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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만만해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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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퀴어문학 리뷰를 쓰며 접한 국내 청소년 문학이 네 번째로 접어들었다. 이 작품은 청소년 자살을 키워드 삼아, 네 명의 아이들이 자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중 표지에 그려진 기한이라는 주인공과 마리라는 여자아이가 주로 스토리를 끌고 간다. 이 책을 퀴어문학으로 분류하게 한 '샤인'이라는 등장인물은 표지에 없다. 기한과 마리를 제외한 등장인물이 다소 평면적이고 단편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소설의 조화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첫 문단부터 이야기하지만, 리뷰에서 다룰 '퀴어한'부분은 분량이 적다. 다소 부자연스럽거나 유치한 문장들도 많이 등장한다. 다만 MTF 트랜스젠더 청소년인 샤인의 사연은 왜곡 없이 임팩트 있게 그려졌고, 조연에 대한 특유의 무심함이 이 소설에선 순기능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난 그렇게 살 수 없어. 한 번도 내가 남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 난 여자니까. 몸만 남자로 태어난 여자니까. -99p
책에 등장하는 샤인은 MTF 트랜스젠더이다. 첫 등장에서는 그저 핑크색 스키니진을 입고서 만화 대사처럼 딱딱한 말투를 쓰는, 빼빼 마른 남자아이로 묘사된다. 필자는 처음부터 이 소설에 그가 등장하는걸 알았지만, 핑크색 스키니진에서 감을 잡지 못한 사람은 그의 커밍아웃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그는 조연보다도 약간 단역 같은 비중을 갖고 있었지만, 작품 내에서 두 번이나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첫 번째는 모두가 같이 쓰기로 한 돈을 갖고서 자신의 옷을 사버린 일이었고, 두 번째는 그 옷을 입고 한겨울 강물에 빠져버린 일이었다. 이야기 자체는 상투적인 퀴어서사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죽기로 한 순간에 자신이 있고 싶었던 옷을 입은 그 심정이 전해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 자신으로 살 수 없었던 그, 아니 그녀의 이야기였다.
아니, 어쩌면 샤인은 처음부터 살고 싶어서, 제대로 살고 싶어서 죽음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134p
그녀의 범행(?)이 드러나며 이어지는 커밍아웃에 아이들은 놀라지만, 그것이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나쁘다면 나쁘고, 좋다면 좋은 점이었다. 그녀를 쏘아붙이고, 혐오 발언을 했던 아이는 나중에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희생하면서도 강에 빠진 그녀를 구해준다. 그리고 위의 인용문은 그녀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다 마음먹었을 때 주인공인 기한이 떠올린 독백이었다. 살고 싶어서 선택한 죽음. 어쩌면 죽음에 대한 충동과 함께 찾아오는 건 살고 싶다는 충동이 아닌가 싶다. 어느 누가 단순히 죽고 싶어서 죽는가. 자살은 죽고 싶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살 수 없어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으면 끝일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옆에 남겨진 사람들 가슴에 그 죽음이 고스란히 남거든. -170p
샤인의 짧은 등장에 대한 고찰은 마쳤으니, 이제 이 소설이 주는 중심 메시지이자, 아쉬운 부분에 대해 써보겠다. 위의 인용된 구절이 포함된 대사들은 하나하나 판에 박힌 교과서적인 이야기였다. '그걸 누가 몰라?'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인데, 맞는 말이라서 더 밉상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높다. 우연히도 지난달 올렸던 리뷰에서도 누군가의 자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살은 어떤 사고보다도 정신적으로 더 참담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생물도 살아야 한다는 본능을 갖기 마련인데, 그것을 초월할 정도의 충동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작가가 아직 꽃피우지 못한 젊음에게 못다 한 삶을 포기하지 말라 말하고 싶은 것은 충분히 알겠다. 이 소설에 대해 전반적인 감상을 쓰자면, 무거운 소재를 희망적으로 풀어낸 '청소년'소설이었다. 전지적 퀴어 시점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소설에 등장한 네 명은 다 소수자였다. 나약하고, 막막하고, 세상에 외면당한 아이들. 샤인의 행동들과 커밍아웃이 별다른 문제 없이 받아들여진 것도 그런 정서를 바탕으로 네 명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기에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라고 맨 앞에 쓰인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살아 있기에 아름다운 생명이다. 그 모습이, 삶이 어떠하든 고통 속에서도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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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빨리 넘어가던 책장 ..
.. 그만큼 초조하고 불안하고 가슴아프게 읽혀지던 내용 ..
.. 속절없이 흘러내리던 눈물 ..
.. 우리가 그냥 마구 살고있는 오늘을 간절히 살고싶었던 너무나 뛰고 싶었던 착한 마리의 작은심장 ..
.. 후 .....
.. 힘들어서 더는 기댈곳도 희망도 놓아버린 이에게 한번만 딱 한번만 읽어보라고 건네주고싶다.
