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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생각의 전환을 하면, 좋다가도 나빠질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첫느낌이 점차적으로 옅어져서 내가 언제 그런 느낌을 가졌었던가 하고 반문하게 될때도 종종 있다. 나에게 일본소설은 참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런 비유가 좀 우스울지도 모르겠으나 '발톱에 때'같은 존재다. 어릴때야 자주 손톱,발톱에 낀 때를 보았다면 어른인 지금은 그렇게 때가 끼어있는 모습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때이다.-흙과 친한 직업이지 않는 이상은- '에이, 디러~(더러)~ 어른이.' 같은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올만한... 아예 안읽지도 않지만 읽고나면 좀체 동화되기 어려운, 그래서 다시 찾으면 또 여전한....영원히 친해지기 어려운 발톱에 때같은 존재. -그렇다고 아예 기피하지는 않는다-
독특한 표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제목과 눈이 '오잉'하고 떠질만한(?) 문구. 이 조합만으로도 한번쯤은 눈이 가게 만드는 책이다. 고구레...고구레...우리 고구려가 생각나는 좀 많이 친근한 빌라 이름이다. 아니, 고구레 빌라의 주인할아버지 이름을 땄으니까 정확히는 사람 이름이라는게 맞겠다. 70대의 고구레 할아버지, 도심 속 허름한 2층의 목조건물에 방 6개가 딸려있는 곳이 고구레 빌라이다. 도시의 반짝반짝함과는 다른 낡고 오래된 옛스러움이 있는, 허름하지만 누구든 편히 부대낄 수 있는 곳. 그 고구레 빌라의 주인할아버지와 세입자들, 그들과 얽혀있는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7편의 단편으로 이어지는데 하나같이 평범하지만은 않다. 아니, 서두에 언급했듯이 생각의 전환을 해보면, 어쩌면 우리의 가장 기본적이지만 또 가장 은밀하기도 한 소소한 이야기들의 행진이라는 것도 맞겠다. 너무 적나라하다...싶은 생각이 들고 나면, 나도 언제였던가 이런 화제를 머리속으로 떠올려 보지 않았던가 싶기도 했고, 겉으로는 이 사람들 이상해, 라고 반응하면서도 또 사람이니까 이런 일도 있는게 당연한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자라다보면, 어느 특정 단계(?)에 이르러보면, 성에 대해 조금은 관대해 질때가 분명히 온다. 그러니까 어릴때는 성에 대해 무지하고,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기만 하고-나는 완전 얌전한 고양이마냥!- 그런 화제 자체를 입에 올리기를 거부 했을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한창 친구들과의 수다가-이성에 관한- 늘어갈 때 쯤엔 과거 내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침 튀기기 전쟁을 하며 나불 댈 때가 오더란 말이다. 이론적으로 습득한 온갖 잡다한 지식,상식을 모두 갖다붙여 척척박사가 된 것 마냥-대개 성과 이성에 대한 대화시에는 화자와 청자가 확실하게 나뉜다- 떠들어대던 것도 지금은 우스운 추억이지만, 성이라는 주제만큼 재미있는 대화거리도 없다. 무튼 그렇게 우리와 가장 친근하고도 은밀하고 적나라하게는 표출하기는 꺼려지는 욕구,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안에 담뿍 담겨있다.
