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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책 2023.1.30. 맑은책시렁 278
《수경이》 임길택 우리교육 1999.12.15.
《수경이》(임길택, 우리교육, 1999)를 가만히 되읽었습니다. 1999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금조금 읽히는구나 싶은데, 이 작은 이야기꾸러미에 흐르는 시골빛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웃도 조금조금 늘려나 하고 어림해 봅니다.
멧골마을에서 멧골아이 곁에 서면서, 멧골어른으로 같이 살면서, 살림빛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담은 《수경이》입니다. 이 책이 나오던 무렵에도, 임길택 님이 글을 쓰던 무렵에도, 또 그때부터 스무 해가 훌쩍 지난 때에도, 시골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면서 시골빛을 품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나날이 줄면서 사그라드는 시골빛이되, 서울을 떠나 시골에 깃들면서 시골노래를 글로 여미어 책을 내는 분은 조금조금 늘어납니다. 다만, 시골에서 조금 더 느긋이 풀꽃나무를 돌아보고 들숲바다를 품어 보고서 천천히 시골노래를 여미면 한결 나을 텐데, 다들 너무 서둘로 글을 쓰거나 책을 낸다고 느껴요.
시골사람이 서울로 옮겨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이나 책으로 여민다고 생각해 봐요. 서울에서 한두 해 살아 보고서 서울살이를 글이나 책으로 여미면 얼마나 엉성하거나 서툴까요? 적어도 서울살이 열 해쯤 하고서 글이나 책으로 여미어야 ‘서울맛’을 조금 담아낼 만합니다. 서울을 떠나 시골로 옮긴 사람들도 매한가지예요. 적어도 ‘철갈이’라고 하는 ‘열 해’를 묵혀 보아야 이야기가 무르익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열 해면 들숲이 바뀐다(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얘기합니다.
멧골내기로 살아가는 꿈을 키우다가 흙으로 돌아간 임길택 님은 누구보다 시골아이랑 시골어른을 바라보면서 글을 여미었고, 시골아이랑 시골어른하고 이웃이나 동무로 지내려는 마음을 키울 서울아이랑 서울어른을 그리면서 글을 써냈다고 느껴요.
시골에서 짓는 시골빛이든, 서울에서 일구는 서울빛이든, 먼저 우리 스스로 살림빛으로 나아가는 사랑길일 적에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빛’이란 사랑으로 녹여서 새롭게 가꾸려는 숨결입니다. 이와 달리, 서둘러 선보이면서 팔아치우려 하거나 자랑하려 들거나 내세우려고 하는 자랑길로 간다면 ‘빚’이지요. 텅 빈 수레예요. 빈수레가 시끄럽다고 하듯, 무르익히지 않고서 내놓는 모든 글은 겉으로만 시끌벅적합니다.
하느님은 틀림없이 하늘에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마음에 빛나는 사랑이 흐르는 하느님입니다. 우리 겨레 이름이 ‘한겨레’인 뜻을 돌아봐요. ‘한 = 하늘 = 하나 = 큰 = 우리 = 해 = 오늘’인 얼거리입니다. 남(서울내기)이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논밭을 지을 수 없어요. 스스로(시골내기) 오늘 하루를 사랑하려고 논밭을 짓습니다. 이리하여 수경이는 들숲을 헤치면서 들꽃을 그러모아 소한테 꽃걸이를 씌워 줍니다. 조그맣게 피어나는 사랑꽃을 속삭이는 작은 이야기꽃인 《수경이》입니다.
