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읽으며 한국에도 이런 소설이 있었으면 했다.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으며 이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담은 내용이라면 얼마나 더 구구절절 흥미로울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런 한국 소설이 나왔다. 천문학, 음악, 수학, 모든 분야의 기호와 상징들이 어떻게 하나로 연결되는지...또 그것이 어떻게 우리가 쓰는 언어 속에 담기게 되는지.. 읽어나갈 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스피디한 스토리 전개 역시 마음에 든다. 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듯, 시원시원한 스토리 전개와 예상치 못한 반전들, 그리고 서로 상관없이 여겨지는 것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질 때는 무릎을 치게 된다. 새삼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문자인지, 이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세종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새삼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교과서 한쪽 귀퉁이에서 읽고 지나쳤던 인물들이 생생한 생명력을 가지고 소설의 한 축이 되어 등장하니, 읽으면서 새삼 얼마나 쉽게 한국 역사를 배우고 지나갔나 하는 반성이 되기도 했다. 일단 책을 들면 다음장을 읽지 않고는 못배긴다. 수많은 상식과 지식이 들어있는 것 외에 술술, 읽히는 꽉짜여진 스토리는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
|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국어시간에 외워지는 유명한 구절로 세종대왕때의 한글창제의 비밀과 관련된 책이 나왔다. 소설을 리뷰하면 항상 부담감이 생긴다. 그 이유로는 스포일러가 되기싶고 그렇다고 대충 하자니 나만 부실하게 책을 읽은 느낌만 들고 여러가지로 귀찮다는 생각만 들기때문이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상당히 빠지는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가제본으로 읽었다. 내용전개가 치밀하게 전개되어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면서 정독을 많이해서인지 전공서적처럼 책이 널널해질정도였으니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치고는(개인적으로 우리나라소설은 생각보다 낮게 본다.그 이유는 개연성이 너무 빈약하다.갑자기 등장하는 전개와 반전이 너무 많다고 보면 된다.) 외국소설을 보는 느낌이 나는 상당히 모던틱하게 논리적으로 전개를 한다. 그당시의 과학적인 수사기법과 수리학적인 묘사나 조선시대때 말로만 중얼거리는 공맹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의 냉정하고 치밀한 성격도 상당히 이채롭다. 훈민정음에 대한 주변적인 이해를 이 책을 보면 새롭게 느끼게 되는 것이 그 과정이 쉽지않았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이 자주성에 대한 것이며 그것이 진정으로 취해야할 나아갈 것이라고 이 책을 보면서 항상 느끼게된다.(이 책에서도 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대주의의 원천은 지나인데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신뢰가 없는 이유가 역사가 말해준다.오죽하면 고종때 실패했지만,미국하고 가까워지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원교친공이라는 기본적인 중국의 사상을 잘 생각해야한다고 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재 이 책과 비슷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그러한 면에서 차별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아쉽다.다른 서평자인 인랑님 견해처럼 이벤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본의아니게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한다.차라리 한권 더 주는 이벤트가 더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타이밍이 안맞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처음 추리작품인 것 같은 작가이지만,상당히 괜찮다는 점에서 강추하며 앞으로의 발전을 더욱 기대한다. |
| 이 책은 긴박감을 주는 연쇄 살인 사건의 해결 과정을 통해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세종의 업적에 대한 많은 지식과 여러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었기에 유익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고 난 후 뭔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재미있었으며, 곳곳에 숨겨진 놀라운 복선과 마지막 반전은 끝까지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읽는 동안 살인 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거대한 세력에 의한 살인이라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언제 살인이 벌어질지 모르며 그 살인의 전모를 밝히려는 주인공의 목숨까지도 위험하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주인공이 연쇄 살인 사건들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은 흥미로웠는데 단순히 심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고와 관찰이 동반된 추리로 전개되고 있었기에 인상 깊었다. 