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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타자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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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 왠지 그녀의 이름이 거론되면 페미니즘 시각에서 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여성인 나로선 어느 정도는 알아야 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본 프리다 칼로는 페미니즘의 시각에서의 여성 화가를 거론하기전, 그녀의 삶 자체가 주는 고통을 통해 그녀의 내면 세계인 자아를 이해하는 게 더 타당하고 맞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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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 왠지 그녀의 이름이 거론되면 페미니즘 시각에서 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여성인 나로선 어느 정도는 알아야 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본 프리다 칼로는 페미니즘의 시각에서의 여성 화가를 거론하기전, 그녀의 삶 자체가 주는 고통을 통해 그녀의 내면 세계인 자아를 이해하는 게 더 타당하고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막연히 뭉뚱그려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큰 오해와 오류를 가지게 될지를 제대로 짚어준 경우였다.

 

[프리다 칼로, 타자의 자화상]은 화가들이 대개 그렇듯 자화상을 그리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 처럼 자신의 작품 중에 자화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삶의 고통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드러낸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총 145점의 작품 중에 55점이 그녀의 자화상이라고 하니, 화가로서의 매 순간마다 자화상은 그녀를 떠날 수도 없고, 떠나지도 못하는 분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듯하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되고, 10대 후반에는 열차사고로 척추까지 으스러지는 큰 사고와 그로 인해 아이까지 낳을 수 없는 여성으로선 표현할 수 없는 아픔까지 겪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원래의 꿈인 의사 공부를 접게 되고, 병상에서 어머니가 마련해 준 미술품들을 가지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했던 아버지의 예술적인 면을 물려받았을 수도 있지만, 프리다 칼로는 미술에 대해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뛰어난 화가가 되었다.

그런 그녀에겐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면서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의식 세계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평생 그녀를 괴롭혔던 그에 대한 사랑도 함께 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갖고 있던 신체에 대한 열등 의식이나, 디에고의 여성 편력으로 인한 고통의 순간마다 프리다 칼로는 그림을 통해 이겨내고 자신을 그림 속에 담아냈다.

특히나 그녀에겐 불가능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좌절을 겪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심리적 압박감과 모성애적인 신체적 열등의식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내면 세계를 자화상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책 곳곳에 나와 있는 그림을 보면서 그녀에게 그러한 삶의 순간마다 닥쳐온 고통이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프리다 칼로는 그림에 그러한 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아버지의 초상화를 자주 접했지만, 어머니의 초상화는 가족을 그린 그림 이외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그러한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프로이트 정신학의 '엘렉트라 컴플렉스' 까지의 상태로 저자는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림 곳곳에는 잔인할 정도로 그녀의 내면 세계를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특히나, 그녀의 신체적 불구를 그대로 드러내는 그림을 통해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결점이나 열등 의식을 감추려고 하거나 포장하기보다는 그대로 드러내고 똑바로 바라보는 자세를 고수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한 자세를 통해 고통을 오히려 예술로써 승화시킬 줄 아는 뛰어난 작가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고통의 순간이 오히려 그녀 자신을 더욱 강한 삶에 대한 의지를 품을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비록 불구의 몸으로 육체적인 사랑에 만족을 할 수는 없었지만, 디에고와의 재결합을 통해 육체적인 사랑, 그 이상의 정신적인 사랑의 힘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처음엔 자신의 신체적인 결함을 조금은 커버하고자 바지를 주로 입었던 프리다 칼로는 디에고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가 원하는 멕시코의 떼우안떼빽 여인들의 의상과 머리 모양을 하게 된다. 언뜻 보면 사랑에 목을 맨 여인을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러한 과도기적 시기가 지나고 어느덧 프리다 칼로만의 멕시코 전통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자화상을 통해 그녀의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고, 그러한 시도들이 지금까지 그녀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고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의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자신의 조국인 멕시코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잠재우고 그러한 세계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던 것 같다. 순수 멕시코 혈통이 아닌 부계와 모계 쪽 모두 혼혈로 그러한 유전적인 면을 물려받은 프리다 칼로야 말로 진정한 예술가다운 혼돈과 혼란을 극복한 예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자화상들에서 그녀의 어릴적부터 지녀왔던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지만, 그러한 상황들이 그녀의 의식 세계를 좀 더 크게 키워 삶의 원동력으로 삼은 뛰어난 화가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 권의 책으로 그녀의 많은 부분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작으나마 그녀의 내면세계에 흘렀던 갈등과 고뇌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될 수 있었다.

그녀에겐 자화상이란, '나'를 그리는 또 다른 '나'인 '타자'의 눈에 비친 '나'의 내면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라고 해석해 보고 싶다.

 

 

m******9 2013.05.29. 신고 공감 6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