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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이름있고 개성있는 미술관을 소개하는 책을 읽었다.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이라는 책인데,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페인에 있는 특색있는 미술관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읽기 시간이 되었다. 단순히 미술관의 특성을 소개하기보다는 고전미술에서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제법 알찬 공부가 되는 뿌듯한(?) 느낌이 든다. 목차의 제목만 보더라도 유럽이 날 부르는 유혹의 색채가 물씬 마음을 끌어당긴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 <사치 갤러리>. 영국적인, 지극히 영국적인 <테이트 브리튼>. 화력발전소의 화려한 변신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과의 새로운 소통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산 미술 명품의 전당 <오르세 미술관>. 21세기형 복합문화공간 <퐁피두 센터>. 발칙한 상상력의 창작공장 <팔레 드 도쿄>. 유럽의 숨은 진주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 유럽 미술의 새로운 중앙역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경쾌한 건물 안에 담긴 진중한 메시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감정을 표현하는 건축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미술관 <크뢸러 뮐러 미술관>. 방직공장의 환골탈태 <드 퐁트 현대미술관>. 미술관이 도시의 역사를 바꾸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지역 정체성에 대한 물음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 기업의 아트 마케팅 <카이샤 포럼>...
![]() http://www.guggenheim-bilbao.es/img/all/el_museo/foto_postal_02.jpg
사실 이 책에 급하게 마음이 땡긴 이유는 표지의 사진이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표지가 루브르 박물관이었다면 아마 그냥 인연없이 스쳐지나가 버렸으리라. 나에게 이 미술관과 저 거대한 거미가 다가온 건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 관련 자료를 모으면서였다. 사람들은 이 미술관으로 인하여 오래된 공업도시가 ‘회색’을 벗고 ‘예술’을 입었다고 말한다. 흔히 도시 재건 사업의 상징적 '핫 아이콘'으로 회자되는 이 미술관의 외관과 컨셉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했다는 이 곳. 물고기가 헤엄치듯 비틀어진 곡면 외형에 티타늄 패널 33000여 장을 붙였다는 이 미술관 건물은 가히 20세기 건축의 '아방가르드'라 하여도 손색이 없다. 쇠락한 조선과 철강의 공해도시 빌바오가 미술계 최고의 브랜드인 구겐하임 미술관을 들여놓은 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를 바라보고 1억5000만 달러짜리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안목은 못사는 나라에 경부고속도로를 놓고 조선소, 제철소를 세웠던 앞선 세대의 결단과 오버랩된다. '정신 나간 짓'이라는 비판 위에 미술관이 가져온 경제효과는 14년 동안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생각할 게 많아진다.
미술 관련 책에서 예술 보다 경제를 먼저 생각한 것은 저자에게 조금 미안한 일이다. 그래도 나의 관점은 이런 미술관 외적인 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두번째로 관심가진 미술관이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Jüdisches Museum Berlin)'이기 때문이다. 베를린 박물관과 이어지는 이 박물관은 2000년에 베를린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유대인 대학살을 반성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TV의 영상에서 이 박물관의 건축에 얽힌 내용을 보고서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유대인들의 아픔과 고난을 형상화한 설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고, 그 속에서 다시 질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중첩적 표현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불확정한 개방성의 표현'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침묵과 체험의 공간, 홀로코스트 타워와 망명의 정원,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념하는 설치작품 '떨어진 나뭇잎들'이 나를 부른다. 그렇다...
이제 미술로 돌아가자. 나에겐 새로운 스타일의 현대미술은 삭막할 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마음을 스산하게 가라앉게 한다. 영국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와 프랑스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가 그러하다. 한번은 볼만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현대미술의 흐름과 창의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는 이 공간의 의미는 충분히 인정하고 공감하지만, 마음 속 감동은 오지 않는다. 여기서 오늘날에 있어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할 것은 없고 그저 불편할 따름이다. 예술가의 똥이 든 통조림을 '엽기' 대신 '예술'이라 이름을 붙이는 이 21세기의 인성. 섹스에 몰입하고, 불통과 욕망으로 점철되는 시대의 자화상을 풀어내는 작품들이 너무 거칠고 낯설다. 나의 미술적 취향은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족한 포만감을 얻는다. 루브르가 너무 커서 뭘 봐야할 지 모를 때, 퐁피두의 현대 미술을 아무리 봐도 뭐가뭔지 잘 모를 때는 이 미술관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프랑스 미술의 걸작들만 모여있다는데, 세잔, 모네, 마네, 반고흐, 고갱, 밀레, 쿠르베... 신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아르누보에 이르기까지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서양미술사를 지배했던 작품들의 총집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언제봐도 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즐비한 미술관이다. 영화에도 가끔씩 소개되어 나오는 이 미술관은 옛날 역으로 쓰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였는데, 궁전같이 아름답다. 이 오르세 미술관에서 한 일주일 쯤 보내고 싶다.
