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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다. 세상의 기대에 부응했던 그지만 한낱 기기 앞에서 무너졌다. 사람들은 패배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받아들였다. 일종의 위기의식도 느꼈다. 인간은 결코 기계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졌다. 기기의 역사는 그리 길지가 않다. 인간의 필요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다. 인류는 너무 관대한 나머지 주객전도의 역사를 쓰고야 말았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조금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수백 명씩 확진자가 발생해 있다. 최대한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야 한다니 삶이 단조루워졌다. 무얼 하고 싶어도 각종시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죄다 운영 중단 상황이다. 인간이 기기와 견주었을 때 나은 분야를 굳이 꼽자면 타인과의 교류, 공감 등일 텐데, 지금은 우리가 지닌 장점을 전혀 발휘할 수가 없다. 차라리 기기에 의존한 삶 뒤에 숨으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거 같다. 과학 기술은 객관적이다. 좋고 나쁨을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결과까지도 마냥 객관적이진 않았다. 수많은 질병이 기술의 발달로 인해 퇴치됐다. 과거 같았으면 불가능하거나 불편함을 겪었을 많은 일들 또한 가능해졌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영토에 떨어진 두 방의 원자폭탄으로 인해 오래도록 고생했다. 전쟁 때마다 등장하는 많은 무기는 한 개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해당 지역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오랜 상처를 남겨 왔다. 핵무기보다도 더 위험한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인공지능이라 하니 무척이나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지금 내 손에 들린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siri)만 해도 인공지능의 초보적 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나의 질문에 반응한다. 예전엔 말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 헛소리를 하는 빈도가 높았는데 세대를 거듭할수록 제법 정교한 답변은 물론이거니와 내 기분을 헤아린 것만 같은 농담마저 늘어놓기까지 한다. 새 기기가 출현할 적마다 나는 가슴이 설레고,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연다. 가격도 비싸졌지만 그에 비례해 향상된 성능 덕에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10일 전에 1이었고, 9일 전엔 2였는데, 지금은 128, 2000 이런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보았다. 마치 인류의 손을 떠나 기기가 스스로 혁신을 일구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도 가능할 거 같다. 처음에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었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우리 삶에 있어 필수품이 됐다.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뭔 일이 발생하진 않을 테지만 왠지 허하다. 나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섭게 휴대폰부터 확인한다. 타인의 새로운 글 혹은 내 글에 대한 댓글이 달려 있는지 여부가 왜 그리도 궁금한질 모르겠다. 각종 플랫폼은 놀라울 정도로 나의 성향 깊숙한 곳까지 알고 있다. 딱 한 번 검색을 했던 품목마저도 놓치지 않고 연관된 상품을 줄줄이 보여주고, 특정 성향의 정치 기사를 읽었다 싶으면 그와 유사한 관점을 취한 사람들의 글을 끊임없이 표출한다. 화면 속 세상에는 나에 반하는 의견을 지닌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가 모니터 안에서 전개된다. 기분이 나쁜 상황은 피하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정보마저도 한 쪽 방향만을 접하는 게 바람직한 거 같지는 않다. 어쩌면 내가 좋아한다고 여겨온 많은 것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입당한 결과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보인다. 인공지능 뒤에 숨은 인간이, 다국적 기업이. 알면서도 당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저들이 나로 하여금 하게끔 만들려는 게 무언지 알 것도 같다. 언제까지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기기만 보일 것이고, 아예 기기가 인간 마냥 여겨질 수도 있다. 모든 게 조작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음에도 행복을 느낀다고 착각하며 사는 날들이 많은 게 왠지 내 삶이 진실되진 못한 것만 같다. 하루 종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타인과 소통을 도모하는데 왜 외로운 건지. 수많은 일자리를 양산한 인공지능 관련분야 산업의 앞날을 예측한 부분은 다분히 회의적으로 느껴졌다. 결국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고야 말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사실 예전부터 숱하게 들어왔다. 새로운 게 아님에도 예전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건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균형이 중요하다. 이제껏 사람들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ethematics)에 열광했다. 물론 이것들도 중요하다. STEM은 인류가 구가할 수 있는 최첨단에 속하는 모든 것과 연관된 것이므로 배척해선 곤란하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한동안 경시했을 수도 있는 가치 CORE(creativity, compassion / originality / reciprocity, responsibility / empathy)를 언급했다. 인공지능 또한 이 영역에 발을 들이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오로지 인간만이 이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기기가 내뱉는 한 마디의 말이 우리의 공감대를 자아낼 순 있다. 그러나 그 말은 프로그래밍화의 결과일 뿐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선 인간이 가장 잘 하는 것, 가장 인간다운 것에 충실하면 된다.인류의 건투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