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사후세계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실제론 현실세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회고발서다. 저자는 뛰어난 상상력과 풍부한 어휘를 바탕으로 사후세계에서 벌어질 일들을 몽환적으로 그리면서 동시에 현실세계의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후세계와 영혼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교적인 이유로 이런 사상이나 가설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다소 거부감이 들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여러 번 거의 저승 문턱까지 밟고 돌아온 사람에겐 친근한 소재라 난 읽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사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자 혹은 저승을 이야기하는 것은 얼토당토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언젠간 반드시 죽으며 죽은 다음 세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저승에 대해 상상해보고 그곳 세상은 어떨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죽은 영혼 상태에서 이승에 머물게 되면 과거 기억 속으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설정과 육체가 없는 영혼도 얼마든지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발상은 내가 들은 정보와 겪은 경험과 일치하는 부분이어서 나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1인칭 화자는 엘리자베스 밸처다. 엘리자베스 밸처는 일명 리즈로 불리는 소녀로 정확히 17세 364일을 살고 생을 마감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땐 왜 나이를 타이틀로 잡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왜 제목을 [열일곱, 364일]로 정한 것인지 납득이 되었다. 죽은 영혼은 시간이 흘러도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으니 주인공의 상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라. 이 책의 핵심은 주인공인 리즈와 그의 친구 알렉스가 사후 영혼 상태에서 우연히 만나 왜 자신들이 죽어서 이승을 맴도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리즈와 알렉스는 각자 뭔가 이유가 있어서 바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얽매여 있다는 걸 인식은 하지만 그 정확한 이유에 대해선 알지 못해 둘은 현재를 둘러보기도 하고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하면서 해답을 얻으려 애쓴다. 둘은 특별한 사연에 의해 얽히게 되어 죽은 후에 한동안 같이 지내게 된 것인데 그 과정을 통해 둘은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총 2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죽은 후 바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묶여 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알렉스는 리즈와 함께 기억 속 시간여행을 다녀 온 후 리즈에게 왜 자신이 죽은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한 바를 털어놓는다. 알렉스는 자신이 승천하지 못하고 죽은 영혼인 상태에서 이승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저승으로 가기 전에 뭔가를 배우거나 깊은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데 아직 그걸 해결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라고 리즈에게 이야기하는데 난 알렉스의 이와 같은 생각에 동의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친척 중 한 분이 때 이른 죽음을 맞은 후 바로 승천하지 못하고 이승에 머물렀다가 저승으로 가셨기 때문이다. 나의 큰 외삼촌은 한창 나이인 40세에 돌아가셨다. 아무리 태어나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죽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해도 외삼촌의 사인을 들어보면 누구든 억울하게 죽어서 이승에 머물렀었던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외삼촌의 가족들의 증언에 의하면 외삼촌은 잔칫집(상갓집일수도 있음)에서 고기를 잡수시고 그로 인해 체해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난 바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건강하던 사람이 고기 한 번 잘못 먹었다고 해서 체해 죽는단 말인가? 소화기능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고기를 잘 못 먹는 체질도 아니었는데 왜 갑자기 남의 잔치 혹은 남의 장례에 가서 고기를 먹고 와서 절명을 하냐 이 말이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난 도저히 외삼촌이 이런 하찮은 이유로 돌아가셨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난 소화기능이 약해서 이따금 체하는 일이 있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내 손을, 심할 때는 엄지발가락 전부를 바늘로 따주시곤 하셨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답답함은 가시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곤 했다. 체했을 땐 정말이지 가슴이 답답해 죽을 것만 같았지만 손을 따고 나면 굉장히 시원해 훨훨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난 그 누구보다도 체하면 어떤 고통이 수반되는지 잘 알아서 누군가 체했다고 하면 안면이 없는 사람이라도 즉시 바늘 혹은 바늘에 상당하는 날카로운 것을 구해 체한 사람을 따주곤 했다.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외삼촌이 단지 체해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외삼촌이 체해서 고통을 느낄 당시에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 아니다. 외삼촌 곁에는 외숙모를 비롯해서 사촌 세 명이 있었다. 그들은 외삼촌이 체해서 답답함을 호소하실 때 외삼촌에게 적절한 조치(손을 따주거나 소화제를 먹였다는 소린 듣지 못했음)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들 입장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데도 외삼촌이 계속 속이 답답하다고 하자 그들은 외삼촌을 병원(혹은 한의원)까지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쌍하게도 외삼촌은 치료를 받던 도중에 숨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아니 세상에 사람이 어떻게 심하게 체했기에 따는 것도 모자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도 죽을 수가 있단 말인가! 체했는데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나서 병원에 데려가서 그런 것이 아닌가? 평소 외숙모는 자꾸 도박을 한다는 이유로 외삼촌에게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구타를 당하던 시기였고 자식들도 아빠편이 아닌 엄마편을 들던 때였다. 그래서 외숙모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일부러 고통을 호소한 외삼촌을 외면해 외삼촌이 별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허망하게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것이다. 외삼촌이 돌아가신 후 바로 재가를 하고 자식들 성까지 고친 외숙모의 행태를 봐선 나의 가설이 틀리지 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서 외삼촌의 의문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외삼촌이 돌아가신 후 한동안 외할머니 꿈에 외삼촌이 나타나 괴로움을 호소하며 저승에 보내달라고 애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외삼촌은 생전에 매우 강인한 분이셨다. 