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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이 번뜩이는 느낌의 시들이었다
* 당신을 사랑하는 일 살아 있는 것은 지붕 위의 흰옷 사진 없는 아이 그가 나의 연인은 아니었지만 곡시 가 좋았다
* 흰옷 한 벌이 지붕 위에 놓이고 할머니의 장례는 시작되었다
흰옷은 저승을 향해 흔드는 인간의 백기
배옷 서걱이는 소리로 마중처럼 눈이 내리고 꽃상여가 만들어졌다
여덟 살 나는 사람의 몸속에 꿈틀거리는 별 하나가 있음을 알았다
살아 있는 것들은 또 다른 세계를 몸속에 품고 있어 어느 날 별이 태어난 그곳으로 꽃상여를 타고 흰 지전을 뿌리며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는 산으로 갔다 할머니가 간 곳이 산이 아니라는 것을 몸속의 내 별들이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어떤 행복한 순간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허공 속으로 눈이 환유처럼 내리고 가뭇없이 사라지고 사람의 지붕에는 늘 흰옷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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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즐길 때 하나의 공통적인 주제를 두고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읽어보는 것도 매우 신선한 느낌을 주는 독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관된 이야기의 흐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들이 소소하게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시라는 의외의 장르에서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매우 독특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번에 읽은 문정희 시인의 시집 작가의 사랑은 매우 흥미로운 구성으로 만들어진 한 권의 책입니다. 시 중에서도 연시를 주제로 하여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으며 이런 기획 시집은 독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형태라 매우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워낙 시를 잘 쓰는 시인의 시집인지라 시 자체의 가치도 높지만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시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으며 흥미로운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여러 시인의 연애 시를 모은 시집은 종종 볼 수 있지만 한 시인의 연시를 한 권에 담았다는 점에서 심경을 변화를 볼 수 있는, 마치 남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라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감정과 시인의 감정의 공유를 통해 가슴 따뜻해지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이 시집의 가장 큰 발견이라 생각하며 그만큼 잘 만들어진 시집이 작가의 사랑이라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특이한 형태의 시집을 읽었는데 무척 만족한 한 권의 독서였고 이런 모습의 책들이 더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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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문정희 시인의 시를 보고, 참 산뜻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진부한 듯 하지만, 진부하지 않고, 이상한 듯 하지만, 이상하지 앟은 그래서 신선한 건지, 진부한 건지조차 헷갈리는 시들. 그래서, 좋았다. "네가 준 꽃다발이 내 곁에 있다 허공을 뛰어 내린 별들처럼 이름 모를 꽃들이다 이름 모를 꽃이라는 표현은 안 딘다고 구체적으로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시 창작 강의에서 늘 강조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오늘 이름 모를 꽃들이다" - <이름 모를 꽃들의 시간> 중 그러니까, 문정희의 시는, 이름 모를 꽃들처럼 구체적으로 이름을 부를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신비로운 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야생의 꽃들. "오늘 저녁엔 우울을 한 움큼 집어다가 시를 쓸까 국을 끓일까 안개처럼 자욱한 우울을 뜨겁게 끓여 마시면 개 짖는 소리 사라질까 모호한 미사여구 그 사이를 오래 헤매다 보면 시야는 더욱 흐려져서 수식어 형용사 다 지워도 본색은 드러나지 않아 날카로운 언어로 꾹꾹 찔러도 뼈는 좀체 드러나지 않아" - <저녁 메뉴> 중 좀체 드러나지 않는 시의 정체들. 그 정체들은 어쩌면, 끝날 때까지 밝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름답지만, 이름은 없는, 시를 쓰지만, 또한 시를 쓰는 것이 아닌, 시를 사는. 모호해서 황홀한, 그런 시들. 어느 순간에, 내 곁에 바싹 다가선 작가의 사랑. 좀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누구의 모습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