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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 이상이 되는 이들은 80년대 TV 뉴스 후반에 등장에서 매직으로 일기도를 그려가며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던 김동완 통보관을 기억할 것이다(‘통보관’이는 명칭도 그가 처음 만들었다고 하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내일’을 잘 알아 맞추던 그였고, 가장 주목도 높은 TV 등장인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일기 예보는 거의 예언 수준이었다. 그만큼 일기 예보는 쉽지 않은 분야다. 지금도.
빌 스트리버는 로시난테호라 이름 붙인 돛배를 타고 카리브해를 항해한다. 자신이 선장이자 선원. 공동 선장인 아내와 함께다. 초보 항해자들인 그들은 돛배를 운행하며 바람을 느끼고 배운다. 물론 정확히는 그 반대일지 모른다. 바람을 알기 위해서 돛배를 탔을 가능성이 더 높다.
지구가 생기고, 대기가 생기면서 바람은 있어 왔다. 뭔가 달리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기의 흐름이 바로 바람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지역마다 기압이 달라지고, 그 달라진 기압에 따라 공기의 흐름이 생긴다. 그 간격이 촘촘하면 공기의 흐름이 빨라지고, 완만하면 공기의 흐름은 아주 느려진다. 바로 거센 바람,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그래서 생긴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은 그것이다.
책은 두 개의 축을 가지고 쓰고 있다. 하나는 빌 스트리버가 자신과 아내의 돛배 항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는 바람에 관한, 더 분명히는 일기예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한 개의 장에서도 그 이야기들은 서로 왔다갔다 한다. 조금은 산만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읽는 데 거추장스럽다기보다는 기분 전환이나 집중을 위해서는(과학과 역사에 집중!) 더 나은 장치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흥미롭게 접하는 내용은 피츠로이에 관한 얘기다. 거의 모든 다른책에서 피츠로이는 찰스다윈과 함께 등장하며, 그때마다 조연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한다. 비글호 항해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지만(선장이었으니), 나중의 명성 때문에 오히려 비글호
항해의 주인공도 다윈이 되어 버렸다. 그 피츠로이 선장이 일기 예보에 관한 선구자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된 것이기도 하고(바로 그가 forecast라는 용어도
만들었다!), 그 이야기에 관해서 만큼은 찰스 다윈을 조연의 위치로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다. 오로지 일기 예보 때문에 자살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게
일기 예보의 선구자의 자살로 이끈 한 가지 이유가 되었다는 것은 일기 예보라는 분야가 얼마나 중요하며, 흥미로우며, 또한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알게 한다.
바람을 예측하는 것을
포함한 일기 예보의 역사는 피츠로이, 르 베리에, 비에르크네스, 리처드슨, 로렌즈 같은 이들을 통해서 지금까지 왔다. 지금도 틀린 일기 예보에 분통을 터뜨리지만, 사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되면 수긍이 갈 만도 하다. 카오스 이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게 바로 이 분야가
아닌가! 그래도 오늘(4월
4일)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는 대충 맞지 않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