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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4 만화영화에는 안 담긴 동화책 이야기 ― 마녀 배달부 키키 2 가도노 에이코 글 히로노 다카코 그림 권남희 옮김 소년한길 펴냄, 2011.10.25. 12000원 ‘마녀 배달부 키키’는 만화영화로도 나왔습니다. 아마 무척 많은 분이 만화영화로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만화영화로 찍은 동화책 《마녀 배달부 키키》(가도노 에이코/권남희 옮김 소년한길, 2011)는 얼마나 많은 분이 읽었을까요? 어쩐지 세월이 갈수록 우리 주변에서 마법은 점점 약해지고 종류도 줄어드는 것만 같습니다. 마법이 사라지는 것은 캄캄한 밤과 정적이 없어진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8쪽) ‘그렇지만 내가 나는 건 빗자루 때문이 아니야. 마녀니까 나는 거야.’ 키키는 자신의 힘을 믿고 싶었습니다. (34쪽) “마녀라면 뭐든 할 줄 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게 단정 지으면 제가 힘들어져요. 전 보통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으니까요. 코끼리도 저렇게 큰 몸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갇혀 있기만 하면 불쌍하잖아요.” (50쪽) 《마녀 배달부 키키》는 가도노 에이코 님이 1984년에 처음 써서 2009년에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모두 여섯 권입니다. 여기에 2017년에 한국말로 옮긴 뒷이야기까지 더해 일곱 권이지요. 만화영화는 동화책 첫째 권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몄습니다. 둘째 권부터 흐르는 이야기는 만화영화에 없어요. 동화책으로 키키를 만나면 만화영화로는 미처 담지 못한 한결 너르며 깊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키키는 때때로 마녀지팡이를 안 쓰고 걸어요. 하늘에서 보는 마을이나 숲하고, 두 다리로 땅을 딛고 걸으며 보는 마을이나 숲은 사뭇 다른 줄 어느 날 문득 느꼈거든요. 그리고 하늘을 날 적에는 언제나 혼자요 고양이하고만 말을 섞지만, 두 다리로 땅을 디디며 걸을 적에는 마을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고, 숲에서 온갖 푸나무하고 짐승하고 새를 만나서 새롭게 배운다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마녀잖아요? 마녀는 여러 가지 사물들의 노래와 말을 들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돌멩이의 노래나 허수아비의 수다 같은. 난 얼마 전에야 겨우 나무의 노래를 듣게 됐어요. 이런 산속에 살면서 매일 바라보고 귀를 기울였더니 그렇게 됐죠.” (81쪽) “있지, 바람이란 건 말이야, 형태가 있어.” “뭐, 형태? 어떤?” (102쪽) “마녀의 검은색 속에는 이 세상의 모든 색이 다 들어 있단다. 옛날부터 사람들의 소원을 되도록 다 들어주었던 마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이야.” (150쪽) 동화책에 나오는 키키는 앳된 티를 차츰 벗으면서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입니다. 여섯 권에 이르는 동화책을 살피면 키키는 어느새 어른 키키로 자라고, 저를 낳은 어머니처럼 사랑하는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 돌보지요.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키키는 제 어머니가 저를 바라보며 느꼈을 마음을 새삼스레 떠올립니다. 마녀로 태어나서 마녀라는 살림을 물려주는 길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요. 마을에서 사는 사람 가운데 마법을 쓰는 사람은 오직 마녀입니다. 마녀는 해가 갈수록 숫자가 줄면서 사람들은 마법을 쓰는 마녀를 차츰 잊을 뿐 아니라, 마녀를 차츰 잊으면서 ‘꿈’도 함께 잊는다고 해요. 도시는 커지되 새롭게 꿈을 키우는 마음이 줄어든다고 할까요. 만화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으나 동화책에서 다루는 키키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줄거리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왜 꿈을 잊거나 잃는지를 건드리고, 사람들이 꿈을 잊거나 잃으면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는가를 짚습니다. 