나에겐 화쟁이 친구가 두어명 있다. 이 중 한 분과는 다른 친구와 어울려 해외여행도 자주 간다. 저번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같이 가기로 했는데 배신! 배반! 다른 분과 둘이서 갔다 (콱~ 고자질할까보다...음...). 로마 여행은 또다른 친구의 사정으로 물건너갔다. 직장인에게 여행이란 어떤 시기를 놓치면 다시 그곳을 위해 시간내기 참 힘들어진다. 그러다보니 유럽은 아직 미지의 땅이다. 이 책은 아직 못가본 이국에 대한 유혹의 페로몬과 같다. 요즘은 그냥 관광지 중심의 사진 찍기에서 벗어나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물며 현지인들과 같이 호흡하고 느끼고 싶은 여행을 선호한다. 이 책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유럽을 여행할 것인가에 대한 작은 지침이 될 것 같다. 아직 베낭을 짊어지고 나댕길 힘이 있을 때 떠나야 할텐데... 크리스마스인 오늘. 나의 작은 바램을 이 리뷰에 실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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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세 미술관의 명품들 -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 미술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떠올랐다. 미술관 중앙 홀에 자리 잡은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이해할 수 없기에 미안한 마음으로 지나쳐 카페에서 먹는 한잔의 커피를 더 좋아했다. “내가 어느 날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괴상망측하게 생긴 설치 미술과 요상하게 그려진 회화들을 감상하겠노라!”며 큰소리 쳤지만 작품들과의 교감은 쉽게 이루지 못했다.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 미술관’은 이은하 작가가 20년 동안 유럽에서 공부하고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의 현대 미술관 16곳을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미술관보고서이자 기행문이다. 교과서 명화만이 전부인 줄 알았던 미대 졸업생 시절부터 유럽 곳곳의 숨은 미술관들을 다니면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된 이 책은 충분할 정도로 그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믿는다.
서문에서 저자는 ‘현대미술을 알아가는 과정은 ‘친구 사귀기’와도 같다. 누구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낯설고 어색하지만 자꾸 보고 말을 건네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고 친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친구가 되면 비로소 장점과 단점, 속내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현대 미술도 자주 접하고 친근해지면 누구나 비평가 수준으로 감상하게 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11쪽)
저자의 글 솜씨는 이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현대미술사라고 하면 제목만 들어도 난해하게 다가오는데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었기에 잘 읽힌다. 특히 책의 구성이 잘되어 있다. 16개 미술관의 탄생 배경과 건축과정, 컬렉션의 특징, 작품 경향,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기에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된다. 그러나 이 기대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등을 가져온다.
-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 -
영국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는 ‘개념 미술의 창시자’로 불리는 마르셀 뒤샹이 1917년 가게에서 산 남자 소변기에 R. Mutt라는 이름으로 서명을 한 후 뉴욕 독립미술가협회에서 주관한 전시회에 출품을 해서 많은 논쟁과 반향을 일으켰다. 비도덕적이고 천박하다는 이유로 전시를 거절당했지만 뒤샹의 변기는 예술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진다.
- 뒤샹의 소변기 -
이 논쟁에서 반예술, 반미학, 반문명을 표방했던 뒤샹의 소변기는 개념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낳았고 90년 정도가 지난 후 테이트 미술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피카소를 제치고 ‘현대미술에 가장 영향을 준 작가’로 선정되었다. 뒤쌍의 소변기는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작품으로 미술사에 당당히 자리매김을 했다. 왠지 뒤쌍은 날로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탐미적인 것을 무시하고 의미부여만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작품으로 둔갑되는 것이 현대미술이란 생각은 나만의 것일까?”
현대미술이 우리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신선한 배움이다. 우리의 일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봄으로 얻어진 창작물이라면 관람객인 자신도 일상적인 삶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 의미를 찾을 것이다. 이 책 한권으로 현대미술을 알았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깨달은 것 하나는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은 우리도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등 개인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미술관이 있지만 아직 대중적이지 못하다. 1년에 400만 명에서 1000만 명 정도 관람하는 유럽의 미술관은 얼마나 멋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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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그림이 무척이나 좋다. 그래서 그림 관련 책이라면 늘 호기심이 생기고 갖고 싶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주로 고전 미술을 좋아했지 현대 미술은 전혀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현대 미술도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것. 그림이 말해주는 의미를 몰라도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위안을 준다는 것 때문에 나는 오늘도 그림에 관한 책을 본다. 이왕이면 그림에 대한 설명도 같이 해주면,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도 그림에게로, 화가에게로 한 발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현대미술가이자 평론가, 독립 큐레이터, 칼럼니스트, 대학 강사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은화의 2005년에 나온 책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이 책을 다듬기 위해 다시 미술관을 순례하고 미술관에 관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함께 미술관이 생긴 유래 까지 다양하게 설명을 했다. 미술전문가가 펴낸 책이라서 그럴까.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도 쉽게 다가온 책이다.
