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서 보여준 감수성과 재치를 기대한 것이었는데, 정작 이 책이 가르쳐 주는 건 언어학의 대상으로서의 우리말일 뿐이다. ''기옥이''로 책을 시작하고 끝나는 재치가 부럽긴 하지만, 가공의 인물임에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명색이 언어학 박사라는 직함을 빼더라도, 언어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야 경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 모두 각종 자료에서 다시 찾아낸 것이라 할지라도 그를 자기 썰(說)에 녹여 내는 건 역시 재주다. 하지만 그 언어학적 지식이 글 속에 묻혀 향으로 느껴질 때, 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글 속에 몰입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지만, 이 글에서처럼 대들보로 쓰일 때는 참 부담스럽다. 물론 우리말 각각의 음운에 대한 분석은 다른 책에서 본적도 없거니와 반론을 제기할 능력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느낌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그런 느낌을 염두에 두고 내가 글 쓸 때 활용할 뜻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많은 자료를 찾아낸 열의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음운을 넘어 숫자에 대한 통찰에 이르면 나같은 초짜야 입 다물고 있는게 남는 장사이리라. 멋지다. " 言文世說인 줄 알았더니 諺文細說이다. ''말글論''이 아니라 ''한글論''인 셈이다. 부제로 "모국어는 내 감옥이다"라고 무지막지한 선언이 붙어있다. 물론 한 페이지만 넘기면 그 감옥 안을 어슬렁거리는 건 행복한 산책이었다고 뒤집고 있긴 하지만. 고종석이라는 이름 값에 오랜만에 내 돈 주고 산 책인데, 솔직히 기대에 못미친다. 왕년에 몇 쪽 안보긴 했지만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에서 보여준 감수성과 재치를 기대한 것이었는데, 정작 이 책이 가르쳐 주는 건 언어학의 대상으로서의 우리말일 뿐이다. ''기옥이''로 책을 시작하고 끝나는 재치가 부럽긴 하지만, 가공의 인물임에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명색이 언어학 박사라는 직함을 빼더라도, 언어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야 경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 모두 각종 자료에서 다시 찾아낸 것이라 할지라도 그를 자기 썰(說)에 녹여 내는 건 역시 재주다. 하지만 그 언어학적 지식이 글 속에 묻혀 향으로 느껴질 때, 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글 속에 몰입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지만, 이 글에서처럼 대들보로 쓰일 때는 참 부담스럽다. 물론 우리말 각각의 음운에 대한 분석은 다른 책에서 본적도 없거니와 반론을 제기할 능력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느낌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그런 느낌을 염두에 두고 내가 글 쓸 때 활용할 뜻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많은 자료를 찾아낸 열의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음운을 넘어 숫자에 대한 통찰에 이르면 나같은 초짜야 입 다물고 있는게 남는 장사이리라.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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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이외에 우리가 우리 한글에 대해 제대로 알고있는 것은 무얼까? 자음 ㄱ부터 ㅎ, 그리고 모음 ㅏ부터 ㅣ까지,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었던가?
고종석님의 [언문세설]을 보면서 왜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이 외국어로 번역되었을 때 그 맛을 절대로 살려낼 수 없는지 확실히 알게됐다.
현재 사용되는 단어, 혹은 현재 사용되지 않아 사장되어진 고어, 사전상으로만 기억되는 이쁜 순우리말, 시나 소설속에서의 단어들, 심지어 흘러간 옛가요나 외국어와 외래어까지 모조리 끌어들여 처음이고 출발이고 근원인 ㄱ부터 종점이고 결미이고 대단원인 모음 ㅣ까지 숨쉴 겨를없이 나열해놓는다. 마치 수다떠는 것처럼 말이다. 훈민정음, 닿소리, 홀소리, 구개음화, 용언의 어간, 받침소리, 불규칙동사...기타등등....국어시간에 지겹도록 외웠던 많은 국어상의 용어들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 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관심사를 수용한 작가의 박학다식함이 책 곳곳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고종석님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임에 틀림없다. 단어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에도 느낌을 담았으니 말이다. ㅁ이란 자음에서 따뜻함, 가벼움을 느끼고, ㅇ에서 큰 울림과 가벼움을 느끼고, ㅂ에서 무겁고 가라앉은 느낌을 느끼며, ㄹ에서 술이 흐르고 물이 흐르는 액체성을 느낀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신 유홍준님이 그러셨던가? 아는만큼 보인다고.... [언문세설]을 다 읽고 나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지고 보이기 시작한거다. 하얀 책 표지에 쓰여있는 [언문세설]이란 제목이 정말 '언문세설 같은' 느낌이 들더란 말이다. 아, 맞다. 나에게도 그런 '느낌'이 지나갔던 때가 있더랬다.