이러한 얼거리에서 키키가 새롭게 짓고 싶은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보여주고, 키키하고 짝을 맺는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수수한 사람’은 서로 어떻게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들이 새로 걸음을 내딛도록 이끄는가를 들려주지요. “이름 그대로 끝없는 장소잖아. 나도 알 것 같아. 앉아 있지만 마음은 날고 있는걸. 날아다녀서 보이는 것도 있지만, 앉아 있어도 많은 걸 볼 수 있는 것 같아. 이것도 마법이라고 생각해.” (216쪽) “봄에 여러 가지 풀과 꽃을 따서 만든 거야. 열여덟 종류나 섞어서 말이야. 상쾌한 숲과 언덕을 걸을 수 있어서 차 만드는 게 참 즐거워. 잘 보면 말이야, 풀이 먼저 냄새를 강학게 풍기면서 ‘차로 마시면 좋단다’ 하고 불러 줘.” (261∼262쪽) 이제는 키키도 알 것 같았습니다. 키키의 마음에 힘이 있으면 빗자루에 그것이 전해진다는 걸. (293쪽) 우리가 모르는, 어쩌면 우리가 잊은, 머나먼 옛날에는 모든 사람이 마녀였고 ‘마남’이었을 수 있습니다. 아득히 먼 옛날에는 누구나 하늘을 날며, 바람만 마셔도 배가 부르는 삶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먼먼 옛날에는 모든 사람이 참말 바람처럼 가볍게 걷기에 사람들 발길이 닫는 데에 발자국이 남지 않아 풀도 꽃도 안 다쳤을 수 있어요. 까마득히 먼 옛날에는 돈을 버느라 다투지 않았을 수 있고, 저마다 놀라운 재주를 부려서 멋진 집을 아늑하게 가꾸며 사이좋은 어깨동무를 하는 나라였을 수 있습니다. 동화책 《마녀 배달부 키키》 둘째 권에서는 키키가 왜 하늘을 지팡이에 앉아서 날 수 있는가를 밝히고, 빗자루한테 그저 딱딱하게 시킴말만 해서는 안 되며, 빗자루하고도 마음으로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키키네 어머니가 딸아이한테 이녁 마법을 물려주면서 딸아이가 스스로 새 마법을 찾도록 가르친 마음도 넌지시 알려주고요. “뭐야, 그냥 씨앗이잖아. 내 눈으로 하는 줄 알았네.” “그래, 그냥 씨앗이야. 그렇지만 안에 신기한 게 잔뜩 들어 있다고.” (331쪽) “엄마하고 똑같은 재채기약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자 고리키 씨가 확고하게 대답했습니다. “키키의 약은 엄마하고 달라. 키키가 만든 거잖아.” 키키는 ‘응?’ 하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335쪽) 만화영화는 만화영화대로 아름답습니다. 동화책은 동화책대로 아름다워요. 동화책 키키 이야기에서 끝자락에 보면 키키네 어머니가 키키한테 ‘어머니가 지은 마법약’은 ‘딸 키키가 지은 마법약’하고 똑같을 수 없다고 똑똑히 알려주는 대목이 나옵니다. 아직 어린 키키는 어머니 말을 어렴풋하게만 헤아립니다. 아직 다 알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어머니가 아이한테 남긴 사랑 어린 씨앗 한 톨은 아이 마음에 고이 깃들리라 봅니다. 우리 어른들도 여느 삶자리에서 우리 아이들 마음에 이처럼 씨앗 한 톨을 심어서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겠지요. 아직 다 깨닫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깨달을 수 있기에, 즐겁게 사랑씨앗을 심어요. 꿈씨앗도 심고, 노래씨앗도 심습니다. 놀이씨앗도, 살림씨앗도, 웃음씨앗도 고루고루 심습니다. 마법사한테 나는 즐거움뿐 아니라 걷는 즐거움이 새롭다면, 수수한 이웃을 만나는 즐거움에 너른 숲을 만나는 즐거움도 새로울 테고, 파란 하늘과 바다를 아우르는 즐거움도 새로울 테며, 날마다 먹는 밥 한 그릇도 새로울 만하리라 생각해요. 가만히 보면, 마녀 배달부 키키는, 마녀로서 이웃들한테 꿈이랑 사랑을 실어 나르는 몫을 맡는구나 싶습니다. 사람들이 문명하고 도시를 키우기만 하면서 자꾸 잊거나 잃고 마는 꿈이랑 사랑을 되새기자는 뜻을 늘 즐겁게 활짝 웃으면서 실어 나르네요. 2018.3.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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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일본어를 공부해 본다고 아들이랑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들을 빌려다 보았었다. 이미 서너번씩 본 것들이지만 하나 하나 다시 보면서도 어찌나 감동스러운지 보고 또 보아도 참 좋은 애니들이다. 애니를 보다보니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궁금했었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어느날 우연히 마녀배달부 키키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다섯권의 책중에서 벌써 1권을 빌려가 버렸는데 어떤 책일지 궁금해서 그냥 2권을 빌려왔더니 아들이 덥석 집어 읽는다. 보통 야구 책이나 컴푸터책만 파고드는 아들인데 미야자키의 애니를 본 호기심에서인지 책을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보통의 그냥 그런 동화가 아니란다.