삼각관계, 불륜, 처녀성과 임신-출산-, 성욕 등의 각자 나름의 고민들을 겉으로 보기에는 가볍에 건조하게 표현해 내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의 고리들을 우리들에게 던져주기도 한다. 일본 소설들의 내용은 참 평이하고 그냥 우리의 일상같은 평탄함 그대로가 대부분이다. 그 안에서 불륜이라던지 살인이라던지..삼각관계라던지..그러한 소재들을 버무려 엮어나가는 것을 보면 어쩔때는 그들의 인간미 없는 모습에 치를 떨다가도 또 그 묘한 건조함에 깊게 빠져있는 나를 볼 때도 있다. 무튼 미우라 시온의 소설 역시 그렇다.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고 외출할 궁리를 하고있는데 느닷없이 3년동안 행방불명 되었던 전 남자친구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집으로 찾아온다. 여자는 당연히 황당할 터이고-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랑이기에- 내 상식으로도 3년동안의 두문불출은 충분히 이별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치만, 상대방인 남자는 '헤어지자'는 말은 없었으니 '아직도' 연인이라고 믿고 있는 이 무책임함. 어떻게 보면 사람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남자와 여자의 차이라고도?- 그런 전 여친의 집에 발가벗고 있는 현 남자친구를 보고도 스스럼 없이 그 집에 머무를 수 있는 용기...과거와 현재의 남자친구 두 사람과 여자 한명의 우스꽝스런 며칠간의 동거는 상식적으로는 퍽이나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본소설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소재기도 하다. 그리고 세입자가 아닌 고구레 빌라 주인인 70대 고구레 할아버지의 대책없는 '주책 없다 하겠지만 섹스가 하고 싶네' 같은 발언은 나를 깜짝이야 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이것도 선입견으로 비롯한 반응 일 것이다. 젊을 때는 성욕이 왕성하고 늙으면 당연히 성욕이 현저히 줄어들테니-육체적인 노화로 인해서 심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이래도- '섹스'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황혼에 접어든지 한참이 지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보내는 젊은이들의 시선들 말이다. 사람이라면 응당, 남녀의 구분으로 태어났으면 각자의 성욕이 있고 개개인의 차이야 존재하겠지만 죽기 직전까지 섹스에 대한 충동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일테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서 바라봤던, '할아버지가 왜저러실까...'같은 반응은...사람의 생리적인 욕구에 반反하는 나의 반응이었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냐 드러내지 않느냐의 차이로 인해 파생되는 하나의 겉보기 일 뿐인 부분인데 말이다. - 장년층들의 속을 내가 다 모르니^^-
이 밖에도 공감되지 않는 다양한 주제의-결국은 성- 이야기들이 미우라 시온이라는 작가의 감각으로 때로는 독특하다고 느껴질법하게 전개된다. 단편들이지만 하나같이 주변인들의 이어지는 이야기이므로 단편같은 느낌은 들지않고 모두 개연성있게 어우러진다. 때때로 참 고민스러울때가 있다. '평가' 라는게 말이다. 읽고 나서 나에게 여운이 길게 남거나 아쉬움을 주거나 감정의 동요 따위를 불러 일으킨다면 크게 고민할 것도 없는데..문제는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을때이다. 이 책이 나에게는 그랬다. 아무런 느낌도 감흥도 없고 그저 '백지'와 같은 깨끗한 상태. 어디까지나 이 '별'이 대체적인 평가의 기준은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여부에 따른 것일 뿐이니 감안하시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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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 우리 동네에도 금방 쓰러질 것 같지만 은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빌라가 하나 있었다. 빌라를 감싸는 등나무는 여름에는 빌라의 벽면을 뒤덮었고, 겨울에는 조금 앙상했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다. 빌라 앞 커다란 은행나무와 그 앞 조그만 벤치는 여름에는 사람들의 종알거림이, 겨울에는 하얀 눈과 눈사람이 사람들의 종알거림을 대신해 주었다. 지금은 예전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거의 살진 않지만 그래도 그 앞을 지날 때면 내 20대의 시간들이 필름 지나듯 스쳐지나간다. 조만간 뒤쪽 문화재와 함께 공원으로 재개발 된다는 소문이 있지만.. 재개발되기 전까지는.. 그 동네의 오랜 터줏대감 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고구레 빌라의 연애 소동. 이 빌라에는 어떤 연애사가, 어떤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빌라에 사는 사람 혹은 빌라와 연관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7편으로 되어 있다. 모두 재미있고, 사람 사는 이야기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고구레 할아버지의 섹스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대생의 이야기 이다. 할아버지의 섹스 이야기라고 해서 야하거나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할아버지들의 잠자리 문제였으니까... 