또한 지식 소설답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수학에서 배웠던 마방진에 대한 해법이 기존에 내가 알고 있었던 해법과 다른 독창적인 방법이었기에 그 풀이 방법에 크게 매료되었으며 눈이 번쩍 뜨이는 경이로움을 안겨주었다. 그 외에 천문학, 철학, 역사학, 음악 등에 대한 정보를 간추려 제시하고 있는 부분을 읽으면서 다방면의 지식에 대해서 기존에 모르는 부분이 많았기에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지적인 추리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 작가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추리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실들이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있었고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 복선을 지니고 있었기에 소설을 쓰기 위해 공들였던 작가의 많은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 살인을 한 방법과 살해된 사람의 직책 등이 연관이 있다는 내용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건의 추리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밝혀지고 살인자의 윤곽이 드러나서 살인자가 누구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글을 읽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끝이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생각지 못한 복병처럼 마지막 반전이 있어서 끝까지 책을 손에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인 열상진원, 향원지, 경화루, 주자소, 아미산, 연침이 모두 세종의 치정 시대에 지어졌고, 모두 하나의 의미로 통하는 장소들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장소들의 구조와 그 의미들, 또 다른 궁궐 내부를 세세하게 알려 주고 있어서 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궁궐 내부를 어느 정도 알게 되어서 뿌듯했는데, 특히 세종이 만든 장소들은 과학적 정교함마저 엿보였기에 훌륭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세종의 업적을 알 수 있었고, 그가 백성을 생각하며 느꼈던 고뇌들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으며, 그가 학자들을 이끌었던 리더십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세종이 여러 가지의 업적을 이룬 훌륭한 왕으로만 단순히 기억되고 있지만, 그 업적들을 이루기까지 많은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훌륭한 리더십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가 여러 인재를 등용하여 지식 경영을 했던 정치가이자 백성의 평안한 생활을 위해 노력했던 위민의 군주이자 여러 개혁을 이룬 혁신적인 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용 곳곳에 마음 따뜻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고,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내용들이 많았던 것도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중화이론으로 똘똘 뭉친 조선에서 자신의 안위가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사랑하여 백성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의 마음은 존경받을 만 했다. 그 세종에게 충성하여 자신들이 살해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자신들의 임무를 완성하고자 노력했던 여러 충신들의 충심이 큰 감동을 주었다. 반인으로서 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고치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고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며, 짐승들의 속 내부를 자신이 직접 해부하고 그것들을 그림으로 남겨 사람의 속 내부도 짐작하게 하면서 백성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가리온의 열정이 부러웠다. 또한,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사건을 추리해 나갔던 주인공 채윤의 열정과 무모함과 용기와 노력 등이 보기 좋았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사건이 일어난 후 가리온이 시신을 살피고 사건 현장을 살펴서 논리적이면서도 조리 있게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부분들은 놀라운 추리력과 과학적인 관찰력을 보여주었기에 놀라웠다. 추리소설답게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는 글 솜씨와 자세한 주석을 통하여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게다가 훈민정음 해례 제자해 편을 자세히 실어놓고 뜻을 풀이해 주어서 우리나라 한글 속에 숨겨진 깊은 의미들을 깨달을 수 있었고 세종 시대에 발명했던 자격루, 간의대, 혼천의, 칠정산 등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었고 그 발명품들의 과학적인 정교함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부록으로 나온 세종의 업적과 일대기를 연도별로 차례로 보기 좋게 알려준 정보는 세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었기에 유익했다. 