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들이 내는 목소리 또한 예사롭지 않다. 자유로운 바람을 닮은 목소리가 있는가하면 딱딱하고 차가운 바위 뒤에 숨어 움츠린 듯한 목소리도 있다. 시가 그리 만드는 걸까?
이 책은 여섯명의 편집자와 김소형, 박소란, 백은선, 유진목, 이은규, 이혜미. 여섯명의 시인이 만들어낸 목소리다. 동일한 질문도 있고 펴낸 시와 관련해 보다 심도있는 질문과 답이 있는.
그들도 처음부터 시를 쓴 건 아닐테다. 어느 순간 시에게로 점점 다가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문득 깊은 사유로, 때론 번쩍이는 순간의 영감으로 만들어진 시는 각고의 노력과 만나 마침내 무한한 생명을 가졌을 것이다.
시 역시 그런 존재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만들어내고 질문하고 그러다 무수한 벽을 만나기도 하고 꼭 문이 있어서 열고 들어가야하는 건 아닐테니까. 글을 쓰다보면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나역시 스스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감흥으로 누군가에겐 또다시 불만을 가질만한 글을 써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내게 여전히 다가가기 어려우면서도 자꾸만 가닿고 싶은 존재다.
***
울긋불긋 단풍을 연상케하는 감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하얀 색지에 질문을, 주홍빛 색지에 답을. 짧은 질문이 있는가 하면 생각을 해보게 하는 긴 질문도 있다. 이들의 시를 접한 적이 없어서, 조금 더 이해하지 못해서 아쉬운 질문들도 있었다. 답 역시 이해하기 쉬운 답이 있는가하면 자신의 색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답도 있었는데 '시인'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허투루 보지 않기에 쓸 수 있고 떠올리지 못하는 걸 떠올리기에 그들은 '시인'이고 이말인즉 누구나 언제가 되든 '시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마음이기만 하다면...
'시'도, '시인'도 같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
|
<시인, 목소리>
시는 자신의 인생을 담백하게 건네는 일과도 같다. 특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시인은 여성으로서 그동안 보이지 않는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서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여성은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길을 걷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녹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란 나에게는 어떠한 마음으로 다가왔을까?’에 대한 질문들을 하게 되는 모습들이 여러 보였다. 시를 시로서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의 일상을 하나씩 발걸음을 맞추는 것처럼 정렬하게 되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들이 시인을 시로써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기감정에 충실해지는 존재 역시 시인의 모습에 더 가깝게 다가온다는 마음도 느껴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 중에 박소란 시인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 시를 대하는 마음은 자기를 먼저 이해하고 바라보는 그 시선이 분명하게 보였다. 나의 모습은 바로 시를 통해서 알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이해하지 않고 관통하지 못하면 시를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였다. 시인이 말하는 ‘결핍’이란 단어에 한참 동안 골몰하였다. 가장 친한 타인과의 만남에서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자연스럽게 울고 웃는 감정들이 하나 같이 다른 사람에게는 훤히 내놓기 싫을 때도 있어 숨길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런 터에 자신의 그런 모습까지도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는 감정이 시를 통해서 <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과 같은 시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아주 사소한 돌멩이의 마음까지 사랑을 한다는 것도 어쩌면 작은 것에 너무나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리는 우리의 모습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 더욱 깊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마음을 항상 다독이면서 상처를 받게 될 때가 많다. 이것을 어떻게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해야 할까 늘 고민을 하게 된다. “너무 내가 예민한 존재인 것은 아닌가"한편으로는 위축되기도 쉽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더 쉬울 텐데 항상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기에 나는 그것을 ‘시’로써 글쓰기가 치유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시를 낭독하는 자리에 가서 내 이야기를 풀 때도 있고 글로 표현할 상처가 아무는 경험을 할 때도 있다. 시는 그것에 몰두하고 좋아하는 것을 다할 때 내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싫은 마음들도 시를 읽고 잠잠히 그 세계로 빠져들어 가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무언가를 떠올릴 때 시만큼 가까운 것은 없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인들의 목소리는 그렇게 하나씩 움직이는 하나의 물체로 이끌리고 거기에서 나의 질문이 시작될 것이다. <시인, 목소리>는 애정하는 시인들의 평소 생각을 책의 활자를 통해서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고, 목소리에 파문이 퍼지는 듯이 우리의 마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시로써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
