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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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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 저 많은 서울의 아파트 중에서 왜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을까? 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비단 나 하나뿐일까? 이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울 시내에 아파트 한 채를 분양 받았지만 나는 그 곳에서 살지 못한다. 누군가의 성화에 못 이겨 아파트를 분양 받고 돈을 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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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 저 많은 서울의 아파트 중에서 왜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을까? 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비단 나 하나뿐일까? 이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울 시내에 아파트 한 채를 분양 받았지만 나는 그 곳에서 살지 못한다. 누군가의 성화에 못 이겨 아파트를 분양 받고 돈을 내기는 했지만 그 아파트가 온전히 내(?) 것이 된 것은 아니다. 내가 살지도 못하고 전세만 주게 생긴 아파트. 우리 가족의 편안한 안식처의 개념이 아닌 투자 목적이 주가 되어 버린 아파트를 보면 그래서 더욱 답답해진다.

 

연일 전세 값이 상승한다고 난리다. 내가 살지 못하는 그 아파트도 2년 만에 전세 값이 장난 아니게 올랐다. 어차피 토해(?) 내야 하는 전세인지라 많이 올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 지역의 적정 시세라는 게 있어 그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여차해서 2년 재계약을 했지만 전세가 올라도, 전세가 내려도 나는 답답하다. 왠지 빚을 떠안고 있는 이 기분이란... 이런 묘한 기분일 때 내가 듣고 있는 인문학 강좌의 교재로 ‘아파트의 문화사’가 올라왔다. ‘아파트의 문화사’라고 하니 옛날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지은 박철수 교수는 우리 과 선배이면서, 내가 학교 다닐 당시 도시계획론을 가르쳐주셨던 강사님이다. 지금은 내가 다니던 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신 것 같은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책은 얇지만,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제대로 말하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인 아파트라는 소제목부터 대중 소설에서 본 아파트의 이미지, 상품으로 시작한 아파트가 그 이상이 되어 버린 현실, 그리고 자폐와 우울을 낳은 아파트가 변해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까지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아파트에 산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가 편하다는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아파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텔레비전 광고처럼 그 아파트에 살면 광고에서 보여주는 행복이 따라 올 거라 믿는 착각 때문은 아닐까? 아파트 값의 상승과 하락으로 울고 웃는 사람들. 그들만의 세상 안에서도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파트 값만 상승시켜 놓으려는 사람들. 아파트 값이 상승한다고 그들의 삶이, 인격이 같이 상승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 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대중 소설에서 나타난 아파트의 이미지이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소설에서 언급한 아파트의 이미지는 시대마다 조금씩 다르다. 1960년대에는 생활 혁명이라는 측면과 저소득층의 주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1970년대부터는 아파트를 중산층의 주택이라 등가화 시켰다. 1980년대엔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 이미지를 강화해 아파트 분양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원래 살았던 사람들은 아파트가 들어선 곳에 살지 못하고 도시를 배회하기 시작했고, 영구임대아파트단지를 만들어 계층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기 시작했다. 임대 아파트는 곧 ‘격리된 공간으로서 보편적인 사회공간에 편입시키지 말아야 하는 혐오의 대상’ 으로 고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50) 1990년부터는 아귀다툼의 현장이 되고, 초고층 초고밀 아파트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누구든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들만의 리그가 된 아파트...

 

그러면서도 작가는 이런 자폐적 기질이 다분한 아파트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제시해 준다. 아파트 마을 만들기, 공간 환경 개선, 공용 공간의 활용, 아파트 매뉴얼과 공간 이용 규약 등은 그래서 더 눈에 들어온다. 한순간 아파트를 버리고 단독주택에서 살 수 없다. 그렇다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함께의 리그로 마음이 따스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 2000년대의 아파트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생각해 본다.



YES마니아 : 로얄 k*****3 2014.03.25. 신고 공감 3 댓글 7
리뷰 총점 종이책
[문화] 살림지식총서-224 아파트의 문화사 ★★★★
"[문화] 살림지식총서-224 아파트의 문화사 ★★★★" 내용보기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로 오래된 아파트와의 따뜻한 화해를 한 후에 이어 이 책을 펴들었다. 발굴사에 이은 문화사.  이 책은 한국인에게 '아파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투기와 부실의 초점이 되어 비난 받고 있는 아파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의 장소를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재밌게 잘 읽고 긍정적인
"[문화] 살림지식총서-224 아파트의 문화사 ★★★★" 내용보기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로 오래된 아파트와의 따뜻한 화해를 한 후에 이어 이 책을 펴들었다. 발굴사에 이은 문화사.  이 책은 한국인에게 '아파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투기와 부실의 초점이 되어 비난 받고 있는 아파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의 장소를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재밌게 잘 읽고 긍정적인 리뷰를 써 놓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본 뉴스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아파트 화재를 본 후로는 생각이 좀 바뀐다. 이 층층이 쌓인 집들 중 누가 불을 당겨 버리면 윗집은 뭐가 되나. 그 사람들이 이미 화재 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던데, 내가 누워있는 위 아래로 사람이 죽어있다면?  거기다가 아랫집에서 불이 나면 나는 자다가 죽을 수도 있는거 아닐까? 평생 살면서 주변에 한번이라도 일어날까말까한 일이라는 것 안다. 하지만 방정맞은 생각은 한번 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이다. ㅡㅡ;

 

이런 나의 방정맞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주택의 50%이상이 아파트이고 지금도 일반 주택보다 더 많은 세대가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다. 한없이 담이 높기만 했다고 생각했던 아파트들이 최근에 담벼락을 허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실제로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아파트가 담을 헐어 그 옆에 있는 길과 더불어 공원이 되었다. 폐쇄적이기만 했던 아파트의 담벼락이 사라지거나 가벼워지니 마당이 넓은 집처럼 바뀌었다. 나름의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모양이 마을처럼 바뀌고 있는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모든 아파트들이 열려가는 것은 아니다. 모형만 보고 구입해야하는 집과 알고보면 있거나 알고보면 없는 이상한 아파트라는 집의 이야기는 조금 친해져볼까하는 마음을 슬쩍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아파트가 서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멀뚱하고 어색한 건물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생각이 대중소설을 통해 표출되고 그 표출된 생각들이 50년도 훨 지난 현재를 사는 나에게도 아직 남아서 질척거린다.

 

분명,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는 그만큼의 적절한 장치들이 있을 것이고 편의가 있을 것이고 서로간의 주의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번쯤은 살게될 아파트에 대해 적잖은 걱정은 좀 거둬야겠다 생각했다. 저자는 글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쓰시는 분이라 읽는데도 거침이 없었다. 살림총서의 가벼운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k******m 2009.10.15. 신고 공감 0 댓글 2