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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는 뮤리얼 스파크의 최고의 작품으로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소설이다. 잠깐 읽다가 그만 읽으려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다 읽을만큼 흡입력 있는 이야기였다. 1930년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마샤 블레인 여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다루는데 큰 사건은 아니지만 진 브로디라는 선생의 영향 하에서 자라던 여섯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니카 더글라스는 뛰어난 산술능력으로, 로즈 스탠리는 성적 매력으로, 작고 단정한 유니스 가드너는 요정같은 체조실력과 멋진 수영솜씨로, 샌디 스트레인저는 낭랑한 목소리로, 제니는 연극 연기로 유명했는데 마지막 멤버는 말없고 멍청하기로 유명한 메리 맥그레거다. 그녀가 그 무리에 존재하는 이유는 모두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과거를 오가기도 하고 잠깐씩 다른 이야기들로 방향을 바꾸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틀을 벗어난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이다. 절대적인 선생의 지배하에 서로를 의지하고 때로는 밀어내기도 하면서 자라던 소녀들의 이야기.
여섯명의 소녀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담임으로 진 브로디 선생을 만난다. 예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진 브로디 선생의 말에 따라 정신을 고양시키는 시를 낭독하고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자란다. 선생은 무솔리니나 히틀러의 파시즘을 찬양하고 때로는 그와 반대되는 개인의 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복잡한 사람이다. 선생은 자신의 전성기를 소녀들을 위해 다 바치고 있다고 하면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 과정에 들어간 소녀들의 행동까지 조종하려 한다.
"'팀 정신' 같은 표현은 언제나 개성, 사랑, 개인적 헌신을 억누르기 위해 사용되는 말이예요" 브로디 선생은 말했다. "'팀 정신' 같은 개념을 여성에게 절대 적용해서는 결코 안될 뿐더러 뭔가에 자신을 헌신하는 여성에게는 더더욱 안되지, 예로부터 그런 여성들의 미덕은 언제나 팀 정신 같은 개념에 반하는 것이었어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팀 정신에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어느 편에 속해 있건 생명을 구하는 것만이 그녀의 소명이었지, 셰익스피어를 읽었다면 알겠지만 클레오파트라도 팀 정신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요. 트로이의 헬레네를 생각해봐요. 잉글랜드 여왕도, 물론 국제 스포츠 경기에 참석하긴 하지만 그건 의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쇼에 불과하고, 관심을 쏟는 건 왕의 건강과 골동품뿐이죠. 시빌 손다이크가 팀 정신 같은 것에 신경을 쓸까요? 다른 배우들은 팀 정신을 느끼겠지만, 그녀는 위대한 배우예요. 또 파블로바는...."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샌디는 성장해나가면서 모순 투성이인 진 브로디 선생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게 되고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를 중단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개인만의 자의식, 가치관이 형성되기 이전에 어떤 선생을 만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예술을 찬양하지만 파시즘 또한 찬양하고 집단 안에 메리라는 희생자를 두어 자기에 대한 지지를 공고히 했던 따지고 보면 악랄하기 까지 한 진 브로디 선생은 말년을 쓸쓸히 보내게 되는데,,
이 소설에는 진 브로디 선생이 내가 너희들을 "크림 중의 크림"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프랑스어로 '최고' '가장 중요한 인물' 등을 뜻한다.
읽는 재미로 치자면 이 책은 "크림 중의 크림" 이었던 소설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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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명의 제자와 선생님... 선생님이 이끄는 브로디 무리.... 이 무리들이 학교를 왕따시키는 느낌이 좀 들더라구요 진 브로디 선생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나 성격들이 맘에 안들어요 6명의 아이들을 새디는 이렇게 로즈는 이렇게 등등...그리고 구박할 아이까지 무리로 만들어 놓은게... 읽으면서 이 선생 왠지 사이코같다라는 생각이... 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네요... 제 사운드 기준으로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양이라 금방 술술읽었습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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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브로디는 1930년대 초 마샤 블레인 여학교 선생으로 재직중이었다. 그녀는 40대 초반의 독신 여성으로 자신의 전성기를 과시하며 스스로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참교육자라고 여긴다. 노골적으로 선생이 아이들을 선별해서 무리를 만든 건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건지 알 수 없지만 학교에서 진 브로디 선생을 주축으로 한 브로드 무리를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근대와 현대 사이에서 오는 괴리와 혼란함이 진 브로디 선생의 행동에서 드러난다. 어쩌면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충성과 배반도 혁명의 과도기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1930년대는 성별에 따른 노동의 차별이 심해지는 시기였으며 사회는 혼란스러웠고 여성의 지휘가 상승하던 시기이자 전쟁 전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흐르기도 했던 시기였다. 그러니 진 브로디 선생같이 진취적이고 독립된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가능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생겨난 전체주의는 여성들의 지지를 얻고자 달콤한 말로 여성들을 꾀어낸다. 진 브로디 선생의 파시스트 옹호가 이해될 수밖에. 브로디 무리를 전체주의라고 본다면 브로드 무리들에게서 그 허상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았다.
