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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정신 없이 일하고, 일주일의 마지막 날엔 야근까지 한 후 너덜너덜한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커피 한 잔을 만들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뭔가를 해 주고 싶었다. 이번 주에 받아 둔 이 책,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가 딱 알맞을 것 같았다. 나의 기대보다 더 훌륭하게 이 책은 재미났다. 너무 재밌어서 밤새도록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트레킹엔 전혀 관심이 없다. 국내에서도 트레킹을 해 본 적이 없고, 흔한 동네 뒷산, 앞산도 관심 밖이다. 이 책을 보았을 때, 히말라야 트레킹보다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감행한 이 여자에게 관심이 갔다. 히말라야를 걷고, 이 책을 낸 저자에게 관심이 갔다. 이 분의 삶이 궁금했다. 그래서 읽기로 했다.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우선 글이 정말 맛깔스럽다. 과장이 없고, 그렇다고 너무 건조하지도 않다. 딱 알맞을 정도로 좋다. 책의 마지막 부분 즈음 가니,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낡은 일기장 사진이 있었다. 고된 산행 중에도 빠지지 않고 기록한 일기가 이 책의 주 재료였다. 거기다가 간간히 들어있는 멋진 컬러 사진은 이 책의 묘미를 더해 준다.
솔직하면서도 흥미진진한 글, 같이 여행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 길을 가다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눈으로 보고 체험한 음식, 풍경, 몸의 상태 모든 것들이 재미났다. 같이 길을 걷는 현지인들에 대해서도 너무 긍정적이지도 않고, 너무 부정적이지도 않고, 편견도 없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기대도 없이 대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일기라는 형식으로 기록한 글이라, 한 사람에 대해서 여행의 시작과 중간과 끝에서 묘사한 내용이 달랐다. 가끔 실망을 안겨줘도 잘 지내던 사람이 마지막에 너무 돈에 욕심을 내서 헤어진다든지... 이러한 일들이 오히려 더 생생한 묘사로 읽혔다.
책을 읽어갈수록 여행이 끝나는 것이, 책이 끝나는 것이 아쉬워 몇 페이지 남았나 세어보게 되었다. 토요일에 느즈막히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내 방에 앉아서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계속 읽어내려가니, 꼭 저자와 함께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에 있는 로지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같이 여행하고 있는 느낌도 나고, 같이 긴장하고, 같이 기쁘고, 같이 안타까웠다.
이 책의 마지막은 저자의 성격처럼 별다른 과장 없이 갑자기 끝을 맺었다.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과 이어지듯이, 이 책의 끝도 그렇다. 히말라야 종주를 잘 마쳤고, 성공도 있었지만 실패도 있었다고,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평가하며 끝을 낸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라, 아마 이 책이 나올 즈음엔 또 다시 히말라야에 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도 히말라야를 걷고 싶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내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험하지 않는 길이면, 산지가 아니라 평지라면, 나도 작은 베낭 하나 정도는 들쳐 메고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걷다보면, 나를 괴롭게 하는 일들은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걸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 감사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기쁘다. 지금도 히말라야 어딘가를 걷고 있을 저자에게 감사의 안부를 전하고 싶다.
<좋았던 글귀들> 나이가 들수록 용기라는 게 옅어진다. 그러니 용기가 남아 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반 미쳤을 때 다니지 않으면 영영 못 갈 수 있을 테니까. p. 219
누군가가 다치면서까지 위험한 길로 GHT를 이을 필요는 없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맞게 움직이면 된다. 상황이 안 된다면 받아들이고 복종할 일, 우린 신이 허락한 곳까지만 갈 수 있을 뿐이다.