영국편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를 포함한 영국의 젊은 작가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찰스 사치가 운영하는 갤러리 사치 갤러리와 가장 영국적으로 불리우는 데이트 브리튼과 화력발전소 건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미술관의 기능에 제대로 맞게 개조해 만든 테이트 모던 미술관 등.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더라면 훨씬 비용이 절감되었을텐데도 과거의 전통과 역사를 살리는 영국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 미술과는 다른 파격적인 젊은 작가들의 현대 미술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피로 두상 '헬프'를 만들었던 마크 퀸의 조각상과 투명한 유리 캐비닛 안의 흰색 양이 박제되어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무리에서 벗어난' 의 작품 등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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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편에서는, 고전 미술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까지도 허용한 루브르 박물관을 일컬어 예술품의 공동묘지라고 표현한 점이 흥미로웠고, 생존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도 없고 예술가들이 죽고난 뒤에 이곳에 묻힌다고 표현한 것에도 너무 맞는 말임에 혼자서 웃었다. 모나리자를 비롯해 고전 미술품에 대한 것과 새로 설치한 유리로 된 피라미드에 대해서도 설명을 붙였다. 프랑스인들에게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프랑스혁명의 상징적인 결과물이자 근대적 개념의 최초의 공공미술관이라는 점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이해와 감상은 분명 다른 것이다. 진정한 작품 감상의 출발점은 '작품에 말 걸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 걸기'란 '끊임없는 질문하기'와도 같다. '나는 이 작품이 정말 좋은가?' '왜 이 그림은 명화일까?'로 시작하는 질문을 먼저 해 보고, 많은 미술사가들이 내린 해석에 질문한 다음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나아가야 한다. (155페이지 중에서)
프랑스 최고 명품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는 내가 좋아하는 반 고흐의 그림도 설명했다. 그외에도 파리지앵들에게 미술관 이상의 의미가 있는 퐁피두 센터와 팔레 드 도쿄도 소개했다.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독일편. 자연과 건축, 미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홈브로이히 박물관 들어가는 길의 사진은 저절로 자연과 하나되는 박물관일거라 생각이 들었다. 초록숲속에 있는 박물관. 황량한 회색빛 도시에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운치가 있어 보였다. 저자가 독일에서 공부해서 인지 독일의 미술관을 아주 상세한 설명을 곁들어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독일하면 홀로코스트가 먼저 떠올라 '유대인 박물관'에 관심이 더 가게 되었다. 16년 동안 건축 이론을 가르치기만 했지 한번도 건축을 해본 적이 없었는 건축가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다윗의 별을 상징하는 번개모양으로 된 외관과 홀로코스트 타워와 망명의 정원 등은 역사를 알고 있는 내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네덜란드편.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달려가는 국립공원 안의 미술관 이자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반 고흐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 '크뢸러 뮐러 미술관. 그곳에는 반 고흐의 초기작인 「감자먹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반 고흐를 좋아하는 내게는 꼭 가보고 싶은 곳. 어디인들 가고 싶지 않겠냐만. 양보다는 질을 중요하게 여겨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베스트 컬렉션으로 현대미술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방직공장을 개조해 만든 드 퐁트 미술관.
이제 스페인으로. 이름이 귀에 익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피어스 브로스넌과 소피 마르소가 주연했던 영화 '007 언리미티드'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나도 그 영화를 보았지만 그런 미술관이 있었나 싶게 영화속의 배우들의 얼굴만 기억난다. 이제 다시 보면 빌바오 미술관이 제대로 보일것 같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를 새삼 느꼈다.
저자의 말 중에서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 나도 그들중에 한 사람 이었다는게 생각이 났다. 얼마전에 간송 미술관에 갔을때 나 또한 책속에서 보았던 그림을 하나라도 더 보겠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보고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읽을 때 쓴웃음이 나기도했다.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저자의 그림에 대한 생각들이 세심한 정성으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 특히 나처럼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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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났을 때 우선 기뻤다. 책이 서구의 정신을 눈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많은 미술관을 직접 가지 않고 그 대강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드는 책, 이 책의 강점이다. 중요한 예술품들을 직접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그 역사와 내용을 세세히 살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알 수 있도록 설명도 곁들이고 이다. 가히 집에서 보는 미술관이라 할 만하다. 그것이 유럽의 정신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게도 한다. 정말 가치 있는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실제 보는 것보다야 못 하겠지만 정리하기엔 한결 쉽다.