|
가끔 시를 읽다보면 시인이 궁금할때가 있어요. 며칠전 읽었던 신민규라는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도 그랬는데 여섯명의 시인의 목소리를 글로 만나게 되는 시인과의 인터뷰집! 시인 목소리! 북노마드의 책들은 형식과 틀을 벗어나 책사이즈나 크기 면지의 구성이 참 독특한거 같아요. 6명의 여성시인에게 같은 걸 묻거나 혹은 개별적인 질문에 대한 시인들의 인터뷰 답변을 글로 읽는데도 시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은 착각이 드네요. 책 면지가 투박한 갱지 느낌인데다 색을 다양하게 입히고 사진을 넣어 독특하면서 이쁘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쓰는건 괴롭지 않아요. 사는게 괴롭죠!‘ ? 시인에게 시를 쓰기위해 있어야할것과 없어야 할것에 대한 김소형시인의 무엇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지만 쓰고자 하는 욕망은 없어야 한다면서 쓰는건 괴롭지 않으나 사는게 괴롭다는 답변에 가슴이 왜 찡한지! 시집을 묶고 난 뒤 식물을 키우다보니 무화과, 미선나무, 커피나무, 레몬나무, 올리브, 목화등 많은 식물을 키우게 된 시인의 이야기에 식물의 잎을 살짝 만지면 느껴지는 미세한 파동이 전해지는듯 합니다. 자칭 걷기 예찬론자라는 시인 박소란! 그녀의 골목길 걷기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큰길이든 좁은 길이든 그저 마음내키는 대로 걷고 어느 길을 걷는가라기보다 걷는 그 상태를 즐기는 시인의 이야기에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또 어떤 음악을 듣기보다 귀를 활짝 열어 세상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열어준다는 시인의 이야기에 왠지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서 반가웠어요. 귀를 열고 어느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한번은 스치고 지나갔을 거 같은 시인의 골목길 걷기! 강남역 살인 사건과 미투사건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으로 살아감에 있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언어가 필요한가에 대한 각시인들의 답변들은 제각기 다르지만 한목소리를 냅니다. 특히 이혜미 시인의 조현병이나 우발적 범행등으로 포장되고 여성의 인권이 무참히 묵살되는 사실들을 보면서 묻지마 살인이라는 말자체가 사건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여성 차별적인 문장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 우리 모두는 프로 불편러가 되어 무딘 감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에도 공감하게 됩니다. 여섯명의 여성시인의 다양한 목소리로 듣는 시에 대한 이야기와 현 사회현상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자신의 시를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드는 이 책! 김소형, 박소란, 백은선, 유진목, 이은규, 이혜미 시인이 궁금하다면 펼쳐보시길!^^
|
|
김소형, 박소란, 백은선, 유진목, 이은규, 이혜미 시인의 인터뷰를 담은 책. 여섯 여자 시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인, 목소리. 시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시와는 거리가 먼 나는 단순하게 시인의 감정과 일상 생활이 좋았고, 같은 질문에 대한 여섯 시인의 비슷하고도 다른 대답이 흥미로웠고, 나도 아끼는 시와 시인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면 세수하고 테이블야자나 스파티필름의 잎을 닦은 후에 환기를 해요. 그전까지 제게 식물이란 잎이 있고 광합성 호흡을 하고 화석에 가까운 것. 지금은 식물들을 유심히 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손끝으로 잎을 살짝 만질 때, 미세한 파동으로 제게만 손길을 허락해주는 기분. 그게 참 좋거든요. -김소형 시인-
코를 열어 숨을 쉬고 냄새를 맡듯 귀를 열어 소리를 듣는 것, 아니 감지하는 것, 그것이 그 공간을 온전히 만끽하는 방식이라는 걸 언젠가부터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람 소리며 빗소리, 강물이 몸을 부딪는 소리에 자연스레 귀를 줍니다. 걷고 있음을 최선으로 체감하기 위해서요. -박소란 시인-
시인들의 일상은 어떠할까? 그들의 삶도 우리와 다르지 않겠지만 시인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궁금했고 그 중 나와 취향이 비슷한 김소형 시인과 박소란 시인의 글이 좋았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김소형 시인과 걷기 예찬론자 박소란 시인. 아침마다 반려식물의 잎을 닦으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김소형 시인과 오감을 열고 걸으며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박소란 시인의 일상이 평범한 듯 하지만 여유가 있어 부러웠고, 그녀들의 일상이 나의 일상과 닮아 그녀들이 쓴 시가 궁금해졌다.