산악 마을은 죄다 비슷해서 마치 이 근처 어딘가를 계속해서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생각없이 걷게 된다. 누군가 그랬다. 걸으면 걸을수록 운이 좋아지고 걱정이 없어진다고. 오랫동안 걷다 보니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게 별일 아닌 게 됐다. 대신 당장에 닥친 배고픔이나 육체적인 괴로움만 남았다. 그런 괴로움은 하루도 못 가서 잊혔고 생활은 점점 단순해졌다. p. 248
길에서도는 일상의 작은 기쁨만으로도 행복했다. 밥 맛있게 먹고, 똥 잘 싸고, 머리 감을 수 있고, 빨래할 수 있고, 적당히 깨끗한 곳에 잘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p. 261
여행도 인생처럼 마냥 핑크빛이기만 할 수는 없다. 누군가의 말대로 모든 여행이 성공이고, 깨달음이고, 무지개라면 그건 자기 계발서나 다름 없을 거다. 고생이 꼭 깨달음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긍정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나는 내가 부족한 만큼 여행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을 뿐이다. p. 281
어디에서 무얼 하든, 필요에 의해 거기에 있을 뿐 특별함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내가 걸은 길은 나에게 가장 의미 있다. 먼저 걸었다고 자랑할 일도, 조금 더 어려운 길을 걸었다고 뽐낼 것도 아니다. 누구든 각자의 길을 걸으면 될 뿐, 그거면 족하다. p 370 - 이 책의 끝맺음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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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접고 싶을 때가 있지만 여러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현재 생활에 순응하며 지낼 뿐이다. 마음과는 달리 이성적으로 재다 보면 그만 둬야 할 시기를 놓치고 직장 일에 매어 살아가는 자신과 만나게 된다. 동경하는 곳을 언젠가는 걸어보리라 마음먹으며 미답의 길을 찾으려는 시간을 유예하며 지내다가도 생각한 대로 움직이며 지내는 이들의 용기에 숙연해질 때가 있다. ‘거칠부’라는 필명으로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경험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책을 읽으며 푼힐 전망대(3210m)를 다녀온 추억을 떠올린다. 이른 새벽 설산의 고봉들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오들오들 떨며 밀크 티 한 잔을 마시던 기억과 함께 했던 이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국경을 맞댄 접근제한 구역을 트레킹할 때는 비싼 허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야영이 필수라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고도 차이가 큰 돌포는 사계절의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챙겨야 할 것들도 많다. 생각할 겨를 없이 힘든 길을 걸으며 체력이 소진되기 전 허기를 면하고 야영지에 도착하면 당나귀에 실은 짐을 부려 텐트를 치고 음식을 준비하는 등의 일들이 반복됐다. 푸른 잉크를 풀어놓은 듯 짙푸른 폭순도 호수를 찍은 사진은 호수만을 보기 위해 그곳을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폭순도 호수를 따라 걷는 좁은 절벽 길은 긴장의 끈을 놓치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영혼까지 물 속으로 잠식될 듯하다. 거칠어진 숨소리를 달래며 5,000미터가 가까운 곳에 세워진 세이 곰파를 지나 절벽 아래 지어진 차캉 곰파를 보며 신앙의 힘은 불가능하여 보이는 곳에도 사원을 짓게 하는 모양이다. 한 사람과 오래 걷다 보면 그 사람의 성정이 무엇보다 잘 드러날 것이다. 스텝인 삼덴과 가네시 히말까지 50일을 함께 소박한 풍경을 보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을 챙기며 영혼의 산이라 불리는 마나슬루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티베트 국경과 가까운 마나슬루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보는 사마가온과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비렌드라 호수는 트레킹의 묘미를 더한다. 동쪽의 마나슬루와 서쪽의 다울라기리 사이에 있는 안나푸르나 지역은 네팔 트레킹 중 인기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오랜 기간 길 위를 걷는 이들에게 빨래는 트레킹 중에 해결해야 할 것 중 하나다. 차메 온천수 에 몸을 담그고 빨래를 마치고 났을 때의 개운함은 편안함을 주는 위안으로 자리했을 것이다. 함께 밀착해서 지내다 보면 거슬리는 일들로 서로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때가 있다. 스텝과 마찰이 있다가도 생각지도 못하였던 틸리초 호수의 새파란 물빛에 풀어지고 말았다. 사람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도 자연이 녹여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3,000미터 이상의 고도 높은 길(하이루트)을 캠핑하며 걷는 일은 녹록치 않다. 사직서를 내고 내 인생에 대한 투자로 떠난 네팔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에 나선 저자는 그동안 직장 생활하느라 챙기지 못한 자신을 챙기려는 마음이 컸다. 경제적인 비용 부담이 따르는 하이루트 트레킹은 고산 적응과 체력, 정신력까지 갖췄을 때 가능하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되므로 감당할 수 있는 몫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등반 사고가 있었던 칸젠중가로 가는 길을 어렵게 열고 신들에게 무탈한 일상을 바라는 기도로 고산 등반에 나섰다. 고산 적응을 위해 마늘 수프로 음식을 마련해준 쿡 덕분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따르는 트레킹도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연히 본 장면과 기사에 끌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네팔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에 나선 거칠부의 트레킹 일기는 어느 단체의 후원 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걷고 싶어서 걸었을 뿐이고 앞으로도 계속 걷기로 했다는 그녀는 직장을 그만 둔 후로 하는 일이 바뀌었고, 네팔을 찾으면서 만나는 이들도 바뀌었다.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스텝들과 어렵사리 소통하며 조금씩 현지인들의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이곳 역시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터전이라 여겼을 것이다. 해발 4900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에서 화력 좋은 야크똥을 비닐봉지에 담으며 부자가 된 듯 웃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미소 지으며 일부 구간이라도 밟고 싶은 열망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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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고, 나 도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듯한 뻐근함이 온 몸을 감쌌다.