특이한 건 이름 앞뒤로 따라다니는 꼬리말이다. 이는 무리 속에서 각자의 색채를 두드러지게 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사주팔자를 보는듯해서 재밌다. 성적 매력으로 유명해질 로즈 스탠리, 돼지 눈같이 작은 눈을 지닌 샌디, 미모로 유명해질 제니, 아둔함으로 유명하고 언제나 욕을 먹던 스물세 살의 나이에 호텔 화재로 죽게 될 메리 맥그레거, 산술 능력이 뛰어난 모니카 더글러스, 체조 실력과 수영 실력이 월등한 유니스 가드너, 전학생으로 무리에 끼고 싶어 하는 조이스 에밀리. 그렇게 '브로드 무리'들은 튀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그렇다면 진 브로디 선생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여학생들이 추종할만큼 신여성이자 진정한 교육자였을까. 통찰력이 뛰어난 샌디를 주축으로 무리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진 브로디 선생의 행적을 보면 그녀는 열린 교육을 지향한답시고 아이들에게 생활형 교육을 했다. 자신의 일상, 연애담, 미용, 예술 등 수업외의 것들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운다. 자신은 밀가루 반죽을 부풀릴 효모 같은 역할을 할 것이며 자신을 따르기만 하면 크림 중의 크림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저 나만 따라해~^^ 자신의 전성기를 거들먹거리며 과시하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교양인임을 자처한다. 이미 학교장은 그녀가 탐탁지 않아 쫓아낼 구실을 연구 중이지만 브로디 선생은 언제나 한 수 위다. 하지만 오를 대로 오른 자존감은 자만심으로 변질된다. 브로디 선생은 점점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행동을 용납하지 못한다. 자신은 끄집어내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던 셈이었다.
내 선생님. 교양 넘치는 여자였지. 그 여자 자체가 에든버러 축제나 다름없었다고나 할까. 자기 아파트에 불러 차를 내주고 전성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 .. 하지만 미친 사람은 아니었어. 미치긴, 말짱했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연애 이야기도 전부 해줬거든. -p.36
무리가 주는 희열감은 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진 브로디 선생의 모든 것들이 소녀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지만 그중에도 '의심'이란 감각이 유독 발달한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무리 중에서 통찰력이 뛰어났던 샌디는 진 브로디 선생의 허상을 마주한다. 샌디는 중등부 과학수업과 브로드 선생의 수업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고 도덕적 판단 앞에서 갈팡질팡한다. 한 무리의 파시스트를 보며 우리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혐오감이 일다가도 그마저도 브로디 선생에 대한 사랑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렇지만 결정적 진실이 드러나고 만다. 훗날 수녀가 된 샌디는 그의 에든버러와 다른 사람들의 에든버러가 달랐음을 깨닫는다.
대부분 인생의 가치관은 청소년기 때 형성된다. 샌디가 좋든 싫든 자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 사람을 진 브로디 선생이라고 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러하다. 브로디 선생을 향한 반항이든 질투든 미술 선생과 연애를 하고 수녀가 되어버린 샌디가 여전히 그녀의 영향력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의 열정이 결국 삐딱한 방향으로 흘러간 듯 보이지만 자유롭던 그녀의 삶은 확실히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렇다면 누가 크림 중의 크림이 된 걸까. 샌디?!
로이드 선생이 그리는 그림마다 브로디 선생이 보인다고 말하는 샌디. 브로드 무리를 그린 그림에서조차도 브로디 선생 하나로만 보인다고 말하는 샌디. 그만큼 브로디 선생은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전성기를 맘껏 드러내고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배신자를 색출하지 못한 억울함이 남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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