언제나 20대의 파릇한 젊음이 영원하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지나갈지도 몰랐다. 지금이 40대라고 하지만 나 역시도 언제 할머니가 될지... 아직은 시간이 충분하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중년이 된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슨 잠자리야? 라고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고구레 할아버지는 오랜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 다짜고자 친구는 말한다. “우리 마누라가 나하고 섹스하기 싫대.” 죽음을 오늘 내일 하는 친구는 그걸 거절했다는 것에 분개를 한다. 그리고 얼마 있다 친구는 죽었다. 이후 고구레 할아버지는 잠자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물어보지만 ‘남세스럽다’란 한마디로 거절한다. 이후 할아버지는 불현듯 맹렬히 섹스에 대한 욕망이 용솟음친다. 처음으로 내가 더 나이 먹었을 때를 상상한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를..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른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으니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좀... 많이 마음이 아팠다. 난소에서 난자를 만들 수 없는 여자. 마쓰코는 여대생이다. 가끔 고구레 빌라에 남자들과 잠자리를 하지만 임신을 할 수 없다. 친구가 아이를 낳고 잠깐만 아이를 봐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 생명체를 귀엽다고 생각한다. 친구와 아이의 엄마와 아빠를 찾지만 쉽지 않다. 고구레 빌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같이 아이를 키워준다. 마쓰코는 생각한다. 자고 우는 것 밖에 못하고 돌보기도 힘들지만 진짜 사랑스럽다고... 그리고 소중한 자신의 아이라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가 나타가 그동안 고마웠다며 아이를 데리고 간다... 내 친구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난소가 막혀서 난자를 배출 할 수 없었는데 많은 시행착오와 병원 진료로 가까스로 난자를 꺼내 임신에 성공을 했다. 그 친구의 아들이 조만간 돌이 된다고 한다. 여자에게 임신은... 당연한 것이지만 당연하지 못한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그 아픔을 옆에서 지켜보았고, 기쁨도 같이 보았다. 아이를 안은 그녀의 얼굴은 세상의 모든 행복을 감싸 쥔 표정이다. 아이로 인해서... 아픈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연애 소동들이 일어나는 고구레 빌라는 우리식의 “정”이 흐르는 빌라다. 사람 사는 냄새 풍기는 고구레 빌라에 놀러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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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두 가지 이유로 이 책을 만났던 것 같다. 작가의 전작 <로맨스소설의 7일>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불편하지 않게 그려지는 전작 단 한편으로 미우라 시온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또 다른 이유. (일단 한번 웃고. ^^) “주책없다 하겠지만 섹스가 하고 싶네.” 이 책의 소개 글을 보면서 이 문구를 안 본 사람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그 사람의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다. 누군가는 주책없다 말할 것을 알면서도 굳이 이런 진심을 말하는 이유와 사정. ‘내가 한번 들어줘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이 말을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도 궁금했다.
음침한 주제가 아니었다. ‘섹스’라는 단어가 풍기는 것이 이렇게 발랄하고 유쾌한 느낌인 것도 맛보기 힘들 것이다. 이들이 풀어내는 그 솔직함에 웃음이 저절로 난다. 그게 어이없음의 웃음이건, 정말 우스워서 내는 웃음이건 웃긴 건 마찬가지다. 이런 소재를, 이런 느낌으로 풀어내는 것도 작가가 가진 재주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어느 음지에서 들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언가를 몰래 엿보아야만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이상하게 들려서 피해야할 것도 아니었다. 인간이 가지는 원초적인 욕구에 이런 맛깔 나는 양념을 더해서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내다니. 풋~! 조용한 주택가의 오래되고 낡은 목조 아파트, 판자 하나로 구분되어 있는 2층 건물의 방 여섯 개짜리, 그것도 네 가구만 사는 고구레 빌라. 건물 외벽은 갈색 페인트, 나무 창틀은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그 곳. 하지만 낡은 그 빌라의 외관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살아가는 냄새로 충만한 곳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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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총 일곱개의 단편들. [배를 엮다]에서 사전을 만드는 이야기로 처음 접했던 작가만의 특유의 감성이 이번 단편집에서도 여실히 잘 드러나고 있다.
