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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뿌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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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모습을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 '라르고 윈치'에서 본 이래 처음 만나는 영화였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비단 독일인뿐 아니라, 이후 건전한 양식과 교양을 지닌 인류 모두에게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이었다. 독일인들은, '전통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문과 예술을 창조하고 사랑하며 향유하고 전파해 왔던 우리 민족이, 어쩌다 나치 같은 이들을 지도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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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모습을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 '라르고 윈치'에서 본 이래 처음 만나는 영화였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비단 독일인뿐 아니라, 이후 건전한 양식과 교양을 지닌 인류 모두에게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이었다. 독일인들은, '전통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문과 예술을 창조하고 사랑하며 향유하고 전파해 왔던 우리 민족이, 어쩌다 나치 같은 이들을 지도 집단으로 섬겨서 이런 참극으로 역사를 더럽히게 되었을까'라며 개탄하는 바 있고, 나치의 만행과 아무 관련 없는 여타의 국가, 민족들 역시 '그렇게까지 사악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같은 인간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쪽으로 '양심의 선언과 고백'을 행하는 모습이 보편적이다. 아무 관계 없는 우리들도, 1999년작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코끝이 찡해지는 체험을 하지 않는가 말이다.


네덜란드 점령 당시 현지에서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박해를 소재로 다룬 '블랙북'을 인상 깊게 보았다면, 이 영화도 추천할 만하다. 빠리는 마지노선의 위용과 기세가 무색하게, 만슈타인과 구데리안1)의 작전과 용병, 그리고 사분오열로 무력화되어 화력 병력에서의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붕괴된 프랑스 육군의 패착 덕분에, 1940년 허무하게도 적국에 장악되었다. 이듬해 파리 거주 유대인들에 대한 검거 선풍(영어로 roundup이라고 하는 것)이 벌어지는데, 영화는 이때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어린 소년이 비밀 벽장에 숨어 나치의 마수를 피하는 모습이 마치 안네 프랑크의 일기에서 묘사된 여러 상황을 떠올리게 하고, 과거와 현재(2009년이라고 설정)를 오가며 씬이 교차되는 편집은 영화 '대부 2'에서 코폴라가 영리하게 활용한 그 기법을 연상케 한다. 기자 줄리아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언제나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도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을 뽐내며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그녀만의 장기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 배우들의 외국어 딕션은 사실 좋은 편인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케빈 베이컨이 보여 주는 독일어 연기, '패튼 대전차 군단'에서 (아주 잠시지만) 조지 스콧이 프랑스어로 연기하는 장면은 확실히 유창한 외국어의 구사가 얼마나 관객을 매혹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유력한 증거이다.

s****o 2014.12.04.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