ㅅㄴㄹ
“우리가 그렇게 농사짓는다고 도시놈들이 알아주기나 할 줄 아는가?” “그들이 알아주라고 농사를 지어선 안 되지요. 하느님이 주신 우리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농사를 지어야지요.” “하느님 같은 소리 말게. 하느님이 밥 먹여 주는 게 아니여. 하느님이 있었다면 이날 이때까지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걸세.” (28쪽)
책을 떠듬떠듬 읽고, 가지고 온 사탕을 동무들과 나누어 먹으며 금주는 오학년을 마치고 육학년이 되었다. 그동안 결석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금주는 ‘하느님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런 시를 쓰기도 했다. “어느 날 / 어머니랑 아버지랑 싸우실 때 / 나는 하느님한테 /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 싸우지 못하게 말려 주세요 하고 / 말씀드렸다.” (94쪽)
수경이는 잡목을 타고 오르던 댕댕이덩굴을 뜯어 둥그렇게 만들었다. 머루알 같은 댕댕이덩굴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거기에 찔레 열매도 꺾어서 꽂고 억새꽃도 끼워 꽃다발을 만들었다. 노란 마타리꽃은 한쪽에 따로 꺾어 놓았다. 소 목덜미를 긁어 주면서 수경이는 그 꽃다발을 소뿔에다 씌워 주었다. 소는 꼬마 주인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라도 하듯이 그 꽃다발을 뿌리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었다. 수경이가 마지막으로 마타리꽃을 꽂으니 소는 금방 들판의 왕이 되었다. (16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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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라는 책에서 였다. 강원도 산골마을과 탄광촌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다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선생님의 글은 그의 짧은 생애에 비해 너무도 맑고 아름다운 글 이었다.어떠한 보탬도 없이 우리 글을 참 맛나게 쓴다는 생각을 했고 아이들의 순순함이 그대로 묻어 나는 글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의 감동을 좇아 또 다른 작품을 찾던 중 이번에는 선생님의 유고 동화집 수경이를 만나게 되었다. '들꽃처럼 맑고 고운 산골 아이들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네 편의 짧은 동화와 세 편의 수필 글 , 그리고 한 편의 조금 긴 동화 수경이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 나와있는 세편의 글은 앞에서 언급한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에 실렸던 글이다. 다른 책에서 다시 한번 만나니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벌써 그 책을 읽은지도 삼년이 다 되어간다. 책에 등장하는 영심이,금주,혜숙이는 어느 새 삼십 중반의 어른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이 가졌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 조금은 달랐던 그네들의 지금 삶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주 짧은 동화 네 편. 권정생 선생님의 말처럼 이 글들은 어린 아이들이 후딱 읽을 수 있는 글들이 아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내용을 곱씹으면서 읽어야 하는 글들이다. 당연히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난해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읽고 지나치기에는 그 속에 있는 진한 국물 맛을 진정으로 느끼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씩 읽고 조금더 생각하면 글속에 있는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동화의 공통적인 배경은 시골이다. 시골속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일상이다.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 들이다.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것을 잊고 살기가 쉽다. 그리고, 그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학교 생활보다는 농사 일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것 보다는 고추를 말리고, 소와 돼지를 돌보고, 바쁜 어른들 대신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일이 우선인 사람들이다. 이제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이들도 농촌에서는 한 몫하는 상일꾼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통해 농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젋은 사람들의 도시화로 농촌은 급속히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당신들의 몸조차 간수하기 힘든 노인들만이 농촌을 지키고 있다. 이제는 집에서 쉬어야 할 분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농사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일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그런 아이들조차 서서히 사라져가는게 농촌의 현실이다.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먹거리가 나온다는 신념으로, 정직하게 농사를 지은 아버지는 매 해 달라지는 농산물의 시세 때문에 번번히 재미를 볼 수 없다. 남들처럼 약을 쳐서 많은 수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될만한 것들만 골라서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해는 유기농 양파라는 이유로 도시 인들에게 좀 더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하지만,양파 값이 폭락 하자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우리가 뉴스에서 흔히 보는 일들이다. 일년 내내 힘들게 지어놓은 논 과 밭을 갈아 엎는 사람들. 소와 돼지를 전부 끌고 나와서 살처분 하려는 사람들. 농사가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전락해 버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하나 넉넉하지 못하다. 그게 현실이다.