등장인물 중에 최만리와 조사의와 같이 보수적이며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만을 추구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양반들이 개혁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충신들의 행동을 저지하면서 우리 역사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에 의해서 숨겨졌던 역사의 일면들이 밝혀지듯이, 세종의 업적과 집현전 학자들의 노고는 현대의 우리들에게 알려졌으며 그 시대의 훌륭한 과학적 업적과 발명품들은 우리 역사를 빛나게 하는 뛰어난 업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기에 보수적인 인물들의 행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약간이나마 덜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훌륭한 인물들의 업적과 삶을 통해 깨달음과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과거의 안타까운 사건들을 통해서는 아픈 경험과 실패를 되새기면서 교훈을 얻어 오늘날과 미래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며 공부하는 의미이며 역사서를 읽는 재미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이 책은 객관적인 역사서가 아니고 허구적 요소가 가미된 소설일지라도 사실에 바탕을 둔 내용이기에 우리 역사의 일면을 엿볼 수 있고 훌륭한 인물들의 삶과 업적을 돌아볼 수 있었으며 깨달음과 교훈을 얻을 수 있었기에 참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
| 17세기 한국에 온 네덜란드인 하멜은 13년 간의 한국 억류(?)생활을 고국으로 돌아가 ''하멜표류기''로 정리했다. 선원생활시 서기였던 그가, 한국의 문화와 정치, 경제 모든 분야를 두루 정리한 것 중 눈에 띄는 것이 ''언어와 문자''다. "그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 첫번째는 한자, 두번째는 필기체로 쓰는 초서, 세번째는 여자와 평민들이 사용하는 언문이라는 글자..." 이젠 여자와 평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한글을 하멜은 이렇게 썼다. "이 글자는 배우기가 쉬우며, 모든 것을 다 쓸 수 있습니다. 전에 한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이름을 다른 글자보다 쉽고 더 정확히 적을 수 있는 글자입니다. 이 모든 것이 붓으로 매우 능숙하게 그리고 빨리 쓰여집니다."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한글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발명품 중 하나'' 정도로만 교과서에서 배운 나는 이 책을 발견하고, 왜 이런 책이 이제 나왔나 싶었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창제 과정을 추리기법을 가미해 쓴 장편소설이다. 세종 25년(1443년) 훈민정음 반포를 앞두고 경복궁 안에서 벌어지는 7일 동안의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 살인사건을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가미해 전개한 팩션(faction)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잘 짜여진 스토리 전개는 한번 잡은 책을 놓기 힘들게 만들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 전개와 거침없이 풀어놓는 작가의 필력은 숨이 가쁠 정도.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도 이렇게 밤을 새워가며 읽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덤으로 얻으며 떠오르는 햇살 아래 혼자 슬며시 웃었다. 외국 손님이 오면 관광 코스로 데려가곤 했던 경복궁에 다시 가보고 싶어지게 하는 것도 이 책이 내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모든 국문학도, 아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한번쯤은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본다. 우선 국문과를 지망한다는 문학소녀 우리 조카에게 사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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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지금 청와대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살인자는 청와대를 비웃기라도 또는 협박하듯 다음 살인은 예고한다면...우리 나라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도 모든 관심이 집중될것이다. 조선 최고의 개혁시대라 일컬어지는 세종시대에 구중궁궐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아마 모르긴 해도 왕의 궁궐에서 기침소리 한번 크게내지 못하던 시대에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자 공포였으리라. 작가 이정명은 팩션의 흐름을 이용하여 구중궁궐에서 -그것도 우리 나라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세종시대에- 살인사건을 일으켰다. 과감한 시도이자 독자에게 정면승부를 요청하고 있다.
집현전 학자가 궁궐에서 살해된다. 그것도 경복궁 후원의 우물물에서 발견되어진다.살인사건은 아주 어린 겸사복이 맡게 되고 중신들은 그들이 공격해 온다고 공포에 떤다. 살해자 시체에서의 문신과 수수께기같은 그림만이 단서일뿐 소설은 또 다른 살인사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매일밤 의문의 문신을 지닌 집현전의 학자들이 비참히 살해된다. 어린 겸사복 채윤은 반인인 가리온과 함께 시체들을 해부하면서 사고나 자살이 아닌 명백한 살인임을 확인하고 이리 저리 독자들과 함께 궁궐을 헤매이게 된다. 그러나 살인사건내내 소설은 오직 집현전에 반대하는 "사악한 그들의 무리"와 의문의 책 "고군통서"만을 주장하여 머리속을 어지롭게 한다.
