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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땅을 보는 마음의 틀, 풍수 사상
"우리 민족이 땅을 보는 마음의 틀, 풍수 사상" 내용보기
인터넷 유머 중에 "학과별 공감"이라는 것이 있다. 학과별로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을 모아놓은 리스트로, 의대 - 수능점수 질문, 컴퓨터공학과 - 컴퓨터AS 질문, 심리학과 - 애인 심리 질문 등이다. 오래된 유머이고 다양한 버전으로 응용이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지리학 전공의 사례가 소개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전공자 자체가 매우 적기도 하고, 그만큼 지리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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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유머 중에 "학과별 공감"이라는 것이 있다. 학과별로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을 모아놓은 리스트로, 의대 - 수능점수 질문, 컴퓨터공학과 - 컴퓨터AS 질문, 심리학과 - 애인 심리 질문 등이다. 오래된 유머이고 다양한 버전으로 응용이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지리학 전공의 사례가 소개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전공자 자체가 매우 적기도 하고, 그만큼 지리학의 저변이 크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지리학 전공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무엇일까? 여행지 추천, 길 안내 등 대중이 지리학에 대해 인식하는 몇 가지 질문이 있을수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묘자리 좀 봐줄래?" 일 것이다. "지리학=풍수지리" 이므로 "지리학자=지관(풍수지리 사상을 통해 땅을 보는 사람)" 이라는 도식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지리학은 덜 대중적이지만 풍수지리는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풍수지리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과학적 사고가 이성적 인간으로 여겨지는 것이 당연한 현대 사회이지만, 조상의 묘자리를 잘 쓰면 후손들이 번창한다는 미신적 사고에 솔깃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비과학적 사고는 어디에서 비롯할까? 저자는 풍수 사상은 우리 민족 고유의 지오멘털리티라고 본다. 지오멘털리티란 개념은 단적으로 말해 '땅을 보는 마음 틀', '지리적 정신 구조' 등(p.198) 으로, 쉽게 말해 어떠한 민족이 사상적으로 공유하는 자연관 혹은 환경관이라고 할 수 있다. 풍수지리설 혹은 풍수 사상은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오래전 중국 황토고원의 양택(집터 선정)에서 기원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제까지의 논의에 근거해 나는 풍수지리술이 황토 고원의 굴집을 파서 살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어서 양택 원리가 먼저 성립되었고 이것이 음택 원리에도 적용되었다고 본다. 풍수지리술이 중국의 황토 고원 밖으로 퍼져 나가면서 기후나 지형 조건이 황토 고원과 상당히 다른 곳에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각 지방에 적용된 듯하다. (p.66)

이처럼 저자는 풍수사상이 중국에서 기원했고, 중국 문화가 전래한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넘어와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했다고 한다. 풍수사상의 전래 시기에 대해 저자와 역사학자 이기백 교수의 논쟁이 있었다고 하는데(p.99~) 무지한 나로서는 두 주장의 비교가 힘들지만 지리전공자로서 이 책의 저자 의견에 더 귀가 기울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삼국시대 여러 성 입지에 대해서 좀 포괄적으로 풍수를 적용하는 것 같아 보이긴 했다. 하지만 당시 풍수와 현재 풍수가 디테일한 측면에서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비록 중국에서 기원된 사상이지만, 몇천 년 동안 풍수사상과 우리민족이 함께하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지오멘털리티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한국 풍수가 한국에서 자생했다고 하는 '자생설'을 비판하기도 한다(p.83) 저자는 이렇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면서 책 여러 부분에서 자신의 주장을 소신있게 펼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풍수사상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문화지리학자로서, 풍수사상을 연구하는 당위성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풍수 사상이라는 것은 문화지리학의 주요 관심사인 '자연환경이 인간(문화)에 의해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이용되는가'를 중국 전통 문화의 틀 속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에서 문화와 자연환경이 밀접하게 관계된 사상이 환경결정론이라면, 동양에서 이에 필적하는 사상이 바로 풍수지리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풍수 사상이 한국 문화 지리 연구에 중요한데 지리학자 자신이 지관으로 오해받을까 또는 지리학이 풍수술로 오해받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풍수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이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 아닐지 모르겠다.(p.39) 