이런 저런 직업을 전전하긴 했지만 그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진짜 원하는 일이 뭔지 찾기 위해서였다. 아들 바보였던 외할머니가 딸들은 외면한 채 거액의 재산을 큰 아들에게만 몰아줘 원성을 샀던 일이 있었기에 이점은 확실하다. 거액의 재산 덕분에 외삼촌은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사셨다. 그런데 외삼촌이 죽자마자 외할머니 꿈에 나타나 외할머니에게 울면서 저승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했다고 하니 외할머니 입장에선 어찌 이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런 이유로 외할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무당을 찾아가 그 원인을 밝히고 굿을 해서 외삼촌의 한을 풀어드렸다. 이 책에선 가족들이 알렉스와 리즈를 위해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서양엔 무당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죽은 영혼이 이승에 머물러서 가족 곁을 맴돌 것이란 생각을 아예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승과 저승 그리고 그걸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무당을 믿는 행위는 주로 동양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서양도 영혼의 존재를 믿고 지옥과 천당을 구분해서 사후 세계를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동양처럼 한(恨)이 맺히면 죽어서 바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머물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잘 못하는 것 같다. 예외로 데미무어 주연의 [사랑과 영혼]을 보면 패트릭 스웨이지가 억울한 변을 당해 죽자 바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데미무어 곁을 맴돌다 주술사인 우피 골드버그의 도움으로 한이 풀려 승천하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이 한 편의 영화로 서양인들의 모든 사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알렉스가 자신이 승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생각은 주로 하느님의 존재만 믿는 서양인들에겐 낯설어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알렉스의 승천에 관한 가설은 동양적 사상으로 봤을 땐 너무나 자연스러워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한다. 뭐 동양인이라고 해서 다 무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서양처럼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진 않기 때문에 알렉스가 생각한 승천에 관한 생각은 서양인들 입장에선 자신들의 평소 생각과 달라 색다르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영혼도 고통을 느낀다는 발상을 한 점’이다. 리즈는 죽은 후 생전에 신었던 구두 때문에 이승에 머문 내내 매우 고통스러워한다. 아꼈던 구두를 죽어서 더 이상 신지 못하는 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리즈는 죽은 후에도 마치 한 몸처럼 착용되어 벗을 수 없는 예쁜 구두 때문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벗으려 해도 도저히 벗을 수 없는 구두 때문에 리즈는 이승을 이리 저리 떠돌아다닐 때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난 죽은 리즈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설정한 부분이 매우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영혼도 살아 있는 사람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설명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까지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사람이 생전에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서 따져보자. 이 책에서 가정한 것처럼 만약 영혼도 고통을 느끼게 된다면 살아 있을 때 악한 짓을 많이 한 사람은 죽어서 지옥에 떨어져 심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선 천당과 지옥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지라 이 책을 근거로 설명하긴 좀 힘들지만 리즈가 생전에 악한 짓을 많이 한 이유로 죽어서 심한 통증과 더불어 마음의 고통까지 느끼게 된 것이니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명확히 설명된다. 알렉스는 생전에 남에게 크게 해를 끼치거나 고통을 준 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알렉스는 이승에 머무른 1년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과거로의 시간여행도 했지만 그러는 동안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 책 어디를 찾아봐도 알렉스가 어떤 통증을 느꼈다거나 가슴 아파서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 반면에 리즈는 살아 있을 때 남을 직접적으로 괴롭히진 않았지만(알렉스와의 일은 제외하고)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은 보고도 (리즈의 파워면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지만) 외면했고 과제 때문이었는데도 자신의 남친에게 접근하려는 여자 애들에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못되게 굴었다. 그런 이유로 리즈는 벗지 못하는 구두 때문에 걸을 때마다 고통을 받고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는 달리기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이와 같은 장면을 통해 저자는 인과응보란 바로 이런 것이란 사실을 은근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리즈는 기억 속 시간 여행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된 리즈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과 과오를 반성하고 알렉스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만약 생전에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저질렀어도 죽어서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면 리즈는 결코 살 있을 때 했던 악행을 절대 반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죽은 영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설명된다. 만약 영혼도 살아 있는 사람처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느낀다면 사람들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살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대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 회피하는 마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괴로워서 죽었는데도 죽어서조차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그 누가 자살을 하려 하겠는가! 그나마 살아 있을 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조절할 수 있지만 죽어선 그것조차 불가능해질 거란 걸 뻔히 알면서 자살을 하겠는가 이 말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만약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면 100%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생각을 고쳐먹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돈이 뭐든 다 해결해주진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 점’이다. 