이 글을 읽은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이명옥는 말한다. 현대미술에 낯가리는 사람들과 진하게 스킨쉽 하는 쌍방향 미술책을 발견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이 책은 현대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멘토가 될 만한 책이다. 각 미술관 소개도 소개려니와 소장된 작품들에 대한 작가의 전문 지식, 생생한 체험, 그리고 열정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나가는 사람들은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그렇구나’라고 인정하면서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 정말 서양의 거대 미술관들을 순례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발걸음에 따라 만나는 미술관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사치 겔러리,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팔레 드 도쿄 독일의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 합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베를린 유대인 미술관 네덜란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 드 퐁트 현대 미술관, 스페인의 구겐하임 빌라오 미술관, 바로셀로나 현대미술관, 가이셔 포럼 등이 소개되고 있다. 물론 그 안의 많은 작품들이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살아있는 책으로 된 서구 종합 미술관이다.
작가는 영국부터 순례를 하고 있다. 놀라운 현대미술의 체험을 우리들에게 전해 준다. 영민한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를 깊이 있게 소개하며 그의 작품 ‘제국’ ‘다이아몬드 해골 작품’등을 특별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영국에서 선호도의 극과극을 달리는 트레이시 에민 등도 소개하고 있다. 작품과 그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 그리고 그 환경까지 세세히 소개하여 우리들이 쉽게 접근해 나가게 하고 있는 책, 이 책은 현대 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고 여기면 될 것이다. 채프먼 형제의 인체를 잘라 나무에 걸어놓고 있는 형상 ‘죽은 자에 대한 위대한 행위’ 작품은 너무 끔찍하다. 현대 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개선문 너머로 보이는 루브르 박물관, 약탈적 수집으로 세계 최고를 이룬 미술관은 비너스, 모나리자 등 세기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는 찬사를 아끼지 않게 한다. 또 과거와 현대를 가로지르게 하는 ‘루브르 안의 현대미술’은 고전과 현대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게 만드는 코너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작가들의 작품만 모아서 제시하여 우리들을 유혹하는 오르세 미술관 등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작가는 또 독일로 가서 기존의 미술관에 대한 사고를 깬 초원 속의 미술관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을 보면서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지식을 버리고 눈을 믿고 관람하는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과 자연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미술관의 형태,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책을 통해 관람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미술관이 바로 이곳이었다. 또 베를린 유대 박물관을 통해 본 홀로코스트 타워는 그 자체가 하나의 멋진 예술품이었다. 장엄한 독일의 예술 세계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방직 공장이 환골탈퇴하여 이루어진 네덜란드의 드 퐁트 현대미술관, 예술의 열정이 머무는 스페인의 바로셀로나 현대미술관 등도 각기 자신의 특색을 잘 드러내 보이는 미술관들이다. 특징적인 모습들이 너무 가슴으로 다가드는 미술관들이다. 읽어 나가는 사람들의, 보아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심겨질 수 있는 내용들로 편재되어 있다. 미술관과 작품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 나라를 대표하는, 나라의 예술혼을 표현하는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뜨거운 예술혼에 대한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면면을 자세하게 살피면서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현대미술가, 칼럼니스트, 대학 강사 등 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현대 미술의 전도사’라 불리는 이은화의 발로 엮은 미술첩이다. 미술관 순례를 통해 그 속에 들어 있는 작품과 미술관의 다양한 모습을 실감나게 전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말한다. 현대미술을 알아가는 과정은 ‘친구사귀기’와 같다고.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차츰 가까이 하다보면 정이 들고 누구나 작품의 미감에 매료된다고 생각한다고. 정말 그런 듯하다. 이 책을 대하고도 현대 미술에 대해 조금은 친근해진 듯한 느낌을 느끼는데, 실제 순례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된다.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현대 미술에 대해 다시 음미해볼 수 있는 자료, 아니 안내자를 만난 기분이다. 옆에 두고 늘 가까이 하고 싶은 책이다. |
2016년을 목표로 시립미술관 개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울산이기에 현대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지역 신문이나 방송에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문화도시로 거듭난 도시 빌바오 얘기도 성공 케이스로 종종 등장하니 말이다. 사실,, 한 도시의 문화와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유럽,, 특히 현대미술관들을 돌아본다는 건,,, 유럽의 문화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단 얘기가 될 수 있겠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한국의 국보급 전통미술과 뛰어난 근현대 한국미술과 외국미술, 국제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걸 보면서 “와우” 탄성은 저절로 입술을 뚫고 감탄사를 연발케 했고, 특히 현대미술 쪽 작품들은 작가부터 작품들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을 정도니 말이다. 뭐,,,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모르고 감상해도,,, 그 자체만으로 뭔가 뭉클한 것이 느껴지는 걸 보면,,, 보는 만으로도 눈이 트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즈음 접하게 된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은 나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현대미술가이자 평론가, 독립 큐레이터, 대학강사까지,,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은화씨가 소개하는 현대미술을 향한 ‘아주 긴 무단가출’ 유럽미술관 그랜드 투어랄까? 지난 20년 간 유럽 곳곳의 미술관을 찾아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사치 갤러리에서부터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나 테이트 모던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미술관,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이나 팔레 드 도쿄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색다른 미술관, 루브르나 오르세처럼 현대미술과는 무관해 보이는 미술관들이 어떻게 현대미술과 어우러져가는지,,, 유럽 미술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다양한 콘셉과 방식으로 유럽 현대미술관 16곳과 그 풍성한 컬렉션을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개인의 미술서 체험이긴 하지만 미술관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 미술관 건축에 관한 이야기, 컬렉션의 특성, 미술관의 다양한 프로그램 등 이미 알고 있거나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을 총동원해 알차게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겐 현대미술 입문서가 될 수도 있겠고, 현대미술을 친구처럼 알아가는,,, 처음 만나면 낯설고 어색하지만 자꾸 보고 말을 건네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고 친해지면서 친구의 장점과 단점, 속내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감상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안내서라 할 수 있겠다.
