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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중국시에서 느끼는 감성
"옛 중국시에서 느끼는 감성" 내용보기
이 책은 총 네 권으로 구성된 중국의 역대 시가 선집 중 첫 번째 권이다. 수업 시간 중에 이름만 들었던 시경이나 그런 시경과 쌍벽을 이루는 남방 낭만주의 문학의 정수인 초사楚辭의 대표인 굴원의 어부사, 도연명의 귀거래사 같은 유명한 시들을 위시해 중국사의 초기 시점부터 남북조 시대에 이르는 시점까지의 창작 시와 민요 등을 망라하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그 시기의 시 중 주
"옛 중국시에서 느끼는 감성" 내용보기

이 책은 총 네 권으로 구성된 중국의 역대 시가 선집 중 첫 번째 권이다. 수업 시간 중에 이름만 들었던 시경이나 그런 시경과 쌍벽을 이루는 남방 낭만주의 문학의 정수인 초사楚辭의 대표인 굴원의 어부사, 도연명의 귀거래사 같은 유명한 시들을 위시해 중국사의 초기 시점부터 남북조 시대에 이르는 시점까지의 창작 시와 민요 등을 망라하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그 시기의 시 중 주요한 가치를 지닌 것들을 골라 뽑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믿는 방법 외에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자를 독해할 줄 알아서 원문만으로 그 감성과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 번역문으로나마 시가 지닌 감각과 뜻을 전달 받게 되어 중국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 옛날의 시에서 지금의 시로부터 받는 인상을 비슷하게 전달 받을 때면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본성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경에 수록된 시 한 편을 한국어 본으로 살펴보자.

 

  치마를 걷고

 

  당신이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치마 걷고 진수라도 건너가리라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남자가 그대뿐이랴

  바보 같은 사나이 멍청이 같은 사나이

 

  당신이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치마 걷고 유수라도 건너가리라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남자가 그대뿐이랴

  바보 같은 사나이 멍청이 같은 사나이

 

이처럼 당당하고 기개가 넘치는 여인을 만나고 보니 저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한자 번역시를 만나게 됨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동양의 옛날 사람들은 감성이 무디지 않았을까 또는 옛날에는 표현력이 떨어졌을 거야 같은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유쾌함이 동반된다.

  책에 실린 시들에는 이런 유쾌함이나 선비들의 고상함만 있지는 않다. 전쟁터로 끌려간 인민의 가슴 아픈 노래도 있고 굶주림에 처해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절규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민중의 삶은 힘들다.

  옮겨진 글은 너무 고루한 느낌이 나지도 않지만 지나치게 현재의 감성에 맞춘 느낌도 나지 않는다. 나는 이 정도의 번역이면 이해하기에도 그렇고 입으로 읽기에도 괜찮다고 평가한다. (원래의 뜻에 맞게 번역했는가를 따지지는 못하겠다)

 

1994년에 초판을 찍은 이 선집이 2015년인가에 재발간되고 다시 절판된 적이 있었다. 한정 수량만 발간한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상당 기간 동안 재고가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절판되어서 당혹스러웠다. 다시 한정 수량만큼만 찍어낸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파주의 출판단지에 있는 돌베개 본사까지 가서 네 권을 샀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온라인 서점에서는 그 한정본을 팔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더 찍었는지 이제는 온라인 서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한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겨진다.

  

  

이제 길지만 내가 좋아하는 굴원의 어부사 전문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부사

 

  굴원이 추방되어 강남을 떠돌 때

  읊조리며 호숫가를 걸어가는 모습이

  안색은 초췌하고 행색은 마른 고목이라

  어부가 그를 보고 묻기를

  선생은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쩐 일로 이 지경에 이르렀소

 

  굴원이 대답하기를

  세상이 온통 혼탁한데 나 홀로 맑았고

  사람들이 모두 취했는데 나 홀로 깨었더니

  이렇게 추방을 당했다오

 

  어부가 말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이 변하는 대로 잘 어울리는 법

  세상이 모두 탁하다면

  어찌 그 흙탕물에 섞여

  그 물결을 타지 않고

  사람들이 모두 취했다면

  그 술지게미를 얻어먹고

  남은 술잔이라도 핥지 않고

  어찌 깊은 생각으로 세속을 등져

  스스로 추방된단 말이오

 

  굴원이 말하길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고

  목욕을 한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턴다오

  어찌 결백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리요

  차라리 강물에 뛰어들어

  물고기밥이 될지언정

  백옥같이 고결한 몸에

  어찌 속세의 티끌을 묻힌다 말이오

 

  어부는 빙긋이 웃고

  떠나는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

 

  그렇게 떠나버린 후로는

  그 어부를 다시 볼 수 없었다

    

a******9 2019.01.03.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