<심플리 헤븐> 3년만에 돌아온 옛남자친구와 현재의 남자친구 셋이서 며칠을 함께 보낸다. 황당하기만 했던 첫만남 이후로 약간은 이해못할 동거생활을 누리게 되는데 그들만의 천국은 이런 것일까. 연작소설처럼 이어질 줄로만 알았던 이야기는 다른 주인공의 다른 이야기로 건너뛴다. 전혀 다른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고구레 빌라를 중심으로 그곳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주위 이웃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이 이야기들은 독특하면서도 있을법한 이야기들로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심신> 죽어가는 친구는 섹스가 하고 싶다고 그랬다. 마누라는 해주지 않는다고. 죽어가면서도 그런 것이 하고 싶을까 생각했지만 고구레빌라의 주인인 할아버지도 누군가와의 섹스를 꿈꾸게 된다.정작 생각과는 다르게 돈을 주고 여자를 사고도 이야기만 하던 할아버지는 빌라에 살고 있는 여대생과 친구가 된다.
<기둥에 난 돌기> 제목이 요상함을 안겨준다.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 기둥에 어느날부터 이상한 돌기가 생겼다. 그녀는 자신만 그것을 본 것인가 싶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지만 그것을 계기로 오히려 마피아와 친구사이가 된다.
<검은 음료수> 제목만으로 생각나는 것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 커피와 콜라일텐데 본문에서는 음료에서 흙맛이 난다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만들어지는 콜라가 아니라 커피를 의미함을 알수 있다. 꽃집과 다방을 하는 부부. 쉬는 시간이면 커피를 가져다 주는 남편. 다정한 부부인 것 같지만 그가 가져다 주는 커피는 어느날부터인가 흙탕뭇물맛이 났다. 새벽이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남편. 아마 커피맛이 변한 것도 그 즈음인 것 같다. 남편은 새벽마다 어디를 그렇게 가는 것일까.
<구멍> 제목이 글의 전체를 다 말해주고 있다. 고구레빌라 2층에 살고 있는 그는 다다미를 들어내고 그곳에 생긴 구멍으로 아래층 여대생의 방을 훔쳐본다.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는 그는 오히려 방주인보다도 물건이 어디있는지 더 잘 알 정도이다. 그녀가 찾을때면 어디 있다고 말을 해주고도 싶지만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날까봐 꾹 참는다. 그의 이런 스토킹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피스> 고구레 빌라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살지는 않는다. <심신>편에서 주인 할어버지와 친구가 되었던 여대생의 이야기가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자신을 쳐다보는 2층의 행동도 이미 파악했다.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안고 있는 그녀. 그녀에게 친구의 아기가 맡겨진다.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그녀와 아기. 들어온 자리는 티가 안 나도 나간 자리는 휑하다고 했던가. 그녀에게 이 아이는 어떤 존재가 될까.
마지막으로 <거짓말의 맛>에서는 첫이야기에서 나왔던 전 남친인 나미키가 다시 등장해서 전체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그 사람이 만든 음식에서 그대로 맛이 드러난다는 그녀.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만 먹고 극단적인 금욕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집에 방이 많다는 것을 이유로 그 집에 잠시동안 머무르게 된 그는 그녀와 어떤 관계가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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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이 소설은 꼭 붕어빵 같다.