첫 스타트를 끊어준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라 불리는 <사치 갤러리>,,, 하지만 루이즈 부르주아,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제프 쿤스,,, 사실 낯선 작가들의 작품들은 허걱스러울 정도로 엽기적이며 난해하다. 초대형 거미에서부터 방부액에 넣어진 상어, 피를 뽑아 만든 자화상 조각상, 다이아몬드 해골이라든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작품들이지만 그 속의 담겨진 작가들이 건네는 작품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예술가들은 우리가 바라보는 일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뿐,,, 자신을 아픔을, 상처를, 고민을, 자아를 드러냄으로서 우리와 소통하고자 함을 알 수 있고,,, 현대미술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
특히 관심을 더했던 미술관은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테이트 모던>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 중심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세운 화력발전소가 1981년 석유파동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방치돼 왔던 화력발전소 건물을 새로운 미술관 부지를 물색하던 테이트 미술관이 기존 테이트 갤러리와 템스 강을 끼고 마주보는 이곳을 테이트 모던으로 화려하게 변신 시킨 것이다. 확장공사 비용이 3,500억원이 넘는 거액이 들었지만,,, 화력발전소의 미술관으로의 변신은 왠지 석유화학공단이나 원전이 가까이 있는 울산으로선 부러움의 대상일른지도 모르겠다. 공업도시라는 틀에서 벗어나 문화라는 도발적인 현대미술도시로의 변신은 도시의 이미지를 바꿈과 동시에 새로운 공간 창출로의 도전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외에도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작품을 전시해 가장 영국적인 미술관이 불리는 <테이트 브리튼>, 고전미술의 무덤에서 현대미술을 받아들이며 변화하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 고흐, 밀레, 세잔, 마네 등 19세기 근대 명품의 집결지인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파리에서 가장 발칙한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언제나 1순위인 <팔레 드 도쿄>, 넓은 초원 위 조각 같은 미술관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는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 베를린 장벽이 있던 역사적 장소에 들어선 <함부르거 반호프>, 세계적인 건축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가 건축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성과 철저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새천년을 맞이하겠다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네델란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 <드 퐁트 현대미술관>, 회색빛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재탄생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예술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황영조 선수가 달리던 몬주익 언덕에 자리 잡은 <카이샤 포럼>까지,,, 다양한 유럽의 현대미술관이 흥미롭게 소개돼 있다.
스스로를 현대미술 중독자이자 아트 홀릭이라 칭하는 지은이는 누구나 현대미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자신만의 시각을 발견하라 권하고 있다. 답이 없다는 얘기다. 작가들이 품은 열정과 에너지를 내 마음 가는대로 보고, 느끼고, 표현하고,,, 감상의 자유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행복,, 어쩌면 현대미술이 주는 가장 큰 묘미는 열정과 조우하며 발산되는 에너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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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갤러리,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등 유럽 현대 미술관 16곳의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하고픈 미술관과 작품을 골라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고있다. 미술을 잘 모르지만, 차근차근 현대미술에 대한 안내서로서 큰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몇 몇은 이름만 들어보던, 몇 몇은 처음 들어본 갤러리들인데 언젠가 꼭 방문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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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나의 유럽여행은 이 한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올해 가족과 함께 스페인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남편이 회사에서 이른 여름 휴가를 신청해 6월5일~16일까지 스페인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나와 딸은 열흘 먼저 유럽으로 날아가 런던과 빌바오를 둘러본 후 바르셀로나에서 남편과 만나기로 여행일정을 잡았다. 런던과 빌바오를 선택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책 덕분이다. 나는 빌바오라는 곳을 잘 알지 못했었는데...이 책을 읽고 빌바오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고, 20대에 여행할 때에는 그림과 미술관에 관심이 없었는데...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 미술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술이라기 보단...미술관과 미술관이 있는 도시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같다....^^
어쨋든 이 책을 읽고 빌바오를 검색하게 되었고...어떤 이의 블로그에서...(그 분이 아마도 런던에서 유학중이었던 것 같다)...런던에서 2시간을 날아서 빌바오에 도착했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겨우 2시간이면...런던에서 빌바오에 갈 수 있다니....ㅎㅎ
언젠가는 독일의 홈브로이히 미술관에도 가게 될 것이며...새로 생긴 퐁피두 메츠센터에도 가 볼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는 감성과 이성을 모두 충만시켜 준 소중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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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말 기쁘다. 드디어 내 책장에서 교육 목적이 아닌 교양 목적용 미술 관련 책자를 볼 수 있게 되어서. 이 책은 -언젠가 있을- 내 유럽 여행에서의 유용한 미술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그때는 나를 질투에 눈이 멀게 만들 '뻔' 한 저자에게 시원하게 웃어주며 인정하게 되겠지. 덕분에 잘 다녀왔다고.
