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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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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른 작품 빌러비드네모상자속의 아이들술라재즈자비타르 베이비누가 승자일까요러브솔로몬의 노래# 읽고 나서. 짧지만 강한 한방이 있는 글.!!!친구들에게 독신주의자라 소리치고 다닐때도, 심지어 결혼하고서도 내가 아이를 이리 좋아하게 될 줄 몰랐는데. 어렵게(?) 낳아서 그런가 확실히 내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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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른 작품
빌러비드
네모상자속의 아이들
술라
재즈
자비
타르 베이비
누가 승자일까요
러브
솔로몬의 노래

# 읽고 나서.
짧지만 강한 한방이 있는 글.!!!


친구들에게 독신주의자라 소리치고 다닐때도, 심지어 결혼하고서도 내가 아이를 이리 좋아하게 될 줄 몰랐는데. 어렵게(?) 낳아서 그런가 확실히 내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라는 말에 120% 공감할 수 있다.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힘들게 낳은 아이가 아니더라도 천진난만한 아이만 보면 미소가 지어질텐데, 아니 미소 따위는 둘째치고, 어리고 연약한 한 생명인데, 그 약하디 약한 아이들를 학대하는 경우는 대체 어떤 경우란 말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룰라 앤은 비교적 백인에 가까운 피부색을 가진 부모로 부터 태어난 매우 까만 여자아이였다. 아빠는 까만 아이를 보고 그들을 떠나고, 엄마는 '매우 까만 흑인 여자아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명목으로 그녀를 정신적으로 학대했다. 룰라 앤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스위트니스라고 부르고 뺨이라도 맞으면 엄마와 피부가 닿는다며 좋아하며 자란다.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한 거짓 증언은 그녀의 삶을 내내 괴롭히게 된다.

그녀는 어머니에 관해 불평하면서 스위트니스가 검은 피부 때문에 그녀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그건 색깔일 뿐이야." 부커는 말했다. "유전적 특징이지. 흠도 아니고, 저주도 아니고, 축복도 죄도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반박했다, "다른 사람들 생각에는 인종적인.."
부커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인종 같은 건 없어, 브라이드. 따라서 인종이 없는 인종주의는 하나의 선택이야. 물론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학습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택이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야." - 195쪽

시작은 인종차별에 관한 책이구나 싶었다. 까만 피부에 늘 흰색 옷만 입고다니는 룰라 앤. 그녀는 피부색 때문에 사랑이 부족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녀의 피부를 매력으로 이용하기 까지 하며 사회에서 성공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아픔은 그녀를 늘 괴롭힌다. 모든 것이 피부색에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이건 어린아이들에 대한 모든 형태의 학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학대가 남은 인생을 얼마나 괴롭히고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부커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과거를 공유하며 그녀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한다. 잘못한 대상에 선의를 배풀며 용서를 구하지만 폭행을 당하고 돌아오고, 자신을 가장 잘 알아준다고 생각했던 남자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말만 남겨놓고 떠나버린다. 잘나가는 직장도 뒤로하고 그녀는 부커를 찾아 떠난다.

작아지는 가슴,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듯한 경험을 하는 룰라 앤의 모습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인물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각 장들은 어찌나 가독성이 좋던지. 무거운 주제였지만 재미있게, 무엇보다 희망적으로 그려내서 더욱 좋았다. 

아이. 새로운 삶. 악이나 병에 면역이 된, 납치, 구타, 강간, 인조아별, 모욕, 상처, 자기혐오, 방기로부터 보호받는. 오류가 없는. 오직 선뿐인. 노여움은 빠진. - 237쪽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이런 사회가 오길 바란다. 상처를 또다른 상처로 대물림하게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쁜 어머니가 아니었어, 그건 알아야 해. 하지만 한뿐인 아이에게 상처를 좀 주는 일을 했을 수도 있어, 애를 보호해야 했기 때문에. 그래야만 했어. 다 피부 특권 때문이었지. (...)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어야 마땅한 교훈을 한 가지 배웠어. 아이에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 아이들은 절대 잊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 룰라 앤은 캘리포닝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었지만 더는 연락을 하거나 찾아오지 않아. 이따금씩 돈이나 물건을 보내지만 도대체 얼마나 오래 못 본 건지 모르겠어. -65쪽

그녀가 얻은 교훈. 아이들은 절대 잊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 기억하자 다짐한다.

