)을 위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시집에서 첫번째로 <봄 기다림>이란 시에 주목했는데, '봄날은 간다'라고 안타까워 하는 사람의 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전통적인 연시들의 맥락을 잇느니 하는 평가가 말해주듯이, 그러나 시인에게 아직 오직 않은 봄이, '올 듯 말 듯 하시지 말고' 속히 오라는 것이다. 얼른 오지 않는 봄에 대한 애태움이다. 봄은 왔거만 나에게 봄인 아닌 그런 봄은 숱하게 지나갔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는 화자는 냉소적이다. 오겠지만 나의 봄은 아니야, 라는 회의가 묻어 있고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나아가 '이번만은 폭 안겨드릴 테니'나 '나 봄날 한번 되게 하시지'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애잔한'보다는 시인의 고향말로 '짠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우리 生의 봄날은 언제일까? 언제가 되려나, 언제였을까? 우리 인생의 봄여름가을겨울 네 가지로, 일생을 숱한 시간들을 나누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지 하면서도 그것을 부정하지 못한다. 내 인생의 봄날은 왔나요, 오나요, 갔나요? '이번만은 폭 안겨드릴 테니' '오셔서 내 추위 다 풀어/나 봄날 한번 되게 하시지'...(두 편 정도 더 언급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대신 시 전문을 아래 소개하고 마무리)

 

봄 기다림

 

오려면 이제는 오시지
화창한 봄

 

이번만은 폭 안겨드릴 테니
붉은 꽃 노란 꽃
오시지

 

피어나시면
볼 부비며 처음으로
삼 일 밤낮 향기에 취해 드리지

 

추운데 또 춥게
올 듯 말 듯 하시지 말고
이제 오시지

 

오셔서 내 추위 다 풀어
나 봄날 한번 되게 하시지

 

‘오매! 살겠네! 봄이네’
환하게 하시지

 

f******p 2013.01.03.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