리즈의 남친이었던 리치는 소위 말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다. 그런데 리치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행복해하기는커녕 괴로움에 떨치기 위해 마약을 한다. 리치의 부모는 유명한 예술가로 돈 버느라 바빠 좀처럼 리치와 함께 하지 않는다. 리치의 부모는 며칠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돈을 탁자에 놓아두고 자신들의 일터로 사라져버리곤 했다. 미성년자 아들에게 그 돈 갖고 알아서 먹을 것을 사먹으라는 것이다. 즉 리치는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얻어먹어 보지 못하며 성장한 것이다. 리치는 남들이 보기엔 부유한 집안에 잘 생기고 거기에 공부까지 잘해서 부러움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정작 리치 본인은 가족과 함께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대화 나눌 어른이 없어서 고통스러워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리치는 리즈의 죽음 이후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더니 결국 마약 불법소지 및 총기 불법소지죄로 집행유예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리치는 빗나갈 이유가 없었다. 리치는 부모님이 성공한 예술가라 돈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외모도 잘 생겨서 친구 사귀는데도 어려움이 없을뿐더러 공부까지 잘해서 원한다면 명문사립대학에 갈 수 있는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에 조건만 따지고 봤을 땐 절대 샛길로 샐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즉 겉으로 보기엔 리치의 조건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좋았기 때문에 탈선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돈만 많다고 해서 뭐든지 해결될 수 있을까? 리치는 돈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았지만 위기에 봉착했을 때 누구 하나 믿고 의지할 사람도 없고 마음에 담아 둔 고민을 털어놓을 어른도 하나 없어서 불법적인 일에 휘말려 결국 집행유예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 만약 리치 곁에 부모가 자주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식과 함께하려 하고 자식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며 리치의 고민을 들어주려는 부모가 리치 곁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리치가 힘들 때 돈이 아닌 부모가 곁에 있어 리치를 지켜봐주고 상담해주고 도와줬다면 리치는 엄친아의 길을 걸었을지언정 절대 범법자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리즈도 엄친딸(엄마 친구 딸)로서 리치 못지않게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인생을 살았지만 마음에 병으로 인해 하루하루 말라가다가 결국 18세 생일날 변을 당하고 만다. 만약 리즈가 괴로워할 때 아빠가 원하는 물건만 사줄 것이 아니라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고 리즈를 보듬어 주었다면 리즈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혼자서만 괴로워하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을 풍요롭게 한 물질만능주의가 오히려 미국사회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사후세계와 영혼을 믿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큰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왜 가족이 존재하는지, 왜 가족 간에 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왜 착하게 살아야 하고 왜 자살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다. 자기계발서 100권을 읽는 것보다 이 소설 한 권을 읽는 것이 가족과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데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돈이면 다 해결될 거란 착각 속에 사는 분들, 가족 간의 대화보단 개인의 사생활에 더욱 관심이 있는 분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악한 짓만 골라 하며 사는 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이 힘들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하는 분들 모두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인상적인 글귀 “죽음은 그냥 삶의 일부일 뿐이야. 누구나 언젠가는 죽어.” “죽음은 참 묘하다.”
|
|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제목만 보고서는 청소년 소설일거라고만 생각되었다. 표지의 금발머리가 나풀거리는 잠든 모습의 소녀로 보이는 표지도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시키나, 이 모습이 죽은 자신의 모습이라니... <이책은> 북카페의 서평단 모집 당첨 도서다. 진즉에 읽고 써야할 기한이 지났으나, 갑자기 일상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미루어졌고,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된 점 너무나 죄송하다. <저자는>
<책내용 맛보기>
<책읽은 소감> 아름다운 마무리란 '내가 태어났을땐 나 혼자 울고 여럿이 웃고, 내가 죽을땐 나 혼자 웃고 여럿이 슬퍼하는 것'이란 법정 스님의 말씀을 어느 님의 리뷰로 보던 날 그대로 외워버렸다. 너무나 지당하신 그 말씀은 스펀지처럼 그렇게 내게 스민거다. 넓게 보면 자연의 섭리로 태어난 이 한 몸.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중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다가 홀연히 임종을 맞게 될 때 조금은 아쉬움이 남더라도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잘 산 生이라 할 수 있겠지 싶다.
나(리즈)는 흠칫 놀란다. 나는 분명 여기 있는데 저 아래 보이는 물에 빠진 소녀가 나다. 짐작컨대 그 소녀는 죽은 듯하다. 아니 죽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나 죽었다. 잠시 뒤 친구가 나와서 나를 발견하고는 발칵 뒤집혔다. 그건 열일곱을 보내며 열여덟의 생일전야에 요트에서 파티를 한 싯점이다. 나는 물에 빠진 익사체였다. 그렇담 죽은 이유가 있겠고 생각이 나야하는데 도무지 감감하기만 하다. 왜 죽었을까. 나는 이렇게 살아있는데. 그때 옆에서 말을 거는 사람이 있어 바라보니 남학생이다. 그는 날 아는 기색인데 왠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그는 1년 전쯤에 교통사고사한 동창생이다. 그렇담 유령. 그나 나나 유령이라니...
혼자서 있는 공간에 아주 낯선 타인보다는 조그만치의 편린이지만 연관된 동창생을 만나니 반갑긴 했으나 무척 껄끄럽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천하에 리즈란 말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집안도 여유롭고 금발의 미녀에다 의상이든 소품들이 명품이었는데 리즈 라는 자체가 명품이라는 어느새 형성된 그룹안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를 깔보는 투는 일부러 감추려하지 않으며 전혀 기억나지 않는 기억을 그를 통해 조금씩 접하면서 놀라움의 파장은 커져만 간다. 자신이 속해있던 세계를 보며 이제는 본인이면서 제3자의 입장에서 냉철히 바라보며 분석하는 단계를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니 그 당시는 전혀 짐작조차 못했던 자신과 그룹의 친구들이 얼마나 한심하고 불쌍하고 이기적인지를 내심 깨닫는다.
