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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시간에는 조금은 수선스러운 대화가 있고 함께 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이 있다. 음식과 요리를 테마로 한『파인 다이닝』에서도 그러하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에는 그것을 먹을 이를 생각하면 냄새가 기쁘고 소리도 즐겁다. 한 그릇의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정성을 들이는 일은 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수녀가 된 ‘나’가 둘째 아이를 낳은 언니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면서 들려주는 최은영의「선택」에는 비정규직 열차 승무원의 치열한 투쟁을 배경으로 한다. 비정규직 승무원의 파업이 시작되고 그 현장이 어땠는지,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어땠는지, 언니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 곳곳의 파업과 시위 현장, 그곳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한다. 식탁에 모여 하루 일과를 공유하며 밥을 먹는 보통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 섬의 카페를 배경으로 하루 동안 다양한 커피의 종류와 맛을 소개하며 커피를 주문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들의 절절한 사연을 들려주는 이은선의「커피 다비드」는 커피를 부른다. 고단한 하루, 피곤을 덜어 줄 커피와 맞닿은 짧은 순간의 위로라고 할까. 직장에서의 업무로 인해 늦은 귀가를 하는 싱글맘의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승혜와 연인 미오의 관계와 심리를 그려낸 윤이형의「승혜와 미오」에는 ‘밀푀유나베’란 음식이 등장한다. ‘밀푀유나베’를 만든 승혜는 엄마랑 같이 먹겠다는 아이와 함께 아이 엄마를 기다린다. 연인인 미오가 고기를 먹지 않기에 승혜도 자연스레 좋아하는 고기를 멀리한다.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서도 말이다. 퇴근한 아이 엄마는 돌아가려는 승혜에게 같이 먹기를 제안하고 승혜는 주저하다 음식을 먹는다. 너무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서 승혜는 미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먹어보지 않았을 때는 몰랐을 맛이다. 모든 음식이 상대의 마음을 지레 짐작하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미오에 대해 혼자 판단하고 속상해하며 거리를 느낀 승혜는 이제 미오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표현하지 않을까. 승혜는 국물을 한 숟갈 더 떠서 입에 넣었다. 이런 맛, 궁금했는데, 생각과는 달랐다. 심심하고, 슴슴하고, 대단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너무 아무렇지 않은 맛이었다. 그 아무렇지 않음 때문에, 실망스러우면서도 안심이 되는 그 별것 아님 때문에,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승혜와 미오」, 99쪽 테마 소설집의 경우 모두 좋은 소설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파인 다이닝』에는 좋은 소설이 많았다. 더 읽고 싶은 작가도 만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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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7. 20. #2018년_47번째책 - #파인다이닝 #은행나무 ?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00년대 이후 한국 단편을 아주 좋아하고 특히 젊은 작가들의 글을 모은 이런 시리즈는 대부분 구입해서 읽는다. 은행나무 바통 시리즈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젊은 작가들이 써내려간 작품을 모아 발간하는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파인 다이닝>>은 두 번째 작품집이고, 음식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 ? 음식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맛있는 걸 먹으면 좋기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섭식=끼니를 때우는 일’이 되었고 맛을 느끼거나 요리를 하는 경험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최근엔 점점 심해져서 하루에 고작 한 끼를 먹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음식을 챙겨 먹는다는 게 ‘열심히 산다’는 지표처럼 여겨져서 억지로라도 달걀을 삶거나 오이를 씹거나 한다. 참 우습지, 대충 살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니. 오늘은 회식이 있어서 거의 일주일만에 저녁을 먹었는데, 위가 도무지 소화를 못 시키고 있다. 흠 점심으로 먹은 거라곤 계란 한 알과 라떼가 전부니,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탄수화물을 버거워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렇게 지내선 안 되는데. ? ? 아무튼,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음식과 요리가 나에게는 ‘엉망으로 살지 않는 삶’을 의미하는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에게도 저마다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정상 가족에 대한 열망일 수도, 여자를 꼬시기 위한 수단일 수도,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반복해야 하는 노동일 수도 있다. 요리에 대한 소설이라고 하기에 뭉근하고 따뜻한 책일 거라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좋았다. 다들 살아가려 하기 때문이었다. 나도, 내일 아침 일어나서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움직이려면 뭐라도 먹는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차려준 밥상은 여기에 없다. 