한 겨울에 한 입 배어먹는 붕어빵 만큼 또 따뜻한 것도 없지만 늘 먹어왔던 맛인데도 질리지않고 다시금 찾게 된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아마도 그의 소설이 손난로 처럼 따스한 온기와 일부러라도 듬뿍 젖고 싶을 정도로 달콤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가 그리는 세계가 온기와 봄날의 조는 곰처럼 달콤한 평안을 머금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우라 시온이 사람들에 대해 가지는 굳건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상엔 그리 나쁜 사람은 없다는, 알고보면 정말은 착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그런 믿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른 소설들 같으면 얼마든지 협박과 다툼으로 이어졌을 상황에서 조차 타인을 배려하고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참으로 자주 보여준다. 첫 단편, 'SIMPLY HEAVEN'에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가 아무런 갈등없이 한데 동거하는 모습도 그렇고 두번째 단편 '심신'에서 아내의 눈을 피해 성적 서비스를 받으려 집으로 불러온 여자가 그 때 아내가 나타나자 어려움에 처한 남편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꺼이 그가 관리하는 아파트의 한 주민으로 연기를 하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세번째 단편, '기둥에 난 돌기'에선 지하철 플랫폼에서 우연히 만난 조폭 두목 조차 사람의 정을 소중히 하고 한번 정을 나눈 이를 위해서는 그가 아무리 하찮은 인연으로 엮어졌다 하더라도 잔정 가득한 배려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은 각 단편들마다 주인공들의 어쩌면 상궤에서 벗어났다고도 할 수 있는욕망의 추구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묘사를 통해 사실은 그 이면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즉 주인공들이 그토록 자신의 욕망 추구에 충실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그를 둘러싼 타인들이 무엇보다 그를 참고 그를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정말 미우라 시몬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단편 조차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검은 음료수'이다. 이 단편은 다른 단편과 달리 만일 그러한 타인의 참음과 배려가 없다면 한 개인의 일방적 욕망 추구가 과연 어떠한 파국을 불러오는지 보여주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미우라 시온은 그 모든 개인의 욕망 추구가 가능함의 이면에 인내와 배려로 모종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타인들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은 나를 둘러싼 타인에게로 먼저 눈을 돌리게 만드는 단편집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미우라 시온은 여러 다양한 세입자가 한데 모여 사는 '고구레 빌라'를 소설의 주된 배경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고구레 빌라 처럼 우리 세계 역시도 나와 대등한 욕망을 가진 많은 이들이 한데 모여 살고 있으며 내가 지금 나의 욕망을 관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타인들이 그런 나를 참고 배려해 주고 있기 때문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바로 이러한 미우라 시온의 시선, 나 이전에 나를 나답게 있게 해주는 타인을 먼저 염두에 두는 그 포용의 시선에 담겨진 따스함 때문에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이 따끈한 붕어빵과도 같은 온기를 지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붕어빵은 봉지째 사더라도 바람이라도 훔쳐갔는지 먹다보면 어느새 쉬이 사라진다. 그처럼 착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발산하는 따스하고도 달콤한 온기에 취해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 있는 것을 깨닫는 '착하디 착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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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달리는 ‘개인의 달리기’가 아니라 함께 달리는 ‘우리의 달리기’로 심장을 뜨겁게 두드리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읽고서 단박에 미우라 시온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녀의 책들 중 내 흥미를 돋우는 『로맨스 소설의 7일』과 『월어』를 급히 사들였고, 이제 『고구레빌라 연애소동』과 인연이 닿아 무서운(?) 속도로 책장을 넘겼다. 이전에 읽은 책이 1부를 제외하고 대체로 재미있었지만 제법 두껍거니와 그 내용도 만만하지는 않았던 터라, ‘역시 이런 300쪽 내외의 일본 소설은 끝내주게 잘 읽힌다니까!’ 하고 가벼운 호흡으로 머릿속을 비워내자는 심산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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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글을 접하면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나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와 같은 유쾌한 듯 잔잔한 듯 인물 저마다의 개성이 웃음짓게 만드는 이야기와, <검은 빛>같은 차분하지만 우울하고 끝없이 깊은 곳을 빠지는 듯한 암울한 이야기로 말이다. 아무래도 이 책은.. 전자가 아닐까 싶다. 나만 밝은 이야기라고 느끼는 게 아니기를 바랄 뿐.
개인적으로는 미우라 시온이 '여자 오쿠다 히데오'같이 느껴진다. 오쿠다 히데오가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미우라 시온의 이런 글이 오쿠다 히데오와 같은 재치, 랄까? 문제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같다. 물론, 밝은 글에서 말이다. 밝은 글에서는 조용하게 유쾌하고, 어두운 글에서는 덤덤하게 어둠을 그리는 작가. 이것도 참 오쿠다 히데오같은 면모랄까. 다만 오쿠다 히데오보다 더 캐릭터를 맛깔스럽고 사랑스럽게 보여준다는 매력이 더하달까.