.. 그 어느누구도 그게 신이시라도 ... 우리의 심장을 함부로 멈추게 할수는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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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내가 어느새 눈물을 줄줄 흘리고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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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꼭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는 게 재미없는 사람도 ‘살아서 뭐 하나’ 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나오는 고등학교 2학년 서기한은 죽을 마음을 먹었다. 엄마는 여동생한테만 마음을 쓰고 아버지도 일만 하고 쉬는 날에는 혼자 낚시를 하러 갔다. 기한이가 길을 건너고 있을 때 오토바이가 사고를 냈다. 그 뒤를 따라오던 꼼쥐는 기한이한테 사고 난 아이가 식물인간이 되었다면서 오랫동안 돈을 뜯어냈다. 이것을 보며 얼마전에 읽은 책에 나온 말이 떠올랐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어난 일을 잘 보는 것 말이다. 기한이는 사고를 낸 아이가 흘리는 피 때문에 정신이 없기는 했다. 겨울방학이 시작하기 며칠전 교실 분위기가 어쩐지 이상했다. 한 아이가 기한이한테 3학년 학생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기한이는 그 말을 듣고 자신도 죽기로 마음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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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도 살기 싫어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해 그곳에 가면....그곳에 간다면? 가끔씩 인터넷뉴스에서 인터넷사이트에서 만나 자살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기사가 실린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나을것이라는 마음에서 뭉치게되는것일까. 아니면 혼자서는 죽음이라는 여행을 떠나는것이 두려워서 누구라도 함께하고 싶은것일까. 여기 자살여행을 계획하는 네명의 남녀가 있다. 셋은 정말 죽고싶어서지만 한명은 죽고싶지않은데 살수가 없어서 죽기전에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껴보기위해서 넷은 땅끝마을로 자살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살용기도 있는것이라고, 죽을 용기로 살려고한다면 무엇이나 할 수 있을것이라고... 그러나 정말 그럴까. 죽음앞에 선 사람들이 그렇게 벼랑으로 몰릴동안 살 궁리를 정말 안해봤을까. 살면서 인생의 고비 한번 겪어보지않은 사람은 없을테고 마지막을 생각해보지않은 사람 또한 없을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다시 고비를 딛고 일어나 내일을 산다. 그런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다. 삶의 브레이크는 아무때고 세울수있다고, 한번 세우면 다시는 갈 수 없을테지만 지금은 일단 가고 나중에 아무때고 세울수있을것이라고. 일단 지금은 멈추지말고 달려보기를....나중은 언제나 있을테니까...
오토바이가 기한을 빗겨 쓰러진것은 기한의 탓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일을 빌미로 꼼쥐란 녀석은 기한을 옭아매고 기한은 기한 나름대로 오토바이를 탔던 아이가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소리에 별다른 저항없이 그들의 물주가 되기로 한다. 차가운 엄마의 눈빛, 방관자인 아빠의 태도 집이라는 공간은 기한에게 안식을 주지 못하고 자꾸만 떠돌고 겉돌게만 만든다. 그리고 학교에서 들려온 선배의 자살소식. 그제서야 기한은 이 비루한 삶을 견디지않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살이라는 방법이 있었다. 아무런 희망도 삶에 대한 애착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는것이 고역인 기한에게 그것은 자유를 주는 탈출구같은 것이었다. 충동적으로 카페에 글을 남기자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것이라고 동행을 요구하는 글이 달리고 그래서 기한은 '서머스노우맨'마리를 만나게된다. 외계인과의 접선을 꿈꾸는 왕따'깡통'과 세상모든이에게 외면받았다고 여기는 트랜스젠더'샤인'도 함께. 서머스노우맨이 여자인것도 모자라 예상치않은 동행까지. 기한은 이들에게서 떠나고 싶지만 마리의 말은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있다. 죽기전에 제대로 된 여행이나 하고 죽자는 마리의 말에 넷은 땅끝마을로 가기로하고.
"아니잖아.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나도 너처럼 사느냐 죽 느냐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럼 난 절대로 자살 따윈 하지 않을거야... 땅끝까지 가는 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야. 난 어떻게 죽을 것이냐밖에 선택할 수 없는 아이라구."p124중에서 죽기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라 살고 싶어 떠난 여행이라는것을 안 순간 기한이 마리에게 따져묻자 마리가 기한에게 울부짖는 소리다. 누군가는 죽을힘을 다해서 살고싶지만 살기회가 주어지지않는데 누군가는 그 소중한 목숨을 버리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삶과 죽음이 부딪히는것처럼.
침쟁이할아버지네 집에서 며칠 머무르면서 깡통은 드디어 헬멧을 벗게되고 샤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게된다. 떠날때 넷이었던 여행이 둘이되었다. 마리의 버킷리스트에는 하고싶은 일들이 참 많은데 마리에게 허락된시간은 그리 길지않고 이제는 돌아가야할때가 왔다. 그리고 언제나 방관자였던 아버지 그리고 냉랭한 어머니의 눈빛에 얽힌 사연들을 아는 순간 기한은 비로서 자유로워진다. 기한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그리고 스스로 꼼쥐의 물주를 자처했던 기한이 이제는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려한다. 사는동안 희망이나 살아야할 이유따위라고는 없었던 기한에게도 이유가, 살아가야할 이유가 생겼기때문이다. 마리의 백가지 버킷리스트중 마리가 해보고 간 것은 고작 여섯가지, 마리의 버킷리스트의 목록들을 하나씩 지우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을 희망이 생겼다. 마리가 꿈꾸던 내일을 살아야 할 이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