바지런히 움직이고, 그러다 절망하고,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 밥을 먹고, 밥을 먹으려면 또 바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 최근엔 식기와 프라이팬을 사려 검색하고 있다. 자취를 꽤 오래했는데도 집에 있는 거라곤 숟가락 두 개와 물컵 한 개뿐이다. 내 몫의 삶을 짊어지고 가려면, 어떻게든 먹어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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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소설가가 마음을 모아 ‘요리 테마소설집’을 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한 채널 건너 한 채널이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던데 그래서 음식이나 요리는 좀 지겹던데 소설에서는 다를까. ‘젊은 작가상’을 받은 소설가 여럿의 이름이 보였기 때문에 이미 그들의 글에 매료된 적이 있던 터라 읽어 보기로 했다. 의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이야기에 요리를 억지로 끼워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역시 소설가는 수준 낮은 내 우려를 두고, 그 정도는 냉큼 넣어두라며 자연스레 이야기 속에 요리를 녹여 놓았다. 해고된 승무원은 싸우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어느 편에 서야 할까 갈등한다. 따뜻한 ‘미역국과 밥’을 가져와 먹이는 것은 네 <선택>이 옳다고 말해주는 분명한 지지의 표현이 된다. 더 이상 묶지도 풀지도 못할 거 같은 <매듭>처럼 부부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몸이 마비된 남편을 둔 아내는 오늘도 축 늘어진 싸구려 ‘낙지’를 댕강댕강 자른다. ‘밀푀유나베’는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꽃처럼 피어난 요리인데 그 맛은 그저 심심하고 슴슴할 뿐이다. <승혜와 미오>도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삶 그자체이었으면 한다. <에트르>라는 고급 브랜드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언니는 ‘티라미수케이크’를 동생과 나누어 먹으며 한 해를 달콤하게 마무리하려고 한다. 월세를 올려달라는 통보에 비맞으며 싼 방을 구하러 다니다 케이크는 땅에 쳐박힌다. 무거우면서 풀기 어려운 일상을 다룬 일곱 편의 이야기가 돋보이는 것은 분명 음식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비유로, 모순으로, 반어로 표현하는데 음식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누구나 어떤 음식 앞에서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추억 몇 개쯤은 갖고 있을 거다. 어제 저녁에 ‘서민밥상’이란 곳에서 밥을 먹으며 식당 이름이 ‘서민’이라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밥값과 반찬이 소박해서 맘에 든 데다 딸 아이가 밥 한 그릇과 숭늉까지 말끔히 비워서 흐뭇했다. 소소한 걱정은 잠시 접을 수 있는 따뜻한 저녁이었다. 밀푀유나베의 모습처럼 화려하게 특별할 때도, 그 맛처럼 슴슴하게 평범할 때도, 우리는 먹으며 살고 살며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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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윤과 윤의 아내. 읽으면서 나오는 등장인물들 중 이 두 사람이 낙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생함이 돌던 낙지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낙지. 이 두 사람이 진짜 죽은 것도 그렇다고 죽어가지 않는 것도 아닌, 점점 메말라 가는 두 사람을 보았다. 마지막 윤의 아내가 혼자 방 안에서 매듭을 묶었을 때,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잃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녀는 왜 윤에게서 도망을 칠 수 없었을까. 그녀는 윤이 좀 더 세게 자신을 떠밀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남겠다 결심한건 그녀였다. 남겠다 결심할 당시엔 그녀는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윤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테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게 그녀를 보내주는 일이라 생각해 그녀를 밀어냈을 것이다. 그녀를 밀어내던 그때의 윤은 생생한 윤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던 배려. 그것을 거부한 채 남기로 했다면..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을까? 그녀는 윤이 병상에 있는 다른 이들처럼 자신에게 악다구니라도, 집착해주기라도 바랬지만 이미 시들어 죽어가는 그에게 바라는게 많은게 아니었나 싶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후회를 다른이의 탓으로 돌리는게 더 안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윤의 아내가 자신의 결정에 대해 후회만 했다면 그녀의 상황에 대해 공감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결정의 후회가 아닌 윤을 탓했다. 그래서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읽고 나서 참 마음이 먹먹해지는 편이었다. 커피 다비드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위로와 평안을 알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커피 한 잔에 섬마을 사람들의 위로와 평안이 담겨 있는 소설이었다. 카페를 찾아오는 마을 사람들의 대화체로 써내려진 소설은 읽는 내내 내가 다비드 사장이 된 기분이 들게 했고, 감정 이입이 되게 만들었다. 각 원두마다의 연결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뭐랄까 잘 들어주고 싶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특히나 해녀 할머니. 