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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쫓긴다. 재미없다. 내가 왜 이 뻘짓을 해야 하나 싶다. 단어의 무게중심이 '뻘'에 가 있다. 중심이 '뻘'로 쏠리는 이유야 뻔하다. 이 일이 비생산적이며, 도대체 왜 해야 하나 싶기 때문인데, 이러니 삽질이라면 팔근육이라도 튼튼하게 하겠지만 이건 뭐 만성피로에 두통과 짜증을 동반한 스트레스성 인간성 상실을 가져오고야 만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내게 들려 줄 긍정적인 대답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뻘짓'이라고 부르는 일의 핵심에는 '뻘짓'이 안 되게 할 지향점이 없다는 소리다. 누군가는 '비전'이라고 부를 내 일의 '지향점'.
자랑할 만한 것은 못 되는 그런 '단언'을 하자면 나는 '비전'이 있는 인간이 아니다. 아, 이건 좀 이상하다. '민폐'를 끼치지는 않지만(적어도 내 생각에는) '비전'을 지향하여 어떤 변화를 일궈내거나, 조직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애쓰는 그런 인간형이 아니라는 소리다. '비전'에서 나는 '관(官)'의 냄새를 맡는다. 희망 코리아? 흥, 웃기네! 뭐 이런 스따일이다.
살짝 꿈이나 변화를 원하는 방향이 있다 해도 현실에 부딪히면 에이, 뭐 관두자...피곤해, 그냥 쉴래. 바꾸긴 뭘 바꿔. 안돼, 10분? 안돼애애애~
그런데 이게 내 두뇌의 작용 때문이라는 거다. 내가 비전 없는 인간이라서라기보다는 내 두뇌가 선사 시대부터 전해 오던 그 오래된 이름의 유전자에 새겨진 전형적인 각본대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위험한 일에 에너지 쏟아 붓는 거 피하기, 지금 당장 여기에서의 보상에 눈 먼저 돌리기 등등.
이제 생각의 빅뱅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긴 도화선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길어서 중간에 꺼지지 않게 단기적인 점화를 쭉쭉 터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 머릿속 변연계와 신피질 같은 아이들을 요리조리 성격 파악하고 잘 굴려줘야 한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N0는 더딘 YES일 뿐이다.
나는 NO가 나오면 돌아섰다. 아니, NO가 나올 것 같은 일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이 다시 알려준다. NO는 더딘 YES일 뿐이라고. 충격이다.
그래, 긴 도화선을 준비하자. 물론 그 도화선 끝에 빅뱅이 일어날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지금의 NO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예, 알겠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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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식과 무의식’중 어느 쪽에 더 많은 지배를 받을까? 뭐,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 했으니, 그리고 나는 항상 깨어있다고 생각하니(오만한 생각 같지만~) 비슷하거나 ‘의식’이 조금 더 우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신경과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 에릭 헤즐타인은 의식적인 마음이 작은 게시판이라면 무의식적인 마음은 국회도서관쯤 된다고 말한다. 원시시대부터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진화되어온 우리의 뇌는 온전히 무의식에 길들여져 있고, 의식적인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책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깊이 새겨진 두뇌의 작용을 탐색한다. 또한 우리 두뇌 속에 자리 잡은 단기 지향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데 주력한다. 눈앞에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급한 불을 끄는 일에 매달리다보면, 개인의 주춤거림이나 조직의 비협조 등으로 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발걸음을 떼기는 무척 어렵다. 긴 도화선에 불을 붙여 폭발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빅뱅을 위해 우리 뇌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긴 도화선에 불을 붙여 장차 폭발적인 결과로 이어질 기회를 성숙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위험도는 덜하면서 성과는 신속히 나타나는 단계들로 쪼개야 한다고 말한다. 참을성 없고 즉각적인 반응을 좋아하는 두뇌를 위해 긴 도화선을 짧은 도화선 여러 개로 바꿔야 한다. 위험도는 덜하면서 성과는 신속히 나타나는 단계들로 쪼개면 두뇌는 보상을 제공받게 되어 빅뱅의 물꼬를 트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두뇌는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보게 하고,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보지 못하게 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중요한 빅뱅의 기회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어디인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를 승리를 위한 기회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고, 적들의 시각에서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적들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각지대는 무엇인지 생각해야한다고 책은 말한다. 책은 빅뱅은 우리 바깥이 아니라 우리 안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기회를 포착하는 것, 가능성을 만드는 것, 그리고 실현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모두 두뇌라는 것이다. 쉽고 빠른 보상을 원하고, 여러 가지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가장 위험도가 적은대로 움직이는 두뇌의 무의식적 반응, 익숙한 길로만 가려는 기능적 고착,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성향으로 같은 상황을 다르게 인식해서 행동을 결정하는 뿌리 깊은 성향들을 다각도로 살피고, 대안을 모색한다. 더불어 군대, 디즈니, 정부기관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했던 지은이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나 동료의 행동을 바꾸어 빅뱅을 터트렸거나 실패한 과정을 풀어낸다. 또 무리 속에서 거부당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않고 전략을 바꾸어 진행하고 설득함으로써 엄청난 성과를 이뤄낸 선구자들의 사례를 통해 긴 도화선을 따라 빅뱅에 이르는 방식을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 책은 두뇌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풍부한 사례가 있어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만, 편집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문헌이나 주석이 없고, 에필로그도 없이 갑자기 마지막 장을 만나서 갑자기 말을 뚝 끊어버리는 것같이 느껴졌다.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에필로그가 없는 아쉬움을 출판사는 감수의 글로 채우려 한듯하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감수의 글이 마지막에 들어있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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