어린 시절로의 공간이동을 통해 자신의 가장 아픈 기억을 탐험도 하고,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그 공포감을 이제서야 자의반 타의반으로 극복하면서 원인이 거기서부터 기인했다는 걸 어렴풋이 더듬는다. 다름아닌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던 엄마의 자살현장 목격이다. 어린 9살 소녀가 감당하기론 그 상처는 너무나 커서 그냥 덮였던 것. 그 아픔과 상처를 덮어놓음으로써 문제시하지 않으니 아빠와 새엄마 그리고 친구이자 여동생, 나아가 리즈의 남친과 그의 부모님 등등 리즈가 아무 문제없는줄 알았다는데 심각성이 자리한다. 더구나 어린 그녀가 마음줄 곳이 없다보니 많은이들의 수근거림에도 불구하고 새엄마와 이복동생에게 호의적이 되며 남친에게 더없이 빠져든다. 그렇다고 난잡한 육체관계를 가지느냐는 아니다. 그녀는 순결한 채로 죽었다.
아빠와 새엄마는 고교때 유명한 커플이었는데 각기 결혼후 가정이 있는 상태서 조우한다. 그렇게 각기 아이들과 함께 식사도 하면서 어울림을 가졌는데, 이야기는 줄곧 끝까지 의문점을 가진채 끌어간다. 뭐냐? 리즈 엄마가 자살하기 전에도 둘은 종종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는다는 것. 그리하여 새엄마가 이혼하고 바로 엄마가 자살했는데, 곧바로 아빠는 새엄마와 재혼을 하기에 이른다. 더구나 사람들이 더 의아해하며 의문점을 갖은건 이복동생이 리즈 아빠와 너무나 닮아 보인다는 점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거두질 않는다. 리즈의 남친집과는 10여분 거리인데 그 집 엄마와 리즈 엄마가 또 매우 친했던 사이였음에랴. 그런 상태서 리즈가 죽었는데 새엄마가 그랬듯 이복동생 조시가 또 리즈 남친에게 달라붙는다.
중략
한 소녀가 자신의 생일전야 파티에서 죽었다. 그 죽은 모습을 바라보는 리즈는 착잡하다. 자신을 알던 많은 사람들이 행하는 사후대처법에서 위로도 받고 혹은 실망하고 또 상처받기도 한다. 이미 죽은 유령이 말이다 ㅋㅋㅋㅋ. 그리고 더욱 미치겠는건 자신이 죽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 자신이 무척 사랑받는 사람이었다고 믿었던 그녀가 사후에 확인하게 되고 알아가 지는 사실들앞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 사람들의 속성을 면면히 알게 되면서 누구나 자신안의 내재된 여러 모습이 있음을 발견도 하는데 이 부분에서 조금은 섬뜩하다. 누군가 나를 훔쳐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섣불리 좋지 않은 행동은 안할 것인데...
자신도 모르는새 형성된 특정 그룹. 그렇게 만나서 인연을 맺는 친구들이 있으니 그게 리즈였다면 또다른 남학생 유령 알렉스는 전혀 다른 그룹이다. 리즈네 그룹이 동물원 원숭이보듯하는 일원일뿐이다. 심지어는 알렉스가 불의의 교통사고사후 조의를 표하는 시간에도 무척 무례한 학생도 있었으니 그걸 보는 리즈가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알렉스는 자신이 몸담았던 일상도 보여주면서 리즈에게 적대시하던 마음을 조금씩 거둬가고...리즈는 알렉스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하면서도 예의 그 오만한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동질의 감정을 거의 교류하지 못하는 가운데 가끔은 일치점도 찾아가는 십대이기도 한데...
496 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다 나온다. 마약, 음주, 흡연, 불륜, 왕따. 십대들이기에 정도가 좀 약할뿐이지만 그네들 세계서는 가해자나 피해자나 어른세계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네 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예전에는 구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경계가 무너졌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작금의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에 심히 앞날이 염려스럽다. 목표가 없는 삶은 가뜩이나 불분명한 현실에서 나아갈 바를 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알아서 다 해주려는 부모님 맘이 이해는 되나 공감은 가지 않는다.
사회의 지극히 기본단위인 가정에서 사회를 경험하던 시절은 이제 없다. 형제자매가 많았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던 시대엔 참을성과 협동성 나아가 근검절약을 몸소 체득하고 작은 시련들을 통한 강인한 내면이 형성되었는데 그렇게 자라난 어른들이 내자식에게만은 좋은 것을 주고 어려운 난관을 미리 해결해준 덕으로 나약한 아이들만이 양산되는 현실이다. 게다가 녹록치 않은 현실로(혹은 자신들이 형제자매가 많아 나누다보니 결핍이 많은 내면)외동이들이 태반이니 자신만 아는 자녀들이 많아지고 그 개성들은 너무나 다양하여 협력이 안된다. 그 성향을 더 부채질한게 정보화시대의 가장 큰 폐해라 생각되는 인터넷이지 싶다. 잘못된 지식을 사실인양 믿어버리는 오류가 난무한다고 하는데 가끔은 모르는 그 어떤 것들을 나 역시 그렇게 검색하고 있다는데 아이러니가 자리한다. |
|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읽은 <열일곱, 364일>을 읽는데.. 문득 전에 읽었던 로렌 올리버의 <일곱번째 내가 죽던 날>이 생각났다. <일곱번째 내가 죽던 날>의 주인공은 자신이 죽었는데도, 그걸 인식한 채로 죽었던 그 날을 일곱번이나 살아야했고, 그 일곱 날 동안 매일 매일을 바꿔보고자 했었던 이야기였는데.. 나름 화려한 고딩 생활을 즐겼던 리즈와 그의 친구들, 못된 장난들, 그들은 몰랐던 숨겨진 이야기들 등등.. 전체적으로 두 소설의 이야기가 닮은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열일곱, 364일>은.. 주인공이 죽은 후 유령이 되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는 것과 생각치 못했던.. 짠~한 사랑이 있다는 것 정도??!! 솔직히 공감되는 내용은 별로 없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그리고 나름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까~ 추리도 하게 되고(나는 원래 그런 걸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ㅋ), 또.. 언제나 엄마를 생각하면 먹먹해지는 리즈가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사후 세계가.. 늘 궁금했었는데.. 또 하나의 가설이 마음에 새겨졌다.
