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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록장 천십육번째.-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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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왠만하면 잘 살았던 시대였다.게다가 사교육이 성대하게 유행하면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다양한 학원을 보냈다. 그러나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학원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에,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그닥 성숙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체벌이 자연스러웠던지라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맞고 온 애들이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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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왠만하면 잘 살았던 시대였다.


게다가 사교육이 성대하게 유행하면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다양한 학원을 보냈다. 그러나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학원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에,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그닥 성숙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체벌이 자연스러웠던지라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맞고 온 애들이 학원에서도 맞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나도 피아노 학원을 다니다가 콩쿨에 보내려는 의도가 다분한 레슨에 음정박자가 틀리면 자 모서리로 손가락을 때려대는 선생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 그만뒀던 기억이 난다. 더 어렸을 땐 수영 학원을 다녔는데, 너무나 좋았지만 가끔씩은 엉덩이를 야구 배트로 맞는 단체 기합도 받았었다. 그러나 역시 체벌보다도 가장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했던 건 선생님들의 다양한 비아냥이었다. 자세가 삐딱해서 등골이 휘어지고 있다며 선생님들이 먼저 특정한 아이들을 지목했다. 아마도 자신이 학교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선지, 아이들에게 춤을 추라고 시킨 적도 있었다. 문제는 잘 추지 못할 경우인데, 그럴 땐 그 아이를 모든 학생들 앞에서 다시 춰 보도록 시킨 뒤 주도해서 비웃었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 앞에서 알아서 감정을 추스리며 살아야만 했었다. 물론 시인 자체가 남들의 평가에 민감한 것 같지만, 그 당시의 정서를 잘 담아낸 건 맞다.

 



전반은 연애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들어가 있지 않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사랑시라는 티도 나지 않는다. 항상 이것과 저것의 중간에서 머뭇거리다 튕겨져 나가버리는 시인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사실 그녀의 집 앞에서 창문을 들여다본다는 설정은 요즘 시대엔 호러로 찍히기 딱 좋지만(사실 약간 그걸 노린듯한 시 구절들도 몇 가지 있다.) 원래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비정상적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뜸을 들이는 시인인지라 구절들에 꽤 여운을 남겨두는데, 그게 또 한 템포 더 느려져서 서정시의 느낌이 물씬 난다. 그리움에 관한 시라고 하기엔 또 다른 게, 야밤에 그림자만 골라가면서 손도 잡지 않고 조심조심 같이 걷는 연인에 대한 시라던가 어딘가 다른 사연이 있는 듯한 것들이 많다. 아무래도 시인은 다양하게 접근하려던 듯하다. 그러나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는 게 중요하다. 아무튼 대중들이 좋아하는 노골적인 사랑시와 사랑이란 게 어디 있는지 도통 모를 난해한 미래파 시 사이에 있는, 조금 특이한 시라고 볼 수 있겠다.

 


 


'너'의 집이 아파트 2층 이상이거나 혹은 방이 2층에 있는 집을 연상시키는 반면, 시는 지상도 부정하고 지하도 부정하는 점에서 왠지 반지하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평론에서처럼 중간이라고 보기엔 굉장히 추상적인 문제인 듯. 반지하에서는 습기가 금방 찬다. 창을 내다보면 발만 들여다보인다. 가끔 술 취한 발이 창문을 걷어차서 깨뜨릴 때도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곳에서 자신의 언어가 살기를 고집한다. 시인의 우직함이 범상치 않다. 그런 상태에서 사랑시 말고 새로운 시에 도전하겠다는 그에게 결실이 있기를.

v*******5 2017.11.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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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97 동경 (최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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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노래책시렁 97《동경》 최정진 창비 2011.11.10.  작은아이하고 이웃마을로 걸어갑니다. 우리 마을 앞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놓쳤거든요. 찻길을 걸어 봉서란 이웃마을로 갈 수 있으나, 논둑길을 걸어 황산이란 이웃마을로 갑니다. 가는 길에 여러 소리를 듣습니다. 밀잠자리 날갯짓 소리, 검은물잠자리 날갯짓 소리, 이삭이 패는 소리, 바람 따라 나락줄기 스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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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97


《동경》

 최정진

 창비

 2011.11.10.



  작은아이하고 이웃마을로 걸어갑니다. 우리 마을 앞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놓쳤거든요. 찻길을 걸어 봉서란 이웃마을로 갈 수 있으나, 논둑길을 걸어 황산이란 이웃마을로 갑니다. 가는 길에 여러 소리를 듣습니다. 밀잠자리 날갯짓 소리, 검은물잠자리 날갯짓 소리, 이삭이 패는 소리, 바람 따라 나락줄기 스치는 소리, 개구리 노랫소리, 풀벌레 노랫소리, 멧새 노랫소리, 여기에 구름이 흐르는 소리하고, 빗물이 듣는 소리를 누립니다. 이러다가 비가 쏟아져요. 아이가 “우산 안 가져왔는데.” 하며 걱정하기에 “구름한테 대고 얘기하렴.” 하고 말합니다. 비구름은 저한테 마음으로 “곧 지나갈게.” 하고 속삭입니다. 비구름 속삭임을 아이한테 들려주고서 한동안 늦여름비를 실컷 맞으니 개운합니다. 비란 참 놀라운 숨결이에요. 《동경》이란 노래꾸러미를 내놓은 노래님은 퍽 젊다 싶은 나이에 이 노래를 갈무리합니다. 그러나 젊든 늙든 저마다 부르려는 노래가 있으니 글로 이야기를 옮기겠지요. 어릴 적부터 마음으로 스민, 차근차근 자라면서 마음으로 본, 어느덧 스스로 서서 살림을 꾸려야 하는 때에 새삼스레 마음으로 깨달은, 여러 이야기를 읊습니다. 부디 이 이야기가 노래님이 앞으로 걷는 길에 즐거운 씨앗이 되기를 빕니다. ㅅㄴㄹ



발을 만지는 게 싫으면 / 그때 말하지 그랬어 / 외로워서 얼굴이 굳어가잖아 / 너의 집 앞에 다 왔어 / 창문을 열어봐 (첫 발의 강요/8쪽)


세탁소가 딸린 방에 살았다 방에 들여놓은 다리미틀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내 몸의 주름은 구김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다림질밖에 몰랐다 엄마의 품에 안겨 다려지다 어느날 삐끗 뒤틀렸는데 세탁소 안에서 나는 구부정하게 다니는 아이라고 불렸다 (기울어진 아이 1/49쪽)




이달의 사락 h*******e 2019.08.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