마지막 다비드 커피 파트에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신의 죽음을 앞둔 순간에 친구에게 그리고 다비드 사장에게 아들을 부탁하는 모습에서 부모의 자식을 향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카페에 앉아 커피 다비드를 읽고 나서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지금 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친구 혹은 연인들과 함께 와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 그리고 책을 구경하는 사람들. 폭염 속에서 시원한 공간을 찾아 들어온 조용했던 카페가 점점 사람들이 차고 북적북적 대고 있다. 지금 내가 있는 카페는 위로와 평안을 찾을 순 없지만, 폭염 속에서 나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작은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아, 어쩌면 더위로부터 위로와 평안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파인 다이닝. 7개의 소설이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 형태의 이야기로 꾸며져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위 ‘매듭’과 ‘커피 다비드’는 한편씩 읽으면서 그 순간 내 마음에 확 와닿아 바로 독후감을 썼던 내 감상평이다. 마지막 ‘에트르’를 읽고 나서도 마음과 머리가 멍해지긴 했으나, 집에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귀차니즘으로 인해 개별 감상평을 써 내려가지 못했다. ‘에트르’의 두 자매에 나와 내 동생이 투영이 되기도 했고, 실제로도 그 두 자매처럼 살아가고 있는 나와 동년배의 서울살이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인가, 마음이 짠했다. 미역국과 코레일 승무원, 낙지와 위태로움을 넘어서 죽어버린 부부, 밀베유나베와 동성애, 커피와 사람들, 일어날 수 있을 법한 미래와 초콜릿,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들인 일베와 메갈과 닭볶음 파스타, 그리고 현재 너무 아픈 손가락인 취준생과 케이크. 7명의 작가들이 음식과 연결하여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가볍게 읽고 넘겨버리는 이야기가 아닌, 한번 읽고 나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이야기. 그래서 마음에 남는 이야기. 괜찮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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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뜻한 초록바탕의 책 표지에서 느낀 첫인상과는 달리 좀 묵직한 느낌의 글들이었다. 각 단편마다 하나의 요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고, 7편을 다 읽고 나면 7개의 요리가 모여 파인다이닝을 이루었다. 7명의 작가 중에 최은영 작가만 알고 있었기에, 읽기 전에는 최은영 작가의 글 이외의 글들은 조금 실력차이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모든 작가의 글이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지니면서 서로는 비슷한 톤을 가지고 한 곳에 모이니 결집력이 단단해지는 책이었다. 잘 어우러져 있으니 실력차를 느끼기 어려웠다. - <선택>, <승혜와 미오>, <에트로> 가 특히 좋았는데, 자신의 의지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제도나 강자의 힘에 의해 약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누구도 소리쳐 울거나 격렬하게 몸부림치지 않고 그저 위태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내가 보지 못하지만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나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가늠해 보았다. 책을 통해 아픔과 고통을 알게 되고 느끼는 것이 괜찮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나에게 요리는 주로 기쁨과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인데, 이 책에 나온 요리들은 절박한 위로가 담긴 것이었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요리를 들고 와 한 테이블에서 음식을 나누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면... 그것은 어떤 미각의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인생이 담긴 요리와 요리를 통해 나누는 인생. -
상실과 소외를 책의 테마로 삼고, 그것을 요리와 어우러지게 엮은 노력이 참신하게 느껴졌고 흥미로웠다. 단편집을 읽다보면 이야기마다 단절된 느낌에 당황스럽고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각자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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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 최은영 "쇼코의 미소" 소설집으로 잘 알려진 최은영 작가님의 단편. 매듭 - 황시운 사고로 사지 마비가 된 그 남자와 그녀의 이야기가 읽는내내 위태롭고, 안타까웠고, 먹먹했다. 승혜와 미오 - 윤이형 승혜와 미오는 동성애자이다. 커피 다비드 - 이은선 외딴섬에 흘러들어가 카페를 시작한 다비드. 배웅 - 김이환 달콤한 초콜릿이 등장했다. 병맛 파스타 - 노희준 두 남자가 별장에 있다. 에트르 - 서유미 크리스마스, 연말에 케익으로 동생과 기분을 내고 싶은 그녀.
참 다양한 음식에, 다양한 삶이 녹아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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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황시운, 윤이형, 이은선, 김이환, 노희준, 서유미 공저
은행나무
2018년 03월
식탁 위의 소설, 눈으로 즐기고 혀로 맛보다
( 목차 )
기획의 말
선택 - 최은영
매듭 - 황시운
승혜와 미오 - 윤이형
커피 다비드 - 이은선
배웅 - 김이환
병맛 파스타 - 노희준
에트르 - 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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