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이 되었음을 느끼는 건 몇 살쯤일까? 어떤 순간일까? 만 19세가 되면 법적으로 성인임을 인정받게 되나 감성적으로 실감하는 건 확실히 다른 문제다. 어른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아이이고 싶은 마음이 모두들 아주 조금쯤은 숨어있지 않은가. 사전적 의미로 “어른”이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결혼을 한 사람」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별다른 직책도 없이 독신이라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라 봐야하는 것일까. 주로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 하타노 도모미畑野智美의 소설 속에서는 자주 3040 연령대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만큼 어중간하고 불안정한 상태의 연령대라는 이야기일 텐데, 특히 연애상대도 없는 싱글에 뚜렷한 미래관이나 사회적 기반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라면 과연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긴 하다. 특별히 결혼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출산과 육아를 생각하면 초조함이 밀려들고, 직장에서의 순조로운 승진 또한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정년퇴직까지 일할 것인가 미래를 그려보면 그 또한 암담해지는 기분.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 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쉽게 만날 친구 또한 줄어들게 마련이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지극히 삭막한 홀로서기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살 수는 없는 일. 누구나 처음이니까 서툴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할 때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고민하고 아파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우리네 순리다. 소설 <어른이 된다면,大人になったら,>의 주인공 메이는 카페에서 부점장을 맡고 있다. 고교시절 동급생 남자친구와 10년을 교제하며 당연히 결혼까지 할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 날 이별을 통보받았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적응하느라 서로 바쁘고 엄마의 병환으로 정신적 여유도 없던 날들을 보내면서도 상대방이 늘 곁에 있는 게 당연하다 여겼으나 사실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던 것. 이후 8년간 연애도 하지 않고 데이트 상대조차 없는 상태가 계속이지만 나름대로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원하던 직장은 분위기도 좋고 단골손님들도 있고. 다만 새로 들어온 후배 사원은 무례한 말을 일삼는다. “남자친구도 없어요? 그렇게나 오래? 목표가 뭐예요? 시스템이 너무 올드해요. 효율이 떨어진다니까요” 등등. 그럼에도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건 훈훈한 외모 때문이기도 하고 악의는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찬 일상을 보내는 한편으로 결혼이나 출산, 회사의 승진 시험 등 고민거리 또한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데, 뜻밖의 인연을 자각하게 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으나 공감 포인트가 무척이나 많아서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어린 후배사원이나 아르바이트 직원과의 갭이 느껴진다든가, 성격이나 성향 탓에 동료들보다 뒤처지는 기분이라든가, 퇴근 후 한잔하고 싶을 때 언제라도 만날 수 있던 친구의 결혼 소식에 기뻐해주는 마음보다 쓸쓸한 기분이 강하게 밀려온다든가, 20대 하객들의 빛나는 모습에 어쩐지 주눅이 들어 결혼식장에서 구석을 찾아가게 된다든가, 독립에 대한 기대나 두려움, 가족도 없이 완전한 혼자가 될 경우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무뎌져가는 연애세포, 나이가 들수록 달라지는 세속의 대우. 깊이 수긍하게 되는 구절이 연이어 등장한다. 아마도 20대까지는 그다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지만, 30대 이후의 여성이라면 그리고 솔로라면 게다가 비혼을 고려하고 있다면 크게 공감하리라. 나이만 먹어가고 있을 뿐 아직 미성숙한 면이 많은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후배의 놀림에 분개하면서도 자기성찰을 통해 배움을 얻고, 오랜만의 사랑에 당황하면서도 조금씩 다가서며 ‘어른’이 되어가는 메이의 성장통이나 로맨스 또한 리얼함이 살아있어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