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하더니 다시 선생을 공략했다. 공략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선생은 스무 번 정도 변함없이 '할 수 없습니다'를 반복했다. 아버지는 마침내 짜증나기 시작했고 점점 더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온갖 아양을 떨며 귀찮게 하면서 수학 시험을 자신이 대신 치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고 음담패설을 늘어놓기도 했으며 거리낌 없이 친밀하게도 행동했다. 선생은 매우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아버지는 커다란 몸뚱이로 밖으로 나가려는 선생을 계속 막고 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선생은 힘이 다 빠져버렸고 푸념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정말로 기막힌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만약 동료 교사들이 자신의 과목에서 아드님의 점수를 삼 점으로 올려준다면 저도 아드님의 점수를 삼 점으로 올려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만약 그들이 점수를 올린다면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됐습니다! 악수합시다! 당신은 정말 멋진 분이군요! 그들에게는 당신이 이미 점수를 고쳤다고 말하겠습니다. 한 사람이 하면 모두 따라가기 마련이죠. 저를 위해 샴페인을 터트려주세요! 언제 그들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라도 가능할 겁니다."
"그럼, 우리 이제 친한 사이가 된 거죠? 언제 시간 날 때 편하게 한번 들러주실 거죠?"
"물론입니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아버지는 경례하듯 발뒤꿈치를 모으고 모자를 쓴 다음 순식간에 사라졌다.
'좋은 사람이군······.'
선생은 떠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야! 마음씀씀이나 말하는 걸 보니 참 순박하고 선한 사람이군. 저런 사람들이 참 좋지.'
_아버지 中
체호프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 톨스토이처럼 설교를 하거나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고, 고리키나 마야코프스키처럼 그 상황을 완전히 뒤집는 혁명적인 시도도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어떻게 인생을 살고 있는지, 왜 이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는지를 치밀하고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으로 그저 보여주고만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체호프의 말대로 극적인 반전도 드물며,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거나 뒤집기보다는 그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며, 작가 체호프는 이러한 사실 자체를 그대로 작품 속에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_작품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