수사를 맡은 겸사복 채윤은 성삼문등의 집현전 학자 그리고 학문, 역사, 음악,천문,인쇄,도서관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사건의 중심으로 향하게 된다.
일단 작가의 큰 틀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교육적이다. 결론적으로 세종의 거대한 국가 개혁 프로젝트의 과학적, 합리적 운영과 인선과정등을 소개하며 거기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의 거친 반대, 그리고 자신의 한없는 것 같으면서도 미약한 힘에 고뇌하는 국왕등을 주제로 가지고 살인사건이라는 추리를 소재로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미 나와 있는 살인사건의 주범인 그들의 존재에 작가는 무척이나 고심한 듯하다. 시종일관 그들,그들하면서 그들의 구체적인 실체를 그려 나가려 하지만 독자가 느끼는 서서히 음모가 드러나는 그들의 존재가 영 개운치만은 않다. 성삼문등의 모든 다른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그들"과 고군통서의 비밀을 오직 수사관인 채윤과 독자들만 모르고 애를 태운다는 것도 추리소설에서는 맥빠지는 부분이었다. 모른다면 다들 모르다가 서서히 "그들"과 "고군통서"의 존재가 밝혀졌으면 했는데 오직 채윤만이 모른다는 것이 긴장을 유지하기에는 힘이 모자라는 부분이다.
이 소설은 어쩌면 "이인화" 작가의 "영원한 제국"과 쌍둥이적인 소설이다. 세종은 정조로 성삼문은 정약용으로 묘사하면서 세종과 정조의 개혁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의 기득권 그리고 양반과 평민의 상하 수직관계를 철저히 유지하려는 사대부층과의 처절한 사투를 그리고 있다.
연쇄살인사건의 흥미로운 사건풀이와 한글창제라는 우리 민족최대의 프로젝트의 어려운 과정을 소설로서 잘 소화해낸 소설임은 틀림없다.
몸이 약한 세종대왕이 그 어려운 기득권의 강한 반발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민생고의 해결과 백성들의 무지 타파를 위해 중국의 글자가 아닌 자주적인 글의 개발과 아울러 국토정비에 힘쓴 역사적 공로를 치하하는 소설의 주제에 무척이나 동감하는 바이다. [인상깊은구절] "북송의 휘종 황제가 화공을 뽑는 시험에서 ''봄꽃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말발굽마다 일너나는 꽃향기를 그리라(踏花歸路馬體香)''는 문제를 낸 적이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대화중에서. |
| 궁중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피살자는 집현전 학사이고, 이를 수사하는 사람은 ‘겸사복’이라는 우리에게 낯선 직책을 가지고 있다. 과연 왕의 총애를 받고 있는 집현전 학사가 연쇄적으로 살인을 당하는데 그 이유를 무엇일까? 살인자는 이로 인해 얻는 것이 무엇일까? ‘성배’나 ‘종교’에 관련된 추리 소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소재의 추리소설을 보게 되어 아주 반갑게 읽었다. 물론 내용은 완전한 픽션이지만 역사적인 사실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그 시대에 일어났던 일같이 느껴졌다. 특히나 한국사에 있어서 우리 민족에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긴 시기에 궁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게다가 이 연쇄 살인 사건이 바로 한글 창제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은 나로 하여금 책에 쑥 빠져들게 했으며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나 외국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이나 지명 등 익숙지 않은 단어 때문에 옆에 메모를 해나가며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것이 없어서 아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소설에 배경으로 사용된 시공간이 아주 극적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모두 알 수 있는 시대적인 배경과 잘 알려져 있는 등장인물들..게다가 신분적으로 하층에 있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함으로 인해 읽는 사람들에게 신선함 까지도 주고 있다. 여러 가지 역사적인 용어나 서적 명 등이 나오고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흥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이 책의 아주 큰 장점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타난 살인자의 정체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좀 그 사람에 대해 소개가 나오고 마지막에 그가 범인으로 나타나야 추리 소설의 극적 반전이 성공적으로 일어 날 텐데, 그것이 없었던 것이 불만이고 이 책의 올의 티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소재를 가진 이런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 출판된다는 것이 아주 기쁘고, 이런 류의 외국 베스트셀러 소설과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은 구성의 탄탄함은 큰 장점이라고 보여진다. 이 책은 팩션 분야는 다른 나라 작가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어느 정도 충격을 준 책이다. 아마 당분간 이런 장르의 책들이 많이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