언젠가 내가 죽은 후, 나에게는 어떤 사후 세계가 이어질까?? 참으로 궁금한데, 궁금은 한데.. 거참, 알기가 두렵고, 아는 날이 언제든.. 아직은 오는 게.. 두렵다.
p.48 지금까지 나는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상실감을 극복했다. 나는 엄마를 용서했다. 이제, 그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이다. 정말로, 비록 그것이 내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할지라도, 함께 있는 것이다.
p.63 알렉스가 중얼거린다. "죽음은 그냥 삶의 일부일 뿐이야. 누구나 언젠가는 죽어."
p.427 그가 점점 더 빨리 사라져 간다. "정말 따뜻하다. 이제야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 네 차례가 되면, 너도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그가 마지막으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홈커밍 퀸하고 시간을 보냈던 일, 정말 즐거웠어. 하지만 어떤 파티든 결국은 끝나."
p.431 "그래, 잘한다." 그녀가 중얼거리듯 말한다. 그러고든 한숨을 쉰다. "아, 걱정 없는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희들은 지금이 얼마나 좋은 시절인지 아마 모를 거다."
p.495 내가 죽은 이후, 사람들은 종종 내가 자신들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지를 얘기한다. 많은 경우, 그들의 예측은 틀리다. 하지만 아빠와 리치의 짐작은 맞다. 내가 바라는 것은, 두 사람이 잘 살아 가는 것이 다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하루하루가 축복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삶이란 진정 무엇인지를, 그리고 엄청난 고통뿐만 아니라 큰 기쁨이 끝없이 이어지는 연속체라는 걸 알기 바란다.
|
|
블랙 로맨스!? 로맨스 소설은 알겠는데, 블랙 로맨스 소설은 무엇인고. 처음 이 시리즈에 대한 소개글을 봤을 때 여러모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로맨스는 잘 모르겠고, 단지 '블랙'이라는 단어 하나로 말이죠. 장르 문학 내에서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생겨났습니다. 추리, 호러, 스릴러, SF, 판타지 등등의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많은 소설들 중에서도 로맨스 소설이라니, 어찌보면 선남선녀 십대들이 나오는 뱀파이어물이 먼저 생각나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고, 일단 블랙 로맨스 클럽의 첫 소설, 제시카 워먼의 <열일곱, 364일>을 읽어 보았습니다.
![]() ![]() 네 삶 전체가 꼭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것이었지. (284쪽) 주인공 리즈는 금발의 백인 미소녀로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고등학생 아이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도도하고 버릇없이 자기밖에 모르는 행동을 일삼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 보통 주인공의 입장에 녹아들어서 감정이입을 해가며 읽곤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금발의 여자 아이라니. 이것은 세대 차이를 떠나서 문화적 차이 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보통의 고등학생들이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댄스파티에 누구와 같이 갈 것을 고민하고, 스스로를 치장한다고 몇 시간이나 화장대 앞에 앉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사회 내에서도 특정 계층의 이야기라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기의 주부들>, <가쉽걸> 같은 미드를 볼 때, 꼭 우리와 다르고 이해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재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은 그런 생각들을 다 내려 놓고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초중반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꽤 재미있어 졌습니다. ![]() ![]() 미드 가쉽걸의 부모 잘 만나서 호강하는 고딩들.
그런데 하는 짓은 어른 못지 않다. 외모도 그렇고.
<열일곱, 364일>이라는 소설 제목처럼 열여덟 살의 생일파티가 있기 전 날, 리즈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왜 죽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시체를 바라보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유령이 되고나서야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 직전에 있었던 약 1년에 가까운 시간의 기억을 잃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사고로 사망했던, 존재감이 전혀 없었던 동급생 친구, 알렉스라는 유령 친구와 동행하며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아 나섭니다. 유령이 된 뒤 그녀는,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를 추리합니다. 그리고 기억을 거슬러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돌이키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소중했던 것을 찾아가며 잃어버린 1년의 시간을 기억해내기에 이릅니다. 결국 이런 과정들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조심스레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끝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땅에 묻혀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유를 영영 알아내지 못할까 봐 겁이 난다. (242쪽) 일단 이야기가 주인공이 죽고 시작하긴 하는데 이 유령이 우리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으니, 죽은 것이 죽은 게 아닌 상태입니다. 유령이 되어서 자신을 돌아 본다는 이야기, 과거를 회상하며 저때는 왜 그랬을까 한탄하고 후회한다는 이야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런 구성의 이야기는 다른 책과 영화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죠. 그 중에서 '헉, 모든 것이 다 꿈이었구나.'을 외치며 깨어나고 자신을 반성하며 새 인생의 출발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점이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끝내버릴까봐 조마조마하며 봤거든요.
