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에두아르가 자신이 1년에 네 번 핸들을 잡을까 말까 한 자동차의 바퀴 아래로 와서 죽게 된 그 기막힌 우연의 실타래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비록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여기엔 그 어떤 우연도 없으며, 이것은 한편의 비극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결말은 이미 오래전에 쓰여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든 아니면 다른 식으로든 와야 했던 것이다. 여기, 완벽한 인생이 약속된 어떤 사람이 있다. 잘생긴 외모 놀라운 재능 엄청난 재력을 가진 아버지 전쟁이 일어나고 아버지에게 떠밀려 참전했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전우가 전쟁이 거의 끝날무렵 죽음의 위기에 처한 것을 발견하고 그를 구하려던 순간 포탄에 맞아 모든 것을 잃는다 자신이 죽은 것으로 꾸며 아버지와 누나는 그가 죽은 줄로만 생각하게 만들고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 그에게는 세상을 속여 먹을 단 한장의 카드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어떤 느낌만이 남아있었다. 사실 에두아르는 이 출발이 실제로 이뤄지리라고 진정으로 믿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기념비들을 둘러싼 이 모든 놀라운 이야기, 이 농담의 걸작, 더 이상 짜릿할 수 없고 더 이상 즐거울 수 없는 이 장난은 그에게 시간을 보내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심지어 그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알베르를 끌어들인 것을 자책하지도 않았다. 각자 조만간에 이 일을 통해 뭔가 좋은 것을 얻게 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세계대전이(Woodrow Wilson 미국대통령은 이 전쟁을 the war to end all wars라고 불렀었다) 많은 것을 해결해주리라 믿었으나 모든 것은 더 복잡해졌고 참전군인들 즉, 젊은이들은 죽거나 끔찍한 외상을 입고 돌아왔으나 (전염병은 노약자를 죽게 하고, 천재지변은 모든 사람을 죽게 하나, 젊은이들만을 죽게하는건 전쟁밖에 없다) 누구도 그들을 반기지 않았고 어떠한 보상도 돌아오지 않았다 죽은 자들은 산자들의 욕심에 다시 한 번 희생되어 유품을 빼앗긴 채 아무렇게나 묻혔고, 장애를 갖게된 참전 군인들은 알아서 살아가도록 내팽개쳐졌다. 끔찍한 고통으로 모르핀을 달고 살아야 하는 에두아르는 오로지 알베르에게만 의지할 수 밖에 없고 한 쪽 팔을 잃은 코코는 수레꾼으로 일하기 위해 없는 팔의 균형을 맞추는 장비를 스스로 제작해서 밥벌이할 수 밖에 없다.(작가는 1차대전 종전 후 많은 상이군인들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국가를 대신하여 스스로 장애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국가는 에두아르를 내쳤으나 그가 구한 알베르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그를 위해 생활비를 벌어왔고 죽을/죽일 고비를 넘기면서도 그를 위해 불법으로 모르핀을 공수했다. 그들은 버려져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나, 그 사실에 절망하지 않고 서로의 구원이 되었다. 가장 인간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순간, 국가와 권력,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조차 개무시하던 보잘것 없는 인간이 구원자를 자처해 나서,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우리를 구하는 것은 자기에게 맡겨진 어떤 사명을 직시하고 매일매일 그 사명에 응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비극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흉인 도네프라델의 음모를 밝히는 인기 없는 공무원 메를랭도 구원자일지도 모른다) 알베르의 도음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일상찾기"에 성공하는 에두아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에두아르는 자신의 모습에 차츰 익숙해지나(그리고 대부분의 상이군인들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장애에 적응을 했겠지만) 마음에 새겨진 슬픔의 균열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에두아르는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거센 충격에 휩싸이진 않았다. 사람이란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법이니까. 하지만 슬픔은 그대로였다. 그의 내부에 벌어진 어두운 균열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커졌을 뿐이고, 앞으로도 계속 커져 가리라. 문제는 그가 삶을 너무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삶에 애착을 갖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현실이 보다 간단해 보일 수도 있을 테지만, 그는…….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우리가 에두아르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에게 일어난 일이 너무나 부당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가 이 희대의 사기극을 성공시키고 아무런 법적 의무도 없었음에도 수많은 난관을 함께하며 끝까지 자신의 곁에 남아준 알베르에게도 충분한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고는 미련없이 자신의 원래 얼굴을 한 가면을 쓰고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 우리는 그의 인생이 완결되었음에 안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을 때 감사의 눈빛을 보내는데서 잠시 숨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동의하게 된다 그의 운명은 비극이었을지언정 불운은 아니라는 아버지 페리쿠르의 결론에... 어떤 비극은 이미 일어나도록 어딘가에 쓰여있고, 우리 인생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이디푸스급의 비극도 에두아르가 하늘을 나는 것을 방해하진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