사실 애니를 보면서 뭔가 좀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만화는 그보다는 덜 심각하면서도 성장기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해 주게 하는 그런 내용들을 가득 담고 있다. 애니와는 달리 이 책속의 키키는 사례를 돈으로 받지 않고 다른 답례품으로 받곤 하는데 언제나 물건 배달이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드물다. 배달하고자 하는 것이 꼭 어떤 형태를 갖춘 물건이 아닐때도 있으며 그 배달품으로 돌발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고 무튼 갖가지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마녀가 홀로 자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만화는 어떻게 보면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고 자립해야하는 과정을 미리 보여주며 용기를 주는건지도 모르겠다.
1편의 책은 아마도 키키가 처음 마녀로서 홀로서기를 해야했던 고리코 마을에서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듯한데 이번 책은 이제는 안정된 고리코 마을에서 이런 저런 배달일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은지를 찾게 되는 책이랄까? 사실 마녀라고 하면 메부리코에 모자를 쓴 무시무시한 마녀할머니를 떠올리게 되는데 검은 옷을 입고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재주밖에 없는 키키라는 마녀의 등장은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한가지 더 지지라는 까만 고양이와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는 것 또한 이야기에 묘미를 주는 양념 같은 마법이랄까? 사실 그것말고 다른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좀 의아 스럽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보면 키키는 정말 인간적인 마녀라는 사실을 금새 눈치 채게 된다.
고향에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새총때문에 만나게 된 호기심이 너무 강해 궁금한건 도저히 참지 못하고 꼭 해결하고야 마는 남자 아이의 황당한 부탁으로 달과 악수까지 하게 되는것을 시작으로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면서 키키의 배달은 시작이다. 꼬리를 잃어 중심점행방불명이라는 참으로 기발한 병명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센스가 넘치는 하마배달 이야기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은 자유롭게 뛰어다닐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며 마술사의 가방을 배달하게 된 키키가 도중에 그만 가방이 열려 마법도구들이 빠져나가게 하는 실수를 범하고 지지를 대신 가방에 들어가게 해 마술도구가 되게 하기도 한다.
빳빳하게 다린 하얀 셔츠를 배달하다 셔츠가 구겨지지만 셔츠를 배달받은 사람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며 오히려 더 좋아하기도 하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탐험을 즐기는 아빠에게 아기 사진을 배달하기 위해 무모한 모험을 감행하기도 하고 검은옷 이외에는 다른 옷을 입어보지 못한 자신에게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 입혀 스스로에게 멋을 낸 자신을 배달하는가 하면 친구간의 다툼으로 인해 키키 스스로는 알지 못한채 무시무시한 마녀가 되어 검은 편지를 배달하게 되지만 알고보니 그것은 화해의 편지였으며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쾌속의 마녀가 배달해주는 운동화를 받으면 우승한다는 괴소문으로 각종 냄새나는 운동화를 배달하기도 하는 참 갖가지 배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배달은 산책을 배달한이야기와 빨간구두를 배달한 이야기인데 병석에 누워있던 할아버지가 자신의 소중한 지팡이를 가져다 자신이 해오던 산책을 해 달라고 키키에게 부탁하게 된다. 키키는 할아버지 대신 지팡이와 배달을하면서 그동안 할아버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와 산책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가 하면 어릴적 시기심으로 언니의 빨간구두를 강물에 빠트린 죄책감에 다큰 어른이 되어서야 그때의 빨간구두를 사죄의 마음으로 언니에게 배달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죄책감은 빨리 털어 버리는것이 좋다는 교훈을 남기기도 한다.
배달을 하는 도중에 어쩐 일인지 점 점 마법의 빗자루가 힘을 잃어가기도 하지만 산보를 하며 다시 마음을 추스리게 되는 키키의 과정이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담고 있는것만 같고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배달이 좀처럼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는 이야기들이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것 같다. 결과적으로 일련의 여러 사건으로 인해 키키 또한 엄마가 그랬듯 재채기를 멈추게 하는 마법약을 만드는 꿈을 키우게 되어 엄마로부터 그 비법을 전수받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과정이 참 신비롭고 진지하게 여겨진다.
그럼 이제 다음권은 그 재채기 마법약을 재배하면서 겪게 되는 또 한층 더 성장한 키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걸까? 가끔 등장해서는 키키의 마음도 몰라주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만 해대는 남자친구 돔보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도 전개가 될까? 마을 산책에서 만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아이와는 또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될까? 여러가지가 궁금한 다음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