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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공해 소송부터 식품 사고, 약품 부작용과 대기오염 소송까지. 최종적인 화해 안을 포함한 재판 경과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화해가 성립할 때까지 길게는 수십 년 짧아도 십년 전후의 세월이 재판에 소요되었으며 재판을 받다가 재판을 받다가 사망한 환자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 법정에 들어서는 유족의 사진도 붙어 있었다.’ (하권 141)
아이는 기형의 얼굴을 하고 어떻게 살아나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송은 계속된다. 생업을 포기하고 매달리지만 그렇게 매달린 소송에서 이기기도 전에, 아이가 죽으면 그건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소마와 슈지 그리고 아리미즈는 무차별 살인이 아무렇게나 일어난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날 아침. 그 트럭을 본 사람. 그 사람들을 죽이라 사주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주를 한 사람은 누구이고, 왜 그런 사주를 한 것일까?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 것인지, 무엇이 알려지면 두려운지, 그들은 왜 정치인의 줄을 잡아 살아남으려 하는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지...
꽤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잘 읽힌다. 오타 아이 작가의 책은 ‘잊혀진 소년’으로 만났다. 그 책도 몰입 감 장난 아이던데 이 책 역시 그렇다. 사건을 감추려는 자와 그걸 밝히려는 자나 나온다. 밝히려는 자들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거대한 힘 앞에 소심해질 만도 하지만 목숨을 걸고 정면으로 대치한다. 이들이 그 높은(?) 사람들을 시원하게 응징할 수는 없고, 죽일 수도 없지만 우린 그럼에도 변하길 바라고, 변하기 위해 꿈틀 거린다.
사람의 목숨 하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자신의 정치적 힘이나,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 나라는 달라도 사람 사는 세상은 늘 그렇게 비슷하다. 거대한 힘은 바위처럼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자잘한 행동과 움직임으로 변하게 되고 달라지기도 한다. 시민의 힘이 왜 무서운지 알아야 하는 이유다. 결말은 조금 아쉽다.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기에 책속에서만큼은 처절하게 응징하면 좋을 텐데 결국 예측가능하게 끝났다. 그래도 읽는 시간은 즐거웠다. 주인공 격인 세 명의 남자 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충분히 매력적이고, 야비하고 잔인하다. 오타 아이의 잊혀진 소년 이후 읽은 범죄자라는 책. 담에 또 오타 아이의 책이 나온다면 다시 읽겠다 에 한 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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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무차별살인사건 뒤에 숨겨진 거대음모 (상권))에서 세부적인 것을 빼고 거의 진상이 다 밝혀졌다고, 이제 진짜 범인들만 잡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하권에선 더욱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역앞 광장에서 살해당한 인물들에 대한, 가해자측의 인상(p.96~98)을 읽고나면. 언제나 가족들에게 충실하고, 열심히 일하던 40대의 가장이자 작은 인쇄소의 사장, 그는 아침이면 개를 산책시켜주곤 했고. 30대의 가정주부였던 인물은 무너져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인내를 다해 딸을 보살피며 아르바이트를 했고, 20대의 여대생은 학원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에게 상담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귀를 기울여주었고, 70대의 할머니는 그 세월동안 가족을 위해 사랑을 다했으며, 살아남은 소년 역시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자기가 누려야할 부분을 친구에게 보내면서 책임감을 다하려고 했다. 가해자의 눈엔 그저 한심하고 쓸모없는 인간들로 보인다는 부분에서 분노와 함께 눈물을 흘린다. 커다란 권력과 돈을 가지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피를 동원하는 주제에, 어떻게 소시민이라고 죽어도 되냐는등 결정을 내리는 건지. 정작 누가 쓸모없는 인간이었는지.
다혈질에 욱하지만 자그마한 불법도 용인치않아 경찰조직에서 소외되는 소마, 유들유들하게 타락한듯 보이지만 마치 물흐르듯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조종을 하는 야리미즈, 그리고 얼핏 불량한듯 보이지만 더할나위없이 성실하고 머리회전도 빠른 슈지, 그리고 너무나 슬픈 운명의 마자키 등 사건의 해결을 바라면서도, 이들 등장인물들의 매력에 빠지고 공감을 하며 같이 가슴아파하게 된다.
결국 원하는바와 같은 poetic justice는 이뤄지지않았지만, 킬러가 계속 의문을 품고왔던 마자키의 미소는 헛되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덜 허탈하다. 어떤 사건, 어떤 비리가 일어나도, 결국 힘있는 자들은 살아남더라도 이 사회에선 '사사키 쿠니오'란 이름을 걸고 바로잡으려는 인물이 계속 이어져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눈앞의 이익으로 자기를 믿는 이들을 팔고, 자신의 직업에서 지켜야하는 원칙을 무시하는 인물이 있더라도, 불이익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지키는 인물은 계속 나타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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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상)권에서 긴장감있게 전개되던 사건들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느슨해질법도 한 전개가 반격을 준비하는 이야기로 조금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았다. 슈지, 소마, 야리미즈 세사람이 진실을 위해 고분고투하는 과정이 펼쳐지면서 과연 그들이 밝히고자 하는 진실이 사람들에게 전해질수 있을지 몰입감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결말이 굉장히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씁쓸함을 남겨주기는 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았다. 분명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 씁쓸한 결말들이 생겨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안타깝고 분노하는 마음도 생겨났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적어도 좀 더 나아진 결말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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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열흘. 살아남아줘, 네가 마지막 한 명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