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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확실히 저자가 누구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도가 다른 것 같다. 일찍이 저자 한동일 박사의 해박함에 반해 출간도서를 찾아 읽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머리말의 내용대로 저자의 책 중에서 이 책부터 읽었다면 중도에 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내용이 나에겐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선하고 흥미롭게 읽었던 ‘라틴어 수업’부터 저자의 책을 읽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나름 현학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이 좋았다. 겉멋 부린다는 표현이 내 독서 스타일과 어울리겠다. 그러나 어떠하랴? 읽다가 맘에 들지만, 어려우면 한 번 더 읽으면 되지. 저자는 분명 신부인데도 불구하고 종교색이 크게 나지 않아 좋았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개신교도인 나도 별 거부감이 없이 저자의 책이 좋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몇 개만 나열하고 결론을 짓겠다.
먼저 1부이다. 세속주의의 정의와 여파이다. 세속주의란 교회(여기서는 천주교)의 입장에서 볼 때 교회의 권력에 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본래 인간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자연법적인 요소들이 교회를 떠나 보통의 인민에게 되돌려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교분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현대법’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P.51)
2부에서는 12표법 기반으로 운용되는 로마법이 소개되고 있다. 크게 공법과 사법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공법은 나중에 형법으로 발전되고 사법은 민법으로 발전되는 듯한 양상이다. 참 인상 깊은 것은 이런 12표법을 기저로 해서 무죄 추정의 원칙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P.121) 로마의 법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훗날의 재판에 영향을 끼치는 오늘날에도 법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판례 등이 출현한다는 것이다.(P.135)
3부에서는 로마법 등이 교회법으로 스며드는 내용이 나오며 결과적으로 교회법으로 끝나고 있었다. 초기 기독교가 유대 전통의 윤리적 보편주의만을 주장하고 그리스, 로마의 철학적 범주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지중해 지역의 하나의 밀교로만 남았을지도 모르겠다.(p.163) 차츰 교회법이 발전되고 있었지만, 개신교에서는 교회법이 사라진다. 그 이유는 마틴 루터의 sola scripta, sola gratia, sola fide라는 신학사상 아래 순수 사랑의 신앙공동체에서는 법이 필요없다고 주장하며 성당 앞마당에서 교회법전들을 태워버렸기 때문이다.(p.192).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법은 나름대로 잘 정비되어와서 현대법에 끼치는 영향이 많았다. ‘법 앞에서의 평등’ ‘과잉방어의 금지’ ‘특별법 우선의 법칙’ 등 여러 가지 사항은 법을 잘 모르는 나도 현대법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원칙 등이다. 아이러니컬한 사건을 하나 소개하면 3부를 마친다. 교회는 신,구약 성경을 근거로 고리대금업을 기독교인에게 법으로 금지시켰고, 이것이 오히려 유대인들에게 돈줄을 내주는 계기가 되었다. 기독교인들의 생각에서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인들의 후손들은 공직 등에서 배제시켜야 했으며 이 때문에 유대인 들은 할 것이 금융사업 쪽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 돈이 필요하게 된 군주들은 유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못 갚게 되면 핍박하고 한 결과 2차대전 중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과 같은 만행으로 이어졌다.(p.229~)
4부에서는 마지막으로 보통법을 다루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중세 유럽은 교회법 아래에 갇혀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중세가 시작되면서 교회법이 우위를 점하려는 모습을 나타내었지만 현실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은 세속에서 살아가기에는 교회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교회법의 위력 속에 묻혀있던 로마법이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바로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학설휘찬’ ‘신칙법’ 법학제요 등이 나타나고 보통법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취임선서도 역시 보통법이 발달하는 과정 중의 어느 하나에서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가자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은 ‘보통법은 중세 유럽에서 최고의 기록된 이성을 의미한다.(p.344)’는 것이다. 중세는 이성의 시대였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암흑의 시대’라는 표현은 중세를 여는 초기 단계였던 것이다.