저자는 '풍수지리설이 우리 민족의 전통적 지오멘털리티 형성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p.200)' 고 말하여, 풍수 사상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전통 자연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임을 역설한다. 풍수지리를 직접 하는 지관으로 오해받는 것 때문에 풍수를 연구하지 않는 지리학자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저자의 학문적 자부심과 학자로서의 모습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풍수사상은 우리 민족의 많은 삶과 문화경관을 해석하는 유용한 틀이었다. 풍수사상에 의한 우리 민족의 환경관은, 자연환경은 신성하면서도 민감하고 약하기 때문에 잘 보존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풍수 사상에서의 여러 땅 모양을 판단하는 '형국'은 여러 경관을 해석하는 틀로 유용하다. 풍수사상에 의해 행주형(行舟形) 형국으로 여겨지는 곳에서는 우물을 파지 않거나 돛대를 세우는 행위가 여러 지역에서 보편적이었다.(p.134~) 이외에도 여러 풍수적 형국이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행위를 '비보'라고 하는데, 이러한 비보는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행해왔다. 그리고 묘자리를 쓰는 것과 관련한 재미있는 설화도 매우 많았다. 한편 이러한 풍수적 사고는 자연과 인간이 상호작용하고, 친환경적 환경 관리를 지향하는 모습으로 평가될 수 있다. 서양에서 자연을 인간의 편의에 맞게 이용하는 사상과 대조되는 것이다. 풍수사상을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은 우리 민족 문화를 근대 과학이라는 하나의 틀로만 바라보는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는 경복궁을 둘러싼 상징물 전쟁, 대동여지도와 풍수, 우리나라 지명에서의 문화식민주의 등의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풍수사상과도 연관이 있지만 넓은 관점에서 우리 국토에서 나타나는 지오멘털리티를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경복궁을 헐고 조성한 조선총독부 건물의 상징성과, 이를 철거하는 과정을 언급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문화지리학적 관점으로 경관변화를 짚어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저자의 결론도 공감되었다.

'구 조선 총독부 건물은 (...)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한민족의 정기를 짓밟는 건물이었다.(...) 그러나 조선 총독부 건물의 철거물 부재와 첨탑을 이용해 너무 노골적으로 조성된 공원은 우리 민족의 품위를 저울질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언짢다. 우리는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행동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일본보다 좀 더 품위있게 행동할 수 있다.(p.267)

또한 우리나라 지명이 '임실군 이름만 제외하고서는 제1급 나라에서부터 제6급 리동 이름까지 모두 한자 지명으로 판명되었다(p.340)' 라고 하는 부분도 관심이 갔다.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하던 한자지명, 그리고 중국식 지명(경기, 관동, 호남, 영남 등)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각이 들었다.


한편 이 책의 저자는 오클랜드대학 지리환경학과에서 문화지리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공부하다가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뉴질랜드에서 교수생활을 오래 했다고 한다. 저자의 학문적 배경을 줄줄이 쓰는 이유는, 이러한 배경이 학문적 대상과 이 책을 탄생시키는 데 큰 영향을 가져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수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지오맨털리티'를 공유하고 있는 동시에, 서양에서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한국 및 동양의 사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국과 서양을 오가면서 연구활동을 지속해 왔는데, 책 곳곳에서 강조하듯이 "서양에 나가면 한국이 다시 보이고, 한국에 있으면 서양이 다시 보인다"고 한다. 저자의 다양한 배경 덕분에 이런 좋은 책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지리학은 물론 환경, 조경, 건축, 생태,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r*****0 2012.07.2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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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마음-이름없던 우리 동네 골목길도 이름이 생겼네. 출세했다. 골목길아....
"땅의 마음-이름없던 우리 동네 골목길도 이름이 생겼네. 출세했다. 골목길아...." 내용보기
최근 역사지리학에 관한 책을 몇권읽으면서 "풍수"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풍수라는 것이 현대의 이성과 논리에 의하면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다시 보게 되면 의외성이 보인다. 그 지방에 가장 적합한 입지가 풍수라는 논리에 의해 명당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배산임수라는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입지가 명당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렇게
"땅의 마음-이름없던 우리 동네 골목길도 이름이 생겼네. 출세했다. 골목길아...." 내용보기

최근 역사지리학에 관한 책을 몇권읽으면서 "풍수"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풍수라는 것이 현대의 이성과 논리에 의하면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다시 보게 되면 의외성이 보인다. 그 지방에 가장 적합한 입지가 풍수라는 논리에 의해 명당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배산임수라는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입지가 명당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인식되는 풍수다.