| 정말 괜찮은 역사소설 읽었다. 책을 짚는 순간 새벽 3시까지 다 읽을 만큼 빨아드리는 흡입력이 있다. 재미도 있고, 또한 반전도 기대 이상이다. 역사 추리 소설의 틀을 그대로 답습한 것은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로 우리 것에 대한 반성에서 오는 이어령 선생이 지적한 가장 한국적인 팩션이란 지적이 옳다. 대개 영화나 추리소설도 그렇드시 늘 살인사건에서 시작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장미의 이름''이나 ''다빈치 코드''등도 그런 것처럼. 세종대 집현전 학사들이 살해를 당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행과 관련된 실마리를 품고 처참하게 살해된다. 이 과정에서 실재 역사의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성삼문, 최만리, 강희안, 정인지...'' 물론 죽어간 학사의 이름은 모두 꾸며낸 가공의 인물이지만.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많은 우리것이 마음에 든다. 경복궁 이야기, 마방진 이야기, 집현전 이야기, 고려사 이야기등. 다양한 방면에서 깊지는 않지만 널리 차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의 주된 구도는 집현전을 중심으로 물학物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종과 경학經學과 사대事大을 중심으로 하는 최만리집단과의 대결구도가 주된 내용이다. 특히 세종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금서를 중심으로 자주와 중화의 대결구도는 참 신선했다.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읽는 이에게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특히 한글창제 과정의 숨겨진 이야기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후반부에 들어설 때면 아무리 나같은 국어학 전공자가 이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런 소설을 통해 한글이 과학적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더 교육 효과가 크다. 이야기 진행과정에서 검의인 반인 가리온이 동물을 그렇게 해부하고 오히려 범인으로 몰려가는 과정과 실어증에 걸린 마방진 해석을 한 무수리 소이을 범인의 한 부류로 몰아가려는 저자의 의도는 분명 후반에 나오는 반전을 위한 장치였음을 안다. 하지만 한글 창제과정을 명확히 알고 있는 내게는 그런 반전 장치는 결론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한글이 구강구조를 본떠서 만든 음운론적으로 완벽한 자모이며, 실어증에 걸린 소이를 대상으로 세종이 새로 만든 글자를 실험할 것이라는 사실. 정말 이 부분에서는 감동이었다. 물론 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집현전 학사들이 죽을 때 남긴 많은 단서들 가운데 열상지원에서 죽은 학사가 쥔 ''옥단추''는 무슨 의미며, 최만리 집단이 시전상인의 대행수와의 계약부분이 너무 빈약하게 처리되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확대하면 세종과 집현전의 개혁에 도전하는 거대세력으로 확대할 수있을텐데 소설 속에서는 그 세력이 한 개인으로 나와서 좀 아쉬웠다. 특히 후자를 더 키웠다면 이야기의 규모가 더 컸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여간 오랜만에 읽은 상당히 재밌으면서도 유쾌한 책이다. 맨 마지막의 반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책에서는 ''정인지''를 ''실용주의''의 선두로, ''최만리''를 ''모화慕華주의''의 선두로 묘사하는 데 그건 좀 잘못인 듯하다. 물론 최만리가 한글창제를 반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병희 선생님께서 강의 시간에 말씀하신 것처럼 그 사실때문에 모화니 사대니라고 해선 안될 훌륭한 분이라고 하셨다. 모든 살인의 중심이라고 오해받은 최만리가 그 누명이 풀리고 한글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상소를 적는 부분은 정말 가슴이 찡했다. 그리고 정인지를 실용주의의 선두로 본 것은 좀 그렇다. 정인지가 한글창제의 ''서序''를 쓴 것때문으로 생각하는 데 정인지는 분명 엄청난 천재임이 틀림없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서툴다. 김종서와의 관계에서도 보면 알 수 있다. 공주목사로 있던 정인지는 함경도에서 4군6진을 개척하던 김종서 일가를 잘 보살피라는 어명도 지키지 못할 만큼 정치적으로는 무심하고 서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실용주의라는 민감한 정치 노선에 앞세웠으니... 단 두 사람은 훈민정음과 관련된 상반된 견해를 보여 이를 확대해서 대립관계로 설정한 듯 하다. 이 부분이 좀 아쉽다. |