제대로 웃고 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 감정의 결핍. 환히 웃어야 하는 순간, 혹은 펑펑 울어야 하는 순간 앞에서 저는 늘 도망친 게 아닌가,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지레 겁을 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소란 시인-
작은 일에도 노여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사에 살아가는 일이 힘들었어요. 작은 일이 나에게는 작은 일이 아니게 되는 것, 그래서 혼자서 그것을 붙들고 멈춰 있는 것이 싫었습니다. 계속해서 그런 방식으로 세상에 반응하다가는 내가 내 삶을 다 망쳐버릴 것만 같아서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되도록 무심하게 지나치고 무심하게 대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유진목 시인-
나는 감정 표현이 서툴다. 그렇게 살다보니 무딘 사람이 되어 버렸고, 기쁜 일에는 더 기뻐할 수 있음에도 덜 기뻤고, 슬픈 일에는 더 슬픔에도 덜 슬퍼하며 나의 슬픔을 어루만져주지 못했고, 감정을 숨기고 감정을 읽지 못했다.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했는데, 박소란 시인도 아마 나와 같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감정에 충실하기. 기쁜 순간 한없이 기뻐하고, 슬픈 순간 충분히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내 감정을 드려다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나의 바깥 상황에 감정이 많이 휘둘리는 사람이다. 지하철에서 억울하게 들은 타인의 소리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분이 상해있는 나이다. 그래서 유진목 시인의 무심하기가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내 감정에 내가 함몰될까 두려울 때가 있었다. 내가 나를 망칠까 두렵고 끝없이 암울해지고 분할 때가 있다. 조그만 일에도 파르르 떨며 흥분하는 내 모습이 싫을 때가 있다. 무심하기. 때론 무심하고 무감각해야 살 수 있겠지. 무심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해본다.
말과 행동, 글, 심지어 한 줄의 문장도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무기로 선량한 누군가를 쏘고 찔러서는 안 되겠다는 것. 더 신중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날카롭고 맹렬한 언어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말의 무서움을 알고 경계할 줄 아는 신중함을 그 곁에 함께 두어야겠다고. -박소란 시인-
시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떤 직업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박소란 시인이 말한 신중함이 마음에 와닿았다. 시인은 물론 우리들도 말을 경계하고 신중해야 함은 매한가지.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는 박준 시인의 글이 생각났다. 남의 말에 상처받는 나만 생각했는데, 나의 말에 상처받을 남을 돌아보게 된다.
시알못인 나는 '시인, 목소리'를 읽고 나와 생각과 감정이 비슷한 시인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 시인의 시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시인들의 시를 읽으니 나와 같은 마음에 시가 좋아졌다.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스스로 공들여 찾고, 그것을 오래 아껴 읽길 바란다는 박소란 시인의 글처럼,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찾는 시간을 준 '시인,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목소리로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신동엽 시인의 '좋은 언어) |
|
p190. 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p157. 희망이 있어서, 혹은 희망이 없어서 시를 쓰는 것 같아요. p27. 우리는 이러한 반투명 건축물을 짓고자 하는 의지에 관해, 또한 저 사라지기 쉬운 공기 속에서 우리가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모든 것의 이러한 유백색 응고에 관해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p15. 쓰는 건 결코 괴롭지 않아요. 사는 게 괴롭죠. 시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좋아하는 걸 오래 해야죠.
단편 에세이집을 읽은 기분이다. 일상과 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책에서 시인들에게 공통으로 건넨 질문이 있다. “무엇이 있어야 혹은 무엇이 없어야 시를 쓸 수 있을까?”
내가 작업하는 데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왜 작업하는 걸까?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창작을 하고 있다. 그림이나 글뿐 아니라 자신이 먹을 한 끼 요리나, 기분 좋게 정돈한 이부자리도 창작물이라 생각한다.
나는 주로 가치관이나 내면의 고민을 꺼내 창작한다. 속으로만 안고 있으면 엉키고 곪아 내 자존감마저도 부식되니까, 어느 날은 작은 희망 어느 날은 작은 절망을 담아 답답함을 해소한다.
