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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아라는 작가는 원래 작가수업을 받고 문단에 데뷔하려고 한 작가가 아니라, 하이텔 동호회에서 쓰던 글이 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얼떨결에 직업을 작가의 길로 갖게 된 사람이다. 현재 너댓권의 책을 써 냈고, 가끔씩 신문에도 글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동아일보였던 것으로 기억)
꽤 많은(10편가량) 단편들 가운데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은(등단을 하게 한) 작품인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중="" 사례연구="" 부분="" 인용="">이다. 꽤나 특이한 구성을 취하고 있고, 저자의 의도가 돋보이며, 심리묘사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월등하다.
이 작품은 3부로 나뉘어 있는데, 경험 전의 여성, 경험 후의 남성, 그리고 작가의 개입으로 각각 구분될 수 있다. 그리고, 3부, 즉 작가의 개입 부분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두 주인공과 작가와의 면담이 등장하는 형식의 색다른 구성이다.
흔히 생각하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소설의 1부와 2부에서 암묵적으로 계속 제시되는 성교 전의 분위기는 남성의 요구와 여성의 마지못한 동의이다. 분명 작가는 심리 묘사를 통해(남성과 여성의 심리 묘사를 비교할 때, 저자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여성의 심리 묘사가 훨씬 뛰어나다.) 여성의 심리가 많이 두려워하고, 마지못한 것임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3부에서 작가와 주인공과의 면담을 통한 사실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점들 중의 하나이며, 이것은 작가가 소설 내에서 언급했듯, "독자 자신도 글에게 강간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정황적으로 충분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그것과는 다른 사실을 제시하여 독자를 '깨게' 만들었다.
벽을 뚫고 넘어서 저자가 작품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은 명백히! 보르헤스의 환상적 리얼리즘으로부터 영향받은 부분으로 보인다. 이 작품 외에도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서 상상력을 사용하여 현실 바깥의 몽환적인 세계를 그리는 작품들이 많은데,이는 최근 범람하는 많은 환타지 소설과 많은 공유점이 있으나, 그렇다고 환타지소설들과 같은 부류로 놓기엔 견강부회인듯 하다.
요약하자면, 그녀의 첫 단편집은 기존 기성소설들이 갖고 있는 소설적 틀을 최소한도에서 지키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소설들로 차 있고, 이는 꽤나 신선한 시도이며, 적어도 당분간은(실제로도) 그녀의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이러한 면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소설적 구조가 다소 허술하다는 느낌이 몇몇 작품들에서 들었고, 표현 능력에서 기복이 많이 보였다. 작가가 들인 정성의 차이일런지도 모르지만... 때문에 그녀의 신선한 도전은 성공은 성공이되 미완의 성공인 듯 하다.
사족을 달자면, 그녀의 다음 작품집(엘리베이터)을 읽은 상태라 어느정도 선입관 혹은 배경지식이 있어서 섣불리 나온 글일까 두렵다. [인상깊은구절] 침묵. 딸깍. 제가 먼저 전화기를 끊었어요. 안그러면 다스릴 수 없는 웃음이 비져나와 수화기를 든 손에 폭풍을 일으킬 것 같았거든요. 아니, 정말로, "사랑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전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찌 않다는 생각이 계시처럼 들었기 때문에, 단지 내가 사랑하는 건 이 순간의 이 미친 비극성, 어떤 운명과도 싸우고 있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장중한 비장미를- 따라서 희극성도- 가지고 있는 두 연인(?)들 간의 사랑의 이야기가 아닐 듯 싶어서요. 그래요. 이건 정말 미친 생각이에요. 알아요. 난 그 사람을 사랑해요. 사랑하니까, 이제 조금 있다가 약속장소로 나갈 거에요. 이런 종류의 사랑은 석고처럼 단단해요. 석고처럼 하얗게 순결하기도 하고요. 그래요, 그런데, 아주 만약에 말이에요. 사랑한다는 그 약속의 그 석고가 깨진다면요. 거기에 들어있는 건 ....누가 알겠어요? 왜 그냥 '그'와 '그녀'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참아주지 못하고, 자기 자신이 의미를 탐구해주지 못하고, 나한테 '이런걸 왜 썼느냐'하고 물어야만 했을까. 존재하는 모든 것이 아름다우며 아름다운 모든 것이 글로 쓰여질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기라도 하는 듯이.성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