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리본의 무사 9권의 리뷰입니다. 어느새 2회전을 향해 다가서는 어디로 튈지 모를 냄비속 뜨거운 배틀로얄. 단순히 내 눈앞에 있는 상대를 쫓고 싸워 격파한다. 이 간단하면서도 피끓는 규칙에 이끌린 수많은 전사들이 자신의 무용을 시험하기위해 오늘도 악귀가 되어 전차를 몰고있었지만 대회를 개최하는 주최자의 입장에서 그저 손놓고 경기를 관전하기에는 너무나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항상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대회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배틀로얄의 규칙. 이번에 참가자들에게 공지되는 대회의 규칙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일단 전차의 격파수와 생존한 전차수에따라 가산점이 붙는 것은 누구나 알기쉬운 당연한 이치. 하지만 그 다음 붙은 추가 가산점 조건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죠. 그것은 다름아닌 전차를 복구하고 회복시킨 사례에도 포인트를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냉혹한 파괴만이 존재하는 배틀로얄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어울리지않는 이질적인 가산 조건. 물론 실제 전장에서는 잘 싸우는것뿐만이 아니라 부상당한 병사와 파손된 장비를 살리고 복구하는 능력에서 결정적으로 승패가 갈리곤 하죠. 하지만 이곳은 비록 실제 전차를 운용한다하더라도 엄연히 스포츠 경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벤트의 무대. 그리고 회복시킬수있는 전차의 기준을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가가 대략 난감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냥 백기만 들고 투항한 전차들까지 그대로 다시 투입하는게 가능하다면 성실히 적을 격파하기보다 강팀에게 점수를 몰아주고 자신들은 회복 포인트만 노릴 얌체들이 신성한 배틀로얄의 현장에 분명히 등장할테죠. 그 의도를 알수없는 다즐링의 변덕스러운 공지는 둘째치고 정작 그 당사자인 냄비속 먹음직한 전사들은 그런 가산 포인트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는듯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진흙탕 싸움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두말할것도 없이 이 배틀로얄에서 명실상부 최고의 스타였던 니시즈미 마호. 옛날 고대 일본의 풍습 중에 이누오우모노(犬追物)라는 기마궁술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개를 풀어놓으면 말을 탄 궁수들이 쫓아 그 생생한 사냥감을 쏘아 맞추는 문자 그대로의 실전적인 무술. 비록 현대인의 관점으로는 바로 동물학대 논란이 나올 정도로 잔혹한 스포츠였지만 과거의 귀족, 무사들에게는 이런 경기 하나하나가 자신의 무예를 단련할수있는 몇 안되는 소중한 기회였겠죠. 그리고 지금 마호를 중심으로한 물고 물리는 개싸움의 구도는 이 이누오우모노 그 자체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느 누군가가 말에 올라 개를 쫓는 높으신 분의 기분을 마음껏 느끼다가도 어느순간 정신차려보면 말에서 낙마해 자신이 쫓기는 개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마는 과거의 전통적인 이누오우모노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정신없는 난타전. 다른 평범한 이들이라면 실시간으로 변하는 자신의 신분차이에 적응하지못하고 그대로 화살을 맞고 쓰러질 뿐이겠지만 우리의 마호는 쿠로모리미네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었던 출신답게 때로는 그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우아한 귀족이 되었다가 한편으로는 어울리지않게 불쌍한 쫓기는 개 역할까지 능숙하게 맡으며 뭣도 모르고 달려들던 다른 귀족님들을 제대로 농락하곤 했죠. 결국 그 현대에 부활한 이누오우모노의 현장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개로 전락해 고귀하신 마호님의 화살을 맞고 비참하게 쓰러지고 말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살벌한 개싸움의 현장에 남아있는 용자들 역시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두사람이 바로 시즈카 공주와 본플의 야이카. 시즈카야 아직 마호와의 풀지못한 미완의 약속이 있었으니 그 약속의 무대에 이르기 전까지 절대로 쓰러질수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무심하게 약속을 흘러넘겼던 마호가 내심은 그녀와의 약속을 상당히 의식하며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하기위해 노력하는반면 정작 그 약속의 열렬한 당사자였던 시즈카는 전투의 기운에 취해 자신이 지금 누구 옆을 쏜살같이 지나쳤는지 몰라볼 정도였죠. 마치 한마리의 맹견같은 그녀의 돌진을 반대편에 있던 야이카는 그저 다른 사냥감들을 몰아와주니 고맙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할 뿐이었지만 굳이 다시 말에 올라 활을 잡지 않더라도 밑에서 날뛰는 개도 충분히 말에 타있는 높으신 분들을 충분히 물어뜯을수있는 법. 그렇기에 마호는 저 오만한 야이카와는 달리 시즈카를 향해 차가운 경계의 시선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은 약속을 지킬 무대를 또다시 뒤로 미룰수밖에 없을지몰라도 그 개와 귀족이 마주할 격돌의 순간은 그리 멀지 않으리라. 한편 또다른 무대에서는 비록 눈에는 잘 보이지않지만 충분히 날카로운 화살이 오고가는 전장이 펼쳐지고 있었죠. 한쪽에는 바로 앞의 의문점투성이 가산점의 설계자이자 대회의 실질적 개최자인 다즐링. 그리고 또 한쪽에는 한눈에 봐도 베테랑들이 분명한 중년의 여성 무리. 이전에 시즈카에게 훈련장을 제공하고 손수 연습상대가 되어주기도했던 그 수상하게 돈이 많고 시간도 많은 역전의 베테랑들은 다즐링이 하는 말을 한동안 잠자코 듣고있더니 그녀의 계획에 전적으로 협력해주겠다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연락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화면에 얼핏 비친 그녀의 연락처 목록에는 마호와 미호 자매를 배출한 그 니시즈미뿐만 아니라 또다른 명문 시마다까지. 과연 다즐링은 이 수상해도 너무 수상한 연줄많은 베테랑들을 통해 어떤 기상천외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계획을 꾸미고 있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