솔직히 겉껍데기에 너무 대놓고 써놓은 말들 때문에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조금 민망한 책이다. 낡은 고구레빌라의 세입자들은 '성'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고, 또 사람냄새 물씬나게 고민하고 있는데 노골적인 표지글때문에 괜히 격하되는 느낌이랄까. 첫번째 작품을 접해 만나게 되는 마유의 이야기가 특이하다고 느껴지다가, 이내 책을 다 읽어갈 쯤에는 마유가 가장 보통의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니, 사실 모두가 보통의 사람이기는 하지만.
요 근래 본 책들 중에서 가장 부담 적게 읽으면서 책장도 술술 넘겼던 책이 아닐까 싶다. 가벼워 보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닌,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사는 인물들 각각의 매력을 그대로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래서 미우라 시온이 참 마음에 든다. 밝은 글이들, 어두운 글이든, 실망시키지 않았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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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미우라 시온은 '요시모토 바나나 이후 가장 참신한 작가' ' 현재 일본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과연 그런것 같습니다. 예전에 미우라 시온의 [검은 빛]을 읽었습니다. 쓰나미라는 소재를 가지고 인간의 심리를, 인간의 내면을 잘 파헤치고 재미있고 강렬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남았습니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무척 재미있게 봤는 기억이 나네요. 미우라 시온의 작품이라고 해서 이 책 역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실망시키지 않더라구요. 고구레빌라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태의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하지 않는듯하면서도 어찌 보면 평범한것 같습니다. 개개인 모두 개성 강한 듯 하면서도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같습니다. 제일 이해하기 힘든 인물은 역시 마유였습니다. 현재 남자친구랑 전 남자친구랑 같은 집에서 지내는거.. 마유도 마유지만 두 남자친구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죠. 그러나 읽다보니 마유처럼 어느덧 그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더라구요. 할 수 있으면 저 역시 그렇게 살아보고 싶네요. ㅋㅋ 나머지 이야기들도 다 재미있었습니다. 재미 있어서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책 표지에 "주책없아 하겠지만 섹스가 하고싶네"라고 쓰여져 있어서 무지하게 야한 소설인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책 표지에 저런 문구가 있어서 저 역시 조금 무안했습니다. 집 안에 두고 보기에도 그렇고 다른 사람 보기에도 그렇고. 그런데 막상 펼치면 아닌데.. 여튼 그랬습니다. 혼자 찔려했다는 ㅋㅋ 간혹 솔직한 표현도 있지만 성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이는 인물도 있지만 읽다보면 마음이 열리고 또 그 인물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결과적으로는 다 해피엔딩이라서 좋습니다. 성이라는 다소 말하기 힘든 주제를 놓고 심플하면서도 툭툭 던지는 유머와 재치 있는 글들이 눈길을 뗄 수 없이 만든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단숨에 다 읽을 것 같습니다. 겨울이라 밤이 깁니다. 긴긴 밤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 한 권 괜찮을것 같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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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표지부터 마구 마구 흥미로웠던 소설! 언젠가 읽었던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의 저자 미우라 시온의 작품, 그리고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역시나 재미있다! 라는 만족을 얻고 마지막 장을 덮은 책이다. 책 소개에 비중있게 적혀있는 섹스라는 단어. 사실 조금은 의아했다. 섹스라니!! 대체 어떤 섹스를 그린것일까? 