# 500페이지와 함께 하는 나의 추억. 학창 시절 내가 좋아했던 실내 건축 강의는, 처음으로 '이것이 대학교, 대학생의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을 안겨준 수업이었다. 수업 분위기는 자유로웠지만 교수님이 준비한 (각국의 이상적인) 영상 자료는 학생들의 -능동적인- 집중을 요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답지 않게- 매시간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영상을 보며 메모를 하고, 대리 만족을 했던 것 같다. 그 영상은 모두 직접 현지에서 촬영한 것들이라, 교수님의 열정이 함께 느껴진다는 사실 역시 좋았다. 테이트 모던은 그 수업 때 처음 알게된 곳으로 '역사성을 보존한 디자인 건축물'이라는 타이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나는 책에서 접한 테이트 모던이 꽤나 친숙하게 느껴졌고, 그 시절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건축과 미술의 끈끈한 우정을 재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해외 미술관은 건물 외부와 내부의 모든 것 자체가 나라의 재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음, 국내는 잘 모르겠다. 있다면 국립중앙과 리움 박물관 정도?) 이렇듯 책의 제목대로 '미술관'의 모든 것을 소개하는 저자의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과거 아무 계획없이 떠났던 나의 미국 여행이 얼마나 바보같았는지를 새삼 다시 한번.. 아, 이 책은 여러모로 나의 과거를 자극한다.
# 현대 미술과 현대 디자인의 모호성. 요즘 디자인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유명 박물관에서 열린 디자인 페어를 다녀온 지인은 내게 "사람의 편의를 제공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차원높은 아름다움을 지향해야 하는 디자인이 사라졌다."고 열을 내며 말했다. 나는 조용히 웃었다. 미술로 따지면 지인과 나의 취향은 고전 미술이기 때문에 요즘의 디자인 전시는 '관람'이 아니라 '모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 그녀와 내가 루브르에 가게 된다면 루브르만을 위해 한달 이상을 체류할지로 모를 일이다. (읏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현대 미술과 디자인을 혼동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처럼 그 모호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어졌다. 현대 미술은 작가의 자율성이 허용되지만 (트레이시 에민의《나의 침대》처럼 '말도 안되는', '파격적인' 작품도 그녀 삶에서부터의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면 이해 못할 것도 없듯이) 디자인은 죽어도 편리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차이. 편의가 없는 역사는 외면당하고 만다는 것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나 싶다. 때문에 디자인이란 틀 안에서 편의를 잃어버린 파격을 시도한다면 관객들에게 다소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 나의 결론이다. 아마 그 디자인 페어는 아트와 디자인의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는 디렉팅의 의지가 지인에게 부작용을 초래한 결과이거나 길 잃은 디자이너들의 덜 익은 열매가 아니었나 싶다. (어찌됐든 디렉터의 책임은 반드시 있다.)
반대로 디자인에 익숙해져있는, 아트라고 해도 '보기 좋은 것'의 틀에 맞는 것만을 선호하는 본인에게는 현대 미술이 수능과도 같은 '난해한 산'으로 느껴졌던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 이름 없는 파일로 폴더 속에 저장되어 있던 것. 그것이 바로 현대 미술작이었다..! 아이디어를 위한 이미지 수집을 하다 보면 이름 없는 파일이 하나둘씩 쌓이게 되는데, 한자는 찾아도 이미지는 찾을 수 없던 터라 그대로 방치해 두었던 이미지들. 그것이 바로 현대 미술 작품, 그것도 엄청 유명한 사람의 것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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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ein Hurst -《신의 사랑을 위하여》(좌) 《무리를 벗어난》(우)
작가와 작품 제목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인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게 아쉬운 사실 역시 가져다 주었으니.. (천안에 가게 됐을 때) 바로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를 들리지 못했다는 점. 허, 참 나. 스쳐 지나가면서 보았던 그 설치 작품이 데미언 허스트의 것이었을 줄이야. 현대 미술계의 큰손이 천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니..! 아.. 아.. 빙빙 돈다. 그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담아올 수 있는 기회를 내 무지로 날려버렸다는 후회때문에. (이래서 늦게 배운 지식은 후회가 더 짙다.)