[열일곱, 364일]의 리즈, 이정도 쯤의 금발 미녀가 아닐까... 이뻐. 미소녀라니. 뭔가가 아슬아슬하다.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게, 죽음은 먼 세상의 이야기다. 다들 알다시피, 십 대들은 자신들이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215쪽) 어린 소녀들의 가벼운 감성에서 진지한 부분도 꽤 감지되었습니다. 남 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만 같았던 금발의 미소녀 리즈에게도 나름의 아픔과 고민이 있었는데요. 가정 문제, 연애 문제, 친구 문제 등등 어린 녀석이 별 걱정을 다 한다 싶긴하지만, 그들의 작은 세상 속에서는 그것들이 큰 문제거리였을 테고 오로히 그 문제 밖에 보이질 않았을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진작부터 바른 행실로 남을 배려하며 살았으면 애초에 아무런 사건도 생기지 않았을 텐데 죽고나서야 철이 들고 정신을 차리는구나 싶더군요. 역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교훈을 주는 장치는 죽음이구나를 느꼈습니다. 이 소설의 리즈처럼 한번 죽어봐야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는 것이죠. 괜찮아. 결국 모든 것을 다 알게 되면, 나 없이도 삶은 계속될 테니까. 그래도 괜찮아. 변하지 않는 것은 없어, 리즈. 나만큼이나 잘 알겠지만, 괜찮을 거야.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모두가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기쁘지 않아? (426쪽) 퍼즐 이야기를 하자면, 리즈는 유령 친구 알렉스와 잃어버린 1년의 기억 조각을 마추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관찰합니다. 그런데 미스터리 소설을 자주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이야기의 큰 틀이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측하고 퍼즐을 마춰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권선징악 동화 책에서 표지만 봐도 누가 나쁜 놀부이고 팥쥐인지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아무래도 전문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먹는 심정으로 반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헐리우드에서 이런 소재의 비슷한 영화가 자주 나오잖아요. 십대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적절한 미스터리가 섞인 영화. 아무래도 캐스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좀 바보같고 어리숙해 보이는 허술한 영화라도 캐스팅만 괜찮다면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많은 팬들이 생겨나더라구요. 이제는 아역 배우라고 하기에 많은 무리수가 있지만, 저는 린제이 로한이 생각났습니다. 그동안 맡았던 역들과 오버랩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의 행실을 보니 더 이야기 속 리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도 그녀만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죠. 그러고보니 린제이 로한도 리즈처럼 한번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싶군요. 그건 또 두고볼 일이겠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겠네요.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어디선가 갑자기 이런 사소한 일들이 떠오르면, 절망 언저리로 물러가 있던 슬픔이 늘 고통스럽게 찾아온다.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분명히 많은 것이 달라졌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369쪽)
헐리우드의 악동, 린제이 로한. 감옥가느니 차라리 자살을 하겠다고 그 난리를 피우고 있다고.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
|
블랙 로맨스 클럽출판에 대한 기획의도를 읽었다. 요즘 인터넷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로맨스와 또 출판계를 휩쓸고 있는 흡혈귀소설들과는 차별화된 로맨스소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말에 공감한다. 아마 열일곱, 364일을 읽지 않았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겠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기획의도를 충분히 느끼고 공감한다. 단순하게 달콤한 로맨스가 아닌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내가 한 생각은 리즈가 살아 있을 때 부와 미모로 학교에서 여왕으로 통하지만 알고 보면 친구들을 괴롭히는 마녀 같은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죽은 뒤에 마주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반성하고 회계하는 그런 이야기쯤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야기를 읽을수록 점점 내 짐작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리즈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민하고 자신의 죽음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한 리즈의 가족에게는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그걸 확인하는 순간 역시 거짓말 위에 쌓은 모래성은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죄를 짓고는 살 수 없다는 것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떠올라 오싹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가 부모라면 자식 앞에 당당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
어린 조카를 떠나보내고, 그 후 엄마같던 언니를 떠나보냈다. 그 전까지는 내 주위의 누군가가 생을 다한적도 없었고, 그 흔한 장례식장 한번 가본일이 없었다. 그런 내게 내 삶과도 같았던, 내 살점과도 같았던 이들을 잃고서 나는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더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아졌다. 어린 조카도 간 길인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곳을 가는 날엔 그들이 날 반겨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생길만큼 이젠 더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들을 그렇게 보내고 난 뒤, 나는 한동안 그들이 어디쯤에 있을까, 어디만큼 갔을까, 지금은 아프지 않을까, 그 둘은 그곳에서 만나 이제는 행복할까를 매일 생각하며 눈물지었고 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참을 사후세계와 관련된 주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 책은 생을 다한 소녀와 소년의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다. 소녀는 죽고 난 뒤, 과거를 기억해내지 못해 과거를 찾기위한 기억여행을 떠난다. 내가 알아낸 정보중 하나는, 아무리 착한 영혼도 죽고 나면 집착으로 얼룩져 살아있는 사람에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영혼이 된다고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정보인지 잘못된 정보인지 알수는 없지만 이 책에선 주위 사람을 괴롭히기 보다는 죽음에 이르러서 무엇인가를 깨달아야만 영원한 안식에 들수 있다고 설명해놓은듯 하다. 알렉스도 영면에 들기까지 리즈를 기다려야 했고, 리즈 역시 영면에 들기까지 자신의 죽음의 의미를 알아내야만 했다.