모든 아이들은 순수하다. 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을 그렇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어른들의 탓이다. 아이들에게서 순수한 마음을 빼앗아 가고있다. 주변을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어른들의 생각만으로 가득차 있다. 하기 싫은 것, 먹기 싫은 것으로 가득차 있다. 자연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굳이 자연이라고 해서 머나 먼 시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주위의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을 볼 시간조차, 마음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고있다. 나또한 그런 부모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커다란 케익앞에서 초를 끄고 노래를 부르는 생일잔치가 부럽기만 한 수경이. 바뿐 농번기에는 아이의 생일을 챙기는 일도 사치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수경이는 자신의 생일을 그냥 지나가는 것이 섭섭하기는 했지만, 이내 자기 앞에 있는 소를 보면서 , 소 역시 자기의 생일을 단 한번도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고는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이제부터는 너의 생일도 나와 같은 오늘이라고... 그러고는 소에게 온갖 들꽃으로 장식된 왕관을 씌워준다. 아이와 소가 교감하는 모습이 참 정겹다. 할머니의 요강을 깨끗이 씻어주는 아이. 자신도 배고프고 힘들면서 어린 동생을 먼저 돌보는 아이. 때로는 너무도 힘들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악다구니를 하지만, 이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미안해 할 줄 아는 아이. 너무 어른스럽지도 않고, 그저 그 또래에 어울릴 만큼만 어리숙하고 천진난만한 아이... 그런 아이들이 사랑스럽다.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풍경은 촉촉한 봄비가 그친 후의 상큼한 아침,아스팔트 천지인 도심 속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풋풋한 흙내음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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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시골의 마을에서 선생님을 하는 나를 꿈꾸곤 했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과 보내는 하루는 너무도 짧고 신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도시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려 그런곳으로 가기엔 너무나 큰 용기기 필요하다.. 이 책은 내가 꿈꾸던 그 곳의 이야기이다. 농촌 아이들의 순박하고 해맑은 이야기들이 진솔하고 솔직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장차 초등 교사가 될 나에게 좋은 길을 제시해 주었다. 똥돼지가 있는 변소가 부끄러워 선생님의 가정방문 내내 마음을 졸이던 아이, 할머니의 요강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우는 아이, 고추널기, 설거지, 방청소, 짐승 돌보기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아이, 벼를 세우면서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는 벌받는 꿈을 꾸는 아이, 집안일이 너무 힘들어 학교 가는 개학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 박새들의 이야기, 무당벌레의 마음을 알고 싶은 아이, 새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 생일조차 모르는 소가 안쓰러워 소의 생일을 정해 주고 꽃다발을 만들어 뿔에 걸어주는 아이... 이 아이가 바로 수경이다. 요즘에는 찾기 힘든 자연과 동화 되어 살아가는 정많고 따뜻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이다. 예전에는 모든 아이들의 삶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도시에서는 찾기 힘든 정말 아이다운 아이의 모습이다. 내 어린시절을 많이 회상했다. 나도 그랬었지 하는 마음과 함께 요즘 아이들도 그런지 또 나의 아이나 내가 가르칠 우리 아이들도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어 씁쓸해지기도 했다. 자연속에 있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아이답다. 또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
| 똥돼지가 있는 변소가 부끄러워 선생님의 가정방문 내내 마음을 졸이던 아이, 할머니의 요강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우는 아이, 고추널기, 설거지, 방청소, 짐승 돌보기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아이, 벼를 세우면서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는 벌받는 꿈을 꾸는 아이, 집안일이 너무 힘들어 학교 가는 개학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 박새들의 이야기, 무당벌레의 마음을 알고 싶은 아이, 새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 생일조차 모르는 소가 안쓰러워 소의 생일을 정해 주고 꽃다발을 만들어 뿔에 걸어주는 아이... 이 아이가 바로 수경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아이들 모습지 이랬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아이. 건강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아이, 세상과 어우러져 사는 아이. 새삼 이런 수경이가 그리운 것은 자연스럽게 세상과 어우러지고 자연과 어우러질 줄 아는 사람들이 귀해진 요즘의 세상 탓이지 싶다. |