그러고 보면 결핍과 욕망을 채우는 방식이 겉으로 드러날 때 ‘창작’이 되는 것 같다. 평안한 창작을 위해서 나의 결핍과 욕망에 대해 꾸준히 탐구하며 이해해야겠다.
(책을 참고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시를 쓰고 있는 스스로에게 소소한 질문을 던져보면 좋을 듯합니다.)
|
|
고운 주황색의 [시인, 목소리] 표지 위 시인들의 이름을 본다. 내가 좋아하던 시인의 이름이 보인다. 좋아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시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설렘이 있다. 평소 여러 단어들로 마음을 채워주던 시인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시를 쓴 적이 있다. 갑자기 마음에 바람이 불어서 공책을 펼쳐들고 시를 썼다. 쓰다가 고치다가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마음을 시로 써보았다. 그저 쓰고 싶어서 쓴 것일 뿐인데도, 이 시가 맞는 것인지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떨까, 너무 유치할까 하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래도 또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드문드문 시를 쓰곤 했다. p.53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시를 끔찍이도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시를 읽는 이유, 쓰는 이유일 텐데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좋아하는 시를 읽고 있는지, 좋아하는 시를 쓰고 있는지조차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좋아하는 시를 자유롭게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법을 알고 있는지. 네, 그러니까 시를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무엇보다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믿으시면 좋겠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저는 이렇게나 길게 한 것입니다. 이게 맞는지, 좋은 것인지 그런 마음에도 내가 쓰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시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나의 취향과 안목을 믿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박소란 시인의 목소리로 들으니 힘이 났다. 그저 좋아서 쓰는 일에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던 나. 이제는 시인의 말처럼 공들여서 좋아하는 시를 찾고 아껴 읽어야겠다고 되뇌었다. p.63 제가 생각하기에, 진심이란 참 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자주 이해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채로 남겨집니다. 서글픈 일이죠. '이번에도 또 진심은 전해지지 않았다'라고 깨닫는 순간 사는 일은 초라해집니다. 저의 경우 특히 그런 때 깊은 허기가 찾아들곤 하는데, 그 허기를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채우려 애를 써도 결국 채워지지 않는 것. 그런 마음의 상태로 그대로 하루하루 버티는 것, 견디는 것이 우리의 진짜 모습 아닐지. 우리 모두가 대체로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요.
박소란 시인이 많이 허할 때 쓴 시라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시 [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 진심이 통하리라 생각하며 살았던 시간이 헛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허무하고 초라해지는 순간을 얘기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슬퍼졌다. 우리 모두가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것을 알면서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얘기는 슬프면서도 위안이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시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읽으니 더욱 좋았다. p.12 제게 잊히지 않는 풍광과 사람들이에요. 어떤 활자인지 몰라도 그분들은 열심히 들어줬고, 저는 소리로 전달되는 것이 있다면 간절히 존재하길 바랐어요. 기회가 있다면 다시 가고 싶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저는 생각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슬픔에 매몰되는 건 쉬우니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거리를 두면서 살아야겠다고. 더 많은 것을 치열하게 봐야겠다고.
'시인은 탄광의 카나리아'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장 먼저 그리고 오래 아픔을 앓는 시인으로서 삶을 묻자, 슬픔에 매몰되는 건 쉬우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거리를 두지만, 더 많은 것을 치열하게 보겠다는 김소형 시인의 말이 계속 떠오른다.
그런 날이 있다. 친구들의 슬픈 이야기를 연달아 듣게 되는 날. 나 역시 전염되는 슬픔으로 침잠하는 기분을 느끼며 하루를 보낸다. 슬픔으로만 끝나는 나의 하루와는 다르게 김소형 시인은 그럼에도 더 많은 것을 치열하게 보겠노라고 얘기한다. 그런 사소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시인의 말처럼 나 역시 슬픔에 거리를 두되 더 많은 것을 더 관심 있게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여러 시인들의 말로 채워진 책. [시인, 목소리]. 좋아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어서도 좋았고, 처음 듣던 이름의 시인의 얘기 역시 우리의 일상을 다시 생각게 해서 좋았다.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시인들의 소중한 목소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