저자의 의도는 그것이 아닐테지만 나는 왠지 너무 슬퍼졌다. 길지 않은 생에서 물론 행복하기도 했을테지만 무척이나 고단하고 힘들기도 했을것이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는 몹시 고통스럽기도 했을것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이들은 그들이 더이상 힘들지 않도록 천국으로 인도되기를 매일 매일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 처럼 자신이 뭔가를 깨닫기 전에는 천국으로 갈 수 없다면 너무 서글퍼질것 같다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들었다. 만약 내가 망자라면 너무 피곤해질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주인공인 리즈도 아픈 발때문에 곤욕을 겪지 않았던가.
죄책감. 죄책감 때문에 잠조차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분명 리즈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좋은 친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좋은 친구를 가졌다면 리즈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죄책감 때문에 생을 갉아먹고, 나쁜친구 덕분에 생을 잃어버린 리즈. 여러 기억을 거스르고 거슬러 결국 모든 퍼즐을 맞춘 리즈.
난 그녀의 죄책감은 이해하면서 왜 쉽게 그녀에게 동화되지 못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죽기까지 한 주인공을 이렇게까지 정을 주지 못한것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나는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영화 <러블리 본즈>가 떠올려졌다. 그녀는 살해당했고 그녀는 천국으로 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시간을 가져야 했다. 러블리본즈의 수지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였다. 내가 수지를 사랑했고 안타까워 했던만큼 리즈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리즈에게는 그저 방관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만 됐던것은 저자도 한몫을 크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포커스를 맞추지 못하고, 내가 끌려하는 영적존재에 포커스를 맞춰 내가 보고싶은것만 봤던지 아니면 내가 이해하고 싶은것만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좀 더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서 목마른 사람중에 하나기 때문이다. 큰 하늘을 보지 못하고 우물속에 비친 하늘만 본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너털웃음도 나오지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어떤 식으로든 떠나간 사람들의 그 후가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고 마음을 달랠수도 있을것 같다.
모든 것이 따뜻하고 밝다.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
|
열일곱. 한 참 예쁘고 꽃처럼 피어날 나이의 리즈. 사랑하는 남자친구 리치도 있고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리즈는 자신의 열여덟 생일날이 자신의 삶이 끝이나 버렸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동급생이던 알렉스를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알렉스는 일년전에 사고로 죽었지만 리즈와는 친하지는 않은 사이였다.
알렉스는 리즈에게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하지만 리즈는 왜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알렉스가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인지가 가장 의문이였다. 그 의문을 풀려면 자신의 기억들을 퍼즐처럼 맞추면 된다는 알렉스... 알렉스와 함께 하면서 리즈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기억의 파편을 찾아가면서 자신이 믿었던 것에 대한 회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새엄마와 동생 조시... 자신과 아빠로 구성된 가족.. 엄마가 거식증이라는 섭식장애로 죽음에 이르고 엄마로 인해서 자신도 먹는 것에 대한 강박증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기억여행을 통해서 엄마의 병에 의해서 자신도 엄마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리즈 자신이 죽기전 왜 그렇게까지 달렸는지 알게 되는 순간... 알렉스의 사고의 원인을 알게 된다. 리즈는 자신의 삶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다가 리즈의 삶을 부러워한 조시에 의해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어떤 영매의 말처럼 빨강머리가 리즈의 삶에 불행을 가져온 것이다. 죽어가는 엄마를 두고 바람이 난 아빠... 친구인척 하면서 엄마를 속인 새엄마... 가장 친한 친구인척 리즈를 가장 잘 이해하는 척 하면서 리즈의 모든 것을 자신이 가지려 했던 조시... 조시는 리즈의 아빠가 자신의 친아빠라고 믿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리치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우기지만 리치는 리즈를 어린시절부터 사랑하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잘 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죽음을 맞게 된 리즈... 모든 것이 자신에게 불공평하다며 리즈의 모든 것을 원했던 조시.. 일만 열심히 했고 엄마가 죽은 후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던 아빠... 모든 일에 운명이 있다고 믿고 자신의 사랑이 옳았다고 믿으며 영적인 것을 추구 했던 새엄마... 자신의 딸의 잘못을 어쩌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했던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던 리즈의 삶에서 단 한가지 없었던 것은 부모의 사랑이 아니였을까? 아이와의 대화가 거의 없던 리치도 그래서 마약상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공부도 잘하는 리치가 왜 마약을 팔았을까? 리치와 리즈는 서로의 사랑밖에 가진 것이 없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아이는 자란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가 자란다는 것보다 어느샌가 커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란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무엇이 잘 못이고, 어떤 것은 하면 안된다는 것을 옆에서 같이 고민하고 대화할 상대가 있었다면 리즈도 처음부터 잘 못된 길을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잘 못인가를 깨닫고 바로 잡으려 할 때... 리즈가 다른 사람이 아닌 부모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어쩌면 리즈는 지금도 살아있었을 것이다.