늘 꿈꾸었고, 아직까지 꿈꾸고 있는 버킷리스트다. 가지못한 곳이기에 다녀온 분들의 글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얼마만큼 좋아해야, 아니 사랑해야 이렇게 다녀올 수 있을까..? 감탄을 했다.
내가 책을 읽으며 아쉬워할때가 보통 긴설명만 있고 끝이 날때다. 또한 고산지대를 비롯 하산지역과 그 외의 숱한 곳들의 사진들도 담겨 있어.
거칠부님은 거의 매일 기록을 했다고 했다.
p.147
정말 옳소!!! 그래서 난 나에게 늘 관심을 바라는 사람들이 참.. 힘들다..;; 자신의 변화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 줘야 함이 귀찮다..;; 위의 글처럼.. 난 그정도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p.337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에 갔었을 때가 기억난다. 그 때도 현지인과 쉥겐국가에 비해 몇곱절이나 입장료가 비쌌다. 굳이 봐야해..? 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언제 다시 오겠냐 싶어 눈물을 머금고 봤던 기억이 있다.
p.346
큰 일을 겪은 사람들은 한번쯤 장기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장기여행을 실천한다. 그들을 그 여행을 다녀오면 자신안의 무언가가 변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때는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될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아니었다. 무언가 달라지겠지.. 란 막연한 바람과 여행가고싶다라는 바람이 합쳐져 큰 용기를 낸 장기여행. 한국으로 돌아와선 가난하게 살며, 달라지지 않는 나와 주변의 모습에 한숨만 쉬었다. 여행간다한들.. 달라지진 않는다.. 그러니 여행을 즐기고 오자. ㅎㅎ
가이드, 포터, 쿡등 합쳐서 9명.. 이다. 여자 1명에 9명의 사람.. 오버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비용도 만만찮을텐데.. 그런데 그런 이유가 있었다. 거칠부님이 가고자 하는 루트는 클라이밍을 겸해야 하는데. 그 장비가 만만찮아 포터를 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야, 위의 그림을 보고 누가 누군지 구별은 안되겠지만, 거칠부님은 위의 사진을 보며, '그래 너!!' 날 힘들게 했지!! '아! 00' 그 때 정말 고마웠어!! 라며 그 때를 회상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너무.. 부럽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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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거칠부. 히말라야 횡단 트레커 그의 책은 장엄하다 못해 처절하다. 사회에 처절하고 산에서 처절하고 다시 산행을 떠나는 그의 마음가짐이 처절하다. 그의 책은 한 번에 읽히지 않는다. 한 번에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우리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샹그릴라 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차라리 내 느낌으로는 지금까지의 국내에 발표된 트레킹 관련 대표하는 책 중에 서도 바이블 급에 가깝다. 그녀가 눈을 두었던 곳의 사진은 그대로 작품이 되어 빠져든다. 내가 아일랜드 피오르가 있던 코네 마리에서 지천으로 피어있었으나 이름을 몰랐던 그 꽃. 그래서 랄리구라스가 만발한 책 속의 그 사진은 황홀경에 가깝다. 그의 도전을 비록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나에게도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탐험의 계획에 기름을 붓는다. 그는 다시 길을 떠난다고 한다. 지금은 그가 내딛는 걸음 걸음걸이가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의 역사를 쓰고 역사가 되고 역사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계속 걷기로 한다. 최초라는 왕관의 무게를 왜 견뎌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019.03.05. 거칠부 님의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를 읽고 늦은 후기를 올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