+ 책속의책. 발견하면 왠지 기분 좋음 ㅋ
대학 다닐 때 무시했거나 오해했던 책을 읽거나 다시 읽으러 종종 도서관에 갔다. <장미의 이름>도 그런 책이었고, 이야기 모음집 <노예제를 기억하며>에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그 이야기들을 기념하는 평범하고 감상적인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트웨인을 읽으면서는 그의 잔인한 유머를 즐겼다. 발터 벤야민을 읽으며 번역의 아름다움에 감명받았고,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자서전을 다시 읽으며 증오를 감추는 동시에 내보이는 그의 웅변을 처음으로 음미했다. 허먼 멜벨을 읽으며, 핍 때문에 속절없이 가슴이 무너졌다. - 186쪽

** 그 외 밑줄쳤던 내용들
제리가 말했어. "검은색은 팔린다니까. 그게 문명화된 세계의 가장 뜨거운 상품이야. 백인 여자아이들, 심지어 갈색 여자아이들도 그런 종류의 눈길을 받으려면 홀딱 벗어야만 해." 사실이든 아니든 그 말이 나를 만들었어.
-56쪽

"괜찮아, 베이비, 넌 다른 사람의 악에 책임이 없어."
"알아,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고칠 수 없는 것에서는 배워."
"뭘 고쳐야 하는지 항상 알 수 있는 건 아냐"
"아니, 알 수 있어. 생각해. 우리가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정신은 늘 진실을 알고 모든 게 분명해지기를 원해."
- 82쪽

만일 경찰이 문을 때려 부수고 들어왔다면 십오 년간 강하게 버티다가 마침내 무너지고 만 한 여자를 보았을 것이다. 그 긴 세월을 보내고 나서 처음으로, 나는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다 마침내 잠이 들었다. 잠을 깼을 때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자유를 얻으려면 싸워야 한다. 자유를 얻으려 노력하고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라. - 100-101쪽

"나를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이지 존중은 해야 해." - 209쪽

저 아이들은 저러다 날려버릴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각자의 상처와 슬픔에 관련된 작고 서러운 이야기에, 인생이 그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자아에 쓰레기처럼 던져놓은 오래된 문제와 고통에 매달릴 거야. 그러면 각자 그 이야기를 계속 다시 쓰겠지, 뻔한 플롯이고 주제도 다 짐작하고 있는데, 억지로 의미를 만들어 내면서, 애초의 유래는 잊어버리고. 이 무슨 낭비인가. 개인적 경험을 통해 그녀는 사랑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이기적이 되기 쉽고, 얼마나 쉽게 찢어져버리는지 잘 알았다. - 214쪽

 


f********r 2018.06.0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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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를 기리며 토니 모리슨의 신작을 읽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그녀의 책만큼 붉은 심연을 제공하는 책도 아마 없을 것이다.   소설을 읽고도 잔상과 여운이 가시지 않아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번역서는 올해 나왔지만 원작은 2015년 작이고 그즈음해서 작가 대담 및 특집영상이 여러 편 있었다. 비몽사몽 잠결에 영상물을 살피면서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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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를 기리며 토니 모리슨의 신작을 읽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그녀의 책만큼 붉은 심연을 제공하는 책도 아마 없을 것이다.

 

 소설을 읽고도 잔상과 여운이 가시지 않아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번역서는 올해 나왔지만 원작은 2015년 작이고 그즈음해서 작가 대담 및 특집영상이 여러 편 있었다. 비몽사몽 잠결에 영상물을 살피면서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 문학에서 그녀의 입지와 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가히 신적인 존재였다. 보통 작가들은 이름 앞에 특정 수식어나 범주를 가르는 말이 붙는 걸 싫어하는데 그녀는 예외인 듯하다페미니즘이나 인종, 급진성, 정치성 단어에 기꺼이 수긍한다. 그리고 소설과 삶, 사람에 대해 따로 선을 긋지 않는다. 독자들은 서로 다른 책을 최애서로 뽑지만 소설과의 만남과 각성을 뜨겁게 체화한 상태였다

 

 토니 모리슨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당시 마치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상의 이유를 거론하며 마치 그녀가 백인 지배 담론과 일종의 은밀한 거래를 하듯 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회상해보면 하나 같이 남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개인적으로 그녀의 역할을 높이 사는 게 어떤 운동이나 실천, 말에 있어 행동가만 있으면 균형감을 잃기 쉽다. 그것을 뒷받침할 사상과 이론, 글도 필요하다.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 문학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는 토니 모리슨 같은 작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대담 자리에 가노라면 나이에서 오는 머쓱함을 지울 수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물에 뜬 기름 같은 심경이 든다. 대부분 문학 지망생이거나 젊은 여성 팬이 주를 이룬다. 동영상을 통해 외국의 사례를 접하면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고 다양한 질문과 호응이 오간다. 여러 주제를 파편적으로 다루며 시간할애를 하느라 긴장감이 돌기보다는 친목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식사 후 갖는 티타임처럼 이완된 상태에서 사소하지만 내밀한 이야기들이 경계 없이 교류된다.

