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고, 또 다른 것을 싫어한다. 예를 들어, 나는 과거에 커피를 거의 카페라테만을 마셨고, 지금은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이유? 굳이 대답을 강요한다면 어찌어찌 이유를 대겠지만, 정확하게는 별로 이유가 없다. 그냥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도가 그리 뚜렷하지 않은 편이라 해도 어떤 상황에서 선택하게 되었을 때 상당한 비율로 특정한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특정한 것을 좋아하고, 또 다른 것은 싫어하게 되는 것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까? 톰 밴더빌트는 바로 그것을 탐구했다.
번역을 ‘취향’이라고 했지만(아마 preference를 번역한 것일까? 내지는 taste?), 그보다는 좀더 강한 느낌의 ‘좋아함’, 내지는 ‘선호’가 이 책의 소재다. 왜 사람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온라인상에서 책과 같은 상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특정한 음악을 즐겨 듣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특정한 미술 작품을 더 높게 평가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고, 우리의 선호를 이야기하는 데 적당한 얘기들이다.
그런데 ‘왜’라고 했지만, 정작은 그 ‘왜’에 대한 답은 없다. 아니 음식이든, 책이든, 음악, 미술에 대해 좋아하는 이유를 찾기는 하지만, 금방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친숙한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참신한 것을 좋아한다(많이 들은 음악을 좋아하지만, 너무 친숙한 부류의 음악은 평가하지 않는다). 그 사이 어떤 지점이 가장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인데, 사실 거기에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없다. ‘취향’이라고 했을 때 그건 상당 부분 개인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인데 대중의 취향 속에 포함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얘기라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은 나의 독립적인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좋아할 수도 있고, 혹은 남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종종 그런 걸 부정하기는 하지만 모르는 얘기는 아니다. 사람들은 낯선 곳에 가더라도 손님이 몰려 있는 음식점을 택하지, 파리 날리는 음식점은 택하지 않는다. 음식 맛이 어떤지 알지도 못하는 데도 말이다.
결국 취향 내지는 선호에 대해서 길게 얘기하고는 있지만, 저자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도 밝혀내지 못하고, 고양이 대회에서 어떤 고양이가 훌륭한 고양이로 선발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도 찾아내지 못한다. 아쉽지만, 그게 취향이고 선호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몇 개의 오자를 찾아냈다(더 있을 것 같지만). 216쪽 “21세기 중반 정점에 달했던 추상미술” -> 20세기 224쪽 “칸트의 1970년 작품 『순수이성비판』” -> 1790년 - 이렇게 숫자가 잘못 되어 있는 걸 발견하면 (내가 판단할 수 없는) 다른 숫자의 신빙성도 떨어진다. |
|
취향이라는 말, 요즘 들어 많이 듣고 많이 하게 된 듯하다. 취향이 같아서, 또는 취향이 달라서. 같은 취향 덕분에 친해지기도 하고 다른 취향 탓에 헤어지거나 원망하게 되기도 하고. 그래, 이게 뭔가, 취향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 말인가, 좀 궁금하던 차에 이걸 다루고 있는 책이 있다는 걸 보고 빌려 본 것인데.
책의 서술 형태는 미국에서 나오는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각종 인터뷰와 조사 그리고 그 결과(도무지 내 취향이 아닌 구성). 이 책에서 느낀 약간 특이한 점은 작가가 무언가를 주장하는 데 그리 힘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취향이라는 게 그 자체로 분명하고 확실한 게 아니어서 그런 건지,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쉽게 예상되어서 그런 건지, 아무튼 맞으면 맞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읽혔다. 그럼에도 이런 연구와 조사를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신기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조사 내용들은 상당히 새롭기도 하고.
많은 사례들 사이에 작가가 말하고 싶어 하는 바가 짧게 나타나 있다. 그것만 골라서 옮겨 보았다. 그런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내 취향이 그런 쪽인가, 나랑 다른 취향을 가진 이가 싫은 이유가 그래서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알 것도 같고 여전히 모르는 기분이기도 하고. 마케팅을 업무로 삼고 있는 사람이나 연애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아닐 수도 있고).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는 일에 대해 근원적으로 생각해 보게 된다. 네 마음을 왜 알고 싶은가. 자본주의 사회의 입장에서는 물건을 팔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인간 관계를 고려해서는 갈등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더 나아가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게 참 끝없는 요지경 속 같다. 내가 내 마음도 다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마음을 알아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애쓰는 사람은 애쓰겠지, 조금이라도 더 알아내려고. 이 책 속 연구자들처럼.
일부러 큰글씨책을 빌렸던 건 아닌데 큼지막한 글씨가 읽기에는 좋았다. 다만 누워서 들고 보기에 무거워서... (책상 앞에 앉아서 책상 위에 놓고 바른 자세로 읽으라는 의도로?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