| 이 책을 읽으며 세종의 인간적 고뇌를 다시금 볼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변화를 막으려는 관습과 맞서 힘겹게 세월을 보내는 세종이 안되고 불쌍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장영실, 신숙주, 박연, 정인지등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지가 있음에 행복한 왕이었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인간으로써 힘들고 고달픈 생애를 보냈지만, 그는 아마 그들로 하여금 행복한 한 평생을 보냈으리라...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맞서서 이겨냈기에 우리의 문화가 더 찬란하지 않았을까? 또한 인간을 인간으로서 사랑한 통치자가 있었기에 우리에게 많은것을 시사하며 인간을 인간으로 볼 수 있는 눈도 주었으리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며, 또한 세종이란 실존 인물에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책이었다. |
| 상상하기엔 너무나 남겨진 것이 없는 과거, 특히 그당시 인물들의 고민이나 행동 등이 실제처럼 다가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적인 팩션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로베르트 반 훌릭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인화 작가의 영원한 제국이나 최근 붐을 일으켰던 김탁환 작가의 방각본 살인사건 등이 남겨주는 1%의 부족감을 이 작품은 잘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 추리 자체만으로는 매력이 있다 말할 수 없지만, 이야기로 끌어들여 그 시대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은 한 수 위라는 말이다. 어쨌든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
| 누구던지 역사관련 책을 읽다보면 역사가 주는 아이러니함에 놀라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 사건 현장에 어슬렁거리는 ''우연성''에 대해서 역시나 깜짝 놀란다. 그것이 좋은 우연이든, 나쁜 우연이든지 간에 말이다. 나는 역사엔 그리 우연성이 깊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록 그 때, 그 장소에서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 과거의 과거에 우연을 이끌어가는 깊은 연관된 작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운명론''같이 생각하면 된다. 그 ''우연''은 과거에 이미 시작된 하나의 작은 실타래이다라고... 그러니까..우리의 역사, 혹은 남의 역사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우연보다는 운명적(혹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졌다라는 것이 나의 얕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소재들을 한번 보자. 먼저, 세종대왕은 태종(이방원)의 셋째 아들이다. 그런데 그가 왕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다. 첫째, 둘째 형들을 제치고. 그리고 그 셋째 아들로 왕이 된 그(충녕대군으로 후에 세종, 그는 ''이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정말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긴 그런 왕...아니...대왕이 되었다. 그 업적중에서 단연 으뜸은 역시나 우리글, 우리말인 ''훈민정음''이다. (''한글''이라는 단어는 ''주시경''박사가 처음에 썼다고 알고있는데..찾아보니..주시경 박사의 조선어학회의 동인지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함...) 이 부분은 역사적 아이러니이다. 