역사에는 법의 흔적이 새겨져 있고 그 법을 품고 있는 유럽사를 읽으며 다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현대법에는 여러 가지 고대법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그 중에 다음 한 가지는 뇌리에 남아있게 되었다. ‘중세 관습법의 필요에 의해 성문화 작업을 거치게 되면서 특별법의 골격이 관습법에서 유리하게 되었고, 여기서 자연히 특별법 우선의 법칙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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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같이 법에 대한 관심, 즉 각종 법들의 개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때도 드물었을 것이다. 미성년자들의 흉악범죄에 대한 처벌 연령 개선, 형사법에 있어서 죄질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형량, 권력형 부패와 대기업 총수의 범죄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과의 괴리, 저출산 문제와 복지비용의 확보를 위한 세법의 개정, 경제상황에 따라 너무 자주 변하는 세법체계,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슬금슬금 변하는 소소한 법들. 이런 문제들은 결국에는 우리나라의 법이 국민들의 정의관에 부흥하지 못하였고, 대다수의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하는 면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느 아시아권 국가들이 그래왔듯이 - 일본은 예외 - 왕조사회에서 벗어나면서 서구의 제도를 한치의 고민없이 우리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왔다. 일본이 받아들인 서구의 문화와 법체계를 우리가 그대로 가져왔다. 예를 들어봐도 현재까지 민법이나 세법의 체계는 일본의 그것과 거의 백퍼센트 동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이 일본에서 독립을 한 이후에는 너도나도 먹고살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었고 한국전쟁까지 겪으면서 법을 우리에게 맞게 개선하는 작업은 더딜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장 먹고 살기 바빠죽겠는데 법이 뭐고 철학이 뭐고 생각이 들 수는 없을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대한민국 수립 이후 현재까지 우리에게 적용되었던 온갖 법들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지켜야할 당위성을 확보하기는 커녕 "법을 지키는 놈이 바보"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60년대 경제발전이 지상최대의 목표였던 그 때, 정치인과 대기업 총수는 유착을 통해 그들의 세를 불렸고 노동자들을 갈아넣어 이룬 부를 극소수가 차지해서 현재에까지 이르렀으며, 그나마 뭔가가 조금씩 굴러가는 통에 우리나라 제일의 대기업 총수는 자기 자식대에는 기업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 두고봐야 알겠지만 - 약속했다. 이런 것이 다 결국에는 법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가 대한민국 수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일 신부의 본저에서는 유럽이 로마법과 교회법을 근간으로 관습법과 성문법의 전통을 적절히 조화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그 전통이 1~2백년된 것이 아니라 로마시대부터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도시국가들로 잘잘히 쪼개져 있었던 유럽을 현재의 유럽연합에 이르기까지 이익관계가 다른 국가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는 수단으로서 작용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로 인해 "고비용, 저효율"의 유럽 관료제도의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문제가 바로 여기서 도출된다. 고민없이 받아들인 다른 사회의 체계. 그 체계가 어디서 기인한 것이고 이것을 받아들였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고민해보지 않고 무작정 받아들인 우리나라. 유럽인들이 최소 1천년 이상을 서로 치고박고 싸우고, 이 법과 저 법이 충돌하는 과정을 해소하면서 만들어낸 현재의 유럽의 법체계를 그저 고민없이 카피에 가까울 정도로 적용한 우리나라의 문제다. 우리나라 사회구성원들간의 이해를 적절히 풀어나갈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로 유럽인의 것을 모방하기에만 급급했으니 그동안의 문제가 이제사 막 터져나오는 것일거다. 