꽤 오래 전 공지영님의 소설 [고등어]를 샀을때, 책표지에 쓰여있는 '고등어'라는 제목을 소리내어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고등어'라는 제목이 진짜 '고등어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그런 말도 했었던것 같다. "얘들아, 이 글자 진짜로 고등어같지 않냐?" 그 때 친구들의 반응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말도 많은 변화를 따른다. 말에도 유행이 있어 예전에도 말같지도 않았던 말이나 비문법적인 말, 또는 저속한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예사화 되버리기도 하고, 피씨통신이나 인터넷 등의 채팅언어가 일상언어가 되버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 말이 지니고 있는 그 '꿀맛'이 제대로 음미되지 못하고 무시되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체계적인 말과 글을 가졌다고 이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영어의 'blue'로 어찌 파릇파릇하다, 파르대대하다, 파르께하다, 파르댕댕하다, 파르족족하다, 파르스름하다, 퍼르스름하다, 푸르뎅뎅하다, 퍼르무레하다 등 '파랗다'의 범주안에 들어있는 우리 말들을 표현할 수 있으랴. 참 기분좋은 만남이었다... [인상깊은구절] ㅁ소리 두 개를 모음으로 연결한 '마음'이라는 말만큼 마음의 따뜻함을 드러내는 말은 없을 것이다. 영어의 'heart'라는 말에서는 심장의 박동이나 피의 뜨거움이 느껴지지만 '마음'에서와 같은 따뜻함과 은근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mind'라는 말에는 ㅁ소리가 들어있지만, 그 말에서는 정신활동의 기계적 성질, 말하자면 차가운 성질이 느껴진다. 'spirit'은 더 그렇다. 이런 영어 단어들에는 '마음'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울리는 따듯함이 없다. 줄여서 '맘'이라고도 하는 '마음'과 '넋'이라는 말을 비교해보아도 그렇다. '넋'은 뭔가 고귀하거나 원한에 차 있지만, '마음'은 늘상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로 따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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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하고 있다'는 말은 쓸 때 없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그런데 고종석은 '모국어를 감옥이라'여기면서도 모국어 (언문)에 대한 세설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ㄱ'부터 'ㅣ'까지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짚어가는 그의 '세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의 언어학 실력, 국어 실력에 놀라울 뿐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실력도 만만치 않다. 그의 말에 대한 사랑,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 특이한 우리말, 다채로운 우리말 !!! 그의 정보 수집 실력도 대단한 것 같다.
물론 내용은 비언어학도, 비국어학도에게 쉽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전공자인 나도 인내심을 갖고 읽어야만 다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시도가 참 마음에 든다. 어느 누가 'ㄱ'부터 'ㅣ'를 넘나들면서 한 권의 책을 펴낼 수 있겠는가! 말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행복한 산책'일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학사, 헉사, 박사 같은 말에 들어 있는 ㄱ받침은 마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부라는 것이 팍팍하고 딱딱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주걱턱'이나 '벼락'에서 부드러움, 원만함을 느기기는 어렵 ㄱ은 고체성의 자음이다. 그것은 바스라지거나 깨질 뿐 휘거나 흐르거나 휘발하지 않는다. '묵직하다'라는 형용사는 그 고체성의 한 표상이다. ...ㄲ소리는 한자음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위의 끽(喫)이 있을 뿐이다. '끽고'와 '끽겁'외에, 아주 요긴하다는 뜻의 끽긴, 몹시 놀란다는 뜻의 끽경, 밥을 먹는다는 뜻의 끽반, 담배를 피운다는 뜻의 끽연, 차를 마신다는 뜻의 끽다, 만족할 만큼 즐긴다는 뜻의 만끽 같은 말에 이 '끽'이 보인다. 끽끽러리다 보니 이어서 '끅'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배고파서 불행한 소크라테스보다는 배불러서 행복한 돼지가 냄직한 소리. 끅. 끄윽. 너무 껍신거린 것을 용서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