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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에 비춰 말하면 혼자서는 읽기 힘든 책도 독서회에서 선정하면 어쨌든 읽을 수는 있었다. 숙제 삼아 읽는 책이 처음부터 재미있을 수는 없지만 다 읽고 나면 남는 뿌듯함이 좋아서 지금까지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회 선정도서는 다 읽어왔다. 이렇게 읽은 책이『코스모스』,『생각의 탄생』,『총,균,쇠』,『사피엔스』,『정의는 무엇인가』등이다. 예스블로그를 하면서 서평이벤트에 참여해서 선정되는 책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내가 잘 구입하지 않는 책 위주로 신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덕분에 어떤 종류의 책이든 끝까지 읽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이번에 예스블로그에서 마련한 '새벽아침독서습관'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묵혀두었던 이 책 두 권을 다 읽은 것도 내겐 소중한 경험이었다. 포스트를 작성하는 일이 내 시간과 맞지 않아서 세 번 참여하고는 그만 두었지만 머리맡에 읽을 책을 놔두고 눈 뜨면 먼저 책장을 펼치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2권엔 김수영 산문을 모아놓았다. 784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었지만 김수영의 생각이나 주장, 그가 가진 문학관,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좋은 내용이었다. 1부 <일상과 현실>의 수필을 읽을 때는 김수영 시인은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점잖은 모습으로 웃기는 이야기를 능청스레 하는 것이 꼭 김연수 산문을 읽는 듯 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왜 안 읽었을까 싶을 만큼 킬킬거리며 읽다보니 남은 것은 김수영 시인은 죽음과 가난과 매명(賣名)에 대한 고민을 늘 안고 살았다는 거였다.
2부<창작과 사회의 자유>는 저널리스트, 혹은 작가로서 느낀 당시 언론과 사회의 문제점을 토로한 내용이다. 민주주의 원칙에서 보면 신문이 지상에서 끊임없이 폭동을 일으키는 사회여야만 건전한 사회이고 그런 사회라야만 현실적 폭동의 위험을 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말해서 신문이 지면상의 폭동 즉 자유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의 폭동을 조장하는 무서운 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된다.(282) 또 이 장에는 조선일보에 실린 이어령 선생과의 논쟁이 두 편 수록되어있는데 이 글에서 김수영 선생의 진보적 사상을 알 수있다. 모든 전위 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304) 라고 하면서 예술의 진보성을 주장한다.
3부 <시론과 문학론>은 시인 김수영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는 시인이란 누구보다도 고독하고 구차하고 동떨어진 것이다. 적어도 그 시대와는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인다.(313)라고 해서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의 불온성을 말하고 있다. '진정한 시인이란 선천적인 혁명가'라는 그의 생각이 시에 나타나있기 때문에 그의 시를 읽을 때 저항이나 혁명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나 싶었다. 독자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독자란 시간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것이고, 역사를 만드는 것이 그들이고 보면 그들의 현명도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332)라고 하여 창작자와 평론가가 자신들의 글에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했다. 60년대 시단에 대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독일 등 세계의 시를 읽고 해석한 내용은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텍스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들여다 본 장이었다.
4장은 <시작 노트>다. 김수영 시인이 어떻게 시를 쓰는가를 쓴 내용이어서 그의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5장은 <시평>으로 내가 중등시절에 교과서에서 배운 시인들의 시를 평가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어서 재미있었다. 60년대 기대주로 김현승, 고은 시인이 자주 거론되었고, 홍윤숙, 김후란, 허영자, 박두진, 황동규, 김춘수, 정진규 시인이 신진 시인으로 나오는 것이 재미있게 읽혔다. 시평은 늘 그렇지만 현재에 불만을 기본으로 한다. 위에서 불온하지 않으면 진보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칭찬은 아껴두고 단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더 나은 시단이 되기를 바라는 김수영 시인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독자 없는 시'와 '불성실한 시'에 관한 지적은 현재도 늘 문제가 되는 내용이어서 세상이 앞으로 나가고 있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것은 시단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느꼈다.
