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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를 읽고 나니 피아니스트에 관한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일전에 누군가 추천해줘서 구입해놓은 이 책이 우리집에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지 뭔가. 그 때가 언제더라. 아마도 작년 봄쯤? 그걸 이제야 읽다니. 사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연주를 따로 찾아 들어본 적은 없는 연주자다. 대중가요도 그렇고 늘 듣는 음악만 듣고 정해진 아티스트의 연주만 찾아 듣는 내 성향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름답고 훌륭한 음악이 너무 많고 죽기 전에 꼭 들어봐야 할 것만 같은 연주도 많은데 하나의 음악을 여러 연주자의 버전으로 다양하게 접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아 뭔가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한다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같은 곡을 놓고도 연주자마다 해석이 다르고 연주도 다르다는 건 안다. 그래서 더 편식하게 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음악에 조예가 있는 누군가가 너무 너무 좋다고 최상급의 표현을 써서 추천해 주는 음악들은 생각날 때 한 번 씩 찾아 들어보기는 한다. 천재라 불리우는 여러 피아니스트들과 마찬가지로 마르타 역시 아주 어릴 때(만 3세 무렵)부터 귀신같은 재능을 보이면서 연주자의 삶을 살게 되었다. 이런 일화를 접할 때마다 궁금한 게 그런 신동들은 대개 취학연령 즈음 콘서트를 열고 콘체르토 수준의 곡들을 연주하는데 악보를 보면 그냥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읽혀져서 그 신호가 손가락으로 전달되는 건지, 아니면 듣는 순간 음들이 그냥 자동으로 머릿속에 레코딩이 되서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는 건지, 조표에 기호가 2개 이상 들어가는 악보를 보면 지진이 나고 손이 마비되는 보통의 인간에겐 영 불가사의하게 다가온단 말이지. 책을 읽고 느낀 마르타의 삶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었다. 그녀의 에이전트 중 한 사람은 '마르타는 커리어를 망가트리려고 해도 그렇게 안되는 사람'이라고 했다나. 아마도 그녀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굳은 소신 덕분이었으리라. 그리고 어디에도 구속될 생각없이 자유롭지만 한편으론 정에 쉬이 이끌리고 그러면서도 늘 정당함을 추구하는 강인한 영혼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수없이 몰려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이용하려해도 이용할 수 없고 붙잡아 두려 해도 잡히지 않게 지켜준 것 같달까. 그녀의 어머니 후아니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그녀 인생에서 최소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음악친구들과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게 읽혔다. 평전인 만큼 그녀의 개인적인 일화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아주 재밌었다. 그래서 몇 페이지 소개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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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세번째 남편 스티븐 코바세비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부분. "캐비아는 주면서 빵은 배앗아 가는 식"이라는 그녀의 말에서 세 명의 전남편들 이외의 연애사 역시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지나간 사랑은 다 순탄치 않았기에 지나간 거겠지. 세 번의 결혼생활 이후의 연애사에 대해서는 일일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왠지 마르타가 가장 사랑한 남자는 스티븐 코바세비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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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설득되는 마르타의 별자리 논리. ㅎㅎㅎ 리흐테르만의 매력적인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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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같은 대가도 이런 대화를 하는 친구가 있다. 마르타의 첫 스승님이셨던 빈센초 스카라무차 문하에서 함께 레슨을 받았던 브루노 레오나르도 겔버라는 피아니스트를 만날 때란다. 어린 시절의 악몽같은 시간을 함께 겪어낸 전우애 비슷한 감정이 꽃피기 때문이었을까? 연세 지긋한 백발의 두 피아니스트가 만나서 이런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뜻밖이기도 하지만 감동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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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쇼팽에 관한 견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면서 마르타의 성향을 요약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 정말이지 인간적으로도 무궁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우주같은 그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와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벳부지방에서 아르헤리치 페스티벌이 열릴 정도로 엄청난 위상을 갖고 있기에 거의 정기적이라 해도 될 만큼 자주 방문해 연주회를 열지만 항공편으로 1시간 거리인 우리 나라에는 발길이 뜸하다는 거다. 한 번 들렀다 갈 법도 한데 한국에서의 연주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다른 개인적인 감정 때문일까.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언급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현재 내가 가장 실황으로 만나보고픈 연주자 마우리치오 폴리니도 마찬가지라 그녀를 원망할 수 없다.(마르타는 오기라도 했지.ㅜㅜ) 그래도 언젠가 그녀 생전에 한 번 쯤은 다시 한국을 방문해 연주를 들려줄 날이 있지 않을까.
(리뷰를 쓰고 나서 내한 관련 뉴스를 찾아 보니 불과 작년 5월 9년만에 한국을 방문해 그녀가 아끼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임동혁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ㅜㅜ 언제 다시 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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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유로 아르헤리치를 알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본 그녀의 연주는 뇌리에 깊이 남았다. 언제부터인지는
가물가물하지만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영상을 가장 많이 돌려 봤다. 1악장 도입부의
물결흐름 같은 연주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에 비해 좀 더 유려하다고 할까?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가려 낼 수 있을 것 같은 내공이 있었다 41년 생이니 70대 중반의
고령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 가을 국내에서도
공연이 있었다가 취소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책은 내가 아는 몇 안되는 피아니스트의 삶과 사랑 그리고 피아노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지은이가 기자라 그런지 취재를 꼼꼼히 해 아주 긴 문화면 기사를 읽는 느낌이다.
프랑스에서는 2010년에 나온 책이 국내는 2018년에
나왔다. 시간의 간극이 있지만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70여년이 넘는 삶의 궤적이 녹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름만 대면 한 번쯤 들어봤을 그런 사람들 재미있는 건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이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것이 적혀 있다는
것. 아르헤리치가 그래서 두 번째(?) 남자 샤를 뒤트와와
이혼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책을 덮고 그녀의 최근 공연 실황 클립을 봤는데… 참으로 짠 했다. 울컥하는 느낌도 있고. 염색 안 한 머리카락의 포스가 아주 오랜
기간 피아노 선율에 흔들리기를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