뭐.. 씁쓸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은 매우 유익한 현대 미술과 건축, 유럽 여행 미술관 가이드북임에는 틀림없다. 책의 리뷰 내용이 앞쪽에 치우쳐있는 까닭은 한 챕터씩 천천히 읽고 있기 때문. 아침에 여유있게 일어나는 날에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어슴푸레한 빛을 받으며 현대 미술을 읽는다. 겨울의 이른 아침은 묘한 맛이 있어서, 그 시간 만큼은 온전히 책의 관광객이 되어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 아마, 그래서 이렇게 감성적인 리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의 추억과 함께 하는 이 책은 지식 소양의 목적 뿐만 아니라 나의 어떤 '한 때'가 담겨진 추억의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 책의 모든 미술관은 여행을 위한 정보가 챕터 끝에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위치, 교통, 요금, 개관 시간, 휴일 안내 정보 등) + 한 챕터로 다루지 못했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같은 나라의 다른 미술관, 갤러리 정보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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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해외여행길에 꼭 들리게 되는 곳이 박물관과 미술관이 아닌가 한다. 그곳을 언제 또 오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과 이왕 왔으니까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 몇 곳은 들렸다 가겠다는 생각이 많이 좌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나왔던 그 작품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막상 작품앞에서는 작품 감상이 아닌 인증샷 찍기에 급급하다가 그곳을 떠나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러 차례에 걸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외여행길에 오른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패키지 여행객이나 배낭여행객에게는 그것만으로도 기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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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런던에서 현대 미술학 석, 박사 학위를 받은 현대 미술 전문가이자 평론가, 독립 큐레이터,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들이 여행 중에 꼭 들리게 되는 미술관이 아닌, 유럽에서 새롭게 자리를 잡아 가는 현대미술관 16곳을 소개해 준다. 물론, 시중에는 여행관련 서적이나 예술 관련 서적 중에서 유럽의 미술관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전문가에 의해서 씌여진 책들도 있지만, 여행작가나 일반인들에 의해서 이 책, 저 책에 실린 정보들과 함께 자신이 여행 중에 가 본 미술관의 이야기가 많이 출간 되어 있다.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은 그런 부류의 책과는 차별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저자 자신이 현대미술학을 전공했고, 1990년 대 초에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미술관을 다녔고, 그동안 공부를 위하여 런던, 파리, 독일 등에 거주하기도 했고, 2009년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유럽 미술관과 만나고 그 곳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많기때문이다.
16곳의 미술관은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의 현대 미술관들인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경우에는 우리들과 친숙한 느낌이 드는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팔레 드 도쿄 등을 다룬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는 왜 고전 미술관들이 현대미술관에 그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는지, 현대 미술이 고전 미술과 만났을 때 관객들에게 어떤 색다른 경험을 주게 되는 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미술관을 가게 되더라도, 그 미술관이 탄생하기 까지의 배경, 미술관 건축에 대한 이야기, 컬렉션의 특징, 미술관의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알고 간다면 좀더 특별한 미술관 기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현대미술은 난해해서 이해할 수도 없고, 미술로서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 속에 나온 미술관 속의 작품들은 그런 작품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이다. 처음 소개되는 런던의 사치 갤러리는 YBA 작가들의 산실인데, 많은 작품들이 엽기적이고, 혐오스럽고, 센세이션을 일으킨 도발적인 작품들인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작가와 작품들.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기괴한 작품으로 일약 최고의 작품 가격의 작가가 된 데이미언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 작품인 '신의 사랑을 위하여'. 이 작품은 내가 올해 초에 사진전에서 이 작품을 패러디한 작품을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여 알고 있던 작품인데, 실제 사람의 해골에 백금으로 주물을 뜬 뒤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았다. 제작비만 우리돈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그 보다 더 혐오스러운 작품은 마크 퀸의 자신의 피로 만든 두상인 '셀프'이다. 정기적인 채혈로 4500 g의 피를 가지고 만들었기에 전시하기 위해서도 특수한 장치가 필요했다고 하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변태적이고, 외설적이고, 폭력적이기에 불쾌하기까지한데, 이것이 현대미술의 한 단면이기도 한 것이다.