김수영 시인이 쓴 마지막 시가 우리가 알고 있는 '풀'이다. 민중을 풀로 빗댄 이 시를 기억하기 때문에 그를 저항의 시인, 혁명의 시인이라고 말하기 쉬워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시인을 몇 편의 시로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를 생각했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고통의 끝으로 몰고가려했던 시인은 시와 현실에 대한 애증이 같은 무게로 뭉쳐있는 듯 보였다. 생활의 방편으로 글을 쓰고, 그 현실이 고통스러워 시를 썼던 시인의 괴로움이 느껴졌던 독서였다. 책 한 권에 하나의 세상이 있다면 나는 이번 새벽의 독서로 김수영 세계의 고통을 읽었고, 이 경험 역시 내겐 무척 소중한 자산이 되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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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수용소 생활은 매우 비참한데 그 곳에서 이야기를 웃음 나오게 끌어가십니다. 파카 만년필…슬픈 일인데 그 역시 우스운 것으로 종결합십니다. 극단 얘기…참…p와 결혼 하려던 그녀…어머니가 끊어가신 고기 세 근이 더 어이 어이 없는 웃음을 불러 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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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가 예뻤고요. 안에 담긴 작품의 구성까지 마음 담아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받고 기분이 좋았어요. 전집의 1권 시집보다 훨씬 두꺼운 두께 때문에 휴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한 곳에서 읽기에는 괜찮았어요. 소장용으로 구입하는 분들도 여럿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김수영 시인의 작품을 망라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저와 같은 마음이신 분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김수영 시인의 산문은 존재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시보다 좋았어요. 전에 알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본 것 같아 신기하기도했어요.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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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시를 쓴다는것은 굉장히 매니아적인 취미중의 하나이지만 과거에는 일상생활이었다. 누구나 써 보고 읽어보기도 하고 수준급의 작가는 시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일제강점기 우리가 아는 많은 시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윤동주, 이상등이 민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때에 태어나 현대사를 살고 생을 마친 시인이 있다. 김수영. 책이나 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잘 모를 그 이름. 하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는 사람. 이 책을 그를 모르는사람들에게도 추천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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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김수영 전집은 나름 알뜰살뜰하게 챙기고 있었다. 풍성한 주석과 사진 자료, 미출간 작품 수록 등 그간 판본을 달리 해 전집을 점차 완성해갔다. 이번 전집에서 기존에 싣지 못한, 미완성 작품 등을 검증하고 개정판이 새로이 모습을 갖췄다. 김수영의 일생에서 포로수용소에서의 시간을 빼놓을 수 없을 터다. 그 시간은 시인으로서의 자유와 분투, 훗날 부인과의 갈등으로 이어지며 끝없이 그를 지배하는 그림자였을지 모른다. 포로생활을 풀어낸 산문이 이번에 실리면서 더욱 가치를 더해주었다. 그밖에도 일상과 일기, 편지, 비평 등 여러 종류의 글을 통해 김수영을 전면 확인 가능하다. 한국 현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수영을 단 2권으로 빠져들 기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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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1921-1968)을 시인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그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작년 초, 김수영의 타계 50년을 기념해 민음사에서 새로 보완해서 출간한 『김수영 전집』 (전 2권)이 생각났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김수영 문학관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문'이 실린 전집 2권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일본어로 번역된 철학서를 즐겨 읽은 김수영은 일본어 뿐만 아니라 영어에도 능통하여 앞서 말한 대로 영문 잡지를 읽었고 원서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번역하는 것을 '밥 벌기'라고 표현했다. 번역하는 것은 생활을 위해 해야 했던 부업 같은 것이었다. 전시실에는 그가 썼던 좌탁과 노트가 전시돼 있다. 노트에는 '일과'라고 크게 쓰고 네모 표시를 했다. 글쓰기 아침 네 시간, 책 읽기 아침과 오후 도합 네 시간, 밥 벌기 오후 혹은 밤 네 시간. 생존을 위해서 그는 쓰고 또 썼던 것이다... 시가 되었던... 산문이 되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