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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 & 페미니즘 크로스, 꼼꼼한 번역 및 친절한 해설
"맑시즘 & 페미니즘 크로스, 꼼꼼한 번역 및 친절한 해설" 내용보기
# 0미리 밝히지만 이 글에서 『도둑맞은 페미니즘』에 관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다. # 1원제는 One-Dimensional Woman으로, 번역하자면 일차원적 여성. 한때 미국 대학을 휩쓸었던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을 따온 제목이다. 마르쿠제는 소비 자본주의에 매몰된 인간상을 비판하며 저런 용어를 썼다. 니나 파워도 페미니즘이 왜곡하는 여성상을 비판하며 일차원적 여성이라는
"맑시즘 & 페미니즘 크로스, 꼼꼼한 번역 및 친절한 해설" 내용보기

# 0

미리 밝히지만 이 글에서 『도둑맞은 페미니즘』에 관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다. 


# 1

원제는 One-Dimensional Woman으로, 번역하자면 일차원적 여성. 한때 미국 대학을 휩쓸었던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을 따온 제목이다. 마르쿠제는 소비 자본주의에 매몰된 인간상을 비판하며 저런 용어를 썼다. 니나 파워도 페미니즘이 왜곡하는 여성상을 비판하며 일차원적 여성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한국어 제목이 '도둑맞은 페미니즘'으로 나온 데는, 역자인 김성준 선생님도 밝혔듯. 1. 마르쿠제가 한국에선 딱히 인기 있었던 적이 없다. 2. 그래서 마르쿠제의 표현을 응용한 원제를 살리기보단 유사 페미니즘의 창궐을 경계하는 듯한 뉘앙스의 '도둑맞은 페미니즘'이 더 적확해서. 3. 에드가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함.


# 2

니나 파워, 라는 이름이 익숙했다. 『맑스 대장전』의 한 챕터를 담당한 사람이었다. 맑시즘과 페미니즘의 접점을 탐색한 대담자라는 기억이 났다.


# 3

대학 때는 해방을 이야기하는 서사에 끌렸다. 자연스레 페미니즘과 맑시즘을 공부했다. (곤 해도 그리 깊게 하진 않았음)


# 4

둘 다 해방을 추구하지만, 사이가 좋진 않았다. 특히 드미트리가 입학하던 시절, 그쪽 분위기는 맑시즘에서 페미니즘으로 헤게모니가 이동하던 시절이었다. 신입생이라 아무것도 몰랐지만, 과반 학생회장이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맑시즘 성향의 후보를 페미니즘 진영에서 보이콧한 게 큰 이유였다. 


# 5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형이 생각났다. 잘 지내나.


# 6

니나 파워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충실하며 전쟁을 예찬하고 자본주의에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자본의 논리에 봉사함에도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들의 담론이 페미니즘으로 각색되는 데 경계한다. 거의 10년 전 나온 책임에도 한국에도 유효한 게, 이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제국주의 담론이 여성의 입으로 발화되는 순간 그것이 마치 페미니즘으로 각색되는 순간이 있었다. 이런 유사 페미니즘은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하여 남자와 비슷한 이야기를 발화하면, 동일한 재력으로 풍성하게 소비하면 그걸로 만족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건 페미니즘이 아니다.


# 7

니나 파워의 지적은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럼에도 이 책 마지막 미셀 퍼거슨의 해설에서도 지적하듯, 논의의 깊이가 그리 깊지는 않다. (사실 해설 읽기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음.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으려면 꼭 해설 부분과 역자의 말을 끝까지 읽어볼 것)


# 8

이 책에 논의되는 수많은 이론가, 실천가, 칼럼니스트에 관한 역자 해설 부분이 정말 꼼꼼하다. 그렇다. 역자란 이 정도는 해 줘야지.


# 9

정치도, 철학도 단어를 점유하려는 싸움이다. 페미니즘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수록, 진짜 페미니즘과 유사 페미니즘을 가르려는 시도는 더 활발해질 테다. 나는 니나 파워 의견에 동의한다. 자본주의 비판 없이 페미니즘 비판도 없다.


 ---


내가 이 책을 집필하던 시기에는 어떤 것들도 다 페미니즘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였고, 이러한 현상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텅 비게 만드는 것처럼 생각됐다. (9쪽)


권력의 최상부에 여성을 두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권력의 최상층에 있는 여성이 어떤 여성이며, 그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무엇을 할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28쪽)


페미니즘은 전쟁광뿐만 아니라 소비주의와 노동의 현대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스스로가 식민화되어 온 방식을 명철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42쪽)


그렇다면 자위는 쇼핑의 전제조건인 것인가? 이제 페미니즘은 그저 누군가의 구매력을 의미하게 됐다. (84쪽)


언제나 가족이란 정확히 섹스와 정치 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며, 어떻게 노동시장 가까이에 먼저 도착했던 사람이, 계속해서 하루에 8시간 동안의 노동력을 팔기에 충분할 만큼의 체력과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중략) 페미니즘의 영속적인 성취 중 하나는 가사 노동과 재생산 노동, 임금노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재정립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계속해서 정치 세계가 가정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위장하려고 할 것이다. (122쪽)


현대 페미니즘의 정치적 상상력은 정체되어 있다. 자기 - 충족과 소비자 해방이라는 현대 페미니즘의 활기차고 긍정적인 메시지는, 노동과 문화의 근본적인 변혁에 대응할 수 없는 자신의 심원한 무능력을 감추고 있다. 그 모든 환희와 흥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정체성을 찬양하는 자축적인 페미니즘은 무엇보다도 일차원적인 페미니즘일 수밖에 없다. (138쪽)


파워의 발렌티에 대한 비판에서 기이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파워 자신이야말로 지나치게 쉽게 소비될 수 잇는, "유산균 요거트 음료처럼 술술 넘어가는" 페미니즘의 전망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파워의 언어는 즉각적이고 통렬하다. 그러나 그녀의 분석은 피상적이고 인상주의적인 수준에 그치며, 결코 표면적인 것 아래로 파고드는 법이 없다. (147쪽)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8.05.21.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