 

 토니 모리슨은 직업적으로 편집자, 교수, 작가를 거쳤다. 그런 그녀가 들려주는 뜻밖의 고백이 엄마라는 역할 없이 지금의 그녀는 없었을 거란다. 혼자 두 아이를 키웠지만 그것이 그녀를 궁극적으로 자유롭게 한 경험이었다고 강조한다. 아마도 비슷한 처지의 다른 여성들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라는 자리는 의무와 책임감이 싹트는 근원지이면서 동시에 특별한 능력을 부여한다. 수년 전 먼저 간 아들의 그림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그녀에게 혼과 유령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전혀 다른 개념일 듯하다.

 

 갈무리하자면 그녀가 삶에서 실제로 겪은 일과 고뇌를 소설과 에세이에 풀어놓아 길을 잃은 독자는 언제든 그녀의 글을 읽으며 검은 여인을 얼마든지 붙잡고 그리워할 수 있다       

이달의 사락 s********d 2018.04.2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416] 어두운 시대를 지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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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났던 그해 사월에도 토니 모리슨의 소설을 읽었었다. 그녀의 소설은 생떼 같은 자식을 잃고 비에 젖은 새가 된 부모의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게 한다..   모녀의 애증 관계를 그녀보다 짙게 다룬 작가가 있던가. 왜 모녀 관계는 남다를까. 제일 먼저 아이를 품는 몸이 떠오른다. 어미는 아비와 달리 아이를 제 몸에 품었다 세상에 내보낸다. 의식하든 못하든 자신의 일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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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고가 났던 그해 사월에도 토니 모리슨의 소설을 읽었었다. 그녀의 소설은 생떼 같은 자식을 잃고 비에 젖은 새가 된 부모의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게 한다..

 

 모녀의 애증 관계를 그녀보다 짙게 다룬 작가가 있던가. 왜 모녀 관계는 남다를까. 제일 먼저 아이를 품는 몸이 떠오른다. 어미는 아비와 달리 아이를 제 몸에 품었다 세상에 내보낸다. 의식하든 못하든 자신의 일부가 되는 하나됨의 경험(일체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아이를 낳고 기른 일이라고 선뜻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오롯이 품고 가져본 경험과 그 핏덩어리가 사람구실을 하는 경이. 하지만 찬란한 빛 뒤로 구름떼가 몰려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흑인 여성의 삶을 다룰 때는 몇 배 더 조심스럽다. 같은 여성이라는 명목으로 동일 선상에 두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 백인사회의 지배구조를 유지해온 노예제를 지우고 그들을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도 거론되지만 인종은 애초에 없는 개념이다. 사회적으로 길들이고자 만들어진 피부색 구분일 뿐이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인종 같은 건 없어, 브라이드. 따라서 인종이 없는 인종주의는 하나의 선택이야. 물론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학습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택이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야. (195)

 

 가축처럼 거래되는 문화에서 모녀 관계는 같은 운명을 대물림한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이 되고 만다. 낳고 제대로 기르거나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이 원죄의식처럼 깔려있다. 그 죄악은 환경과 외부에서 빚어지는 것인데도 고통은 어머니와 딸의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둔갑해버린다.

 

 앞서 말했듯 흑인 여성의 문제를 토니 모리슨처럼 고유하게 목소리내는 작가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적인 운동가가 있다면 그에 맞는 이론가와 사상가도 필요한데 균형대의 한쪽을 담당하는 소설가의 존재는 위엄 있다. 그녀의 소설은 강렬하고 괴기스럽고 섬뜩하다. 광포한 상상력과 행위로 순종적인 이미지와 판타지를 부순다.