이방원도 정종을 몰아내고 자신이 왕을 차지한 사람으로 그의 아들들 또한 적자계승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양녕대군(제일 맏형)과 효령대군(둘째형) 또한 스스로 왕위 자리를 욕심내지 않으니, 혹자는 그들이 현명하였다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자는 이미 서슬 퍼런 이방원의 눈엣가시로 남겨지기 싫어 스스로 멀리 했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작가는 고려를 멸하고 세운 조선의 뿌리가 근본적으로 쿠데타이기에(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는 말) 그런 왕위 계승은 이어 받지 않기 위한 하나의 계략(양녕대군은 미친짓을 했으며, 효령대군은 절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내용도 어떤 책 속에 들어있다.(아마...김진명의 ''하늘이여 땅이여''라는 책일 것이다) 어쨌든, 세종은 왕위를 이어받았지만, 그 또한 힘겨운 날들 또한 있으니, 그의 장인인 심온의 역적 행위이다. 비록 심온이 후에 무고함으로 밝혀졌지만, 그의 식솔은 모두 관노로 배속되었고, 심온은 그 전에 이미 사사(賜死 : 사약(賜藥)을 마시고 죽다)되었다. 세종은 이미 그의 왕위의 적통도 불안하였고, 후에 무고로 밝혀졌지만 그의 장인쪽은 역적죄를 지었으니 그가 이룬 대업들은 더욱 그 의의가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너무 역사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 책은 작든 크든 이 모든것이 소재이다. 또한, 그 후 세종의 여러 업적, 집현전을 세우고, 집현적 학사들을 채용하여 학문의 연구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하여, 농사직설, 혼천의, 간의, 자격루, 측우기 등등...헤아릴 수 없는 것들을 만들고 지었으며, 이 역시 이 소설에서 중요한 소재이다. 그러니까..이 소설은 마치 조각난 퍼즐을 맞추는 형식이다. 처음 이 조각들만 보다보면은 후에 큰 그림이 펼쳐졌을 시 분명 놀라게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처음 이 소설은 그리 특징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종의 업적 중 몇가지를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내놓은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의 구실은 작으면 작은것대로 의미가 있고, 후에 큰 그림에 들어 맞추었을 때도 역시나 뺄 수 없는 그런 조각들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이 소설은 처음엔 잘 모르지만, 후에 자신이 이 세종시대에 일어났던 사건에 흠뻑 젖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이 소설의 느낌을 말로 하자니 역시나 어렵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면, 완전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니까..어쩔 수는 없지만... 요즘에 우리가 듣는 말이 팩션(faction)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 팩션이라는 말이 이 소설에 어울리냐하면, 말 그대로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허구인지..도통 알 수 가 없다는 데에 있다. 물론 역사에 대해 잘 안다면, 어느정도 윤곽이 보일 테지만, 팩션이 가지는 장점은 허구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 정말 실제 존재했던 여러 정황들속으로 너무나 잘 녹아들어 그 허구라는 장치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 이렇게 하려면, 작가가 조사했던 자료 또한 방대해야하고, 작가의 논리도 매우 정연해야 하며,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티나지 않는 글솜씨이다. 허구이든, 진실이든 소설 속에서는 한결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진실로 허구를 들어내지 않으며, 허구로 진실을 감추지 않는 그런 작가 본연의 기술이 있어야 할 듯 싶다. 예전에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마지막 3부는 내년에 나온다함)를 읽어보았다. 이 역시 재밌게 본 역사소설이지만, 읽으면서 팩션 자체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은 없었다. 그의 소설속에 자리잡은 인물들은 허구적 인물과 실체적 인물이 다 드러나 있으며, 그 소설속의 사건 또한 이게 진짜일까..하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본다면, 이게 사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우리 역사가 주는 왠지 모를 분통함에 부가되어 독자 스스로 그렇게 믿기를 원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팩션은 작가가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독자들이 그 소설을 진실로 믿길 원하는 그런 힘이 들어있는 것 같다. 재미를 원해서든, 옳은 바을 원해서든, 독자는 자신의 머릿속에 구상한 틀이 진실이고 정의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