이 책 [땅의 마음]은 특이(?)하게도 뉴질랜드에서 지리학을 연구하는 윤홍기 교수가 한국의 풍수에 대해서 그간 연구한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지오멘털리티(geomantality)"란 땅을 보는 "마음 됨됨이" 또는 땅을 평가하는 '마음의 틀'로 번역할 수 있다. 한국인의 지오멘털리티는 한국인들이 자신의 산야를 보고 평가하는 마음, 즉 심성이다. 한국인의 이러한 심성에는 풍수사상이 그 근저에 깔려 있고, 풍수설은 한국인들이 한국의 경관을 평가하고 이용하는데 주용한 역할 해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1부에서 [풍수의 기원]을 설명한다. 저자는 여기서 한국의 "풍수학"이 중국 황토고원에서 시작된 풍수에서 "전래"되었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조금은 꽉막힌 논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풍수의 원리는 자생한 것이 아니고 중국에서 전파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의 풍수에 한국적인 특수성이 있지만 풍수연원자체는 중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풍수가 들어오기 전에는 한국인들이 배산임수를 싫어하고 북향의 입지를 선호했다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생풍수를 부정하는 것은 자기당착이 아닐까?  분명 풍수라는 이론과 학문은 중국에서 들어왔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한국인들이 수천년동안 한반도와 만주지방에서 거주하면서 살기 좋은 입지가 어디인지 인식하게 되었고 거주하였을 것이다. 그 입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론은 없었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지혜와 전설속에 그 입지의 우월함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우리 기후와 지형에 잘 맞는 "풍수"라는 이론이 들어오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 아닐까?  지나치게 한국 풍수의 기본원리가 중국의 풍수이론이라고 주장하니 한국의 자생풍수를 부인하는 논리는 과장된 자기비하처럼 보인다. 유교가 들어오기 전에도 한국인에게는 효도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풍수가 들어 오기전에도 한국인에게는 풍수의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논리를 주장하다 보니 풍수의 전래시점에서도 약간 모순된 생각이 나온다. 한국의 풍수에 대한 자생적인 생각을 부인하다 보니 탈해 이사금시대까지 풍수의 전래를 끌어 올린다. 이 부분에 대해 이기백교수와의 논쟁이 재미있다. 물론 두 분다 "풍수"에 대한 "자생"이라는 개념이 어긋나서 논쟁이 생긴 것 같다. 


2부 [풍수와 환경사상]에서는 동양의 풍수를 서양의 각종 환경사상과 비교분석한다. 

3부[풍수와 한국인의 지오멘털리티]에서는 한국인의 인식에 뿌리 깊이 새겨진 풍수를 살펴본다.

4부 [대동여지도와 풍수] 에서는 고지도에서 볼 수 있는 풍수이론을 알아본다.

5부 [마오리와 한국사이에서] 뉴질랜드의 예에서 우리나라 지명의 특징과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풍수를 통해서 한국인의 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수 있는 좋은 책이다. 


* 책을 읽으면서 오!하고 머리를 긁으면서 그러네! 했던 부분

도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큰 길을 제외하고는 길 이름들이 거의 없었다가 최근 1990년대 이후에야 비로서 왠만한 큰길에는 길 이름이 붙여졌다.

그렇다. 어릴 때 그리고 최근까지도 길 이름을 불러 본적이 없었다. 미국처럼 어느길 몇 번지로 방향을 정하고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동사무소 옆, 아니면 무슨 무슨 가게 옆으로 길을 가르쳐 주고 찾아갔다.

왜 우리에게는 "길 이름"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고지도에서도 길 이름은 본적이 없다! 우리가 가진 땅에 대한 인식에는 길 이름이 왜 존재하지 않을까? 길 이름은 자동차문화인가? 어디서 이에 대한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궁금하고 궁금하다. 이름없던 우리 동네 골목길도 이름이 생겼네. 출세했다. 골목길아....

그래서 최근에 도로명변경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것인가? 단순히 변경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문화를 바꾸고 지오멘털리티를 거스르는 방식이어서?




YES마니아 : 골드 l****0 2014.02.06. 신고 공감 1 댓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