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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의 가족 구성을 살펴보자. 일단 아버지가 부재한다. 오기의 어머니 레베카는 지극히 착하지만 항상 남에게 짓밟히기만 하며 살아가는 슬픈 운명의 여인이다. 오기는 어머니를 닮아 착하고 심약한 구석이 있다. 형 사이먼이 세속적인 출세와 돈에 깊숙히 빠져버린 속물이고, 동생 조지는 지적장애아다. 집에 어머니가 있지만 하숙인으로 들어온 로시 할머니가 가정을 지배하는 실권자다. 로시 할머니는 마치가에 하숙인으로 들어와 살림을 맡아 하며 온 가족을 지배하는 노파다. 권모술수가 능란한 지배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할머니는 신하들에게 사랑과 존경심 그리고 권력에 대한 공포를 적당히 조절할 줄 아는 군주와 흡사했다." 할머니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에만 집착하고 항상 자만심에 차 있다. 로시 할머니는 마치가를 나와 넬슨 양로원에 머물게 되고 거기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오기의 형 사이먼은 영리하지만 처세술에만 밝은 속물적 인간이다. "호전적인 참된 피의 긍지"를 가진 냉소적인 인물로 황금과 권력을 희구한다. 사이먼은 대부호 매그너스가의 딸 샬럿 매그너스와 결혼하고, 동생 오기에게도 부잣집 딸과 결혼하라고 종용한다. 오기의 동생 조지는 지적장애아로, 오기가 가진 성격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투영한다. 조지는 후에 구두공이 되어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오기의 여인들을 살펴보자. 먼저 오기와 약혼까지 간 루시 매그너스가 있다. 11장에서 처음 등장하는 루시는 형수 샬럿의 사촌 여동생으로, 루시의 아버지 찰리 매그너스는 탄광을 운영하는 갑부다. 하지만 루시가 오기와 미미 빌라즈와의 사이를 오해한 나머지 둘은 헤어지고 만다. 오기의 애인으로 테아 펜첼이라는 정열적인 여인이 있었다. 8장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원래 오기는 테아의 동생인 에스터에 관심이 있었지만 오히려 테아가 과감하게 오기에게 다가가 사랑을 고백한다. 동생 에스터는 오기가 렌링 부인의 기둥서방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테아는 남성적인 활달함과 용기를 가지고 멕시코의 도마뱀 사냥과 오기의 사랑을 동시에 차지하려 하나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오기의 아내인 영화배우 스텔라 체스니가 있다. 스텔라는 오기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후 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성숙에서 비롯된 권태로움의 일종인 악덕과 결함ㅡ대단히 보편적이어서 확대해 보는 게 지루한ㅡ이전에 비단처럼 부드럽고, 무의식적이고, 자연의 빛깔로 물든 시기가 있다, 혹은 있게 마련이다. 그 시기는 마치 시칠리아의 양 치는 연인의 전원시 같거나, 돌맹이로 쫓아버릴 수 있는 사자나 매듭을 풀고 에릭스 산의 갈라진 틈으로 흩어지는 황금빛 뱀들과 같다. 유년 시절의 풍경을 말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우리가 영원히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곳에서 나와 에덴 동산을 출발해 속박·고통·왜곡·죽음의 과정을 거쳐 어둠으로 사라진다. 노쇠와 다가오는 죽음, 중상모략, 공포에 찬 눈초리, 행복에 대한 어떠한 회상이나 기대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다."(1권 161-2쪽)
오기의 첫번째 인생 멘토는 윌리엄 아인혼이다. 오기는 하반신 마비자인 아인혼의 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고등학교 재학 내내 고학을 한다. 아인혼은 전형적인 마키아벨리적 인간이다. 신체불구자로서 한때 오기를 고용하여 비서일을 맡긴다. 시인지망생인 아들 아서 아인혼이 있다. 정력적인 활동가 아인혼에게는 아들 아서와 이복동생 딩벳이 있지만 오기를 이들보다 더 좋아한다. 오기의 고교졸업식날 밤, 아인혼 씨 가족은 매우 친절하게 오기를 대해준다. 특히 아인혼이 먼저 그를 대접하는데 오기가 하반신 마비의 아인혼을 등에 업고 사창가를 찾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전에 아인혼이 도둑질에 가담하려 한 오기에게 해준 따끔한 충고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인혼의 운명론 운운에 대한 오기의 젊은 반항심이 오기를 제정신 차리게 하고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게 한다.
"바보처럼 굴지 마, 오기야. 인생이 너에게 던져 준 첫 번째 함정에 빠지지 마라. 너처럼 나쁜 운을 타고 자라난 젊은 놈들은 교도소나 소년원, 다른 모든 감화원이나 메우고 있는 천치들이란 말이야. 주에서 빵과 콩을 주는 것은 사전에 어떤 것을 바라는 거야. 그것을 먹으려고 감방을 찾게 되는 요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또한 도로에 자갈을 깔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돌을 깨뜨려야 하고, 누가 그것을 깨뜨려야 하는지, 그리고 시립 보건소에서 경성하감 치료를 위해 누구를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주 정부는 알고 있단 말이야. 이곳뿐만이 아닌 도시의 이와 유사한 지역, 그리고 전국에 걸쳐 다른 지방에서도 똑같이 말이야. 실제로 운명 지어져 있는 거야. 정해진 대로 살려고 한다면 넌 바보야. 이미 정해진 대로만 살려는 그런 비극적인 것들이 너를 끌어들이려고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형무소, 진찰실, 감방 음식은 누가 두들겨 맞고 갇혀서, 늙어가고 기운 빠져 삶의 목적조차도 잃게 되는 천치인가를 알고 있지. 네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누가 놀랄까? 너는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어."(1권 222-3쪽)
마지막으로 오기의 친구들을 소개한다. 정치가를 아버지로 둔 클렘 템보와 크레인 대학 동창이던 수학 귀신 매니 파딜라가 있다. 파딜라는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하는 가난한 멕시코 출신의 대학생이다. 매니는 책방에서 전공서적을 훔쳐 팔아 생활비를 버는 지능적인 도둑이기도 하다. 파딜라의 인도로 오기 역시 책도둑이 된다. 한때 공산주의자였고 대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며 정치학을 공부하는 후커 프레이저도 있다. 후커는 오기가 훔친 책을 구입하는 충실한 고객으로, 미미 빌라즈라는 육감적인 웨이트리스가 그의 애인이다. 후커는 아직 본처와 이혼하지는 않았다. 아머 공과대학에 다니던 공산주의자 실베스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오기의 형 사이몬을 공산주의자로 만들려고 애를 쓴 볼셰비키의 일원이었고, 미미 동생 애니의 남편이기도 하다. 프레이저는 멕시코로 망명한 트로츠키의 수행비서가 되고, 실베스터는 트로츠키의 경호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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