| ‘수경이’는 ‘우리 동네 아이들’을 쓴 작가 임길택의 동화이다. ‘수경이’는 동화라기보다 수필에 더 가까운 이야기로 보였다. ‘영심이’나 ‘금주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같은 동화는 작가 임길택이 강원도 오지 마을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만나온 아이들의 이야기를 옮겨놓은 듯한 동화이다. 작가는 이런 동화에서 똑똑하고 공부 잘 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고 늘 가난하고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여기서 작가 임길택이 교사로서 소외당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선생님, 저 혜숙인데요’에서는 작가가 학교에서 어떤 교사였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동화는 일명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면서 아이들을 자주 때리고 혼내 주는 작가가 혜숙이라는 아이의 일기를 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이야기이다. 혜숙이는 일기에다 부당하게 자신을 혼내는 선생님을 원망하면서도 한편으론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드리는 의젓함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임길택 동화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느 동화든지 등장하는 이야기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아이라는 것! 대발견이라기엔 뭐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지난 실습 때, 다른 교생 선생님들과 우스개 소리로 “여자 선생님들은 남자 아이들이 이뻐 보이고 남자 선생님은 여자 아이들이 귀여워 보인다”라는 말을 주고받은 일이 있다. 역시 이 작가도 남자 선생님이기 때문일까? (웃음) 임길택 동화의 주제는 늘 시골 아이들과 그곳 사람들의 삶이다.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그곳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이 동화집에는 도시의 아이들이 겪을 수 없는 시골 아이들의 생활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고추를 널어 말리는 이야기나 논에서 아버지를 도와 드리는 모습, 할머니 요강을 씻어 주는 아이, 가정방문을 오신 선생님께 화장실을 보여주는 것이 창피했던 일 등은 시골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수경이’는 ‘우리 동네 아이들’보다 좀 더 현실적이고 세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다만 동화 ‘아버지와 양파’에서 이야기의 결말이 불분명한 것이 좀 아쉽다. 성현이의 아버지는 정직하게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지만 다른 집보다 값을 더 받지 않고 양파를 판다. 하지만 아버지는 양파를 사 가는 도시 사람들이 많이 배우고서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성현이에게 그런 걸 배워서 뭘 하겠냐며 중학교를 그만 두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을 듣고 성현이가 고민하는 대목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전에 나왔던 ‘우리 동네 아이들’ 보다는 훨씬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동화에서는 문제의 해결이 드러나 있지 않아 미완성된 이야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 '수경이'는 지금은 잊혀지고 시골에서만 찾을 수 있는 모습들, 매일 매일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진정한 삶의 모습들의 일상생활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짤막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산골에서 생활하는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 에게는 어렸을 때의 추억을 생각하게 할 것이고 각박한 도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린 아이들에게는 자신과 다른 농촌의 일상의 모습을 알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과 예전 부모님 세대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수경이'에서의 현실은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부모님을 도울 줄 알고 작은 곤충의 죽음을 슬퍼할 줄 아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고, 소와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 수경이의 밝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 돼지를 키워 변을 처리하는 변소에 가기 두려워하고 할머니 요강을 열심히 닦아드리는 수경이. 자기네 감만 많이 열렸다고 자랑하는 주화네 감나무 가지가 꺾인 것을 보면서 고소하다고 생각했다가도 미안함을 느끼고, 먹고 싶은 고등어를 조카에게 뺏기고 분해하는 모습, 벼 세우는 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집으로 도망쳐왔지만 일을 게을리 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벌을 받는 꿈을 꾸는 아이. 일을 하기 싫어 얼른 개학이 왔으면 하고 바라는 수경이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한 어린 아이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책의 나온 표현처럼 들꽃처럼 살아가는 산골 아이들의 모습이다. 현대의 사람들에게 순수한 마음을 찾고 싶을 때 시골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과 일상을 통해 도시의 삭막함 속에 잊혀져가는 여유로움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풍경들이 주는 정겨움으로 다른 무언가가 줄 수 없는 청량감을 줄 수 있는,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