이런 문제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국민들을 얼마나 잘 이끌어 나가줄 수 있는지 걱정이다. 요즘처럼 여기저기서 쌓이고 쌓였던 문제점이 화산폭발하듯이 터져나오는 이 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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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 출판사 한동일 저, 법으로 읽는 유럽사 입니다. 저는 라틴어수업을 읽으면서 책을 완독 하기도 전에 한동일 저자 이름 검색해서 책을 전부 예스24에서 전자책은 다 사버렸어요. 크레마클럽에 있는 책은 서재에 넣었으니 천천히 읽겠습니다. 라틴어 수업은 작년에 한번 7월에 한번 더 읽었습니다. 법으로 읽는 유럽사는 작년는 2023년 10월에 소장 구입했고 여름 휴가 기간에 읽기로 했습니다. 작가 서문을 읽으면 이 책이 라틴어수업보다 먼저 기획, 집필되었고 집필 의도를 설명해 주셨는데 집필 의도를 알고 아니 제가 책을 잘 못 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유럽사에 중심을 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그래도 소장한 책이고 읽을 인연과 시간이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유럽사가 중심 아니라 법이 중심인 글이고 기초가 부족하면 정말 어려울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죠. |
| 서구문명을 이끌고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 고도화된 산업발전을 이룩하고 옛 유산이 남아있는, 우리와는 다른 이국의 풍경은 여행의 가장 첫번째 장소로 낙점한다. 그리고 가서 그들의 문화유산을 보고 잘 정돈된 도시를 구경한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가 지금처럼 평온했던것은 아니다. 각 국가들의 영토를 둘러싼 끊임없는 전쟁. 종교의 맹목적인 믿음과 강요로 인한 갈등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법이 라는 존재가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이책은 그런 유럽의 모습을 법과 버무려 이야기 하고 있다. |
| 맘에 들어요. 오랫동안 찜해둔책이었는데 마침내, 구매해서 읽었지뭐야. 진즉에 읽을걸 그랬어요. 이렇게 근원적인 책 좋아합니다. 친구들한테 이 책 읽기 시작했다고 톡 했더니 다들 의아해 합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잖아요. 맘에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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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수업"으로 알게된 한동일 신부님의 책. 아마 이책을 선택한 분들 중 나와 같이 "라틴어 수업"을 생각하고 구매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하고싶은 말부터 하자면, 이 책은 그 책과 많~이 다르다. 어렵다.ㅠ 신부팀의 머릿말에도 나온다.ㅠ 그 책과 같은 대중서가 아니니 그 책처럼 생각하고 구매하려는 독자는 신중을 구해달라고. 흑.
이 책은 현대 법의 근간이되는 유럽의 법이야기이다. 그 법의 역사랄까. 고대부터, 중세, 근세에 이르기까지 보통법, 교회법, 만민법, 시민법 등등 그 시대와 맥락을 함께했던 법의 오랜 역사와 그 발전을 통해 현대의 법의 근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ㅠ
일단 본인은 "법"의 ㅂ 자도 모르는 일반 독자이며, 법의 역사라하길래 유럽사와 같이 하는 맥락이려니 했는데, 법의 역사다. 법의 역사에 시대적 상황과 설명이 추가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어렵긴해도 좀 신기했던 부분도 있었고, 법의 역사라는 생소한 부분을 알게된것은 좋았다. 사실 법의 역사가 그리 오래된 줄도 몰랐고, 다소 아이러니 한부분도 많지만 고대, 중세의 법이 생각보다 상세한 것에 놀랐다. 고대, 중세부터 소송 제도가 있었다니...
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아마 읽기 좋은 책인것 같다. 되게 어렵지는 않은것 같기도하고, 조금씩 이해하는 부분이 내게 있는걸보면;;
후기가 어렵다... 뭐 이런 내용 밖에 없긴하지만, 그래도 읽을만은하다. 영 아무것도 이해가 안가는 수준은 아니기에... 무엇보다 꽤 아주 오래전부터 법이 있었다는 점과 그 법이 꽤나 구체적이였다는 점이 놀랍긴 했다. 물론 여자나 노예는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건 빼고말이다. 모든 이는 법앞에 평등하다는 말 자체에 여자와 노예는 빠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볼만했던 책.
"법을 안다는 것은 그것들의 단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효력과 권한을 기억하는 것이다." -p.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