그러나 내가 상상했던 천박한 느낌의 섹스라기 보단 맑은 입맞춤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진심을 전하고 자신의 인생에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7가지의 이야기가 고구레 빌라라는 낡은 빌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연관되듯 아니면 타인이든, 어쨌든 고구레 빌라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 소설을 읽어 내려가자, 관심 없던 우리 아파트 라인의 이웃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책을 다 읽고, 몇 밤이 지나 서평을 쓰는데도 7가지의 이야기의 여운들이 아직 가득하게 머릿속을 메우고 있다. 3년 동안 소식 없이 사라져 버린 남자친구를 기다리느라 고구레 빌라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던 마유에게 최근 아키오라는 남자친구가 생긴다. 그런데 그녀에게 3년만에 갑자기 옛 남자친구 나미키가 찾아와 소동이 벌어진다. 그리고 마유가 일하는 꽃집의 주인인 사에키는, 자신의 가게 옆에서 커피숍을 하는 남편이 타준 커피를 마시면 흙탕물 맛이 나는 것을 느낀다. 물론 마음이 느끼는 미각이다. 그녀의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나미키는 마유와 함께 남편의 불륜 현장을 덮친다. 이렇게 매 장마다의 주인공들은 연관되어 있는 옴니버스의 구조이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게 다가온다. 우리네의 삶에도 작고 큰 사건들이 늘상 벌어지고 누군가와는 멀던 친밀하던 관계를 맺고 산다. 조금 더 황당하다고 느꼈던 사건은 고구레 빌라의 주인인 고구레씨의 이야기이다. 그는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에게 들은 부인이 섹스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늘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남들이 보았을땐 조용하고 늙은 노인일 뿐이지만, 그도 사람이다. 그러나 나 또한 그의 이야기 편을 읽어 내려가며 ‘주책이다‘라는 편견을 갖고 읽었다. 이뤄질 가능성이 없는 욕망..그러나 그 욕망은 그에게 살아있다. 관심받고 싶다..라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 그리고 7편의 이야기중 piece 편은 읽으면서 엉엉 울었다. 요즘 내가 감수성이 예민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리고 고구레 할아버지에게 편견을 가졌듯이 고구레 빌라 1층에 살면서 여러 남자와 쉽게 섹스하는 미쓰코에게도 편견을 가졌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할까.. 그녀의 이야기 앞에 나왔던 ‘구멍‘편에서 간자키라는 청년이 아래층 대학생 미쓰코를 훔쳐보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문어발식 연애의 달인이다.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남자와 쉽게 잠자리를 한다. 그러다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라고..라는 언니의 걱정이 불쑥 불쑥 고개를 내민다...그러나 그녀는 초경을 하지 않아 엄마와 함께 병원을 가서, 난소에서 난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불임판정을 받는 가련한 운명의 여자이다. 그러나 더 잔인한것은 그녀의 친구가 사고를 치고 아기를 낳아 그녀에게 일주일간 맡아달라고 한 대목에서이다. 일주일간 아기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그녀의 모습은 내가 가진 편견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펑펑 울게 만들었다. 7편의 이야기 모두 씁쓸한 마음도 들게 하고 예쁘다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각자의 나이와 삶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는 무언가가 관통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몇 년이 지난 고구레 빌라에 가게 되면 여전히 그곳에서 생활하며 잘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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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원제 木暮莊物語/은행나무/2011년 11월)>을 받아들고서 저자 “미우라 시온(三浦しをん)”의 이름이 낯설지 않아 검색해 보니 역시나 재작년 봄에 재미있게 읽었던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 집>의 작가였다. 전작이 큰 재미와 감동보다는 읽는 내내 가벼운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다 읽고 나서 잔잔한 감동을 맛볼 수 있었던, 특히 작가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에 공감하게 되는 유쾌하고 즐거운 책이었던 터라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마나봐야겠다 했었는데 이 년 여 만에 그의 신작으로 다시 만나게 된 셈이다. 익살맞은 만화풍의 표지 그림이 전작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선보이겠구나 하는 기대를 절로 품게 하는 이 책, 가벼운 마음으로 하드 커버 표지를 열어 읽기 시작했다.