 

 노작가의 작품을 펼칠 때면 부피가 얇아도 긴장하게 된다.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기에 인생을 통틀어 꼭 하고 싶은 말만 쓸 것 같기 때문이다. 대작에 미치지 못해도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전언 같은 게 박혀 있을 것 같다. 이번 소설은 짧지만 비유와 농담, 상징이 잔뜩 들어앉아 있다. 소설의 제목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 궁금했는데 임신한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기도이자 축사였다. 무지하고 미성숙한 상태로 엄마가 되어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고충과 어미됨의 위태로운 위치에 대해 조심스레 운을 뗀다.

 

 4부로 구성된 소설은 1부는 말 그대로 39금이다. 2부는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불리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3부는 갑자기 작가가 남자 주인공의 입을 빌어하는 강의 같다. 마지막 4부는 극적 화해가 이루어지는데 가족(친척 포함) 중에도 유독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따로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 소설에서는 흑인 여성뿐 아니라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와 시각 중심의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악덕 주인에는 과거 백인 지주만이 아니라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을 파는 흑인도 포함된다. 인종차별도 실은 권력과 부의 편향을 지지하는 구조물이다. 백인 중심의 미적 기준을 해체하고 검은 여인 신화를 새로이 쓰는 의미는 잘 알겠으나 여성 백인 동료를 경쟁자로 취급한 부분은 좀 식상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심한 폭력에 노출되고도 성형에 힘입어 아름다움을 되찾는 설정도 원더우먼 느낌이라 억지스럽다

 

 이번 소설에서도 남녀의 만남은 현재의 그와 그녀의 결합물이 아님을 예고한다. 우리는 유년의 상처를 견뎌내고 어른이 된다. “유년의 벤 상처는 곪기만 할 뿐 절대 딱지가 앉지 않는다(185)”라는 말처럼 두 사람의 내면의 결핍이 불쑥 튀어나와 현재를 왜곡시키고 망가뜨리기도 한다. 미처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상처가 터져 나오고 서로를 참아내기 힘들어져 등진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너 내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야라는 폭탄선언과 함께 사라진 애인과의 갈등을 푸는 내용이다.

 

 소설은 엄마의 따스한 손길에 굶주린 아이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잘못을 보상하는 데서 문제가 꼬인다. 소아 성범죄자에게 형을 잃은 부커는 그녀의 행동을 납득하지 못하고 눈이 홱 돌아버린다. 이 간단한 설정은 엄마가 자식을 어여삐 여길 수 없게 하는 시선 폭력을 고발하고, 동시에 죽은 자에 대한 충분한 애도 없이 그를 부재로 처리하는 난폭한 시간관을 따져 묻는다.

 

 "형을 그냥 보내지 마." 그녀는 말했다. "형이 준비가 될 때까지는. 그동안은 악착같이 달라붙어. 때가 되면 애덤이 알려줄거야." (164)

 

 "그럼 뭐야? 넌 애덤을 네 어깨에 묶고 다니면서 밤이나 낮이나 그 아이가 네 머리를 꽉 채우게 하고 있어. 형이 피곤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죽었는데도 안식하지 못하고 지쳤을 게 틀림없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쥐고 흔들어야만 하니까." (212)

 

 물론 두 인물은 과거 상처와 고통을 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자극으로 전환시킨다. 형을 잃고 그는 흑인 영가를 연주할 트럼펫을 배우고 음악적인 언어를 실험한다. 그리고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구조를 파악하고자 경영대학원을 마친다. 그에게는 형을 기리는 노란 장미 문신이 어깨에 새겨져 있다. 여자 주인공은 엄마조차 외면하는 저주 받은 몸을 매력적으로 연출해내고 그 변형에 맞춰 개명한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동거남이 떠나면서 위기를 맞는다. 엄마의 뿌듯한 딸이 된 선물로 뚫었던 귓볼 구멍(피어싱은 성장통을 상징)이 막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몸이 소녀로 돌아가는 변화를 겪는다. 출소한 선생의 구타에 이어 교통사고를 겪으며 자부심이자 경쟁력이던 몸이 퇴행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레인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는 면도솔을 선물하고 멋진 검은 여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지난 연인과 재결합하면서 임산부의 성숙한 몸을 되찾는다. 퀸의 죽음과 함께 얻어지는 새로운 시간인 것이다.

 

  작가가 책 구절 중 레인이 여주인공을 그리워하는 장면을 낭독한 것을 유튜브에서 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대사가 작가가 떠난 자리에 남겨질 말처럼 출렁인다. ‘나의 검은 여인이 보고 싶어.’ 

 

[오탈자] 2311: 했는네 했는데    

이달의 사락 s********d 2018.04.1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