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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 시인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이 있으며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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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릴 게 없는 지갑을 잃어버렸다
소낙비 내리는 밤 원효대교를 터덜터덜 걸어 홀로 돌아간다
젖은 주머니에 젖은 주먹을 쑤셔 넣고 가슴에 머리를 파묻으면 또 잃어버릴 것의 소리들 냄새들
갓 갈아엎은 흙냄새 따스한 심장의 냄새 방금 밟은 빗방울 냄새 또 잃어버릴 것으로 홀로 돌아간다
물 위에 어른거리는 잃어버릴 게 없는 지갑처럼 잃어버릴 이끼 낀 해골바가지
-외줄 곡예사-
바닥은 허공 허공도 허공 외줄 위로 외발자전거가 달린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외발자전거가 달린다 끝나지 않는 외줄 위에 끝나지 않는 허공 달리는 제로
이 시들을 잘 안다고 말 할 수는 없겠다. 문장 하나 하나를 해체해서 해독하지도 못한다. 이 시인의 시는 희망을 말하지 않지만 비관하지도 않는 것 같다. 하루가 지나면 또 하루가 오는 반복되는 인생 날이 간다고 인생을 더 잘안다고 할 수도 없고 나이가 많아졌다고 더 철들었다고 할 수도 없는 값을 지불한다고 절대 다시 오지 않는 것들만 쌓여가고 있지만 난 나의 길을 갈 것이라는 외침 같은 시들이다.
뒤쪽에 '매점과 시'라는 산문이 하나 실려 있는데 그를 더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학생일 적 구르듯이 계단을 달려 매점으로 가서 획득했던 단팥빵의 추억 마지막 두 단락을 책에 적어진 그대로 옮겨본다.
지금 나에겐 매점이 없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고민이 없다. 고민이라고 투덜댔던 모든 것들은 자 만의 외투였을 뿐이라는 걸 지금 나는 안다. 빵과 욕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 도 없다고 말하는 자만을 지금 난 들여다본다.
나에겐 매점이 없다. 예감과 후회, 불길함과 부 질없음도 없다. 할아버지가 없고 햄릿이 없다. 나 의 매점이라 불렀던 문장들도 없다. 많은 능력과 시간을 불러들여야 할 매점. 선택과 결과가 있는 사건들, 딱딱한 자만들, 그것들이 없는 모든 오늘, 그것이 나의 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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