도쿄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2층 목조 건물인 “고구레 빌라”. 건물 외벽은 갈색 페인트로, 나무 창틀은 하얀색 페인트를 칠했고, 멀리서 보면 초콜릿 바탕에 생크림으로 장식한 초콜릿 케이크가 떠오르는 그런 집으로 겨우 방 여섯 개가 고작인데, 그나마 주인 할아버지 “고구레” 씨를 포함해 네 가구만 사는 집이다. 그런데 이곳에 사는 네 가구의 사람들은 영 “이상한” 사람들이다. 먼저 고구레 빌라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사에키 플라워숍”에 근무하고 있는 203호에 살고 있는 아가씨 “마유”는 전(前)애인인 “나미키”와 현(現) 애인인 “아키오”와 비록 잠시지만 한 집에서 기묘한 동거 생활을 하게 된다. 집주인이자 일흔을 넘긴 할아버지인 “고구레” 씨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가 자신의 마누라가 자신과 섹스하기 싫다고 투정대는 친구의 말에 흠칫 놀라면서도 자신 또한 죽기 전에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도우미” 여성을 불렀다가 다른 집에 살고 있던 아내가 들이 닥치는 바람에 도우미 여성을 숨기는 일대 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인근 애견 미용실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미네”는 고구레 빌라를 지나칠 때마다 마당에 묶여 있는 회색 중형견 “존”을 볼 때 마다 깨끗하게 목욕시켜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전철역 기둥에 돋아난 남성 성기 모양의 이상한 물건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 “마에다 고로” 덕분에 어찌어찌해서 그 바람을 이루게 되고, 미네가 근무하는 꽃집 여사장인 “사에키”는 같은 장소에서 함께 운영하는 찻집 주인인 남편이 내오는 커피에서 흙탕물 같은 맛을 느끼고는 남편의 부정(不貞)을 의심하고는 밤마다 외출하는 남편의 뒤를 밟아 결국 부정의 현장을 덮치게 된다. 고구레 빌라 201호에 사는, 세무사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인 20대 청년 “간자키”는 비어 있는 옆 집 202호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방바닥에 구멍을 내어 아래층 102호 여대생이자 이 남자 저 남자와 잠자리를 갈아치우는 문란한 “미쓰코”를 일년 채 훔쳐 보다가 결국 들키게 되지만 미쓰코의 묵인하에 훔쳐 보기를 계속하게 된다. 난소 이상으로 생리를 하지 않은, 결국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인 미쓰코는 친구가 맡기고 간 아이를 돌보다가 그만 아이에게 흠뻑 정이 들어 일주일만에 다시 돌려주고는 온몸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마유의 전애인이었던 나미키는 이대로 단념할 수 가 없어 마유의 곁을 맴돌며 그녀를 “스토킹”하듯이 지켜보다가 꽃 집 단골인 낯선 여인인 “니지코”를 만나게 되어 그녀의 집에 머물게 된다.
이처럼 이상하기만 한 사람들의 이야기인데다가 입에 담기에는 민망한 “섹스”가 주된 주제이지만 왠지 그들이 혐오스럽지만은 않다. 말없이 떠났다가 훌쩍 돌아와 있을 곳이 없다며 집에 머물게 해달라는 옛 애인을 그녀와 현 애인은 집안으로 불러 들여 전혀 변태스럽지 않은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며, 부정의 현장을 들킨 남편을 포악스럽게 다그치기 보다는 함께 가자며 손을 내밀기도 한다. 엉겁결에 맡게 된 아이에게 정이 들어 아이를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여대생에게 처음에는 훔쳐보기 변태 성욕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새 그녀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위층 청년은 그녀를 위로하며 그녀의 추억의 맛인 흑사탕을 건넨다. 전 애인을 스토커하다가 요리에서 거짓말을 할 때는 모래 맛을, 바람을 피우면 흙탕물 맛을 느끼는 이상한 능력을 가진 여인과 동거하게 된 남자는 그 집을 떠나면서 그녀에게 두 번 다시 모래 맛과 흙탕물 맛이 나는 요리를 만들거나 먹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담은 신호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이처럼 모두 남들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저마다의 상처들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지만 그 상처 때문에 사랑을 거부하거나 또는 멀리하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풀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가슴 한 켠에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미우라 시온의 글 솜씨에 “현재 일본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여실히 증명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역시 사람들은 겉만 보고는 판단할 수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옳은 걸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영 이상할 것만 같은 고구레 빌라 주민들이지만 어쩌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속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그들이야 말로 정말 “좋은” 이웃들이 아니었을까?
요란스럽거나 기발하지는 않지만 전작처럼 소소하면서도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두 권 밖에 만나보지 못했지만 미우라 시온, 참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글을 쓸 줄 아는 작가인 것 같다. 이번에 다시 확인하게 된 그의 이름은 앞으로는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나에게는 자주 만나보고 싶은 그런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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