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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전문가의 막걸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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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예닐곱살 적인 것 같다. 집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주막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이곳에 술 심부름을 자주 갔다. 이 주막의 안쪽에는 큼지박한 항아리가 있고 그 속에는 막걸 리가 차 있었다. 읍네 승주네가 하는 양조장집 삼륜차가 마을을 돌면 말통으로 된 술을 받아서 그곳에 부은 후 팔기 때문이다. 나는 두되나 닷되짜리 주전자를 가져가 막걸리를 사왔다. 그런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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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예닐곱살 적인 것 같다. 집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주막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이곳에 술 심부름을 자주 갔다. 이 주막의 안쪽에는 큼지박한 항아리가 있고 그 속에는 막걸 리가 차 있었다. 읍네 승주네가 하는 양조장집 삼륜차가 마을을 돌면 말통으로 된 술을 받아서 그곳에 부은 후 팔기 때문이다.


나는 두되나 닷되짜리 주전자를 가져가 막걸리를 사왔다. 그런데 이 심부름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는 금방 막걸리 맛에 빠져 들었다. 남들처럼 술을 먹은 후 맹물을 붓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주막서 집까지는 5백미터가 넘는 길이니 만큼 어린 아이가 똘레똘레 걸으면 주전자의 막걸리는 당연히 넘치는 것이고 나는 그 넘치는 분량 만큼을 먹으면 됐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는 있었지만 그걸로 핀잔을 주는 이는 없었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술을 알았지만 그다지 술에 취한 기억도 실수한 기억도 없다. 또 술을 마시고 신중해지는 습관도 그때 생긴 것이라 생각하니 좋은 추억이다.


이렇듯 막걸리는 내 첫술이자 먼길을 돌아와 지금에 가장 선호하는 술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원종의 ‘막걸리 기행’(랜덤하우스 간)가 왔을 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막걸리로 술을 시작했다면 두 번째는 소주였다. 스무살적 경희대 수원캠퍼스가 있는 신갈의 독서실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때 같은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형들과 근처 약수터에 가서 술 마시는 재미에 빠졌다. 약수터 근처에서 기와장을 펴고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소주를 먹었는데, 보통은 소주와 콜라를 섞어서 줬다. 한번은 중간에 쎄게 술을 먹어 기억이 끊어진 적도 있는데 그다지 즐거운 기억이 아니다. 다행히 대학시절은 막걸리로 돌아왔다. 한번은 세수대야를 통째로 원샷한 기억도 있지만 대학시절에 술로 괴로웠던 적은 없다. 그때는 비염이나 여자들이 더 괴로운 존재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폭탄주를 알았다. 사실 소주를 마실 때는 일찍 취했지만(사실 나는 혼자서 홀짝홀짝 마시는 버릇이 있다) 공평하게 돌아가는 폭탄주에는 강했다. 양주가 들어간 폭탄주를 넉넉히 사줄 선배들이 많지 않아서 금방 맥주로 돌아가면 다시 졸았지만 폭탄주를 마다한 기억은 없다.


중국에 가서는 백주와 맥주를 주로 했다. 각 지방에 가서 술로 코드를 맞추면서 그 지방을 이해했고, 이는 나쁘지 않은 지방 이해법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 가운데 하나가 황주다. 중국의 막걸리라 할 수 있는 황주는 일반적으로 덥혀 먹는데,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고, 강남의 역사와 인문이 녹아있는듯해 아주 좋아했다.


2008년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이미 한국에 막걸리 바람이 보편화되어 다양한 막걸리를 접할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수많은 종류가 있는 막걸리 판매대에서 고민을 한다. 습관이 된 서울막걸리 술에 익숙하지만 다른 막걸리도 도전해 본다. 하지만 서울 막걸리와 고향에 갔을 마시는 대마 할머니 막걸리를 빼고는 아 이맛이다 싶은 막걸리가 없다.


그런 나에게 이원종의 ‘막걸리 기행’은 부러운 기록이다. 이전에도 막걸리기행에 관한 책들이 나왔는데 어떻든 술 전문가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또 책 안에는 스스로 막걸리를 담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다섯가지 방법도 소개되어 좋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도 있다. 필자가 술에 강하지 않아선지 술의 풍미에 관한 정보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찾은 술들도 정말 고수를 찾기 보다는 보편적으로 유명세를 탄 술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내가 사는 전주는 막걸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주는 술 자체보다는 술을 구성하는 다양한 안주 퍼레이드로 유명하다. 삼천동이나 서신동 등 막걸리 골목에는 수십개의 막걸리 가게가 있는데, 이집들은 세병이 들어가는 막걸리 한주전자를 팔면서 안주를 서비스로 내놓는데 그 메뉴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한주전자 값이 만2천원에서 만7천원 사이로 좀 있지만 안주는 홍어삼합에서 게장백반, 삼계탕 등이 모두 서비스로 나온다. 물론 우리가 주로 마시는 전주막걸리는 천둥소리 막걸리(320페이지)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단백해서 다양한 안주와 곁드리기에 좋다. 가령 이동막걸리처럼 좀 포만감 있는 막걸리나 서울막걸리처럼 좀 달짝지근한 막걸리와 달리 전주막걸리는 순수한 막걸리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책에는 막걸리와 더불어 현지의 맛집도 소개한다. 그 목록도 요란한 맛집보다는 소박한 곳이 많아서 여행을 간다면 꼭 들러볼만할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c*****i 2012.02.03. 신고 공감 6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막걸리 기행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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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음식의 대가라는 저자가   막걸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팔도의 특색있는 막걸리를 찾아 양조장을 인터뷰하며   막걸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다양한 막걸리 제조법을 함께 소개하는 이 책은   막걸리 선정에 대한 기준이 좀 아쉽지만   막걸리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즐거운 기행서가 될 것이다
"막걸리 기행을 한다면?" 내용보기

거친음식의 대가라는 저자가

 

막걸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팔도의 특색있는 막걸리를 찾아 양조장을 인터뷰하며

 

막걸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다양한 막걸리 제조법을 함께 소개하는 이 책은

 

막걸리 선정에 대한 기준이 좀 아쉽지만

 

막걸리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즐거운 기행서가 될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j****o 2012.06.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