열일곱 너무나 예쁜 리즈는 한 번의 실수로 인해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야 말았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죽어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기억의 파편들을 찾아내면서 일을 풀어가는 리즈는 영혼의 안식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리즈의 아빠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아내와 딸을 잃고서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었다. 리즈를 위한 다는 일이 전혀 리즈를 위한 것이 아니였음을... 자신의 진짜 딸이 되고 싶어하는 조시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였음을... 어쩌면 많은 거짓이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꾸었음을 .. 그러나 남아있는 사람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차차 옅어질 것이다. 그리고 리즈의 바람처럼 리치와 아빠는 꼭 행복해지길 바란다.
![]()
|
|
열일곱, 364일 제시카 워먼 지음 황금가지
예쁘고 인기많고 부자이고 잘생긴 남자친구까지 있는 엘리자베스 벨처. 리즈는 자신의 생일날 밤에 자신이 물에 빠져 죽은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순간 리즈의 곁에는 한 소년, 알렉스가 나타난다. 리즈는 그 소년이 자신을 봤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그 소년도 죽었기 때문에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렉스는 1년 전에 죽은 같은 학교의 학생이었다. 리즈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알렉스와 함께 기억, 즉 죽음에 관련된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기억을 찾을수록 조시가 리치를 좋아했었다는 것, 또 리치에게 사실을 알면서도 리즈가 바람핀 것라고 속이는 등 여러 사실을 알게 된다. 점점 기억이 되돌아오던 리즈는 자신이 알렉스를 사고로 죽였고, 그것을 알리려했다가 조시에 의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렉스가 떠나고 혼자 남은 리즈는 리치에게 조시가 자신을 죽였다고 말하며 리치의 손목을 잡는다. 결국 리치는 조시가 리즈를 죽였다는 사실과 리즈가 바람폈다는 것이 진실이 아니고 거짓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표지부터 재미있어 보여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조금 지루했다. 그런데 점점 읽다보니 흥미진진해졌다. 이 작가의 소설과 YA 시리즈들을 다 읽어보고 싶다. 2011.12.16. 이지우 (중1)
|
|
책을 읽으면서 이따금 나의 스물 넷, 347일을 되 짚어 보았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리즈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도무지 쓸모 없는 사소한 것까지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자신이 신기할 지경이다. 그렇다. 나는 하루 하루의 일상에 치여,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달콤한 기억과 잊으려고 발버둥친 아픈 시간 사이를 줄 타기를 하듯 아슬아슬 오가며 살아 왔다. 내 기억이 맞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처구니 없이 정확한 어린 시절의 단편이 있고, 기억하려고 애를 써도 어렴풋한 소중했던 이름이 있다.
내가 알기로 아주 나쁜 녀석인 빈스가 코끼리들이 물웅덩이에서 노는 모습을, 감탄하는 표정으로, 살짝 미소까지 띠고서 시청하고 있다. 사람의 인격은 결코 흑백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회색인 경우가 아주 많다. 리즈의 말처럼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간 관계에서 수 차례 변하는 나의 마음과 같다.
머릿 속 퍼즐 조각을 맞춰 가는 리즈는 많이 복잡하고 부끄럽다. 리즈는 알렉스의 말처럼 못되고 엉망인 사람이었던 자신을 믿고 싶지가 않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나는 언제나 억울했다.
우리 어머니는 절에서 가족을 위해 늘 기도하시며, 어려운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분이다. 나 역시 자신보다는 가족이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며, 여러 차례 봉사활동을 할 때 가식으로 임한 적은 없다. 내 자신이 불우이웃이라고 느낀 후 인색해 지긴 했으나 구세군 냄비에 이만원 씩 넣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나는 명품 백과 성형을 원한 적이 없다. 내가 가진 것에 자신 있었고 만족하려 했다. 단지 가족의 평안 그 뿐이다.
그런데 세상은 사람들은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줄 서 있는 나를 새치기 하는 사람들 뿐이다. 죽자살자 내달린 적 없지만 그렇다고 멈춘 적도 없다. 멈추지 않고 걸어온 나를 낙오자로 만드는 지금의 현실. 수월하지 못하고 꼬여만 가는 상황과 문제들로 하여금 나는 요즘 힘들다.
리즈는 알렉스와 자신의 기억을 오가면서 치기 어렸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혼자 도시락을 꺼내는 주눅든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를 모른 채 하거나, 남자 친구와 짝이 되었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같은 반 여자아이의 머리를 잡아 당기며 울렸던 폭력적인 행동. 그 많은 믿을 수 없는 기억들을.
내가 믿고 있던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나온 사회의 벽에 부딪히면서 조금씩 둥글어져 가는 나 역시, 알렉스와 댄스 파티에서 춤을 추게 된 따뜻한 리즈처럼, 넓은 아량와 성숙한 그릇으로 변모하고 성장하고 있다.
책 두께를 딱 절반으로 줄였다면 더욱 긴장감 있는 전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이 두꺼운 책을 놓고 싶지 않았던만큼 러블리한 리즈의 깊은 사랑과 성장이야기가 좋았다. 사랑과 가족을 모두 빼앗긴 채 나쁜 짓을 저지른 어느 소녀의 마음도 짐작할 수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같은 테마를 가진 신작 <파라노이드 파크>를 함께 추천한다. <파라노이드 파크>에서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이 책 <열일곱, 364일>은 섬세한 감성과 반전의 묘미를 전할 것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