많은 예술 분야의 책에서 거론되는 작품 중에 마르셀 뒤샹의 '샘'이다. 1917년에 이 작품은 변기상에서 파는 변기에 자신의 싸인만을 해서 출품을 한 작품이라고 하니.... 엉뚱하다고 해야할까, 새로운 발상이라고 해야 할까.
![]() 더 기가 막힌 작품은 만초시가 1961년에 90개의 작은 통조림 캔에 자신의 배설물을 담아 밀봉하여 전시한 작품이다. 여기에는 에피소드까지 있어서 전시품을 잘못 다루어 훼손될 우려가 있었는데, 그것에 대한 법적권고가 미술관측에 내려졌다고 한다.
프랑스의 '루브르'는 너무도 유명한 미술관이지만, 그 규모가 커서 제대로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미술관 지도를 가지고 자신이 보고 싶은 작품만을 골라 보아야 할 정도이다.
세잔은 "루브르는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 가장 사랑스러운 것, 그리고 이해될 수 있는 것들만 가지고 있다." 고 했으니, 그 규모나 소장품의 성격을 알 것같다. 유럽에는 오르세 미술관처럼 기차역이 변신한 미술관도 있지만, 방직공장이나 화력발전소가 미술관이 되기도 하였다. 건축에 있어서 이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살리고 새로운 미술관으로의 변신.
미술관을 관람하는 모습도 각양각색이지만, " 자신들이 선택한 그림앞에 철퍼덕 앉아 스케치하거나 동료들과 토론을 하거나 그저 묵묵히 쳐다보며 오래도록 감상하는 사람들, 그 모습이 바로 '미술관 학교'오르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 (p196)
미술관 중에서 경관이 아름다운 숲 속에 자리잡은 독일의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은 특별한 경험을 안겨 줄 수 있는 곳이다.
자연과 건축, 미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 예술과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유럽의 숨겨진 보물섬같은 모습니다.
![]()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은 은빛 찬란한 건물인데, 입구가 없다고 한다. 옆의 베를린 박물관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것이다. "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옛 베를린 박물관안에 새 박물관의 입구를 만든 건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인식없이 결코 21세기의 미래로 향할 수 없다는 독일인의 의지와 건축가의 철학전 메시지를 담은 것이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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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빌바오, 철의 도시였던 곳이다. 산업쓰레기로 덮혀 있던 이곳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 서면서 도시의 모습은 변하게 된다.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을 하게 된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은빛 티타늄을 자태를 뽐내는 것이 마치 잿더미를 뒤집어 쓴 신데렐라가 공주가 된 것과 같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물 만으로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그 모습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미술관 입구부터 어느 곳에서 오느냐에 따라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형거미를 만날 수도 있고, 다양한 풀과 꽃으로 장식한 제프쿤스의 초대형 강아지와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은 이제는 고전미술관 보다 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미술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술관의 생기게 된 이유, 시기, 미술관의 건축물과 설치작품, 미술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이야기와 작품 설명, 켈렉션의 특징 등 다양한 볼거리와 읽을 거리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의 내용을 읽으니, 괴기스럽고 혐오스러운 작품들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도 알 수 있고,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동향도 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미술은 아트 마케팅이 한 몫을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설명하느냐, 그것을 미술관 측에서는 어떻게 이용하느냐 하는 것은 이즈음에는 작품의 수준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지저분한 침대를 작품으로 제시한 트레이시 에먼의 '나의 침대', 깜찍한 것인지, 에로틱한 것인지 모를 폴 메카시의 '사과머리' 등을 진정한 현대미술이라고 생각하기엔 아직 예술을 잘 모르겠지만, 예술 작품이란 남들이 뭐라고 떠든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느낀 만큼만 느낄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린 예술가도 아니고,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아니기에, 예술 작품을 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각자의 방식에 맞는, 각자의 수준에 맞는 감상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많은 현대미술의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다른 작품을 접할 때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아주 좋은 책, 많은 것을 알게 해 준 책.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해 준 책.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은 짧은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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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다룬 책을 간간이 읽으며 작품과 본문이 잘 엉겨붙는 책이 보이지 않아 애가 탔었다. 아무리 작품은 자기가 보고 느끼는 거라지만 문외한에 대한 안내가 거의 없는 책이 있는가 하면, 친절한 멘토를 자청하며 너무 많은 것을, 너무 깐깐하게 가르쳐대는 바람에 부담스러운 책도 있었다. 이 책은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미술관들을 뒤집어 보는 시선은 새로웠다. 미술관에 가 본 적은 없으나 여러 매체에서 접하며 구축된 이미지란 게 있는데 그것과 완전히 달라서 좋았다.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몰리는 곳이면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매니아적인 매력도 갖고 있는 곳이 미술관이었다.
미술관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관람하라는 대목은 특히 마음에 들었다. 당장 나만 해도 작품을 볼 때 뭔가를 얻어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그것은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